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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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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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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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탄약고 유령

DUMMY

크리스티안이 말했다.


"네! 그 유령은 이 탄약고 쪽에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로베르트가 외쳤다.


"저 쪽에 시체들을 묻어놔서 그런 소문이 도는 것 같습니다!"


탄약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적군 사망자들의 시신을 묻어둔 곳이 있었다. 제대로 묘비를 세우기는 커녕 나무로 만든 관에는 분필로 이름을 쓰는 것이 전부였다. 어떤 관에는 사망자의 신원을 알아낼 방법이 없기에 이름조차 쓰여있지 않았다.


여기저기 막대를 꽂아두고 그 위에 철모를 꽂아둔 묘비에는 아직 심장의 열기가 식지도 않은 시신들이 묻혀 있었다.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야간에 그 근처를 지날 때마다 병사들은 묘한 한기를 느꼈다.


한스는 머리털이 곤두섰지만 아무렇지도 않은척 말했다.


"유...유령이 아니라 미군 침투부대일 수 있다! 타..탄약고 쪽은 경계 근무를 철저히 서야 한다!"


준장이 되고 나서 말더듬는 버릇이 고쳐졌는데 한스는 다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지크프리트 4인조가 속으로 생각했다.


'겁에 질리신 것 같은데?'


'설마! 준장님은 온갖 전투에서 날고 기었는데!'


'준장님은 유령도 때려잡으실거야!'


'여태 죽을 고비만 몇 번을 넘겼는데 유령 따위가 무섭겠냐!'


한스는 사령부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윙거는 보이지 않았다.


'윙거 이 새끼는 어딜 간 거야!!'


탄약고에서 사령부로 가려면 어둠 속을 혼자 걸어서 가야 했다.


한스가 지크프리트 4인조에게 외쳤다.


"병사들의 근무 환경을 알고자 다..다음 근무 교대까지 자..자네들과 같이 근무하겠네! 경계 근무를 설 때는 졸릴텐데 어떻게 졸음을 방지하나?"


"둘씩 짝을 지어 손목에 끈을 묶습니다! 이렇게 하면 서로를 깨워줄 수 있고 어둠 속에서 서로에게 신호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나도 이등병때 같은 방법을 이용했네! 내 손목에 끈을 묶어주게!"


한스도 손목에 끈을 묶은 채로 탄약고에서 경계를 섰다.


'무슨 사서 고생이냐!'


어차피 다음 근무 교대까지는 20분 정도 남았기 때문에 한스는 그 때까지만 있기로 결심했다. 그 때,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


20m 쯤 거리가 있는 곳에는 전구가 깨진 가로등이 있었다. 그 주위를 검은 형체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시..시발 저게 뭐야!!'


워낙 피곤해서 헛것을 본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자..잘못 본건가?'


한스는 재빨리 손목을 잡아당기고는 권총을 그 쪽으로 겨누었다.


'시..시발!!'


그 검은 형체는 가로등 주위를 계속 빙빙 돌고 있었다. 한스가 총을 겨누자 그 형체는 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온통 시꺼맸는데 얼굴쪽만 허옇게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으..으아아...'


한스는 손목에 묶여 있는 줄을 계속해서 당겼음에도 불구하고 줄에서는 응답이 오지 않았다. 한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야, 너 저거 보이냐?"


비몽사몽한 목소리가 들렸다.


"네?"


"저기 가로등 쪽에!! 수녀처럼 생긴게 떠돌아다니잖아!!"


그 때 탄약고에서 로베르트와 크리스티안, 호르스트가 손전등을 들고는 나왔다.


"여단장님! 무슨 일입니까?"


한스가 옆을 돌아보았는데 방금 전까지 자신과 대화를 하던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여...여기있던 새끼 어디있어!!"


그 때 뒤늦게 올라프가 달려왔다.


"죄..죄송합니다!! 오줌 싸고 왔습니다!"


한스가 올라프에게 물었다.


"너...나랑 같이 없었냐?"


"3분 전에 오줌 싸러 갔습니다!!"


한스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아까 전에 내가 불어보니까 자네가 대답했..."


가로등을 보니 아무 형체도 어른거리지 않았다. 한스가 생각했다.


'피..피곤하니까 헛걸 본거야!!'


한스가 외쳤다.


"난 자네와 탄약고 내부에 있을테니 이제 자네 셋이 경계를 서게!"


그렇게 한스는 올라프와 함께 탄약고 안으로 들어가서 앉아 있었다. 올라프는 다시 한스의 손목에서 풀어둔 실을 자신의 손목에 묶었다. 한스는 등골이 오싹하고 손발에 식은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올라프에게 말을 걸었다.


"이보게! 자네 이름이 뭐라고?"


"올라프 뵐입니다!"


"하하! 이제 전쟁이 끝나서 기쁘겠군!! 안 그런가?"


"기쁩니다!!"


"뭐 재미있는 이야기 없나?"


대화가 끝나고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한스는 쫄려서 뒤질 것 같았다.


'시발!! 시간 존나 안 가네!'


한스와 올라프는 그렇게 탄약고에 마주보고 주저 앉아있었다. 그 때 밖에서 한 발의 총성이 들렸다.


타앙!!


"무슨 일이야!!"


한스와 올라프도 총을 갖고는 밖으로 뛰쳐나갔고 다른 병사들이 달려왔다. 크리스티안은 똥오줌을 지린 상태로 가로등이 있는 쪽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저...저 쪽에...수녀가..."


"그게 무슨 소리냐!!"


"수색해!!!"


병사들이 샅샅이 수색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녀는 커녕 외부인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보병 대대장이 외쳤다.


"어떤 새끼가 장난친거냐!!"


크리스티안이 완전히 하얗게 질린 얼굴로 벌벌 떨며 말했다.


"진짜입니다!! 수녀가 가로등 주위를 계속 돌다가 저를 봤습니다!!"


로베르트가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저...저도 수녀를 봤습니다!"


한스는 등이 식은 땀으로 완전히 축축해진 상태로 보병 대대장과 함께 임시 사령부로 돌아갔다. 크리스티안과 로베르트는 며칠간 근무 열외되었다.


보병 대대장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엄정하게 군기를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한스가 말했다.


"너..너무 그럴 필요 없네! 피..피곤하면 헛것을 볼 수도 있네! 얼마 전에도 정찰 나갔다 와서 피로가 쌓였나보군!"


그렇게 사령부로 돌아와서 한스는 자신의 침대에 가서 자기 시작했다. 이 사령부에는 한스를 포함한 몇 장교들이 같은 방에서 취침하고 있었고, 한스 맞은편 침대에는 부관 윙거가 자고 있었다.


한스는 슬쩍 윙거를 불러보았다.


"이보게! 윙거!! 군화 좀 벗겨주게!!"


하지만 윙거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저 시발 놈 새끼...'


한스는 군화를 벗고는 자리에 눕고는 눈을 감았다.


'괜히 헛소문땜에 쫄았네! 잠이나 자자...'


한참 잠을 자다가 한스는 희한한 소리에 살짝 눈을 떴다.


츠츠츠 츠츠츠츠


'??뭐야...'


"누구 있나?"


츠츠 츠츠 츠츠


소리가 계속되어서 한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 때 바닥쪽에서 무언가가 낮게 기어다니는 것이 보였다.


'??!!!'


그 시커먼 형체는 천천히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한스는 몸을 전혀 움직일 수도 없었고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다.


'억....어억...'


그리고 그 형체는 점점 한스 쪽으로 접근했다.


'으...으아악....'


다음 날, 한스는 잠에서 일어났다.


'요새 피곤해서 악몽을 꾼거다...위..위생병을 찾아가야...'


그 때 바그너가 윙거에게 물었다.


"이보게! 자네도 들었나?"


"무..무엇을 말입니까?"


"어제 새벽에 뭔가가 계속 왔다갔다하던데?"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푹 잤습니다!!"


윙거 녀석은 얄밉게도 아주 푹 자서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한스는 식은 땀을 흘리며 3대대 1중대장 요나스 크라우제를 찾아갔다. 요나스는 한스가 이등병 시절부터 함께 했던 동료였다. 요나스가 한스에게 경례를 했고, 한스는 요나스를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데려갔다.


"자..자네 그거 들었나? 탄약고에서 병사들이 수녀 유령 목격한거?"


요나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모...모르겠습니다!!"


한스가 요나스에게 외쳤다.


"자네가 어떻게 해봐!!"


요나스가 말했다.


"저..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자네 아버지 목사잖아!! 뭐라도 해보라고!!"


"아버지가 목사인거지 내가 뭔 상관이야!!"


한스는 요나스의 방으로 걸어가며 외쳤다.


"성경책이나 십자가 같은거 없냐?"


"한스 자네 종교 안 믿잖아? 나도 안 갖고 다녀!"


한스와 요나스는 군종병에게 가서 성경책이랑 십자가를 하나씩 받아왔다. 요나스가 말했다.


"탄약고 쪽으로만 안 가면 되지 않나?"


한스는 새벽에 있었던 일을 요나스에게 말했다. 요나스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한스가 말했다.


"성경책 끼고 자면 유령 안 나타나겠지?"


"내..내가 알게 뭐야!! 나도 교회 제대로 안 다녔다고!!"


한스는 주위를 살펴본 다음에 목소리를 낮추고 요나스에게 말했다.


"그 수녀 유령 나온다는거 거너한테는 말하지 말자고..."


요나스는 한참동안 읽지도 않은 성경책을 읽으며 말했다.


"아..아마 병사들이 헛것을 본거야!! 건물 여기저기 그을음 같은거 있잖아! 그게 사람 형상이라 헷갈렸던거지!"


한스가 말했다.


"이따가 탄약고 쪽에 같이 가보자!!"


그렇게 한스와 요나스는 성경책과 십자가를 들고는 같이 탄약고 쪽으로 걸어갔다. 요나스가 묘지를 보며 말했다.


"이 근처에 묘지가 있어서 병사들 사이에서 헛소문이 도는 것 같네."


여기저기 막대기가 꽂혀있고 그 위에 철모가 걸려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스럽기 그지없었다. 한스는 괜히 탄약고 쪽으로 다시 온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그..그냥 돌아갈까?'


이번에는 못 보던 병사들이 탄약고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다. 병사들은 한스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여..여단장님이!!'


'강철 사냥꾼!!'


'요나스 크라우제 중대장도 같이 왔어!'


한스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타..탄약고에서 유..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다! 하..하지만 이는 허..헛소문이고 미군이 후방 교란 부대를 보내면 탄약고 쪽을 가..가장 먼저 노릴거다!! 그..그러니 경계를 화...확실히 한다!!"


병사들이 속으로 생각했다.


'떨고 있는데?'


한스는 어제 보았던 가로등 쪽으로 걸어가며 외쳤다.


"포탄 폭발로 인해서 그을음이 생긴 것을 보고 유령으로 착각하는 병사들이 많다! 하지만 보다시피 그런 것은 벽에 묻은 그을음이..."


하지만 가로등 근처 벽에는 손전등을 비추어봐도 그을음 따위 보이지 않았다. 한스는 머리가 쭈뼛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요나스도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한스가 벌벌 떨며 외쳤다.


"아..아무튼 병사들 사이에서 흉흉한 소문이 도니, 나와 중대장은 이 건물 안에 들어가서 창문으로 자네들을 감시하고 있겠네!! 유..유령 따위는 없다! 모든 것은 헛소문이다!"


요나스가 깜짝 놀라서 한스를 바라보았다.


'이게 뭔 소리야!!'


한스가 외쳤다.


"독일 군인들은 용감하다! 그깟 헛소문 따위에 군기가 해이해져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스와 요나스는 가로등 근처에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요나스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린 상태였다. 한스도 벌벌 떨며 외쳤다.


"벼..병사들 사이에서 헛소문이 돌아서 나도 헛것을 본걸세! 유령 따위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 쫄 필요 없을 걸세!!"


"그...근데 왜 날 데려오는데!"


요나스는 벌벌 떨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흐아악!!"


이등병들이 한스와 요나스를 위해 음식과 먹을 것을 가져다 준 것 이었다. 식은 땀을 흘리는 한스와 요나스에게 이등병들이 경례를 하고는 다시 나갔다. 그렇게 한스는 요나스와 함께 어두컴컴한 건물 안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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