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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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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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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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개선식

DUMMY

개선식을 위해서 독일군이 쓰던 전차들은 분해되어 베를린궁 근처까지 운반되어 재조립되고 있었다. 파이퍼 부대가 쓰던 전차들은 호랑이 마크가 그려져 있었고, 다른 곳에서 활약하던 몇 안 되는 독일의 전차 부대는 해골 마크 혹은 철십자 마크가 앞에 그려져 있었다. 이 광경을 보며 에밋이 말했다.


"역시 우리 부대 마크가 제일 멋있는 것 같아!"


해골 모양이 그려져 있는 1기갑 부대의 활약도 꽤나 유명했다. 1기갑 부대 소속의 한 조종수가 에밋, 거너, 헤이든에게 악수를 청했다. 잠시 뒤 그들은 개선식을 준비하면서 말을 놓게 되었고, 프리츠라는 이름의 그 조종수가 말했다.


"자네들이 부럽네! 강철 사냥꾼 밑에서 싸우다니!"


거너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나는 준장님과 함께 티거에도 탑승했었네!"


프리츠가 주머니에서 전차전 교본을 꺼냈다. 한스가 쓴 이 교본은 모든 전선에 있는 독일 전차 부대에게 배포되었고, 프리츠를 포함한 1기갑 부대원들은 이 교본의 종이가 닳고 닳도록 달달 암기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교본은 적군에게 유출되면 안 되는 중요한 정보였다. 프리츠의 교본에는 여기저기 줄이 쳐진 흔적도 있었다.


헤이든이 말했다.


"우리는 준장님과 함께 직접 워 게임도 하면서 전술 토의도 했네!"


프리츠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부럽다 부러워!"


'나도 파이퍼 전차 부대에 있었다면 1급 철십자 훈장도 받을 수 있었을텐데!'


드디어 개선식이 시작되었다. 한스와 전차병들은 다른 의미로 긴장되기 시작했다. 한스가 빌에게 식은 땀을 흘리며 물었다.


"전차들 상태는 괜찮은가?"


빌은 한스의 눈을 피하며 얼버무렸다.


"선회할 때 조심하는 것이 좋을걸세!"


한스는 엄청나게 모인 군중들을 바라보았다.


'설마 중간에 멈추진 않겠지?'


붉은 남작, 리히트호펜 또한 개선식 전에 한스의 티거 안에 들어와보았다.


"난 한번쯤 전차를 타보고 싶었네!"


잠시 뒤, 빌헬름 2세와 함께 성대하고 화려한 개선식이 시작되었다. 티거의 해치는 모두 활짝 열린 상태로, 한스는 상부 해치 위로 상체를 내밀고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어야 했다. LK II 전차, A7V, 마크 전차, 슈네데르, 생샤몽, 그로스캄프바겐 등 총 10대의 전차가 이번 개선식에 참여했다. 붉은 남작 또한 이번 개선식에 참여했다.


한스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각 전차들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했다.


'제발 개선식 끝날 때까지만 버텨라!! 제발!!'


군중들은 전차를 보겠다고 서로 밀치고 난리도 아니었다.


"티거다!! 티거야!!"


"LK II가 최고야!!"


전차들은 엄청난 매연과 소음을 내뿜고 있었다. 해치를 열고 활짝 웃고 있는 전차병들은 아까 전에 멋드러진 양복을 입었지만 이미 기름과 연기로 얼굴과 옷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 가뜩이나 여름인지라 해치를 활짝 열어놨음에도 불구하고 맨 앞에 있는 관중들은 매연을 그대로 마셔야했다.


"켁..켁켁..."


"재네 힘들겠다!!"


한 꼬맹이가 외쳤다.


"전차들이 방구 낀다!!"


츠츠츠 츠츠츠


끼긱 끼기기긱


"소리 존나 시끄럽네!!"


빌헬름 2세는 맨 앞에서 가고 있었기에 전차 연기를 마시지 않아도 되었지만, 전차 부대 뒤에서 따라가는 병사들은 연기를 그대로 마셔야했다.


"켁켁..켁..."


리히트호펜 또한 티거 바로 앞에서 말을 타고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어야 했기에 먼지를 다 먹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히트호펜은 위풍당당하게 웃고 있었다. 한스가 리히트호펜을 보며 생각했다.


'저 녀석은 맨날 저렇게 웃고 있냐!!'


한스는 군중을 바라보았다.


'엄마는 왜 안 보이지?'


한스는 엠마에게 개선식 일정에 대해 전보로 보내두었고 호텔까지 잡아두려던 터라 막상 오지 않으니까 약간 서운했다. 어느덧 개선식 퍼레이드는 점점 끝나가고 있었다. 한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다행이다..하나도 안 퍼졌다...'


독일 국민들은 A7V를 보며 외쳤다.


"역시 독일 전차가 최고야!!"


"독일의 과학 기술은 세계 최고일세!"


"A7V나 그로스캄프바겐에 비하면 다른 전차들은 아무 것도 아닐세!"


그리고 A7V에 타고 있는 전차병들은 지옥을 맛보고 있었다.


"시발!! 왜 하필 여기 타는 거야! 난 마크 VIII타고 싶었는데!!"


"이거 다 기동불가 된거 아니었어?"


"개선식 한다고 어거지로 엔진 수리한거래!!"


"못 참겠다!! 궁둥이 탈 것 같아!!"


그 때, A7V의 조종수가 외쳤다.


"기동 불가!"


츠츠츠 츠츠츠


천천히 앞으로 가던 A7V가 갑자기 기동을 멈추었다.


"잠시 정지!!"


군중들이 의아한 눈으로 A7V를 바라보았다.


"뭐지? 잠깐 멈췄는데?"


"뭔가 하나봐!!"


한스 또한 뒤를 바라보고는 A7V가 멈춘 것을 알아챘다.


'안돼!!'


정비병들이 달려왔다.


"그..금방 고칠 수 있을거야!!"


그 떄 A7V에 타고 있던 전차병들이 연기와 기름을 뒤집어쓴 채로 뛰쳐나왔다.


"못 참겠다!!"


"타 죽겠어!!!"


군중들이 외쳤다.


"뭐야!! 고장난 거냐??"


고약한 군중들은 막상 이런 사고가 터지자 욕하면서도 즐기고 재밌어하기 시작했다.


"우우!!! 우우우!!"


꼬맹이들도 막 기웃거리면서 A7V를 보기 시작했다.


"고장났대요!!"


일단 뒤에서 따라오던 행렬은 A7V를 우회해서 앞으로 전진했고, 퍼레이드는 완전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었다.


"왜 우리 독일 전차만 멈춘거야!!"


"이 퍼레이드 보려고 열차까지 타고 왔단 말야!!"


군중들은 더워서 탈출한 전차병들에게 외쳤다.


"들어가서 제대로 조종이나 해!!"


이 순간 에밋, 거너, 헤이든이 쑥덕거렸다.


"티거는 안 퍼져서 다행이다!!"


그리고 베를린 궁에서도 축제는 계속되었다. 한스는 술잔을 든 상태로 어색하게 있다가, 이등병 시절 자신의 상관이었던 롬멜 대위를 발견했다. 롬멜이 한스에게 다가와서 경례를 했고, 한스 또한 경례를 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인간도 맨날 나만 굴려먹었지..'


그래도 이등병 시절 상관을 보니 한스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한스와 롬멜이 대화하는 것을 보고, 베르너의 아버지가 다른 융커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혈통도 좋지 못한 녀석들이 설치는군..."


"저런 녀석한테 작위를 주다니!"


켈러의 아버지 또한 술잔을 기울이며 한스와 롬멜을 욕했다.


"이제 전쟁도 끝났으니 저런 녀석들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지!"


이렇게 뒷담을 까이는 것도 모르고, 한스가 롬멜에게 이야기했다.


"이제 전쟁도 끝났고 저도 군에 남을지 모르니 예전처럼 한스라고 불러주십시오."


롬멜이 말했다.


"군에 남는 것이 어떤가?"


롬멜의 말에 한스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그것이..."


롬멜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 아버지는 아인예리히 프라이빌리히 자격으로 복무했었네. 그래서 복장, 장비는 모두 자비로 구입해야했지. 부서도 자네가 원하는 곳으로 해주고 학비도 지원해준다면 제법 괜찮은 조건 아닌가?"


롬멜의 어머니는 귀족 출신이었으나 아버지가 중산층이었기 때문에 임관, 진급 등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았던 것 이다. 롬멜의 조언이 현실적이라는 것은 한스도 알고 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군은 지긋지긋한데..'


롬멜이 말을 이었다.


"전쟁은 끝났지만 요즘 국내 상황이 심상치 않네. 혁명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일세."


"혁명이라는 것은..."


대충 롬멜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 있었다. 한스는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전쟁도 끝났는데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자들입니다."


롬멜이 말했다.


"인간이란 것이 원래 그렇지. 전쟁이 없을 때는 공격성을 내부에 표출하는 법일세."


그 때 만슈타인 대위가 한스의 눈에 띄었다. 만슈타인 대위는 다른 장교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예전에 만슈타인과 함께 전술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고 한스는 그가 천재라는 것을 단번에 간파할 수 있었다.


'저 자도 군에 남으려나?'


그리고 저 멀리서 구데리안 대위 또한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었다. 그는 일찍이부터 전차의 무전기의 필요성을 인지했었다. 한스는 뭔가 껄쩍지근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좋은 날인데 일단 즐기자.'


저녁 식사가 끝나고 한스는 베를린 궁 밖으로 나와서 근처에 있는 호텔로 걸어갔다. 아까 전에 퍼져버린 A7V 전차는 주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줄로 빙 둘러져 있었다. 한스는 다가가서 A7V를 바라보았다.


'뭐 그래도 독일의 첫번째 전차니까...'


한스는 이거보다 더 좋은 전차를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옆에서 밉살맞은 꼬맹이 녀석이 줄 밑으로 넘어와서 A7V를 만지다가 툭툭 쳐보았다.


"멍청이 전차.."


한스가 외쳤다.


"이봐!! 나와!! 그거 만지면 안된다고!"


그 꼬맹이는 한스가 자신을 부르는데도 혀를 내밀고는 A7V를 계속 툭툭 쳐보았다.


"이거 왜 앞으로 안가요?"


한스는 줄 밑으로 들어가서 꼬맹이를 꺼냈다.


"들어가지 말라고! 너희 부모님 어디있냐?"


하지만 꼬맹이는 한스를 무시하고 다시 줄 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한스는 결국 꼬맹이를 꺼낸 다음 한 대 살짝 쥐어박았다.


콩!


그 꼬맹이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은 다음 울기 시작했다.


"으앙! 으아앙!!"


그 꼬맹이는 어떤 상점에서 나오는 엄마에게로 달려갔다.


"엄마!! 으앙!"


한스는 속이 뜨끔하기 시작했다.


'도..도망갈까?'


그런데 꼬마의 엄마는 정신이 없었던 터라 꼬마를 혼내기 시작했다.


"어디 갔었니! 엄마 잘 따라오라고 했지!"


그리고 그 꼬마는 엄마한테 궁둥짝을 맞았다.


"흐앙!! 흐아앙!!!"


한스는 죄책감과 함께 전차를 툭툭 치던 꼬맹이를 골탕먹였다는 짜릿한 쾌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러게 누가 함부로 전차 건들이래!'


그 꼬맹이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한스를 보며 계속 울었다.


"으앙!! 으아앙!!!"


거너, 에밋, 헤이든이 보였다.


"여단장님!"


한스가 외쳤다.


"술집으로 가게! 내가 쏘지!"


'뭔가 잊어버린 것 같은데...에라 모르겠다!'


한스는 부하들과 함께 술집에서 거나하게 술을 마셨다.


"이렇게 하니까 진짜 전쟁 끝난 기분이 납니다!"


"이제 저도 민간인입니다!"


이 순간, 에밀라는 집에서 출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스...한스..."


"개선식이 끝나면 바로 올거야! 조금만 기다리렴!"


에밀라의 어머니와 뮐러씨, 그리고 엠마는 에밀라를 보살피며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엠마는 계속해서 시계를 보았다.


'지금쯤이면 올 시간이 되었는데...'


잠시 뒤


"으애앵!!!! 으애앵!!!"


의사가 외쳤다.


"아들입니다!! 순산입니다!!"


"오 맙소사!!"


"쌍둥이입니다!!"


"조금만 더!!"


"으애앵!! 으애앵!!!"


아기는 이 비극적인 세상에 태어난 것을 비통해하듯 우렁차게 울부 짖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생명이 태어났다.


"으앵!! 으애앵!!"


"둘 다 아들입니다."


에밀라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자신의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내 아이들...아..."


이 순간 한스는 부하들과 함께 술을 퍼마시고는 호텔로 혼자 걸어갔다. 그 때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요제프 파이퍼, 한스의 아버지였다. 한스가 중얼거렸다.


"아버지?"


오랜만에 본 요제프는 한스의 기억보다 왜소하고 나이들어 보였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딴 비리비리한 인간한테 내가 얻어맞았다니...'


요제프가 한스에게 말했다.


"아들아. 네가 자랑스럽구나."


한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겨진 표정으로 요제프를 바라보았다.


'이래서 집에 돌아가기 싫었지..'


요제프가 한스를 보며 말을 이었다.


"다만 네가 좀 더 용감했다면 프랑스 남부까지 점령할 수 있었을..."


퍼억!


한스는 요제프 얼굴에 주먹을 날린 다음 호텔로 걸어갔다.


'시발 재수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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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 한스 파이퍼의 회고록 +21 21.09.02 550 13 11쪽
402 한스의 비행기 조종 +5 21.09.01 442 11 11쪽
401 외전) 2차대전 에피소드 발터와 소련 여군 니나 2 +8 21.08.31 419 10 12쪽
400 외전) 2차대전 에피소드 발터와 소련 여군 니나 +16 21.08.31 423 9 13쪽
399 블루트 부어스트 +9 21.08.30 479 12 13쪽
398 붉은 로자 +19 21.08.29 496 14 13쪽
397 외전)2차대전 한국인 캐릭터 한병태 +33 21.08.28 478 10 13쪽
396 바움쿠헨 +9 21.08.28 488 17 11쪽
395 흩날리는 신문지들 +14 21.08.27 483 14 12쪽
394 이보네 +7 21.08.26 491 15 12쪽
393 스파르타쿠스단 봉기 +7 21.08.25 534 16 12쪽
392 무선 통신 안테나 테스트 +15 21.08.24 544 13 12쪽
391 흉흉한 분위기 +9 21.08.23 541 15 12쪽
390 가족과 재회한 한스 +25 21.08.23 627 19 12쪽
» 위풍당당 개선식 +17 21.08.22 618 16 12쪽
388 개선식 +20 21.08.21 614 19 12쪽
387 마지막 포성 +17 21.08.20 566 16 13쪽
386 고해 성사 +5 21.08.19 475 12 12쪽
385 언제나 구르는 한스 +7 21.08.18 495 12 12쪽
384 탄약고 유령 +5 21.08.17 468 11 11쪽
383 휴전 협정 체결 +5 21.08.16 546 16 12쪽
382 헤드 카운트 +9 21.08.15 479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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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살금살금 +7 21.08.10 433 9 12쪽
375 외전)전간기 에피소드 +17 21.08.10 421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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