영웅이 된 한스
한스는 대위로 진급했고 전차병들은 모두 이를 축하하였다. 시가와 함께 영국군에게서 노획한 고급 술을 마시던 에밋이 말했다.
“다음에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이번에도 노획할 것 많은 곳으로..”
“파리로 가겠지? 아마도?”
잠시 뒤, 한스는 베를린으로 가서 독일이 개발중인 신무기를 보기로 되어 있었다. 한스는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생각했다.
‘신무기는 분명히 새로운 전차일거야! 여태까지 프랑스나 영국에서 노획한 전차를 분석했을 테니까 분명 르노, 생샤몽, 마크 V보다는 좋은 전차겠지? 작고 빠른 녀석이었으면 좋겠군..’
작년부터 한스는 독일도 새로운 전차를 개발 중에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라는 소리를 질리도록 들었고, 드디어 개발이 되었다는 생각에 없던 애국심이 조금씩 생기려 하고 있었다.
‘물자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도 프랑스 영국보다 기술이 딸릴 것도 없을 거야..이번에 쓸만한 전차를 개발했다면 뭐 그깟 애국 조금은 해주지!’
한스는 머리 속으로 새로운 전차의 모습을 상상하며 혼자 히죽거리며 손까지 떨었다. 에밋이 거너와 헤이든에게 쑥덕였다.
“중대장님 많이 취하신 것 같아.”
그 때, 전선 기자 크라우제가 방문해서 한스와 전차병들의 사진을 찍고 인터뷰하였다.
“첫 전투를 앞두고 있는 신병들에게 해주실 조언은 있습니까?”
한스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첫 포격 때는 똥오줌을 지리는 병사가 많으니 미리 똥오줌은 싸두고 전투에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보급 상태가 안 좋아서 속옷 보급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스는 이렇게 말했다.
“훈련소에서 배운 것과 실제 전투는 다르기 때문에 고참 병사들이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포탄 날라오는 소리, 수류탄 투척법, 독가스 등등에 대해 고참들에게 많이 배우십시오.”
하지만 크라우제는 이렇게 적었다.
[독일의 전사로서 국가를 위해 용감하게 싸우면 신병들도 모두 푸르 르 메리트 훈장을 받을 수 있다!]
크라우제가 실실 쪼개며 한스에게 말했다.
“조만간 베를린에서 퍼레이드를 하게 되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한스가 물었다.
“에에? 퍼레이드? 왠 퍼레이드? 무슨 말인지..”
“모르셨습니까? 조만간 이번 전투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베를린에서 한스 파이퍼 대위님을 위한 퍼레이드가 열립니다!”
한스는 장성들이나 타는 고급 차량을 타고 베를린으로 떠났다. 한스는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빌헬름 황제가 하는 퍼레이드에 내가 꼽사리 끼는 것일 거야..뭐 식사 정도나 하겠지..부담스럽지만 그 정도야 뭐..빨리 끝나고 전차나 보러 갔으면 좋겠다.’
잠시 뒤, 한스는 박쥐 날개 같은 콧수염을 가진 빌헬름 황제를 보게 되었다. 빌헬름 황제의 콧수염 양끝은 하늘로 높게 치솟아 있었고 한스는 자꾸 그 쪽으로 시선이 갔다. 한스가 고개를 숙이고 벌벌 떨며 말했다.
“모..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앗!”
한스는 너무 긴장해서 삑사리가 났지만 천만 다행히도 다들 모른척해 주었다. 빌헬름 황제가 말했다.
“한스 파이퍼, 자네는 국가의 귀감일세. 오늘 퍼레이드는 자네를 위한 국가의 작은 선물일세.”
‘엥? 그냥 내가 뒤에서 쫓아가는 것 아니었나?’
그 때, 한스의 눈에는 붉은 남작,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이 눈에 띄었다. 독일 최고의 영웅이자 에이스 파일럿인 리히트호펜이 이런 자리가 매우 익숙한 듯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전투기 조종사는 첫 다섯번 출격 때까지는 똥오줌을 지린다고들 하지만 리히트호펜은 첫 출격 때도 똥오줌을 한 번이라도 안 지렸을 것 같은 면상이었다. 한스는 안심했다.
‘다행이다. 퍼레이드하면 다들 저 녀석만 보겠지?’
그리고 드디어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베를린의 시민들이 모두 한스 파이퍼를 보며 외쳤다.
“한스 파이퍼!!”
“죽음의 전차 중대!”
꼬맹이들이 외쳤다.
“나도 전쟁 영웅이 되고 싶어!!”
60대 노인들조차도 한스를 보며 말했다.
“내 나이 때 전쟁이 났다면 나도 용감하게 싸우는건데 말일세!”
“요새 젊은 녀석들이 부럽군!!”
“나도 총만 준다면 싸울 수 있네!!”
리히트호펜은 뻔뻔스럽게도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며 이 퍼레이드를 즐기고 있었다. 한스는 애써 입꼬리를 올리면서 어색하고 기계적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 때, 한스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한스!! 한스!! 내 아들!!!”
오랜 기간 얼굴을 보지 못했던 어머니가 한스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한스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다.
‘어..엄마? 브레멘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한스의 어머니는 1초라도 한스의 얼굴을 더 보고 싶어서 퍼레이드를 따라서 달렸다. 한스는 고개를 돌려서 어머니를 바라 보려고 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리히트호펜이 외쳤다.
“이보게! 저들은 자네를 보고 싶어하네! 손을 더 흔들어주게나!”
리히트호펜은 한스가 오래된 친구라도 되는 것 마냥 지껄이고 있었다. 한스는 결국 어머니를 보러 고개를 돌리지 못한 채로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수 많은 독일인을 향해 억지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한스는 진이 빠진 상태로 안도했다.
‘이..이제 다 끝났겠지? 빨리 신무기나 보러 가야..’
하지만 이제는 고위층들과의 식사 자리가 있었다. 리히트호펜은 아주 익숙한 듯 사람들이랑 친분을 나누고 웃고 떠들었다. 한스는 고급 스테이크를 억지로 배 속에 구겨 넣었다. 한스는 아까 어머니를 본 이후로 더 초조해졌다.
‘젠장..여기는 숙박비도 비싼데..왜 쓸데없이 여기까지..’
한스는 빨리 스테이크를 먹어 치우고 빨리 식사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식사가 끝나니 파티가 이어졌다. 한스는 계속해서 고위직들 사이에서 끌려 다니다가 샴페인 잔 하나를 들고 한숨을 돌렸다.
‘슬쩍 빠져나가도 괜찮겠지?’
리히트호펜은 젊은 귀족 여자들 사이에 둘러쌓여서 인기를 맛보고 있었다. 한스도 살짝 빠져나가려는 이 때, 리히트호펜이 한스를 불렀다.
“한스 파이퍼! 자네도 이 쪽으로 오게!”
숙녀들은 한스를 위 아래로 쳐다보며 생각했다.
‘영웅이라 들었는데 왜 저렇게 찌질해보이지?’
리히트호펜은 한스를 툭툭 치며 숙녀들에게 말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이 친구입니다! 한스 파이퍼! 이번에 엄청난 공을 세웠죠!”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은 뭔데 친한 척이야..’
한 여자가 한스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귀족 출신은 아니라고 들었는데..집에 돈이 많은가?’
한스는 어색하게 웃으며 여전히 쭈뼛거리자, 여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아..안녕하십니까!”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아버지가 백작이고 작은 사업체를 세 개 경영하고 있어요.”
한스가 대답했다.
“제 아버지는 공장 기술자이고 집에 방이 세 개 입니다!”
숙녀들의 표정이 떨떠름해지더니 모두 자리를 떠났다. 한스는 그제서야 안심하고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리히트호펜이 말했다.
“이보게, 나는 자네가 부럽네!”
“내..내가 부럽다고?”
리히트호펜이 말했다.
“독일의 육군항공대는 저무는 별 일세. 앞으로는 전차의 시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네.”
한스는 깜짝 놀랐다.
‘아니, 항공대 녀석이 전차의 필요성을 인지한다는 건가?’
리히트호펜이 말을 이었다.
“지금 항공기 생산 숫자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네. 독일의 지정학적인 요소를 보면 결국 육군을 키우는 것이 중요할 테니 앞으로는 전차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겠지. 전차가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는 것은 수십년 뒤가 될 거라고 생각하네.”
“그..그런가..”
다음 날, 한스는 베일에 쌓인 신무기를 보러 갔다.
‘앞으로 우리가 몰 전차는 얼마나 강력할까!’
여러 기술자들이 나와서 자신이 투자 받고 싶어하는 신기술 연구에 대해 발표가 끝난 이후에, 이번에 독일에서 개발한 신무기가 맨 마지막 순서에 소개된다고 들었다. 한스는 신기술 연구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무전기 개발은 어떻게 되는 거지?’
옷을 잘 차려 입은 기술자가 나오더니 발표를 시작했다.
“저는 지뢰를 제거하는 차량에 대해 개발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지뢰를 제거하는 건가?”
“차량 밑에서 아주 센 바람이 나와서 지뢰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한스는 이 말에 아연실색했다.
‘뭐..뭐라고? 저 새끼 제정신인가? 설마 여기 연구비를 주지는 않겠지?’
“음···괜찮은 아이디어일세!”
한 고위 장성의 대답에 한스는 속으로 기겁했다.
‘도..돈이 남아 도나? 저기 연구비를 준다고?’
다음에는 더 똑똑해 보이는 기술자가 발표를 시작했다.
“저는 불을 내뿜어 적 전차를 파괴하는 대전차 무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화염 방사기를 설치해두고, 적 전차가 지나가면 자동으로 불을 뿜을 수 있습니다!”
한스가 물었다.
“아군 전차가 지나갈 때도 불을 뿜을 수 있지 않습니까? 아군 전차와 적군 전차를 어떻게 자동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까?”
기술자가 말했다.
“그것은 연구를 더 하다 보면 될 것 입니다!”
한스는 이 허무맹랑한 발표회에 더 이상 집중하지 않고, 여태까지 연구비가 투자되었던 기술들이 쭉 나열되어 있는 책자를 읽기 시작했다.
‘저런 말도 안되는 소리에도 연구비가 지원되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자금 사정이 넉넉한 것이 분명해! 무전기 연구는 어느 정도까지 진척되었을까?’
그런데 한스가 펼쳐본 책자에는 무전기에 대한 연구가 자금 문제로 중단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앞에서는 기술자가 뻔뻔하게도 계속해서 자신의 연구 주제를 외치고 있었다.
“이 기술만 개발되면 적군의 전차들을 모두 화염방사기로 싸그리 태워버릴 수 있습니다!”
한스는 화염방사기를 휘두르며 여기 모인 사람들과 독일 깃발까지 모조리 싸그리 불태워버리고 싶었다.
“으아악!!!우와와왁!!!!”
하지만 한스는 찬 물을 마시고 애써 마음을 진정하고 계속해서 진행되는 발표를 들었다.
‘그래도 뭔가 그 중에 쓸모 있는 연구가 있을 수도 있어! 전차에 응용 가능한 신기술이 있을 수도 있으니 집중해야지!’
다음에 나온 박사는 새하얀 머리가 풍성하게 자라 있었다. 여태까지 나온 박사들과는 다르게 뭔가 포스가 있어 보였다.
“이 무기만 있으면 보병들이 더 이상 적 비행기의 폭격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솝위드 카멜기에서 떨어지는 소형 폭탄은 전차에게 있어 매우 위협적이었기 때문에 한스는 귀가 솔깃해지기 시작했다. 흰 머리의 박사가 말을 이으며 커다란 설계도를 앞에 전시했다.
‘신형 대공포인가?’
“여기서는 아주 거센 바람이 나와서, 아군에게 달려드는 적 비행기를 모두 바람에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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