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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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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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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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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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의 비행기 조종

DUMMY

사람들은 베를린 동물원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고상하게 옷을 차려입은 부인들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는 이 동물원의 호랑이 우리를 밖에서 엿보고 있었다.


호랑이 우리 내부에는 여전히 로자 룩셈부르크, 칼 리프크네히트, 레오 요기헤스의 핏자국이 여기저기 널려있었고, 사람들은 이를 보고 웅성거렸다.


"저...저 핏자국 좀 봐!"


"저런 멍청이들 같으니라고! 도망갈거면 사슴 우리나 원숭이 우리로 갈 것 이지, 호랑이 우리로 들어가냐!!"


"난 아무래도 수상해. 도대체 누가 호랑이 우리로 들어가겠냐고! 이 동물원은 길도 복잡한데 나라면 도망갔을걸세!"


공산주의자들은 로자 룩셈부르크의 죽음이 자유군단의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음모론으로 치부받았다. 어쨋거나 이번 사건은 베를린 사람들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그 때, 동물원 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호랑이가 똥을 누기 시작했다.


"엄마! 호랑이 똥싼다!"


한 아이가 꿍얼거렸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저 똥이 된 거야?"


똥에서는 김이 모락모락나왔고, 고상하게 차려입은 부인은 아이를 꾸중했다.


"그런 말 하지 말랬지!"


아이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어? 뭔가 반짝거리는데?'


호랑이 똥에는 로자 룩셈베르크의 머리에 박혔던 총알이 끝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아이는 이를 유심히 바라보았지만 이내 사람들은 흥미를 잃고는 다들 제 갈길을 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스파르타쿠스 폭동은 완전히 진압되었고, 전쟁은 터지지 않았다. 에밋과 거너는 군사 분계선 근처에서 꿀을 빨고 있었다.


"영원히 이렇게 꿀 빨고 싶다!!"


한스도 다시 학업에 열중하였고,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에밀라와 베를린 필 공연을 보러 갔다. 오늘 연주될 곡은 인류가 창작한 가장 위대한 음악, 베토벤 9번 교향곡이었다. 4악장이 시작되었고, 엄청나게 많은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만물의 존재는 자연의 품에 안겨 환희를 마시고, 선인도, 악인도 자연에게 선물받은 장미의 오솔길 사이로 산책한다, 저 태양이 무수한 별 위를 움직이고, 광활한 하늘에서 궤도를 즐겁게 날아가듯, 형제여 길을 달리자, 영웅이 승리의 길을 달리듯!"


9번 교향곡은 점점 절정으로 달하기 시작했고, 독일인이라면 애새끼들도 아는 그 유명한 멜로디가 여러 가지 변주에 따라 변형되며 반복되었다. 한스도 머리 속으로 이 멜로디를 따라불렀다.


'빠빠바밤 빠바바밤 빠바바바 빠ㅡ바밤ㅡㅡ'


머리 속에서는 참호 속에서 경험해던 포격이 떠올랐다. 한 번 포격이 떨어질 때마다 거대한 흙더미와 기껏 참호 벽에 발라둔 병사들의 시신과 팔다리가 폭죽이 터지고 잔치를 하듯 하늘로 붕 떠올랐다.


전차 부대가 진격하면서 박자를 맞추듯이 여기저기서 동시에 포격을 했고 중간 중간 끊어서 쏘는 기관총이 반주를 해주었다.


대구경 포탄이 폭발하는 소리는 거대한 타악기와도 같았고 유산탄이 쉿쉿거리는 소리 또한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왠지 이 9번 교향곡은 전쟁 도중에 들었다면 잘 어울렸을 것 같았다.


"환희여! 아름다운 신의 광채여!!! 신의 광채여!!!"


공연이 끝나고 에밀라는 한스의 팔짱을 끼고는 공연장 밖으로 나왔다. 에밀라가 말했다.


"너무 좋았어! 독일인은 음악에 정말 뛰어난 것 같아!"


한스가 중얼거렸다.


"전쟁도 잘하지."


에밀라가 말을 이었다.


"다음엔 연극 파우스트 보러 가자!"


또 다시 로자 룩셈부르크가 읽던 책 제목이 떠올랐고 한스가 말했다.


"다른거 보는건 어때?"


이제 베를린 시내는 스파르타쿠스단의 폭동으로 망가진 건물들도 재건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내 인생은 완벽해질거야!'


에밀라가 외쳤다.


"눈이야!"


베를린 시내에는 소복히 첫눈이 내리고 있었던 것 이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 겨울은 집에서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군...'


한스는 우산을 펼쳤고, 둘은 그렇게 같이 집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프랑스 여인 조제트는 아이를 출산하고 있었다. 산파가 외쳤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응애!!! 응애!!!!!"


조제트는 땀에 완전히 젖어서 기진맥진한 상태로 자신의 아이를 보았다. 산파는 아이를 씻겨주고는 조제트에게 안겨주었다.


"건강한 아들입니다!"


조제트는 자신의 아이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내 아이..."


조제트는 자신의 아이를 안고는 계속해서 흐느꼈다. 조제트는 아픈 동생과 함께 아주 작고 낡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전쟁으로 인해서 조제트는 가난한 상태였고 힘들게 아이를 키워야 했다. 전쟁이 군사 분계선 쪽에 살던 프랑스인들에게 미친 타격은 너무 컸던 것 이다.


"흑흑...으흑...하나뿐인 내 아이야...절대 이런 비극을 알지도 못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렴."


"이름은 뭘로 할 건가요?"


"스테판..스테판이 좋겠어요."


조제트는 행복한 눈으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품에 안긴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추울까봐 조제트는 스테판에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이 순간 오토와 카를은 부잣집에서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비싼 침대 안에서 편하게 자고 있었다.


1차대전으로 부모를 잃은 프랑스 꼬맹이 세르주와 마르셀은 한 장교의 도움으로 독일 군사학교에 들어가서 눈을 빛내며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한국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있었다.


"응애!!! 응애!!"


"애 이름은 뭘로 할까요?"


"병태! 네 놈은 이제 한병태다!!"


한병태의 아버지는 자랑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구!! 귀여운 내 새끼!!"


이렇게 독일, 그리고 아시아에서도 인류는 다가올 두 번째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수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한스는 리히트호펜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스는 상류층 식사 예절을 잘 몰랐기 때문에 이런 레스토랑은 조금 부담스러웠다. 리히트호펜이 식사 메뉴판을 보고는 메뉴를 골랐다. 한스는 메뉴판을 보았지만 도저히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웨이터가 물었다.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한스는 대충 아무거나 가리켰다.


"이 스테이크로 주십시오!"


리히트호펜은 그야말로 이런 자리에 완전히 익숙해져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좋은 녀석이지만 솔직히 재수없군...'


한스도 백작 작위를 얻기는 했지만 이런 것에는 전혀 익숙하지 않았던 것 이다. 리히트호펜이 물었다.


"자네 최근에 집 샀다며?"


"군대에서 모은 돈으로 한 채 샀네!"


그래도 자신이 모은 돈으로 집을 산 것이 제법 자랑스러웠다. 리히트호펜이 외쳤다.


"베르너 그 자식은 아버지가 성을 한 채 갖고 있어서 그 놈이 물려받을거라는군!"


한스는 베르너만 생각하면 속에서 욕이 나왔다.


'그 망할 놈...'


잠시 뒤, 웨이터가 음식을 갖고 왔다. 한스는 자신의 접시를 보고 경악했다.


'이...이건 뭐야!!'


접시에 있는 스테이크는 그야말로 날로 만든 고기나 다름없었다.


'참호 속에서도 이런 것은 먹지 않았는데!!'


한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융커들은 아주 맛있게 그 스테이크를 먹고 있었다. 리히트호펜이 말했다.


"타타르 스테이크로군!"


한스는 억지로 웃으며 스테이크를 칼질하는 척 했다.


"아!! 하하하! 이런거였군!"


'차라리 순무빵에 마커너키 통조림 먹는게 낫겠군!'


그리고 한스는 리히트호펜이 자리를 뜬 틈에 몰래 그 스테이크를 소금통, 후추통에 나누어 넣어버렸다.


'다시 전쟁해도 이딴건 못 먹어!!'


리히트호펜이 들어온 다음에 가방 속에서 자신이 격추시켰던 적 전투기의 잔해를 하나 한스에게 선물로 주었다.


"고..고맙네!"


한스는 그 전투기 잔해를 살펴보았다. 리히트호펜은 집에 이런 기념물로 아예 방을 하나 꾸며놓았다. 리히트호펜이 말했다.


"나는 적기 한 대를 격추시키면 15분간 사냥본능이 충족되지. 아마 자네도 이해할걸세!"


그리고 리히트호펜은 떫은 표정의 한스에게 물었다.


"군에서는 도대체 왜 나온 건가?"


한스가 말했다.


"이제 전쟁은 끝일세. 난 충분히 했어."


리히트호펜이 웃으며 말했다.


"아닐세! 한스 파이퍼, 자네는 분명 전쟁으로 돌아올걸세!"


"왜 그렇게 생각하나?"


"사냥을 한 번 맛보면 절대 끊을 수 없거든!"


그 때 디저트가 나왔다.


"디저트입니다!"


그렇게 한스와 리히트호펜 앞에는 생굴이 담긴 접시가 놓여졌다. 리히트호펜은 굴을 호로록 마시고는 한스에게도 권했다.


"자네도 들어보게!"


한스는 억지 웃음을 지었다.


'나인!!!!!!!'


그 날 이후 한스는 리히트호펜으로부터 비행기 조종법을 배웠고, 드디어 첫 비행기 조종을 해봐야 하는 그 날이 되었다. 한스는 두려움 반, 호기심 반에 손에 식은 땀을 흘렸다. 리히트호펜은 직접 한스의 비행기를 체크해주었다.


"날개 지지대도 모두 멀쩡하고! 이보게 한스! 에일러론 움직여보게!"


한스는 에일러론을 움직여보았다. 리히트호펜은 에일러론이 잘 움직이는 것을 체크하고, 앞 뒷면도 모두 체크해주었다.


"엘레베이터 움직여보게!"


"잘 되나?"


"러더!"


한스는 러더를 움직여보았다.


'지..진짜 내가 비행기 조종을 하는구나!!'


한스는 손이 덜덜 떨리고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까 전에 똥오줌은 싸고 와서 똥오줌을 지리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후회되기 시작했다.


한스는 자신의 안전벨트를 믿음직스럽지 못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이거 안전한건가?'


"오..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조종은 다음에..."


리히트호펜이 그 특유의 자신만만한 얼굴로 외쳤다.


"다음은 없네!"


한스가 속으로 절규했다.


'나인!!!!'


정비사가 프로펠러를 돌리고 뒤로 잽싸게 물러서자, 프로펠러는 거세게 돌아갔다.


트드득 트득 트드드득


프로펠러가 회전하기 시작하자 그 진동은 기체에도 전달되었다. 리히트호펜은 식은 땀을 흘리고 있는 한스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씨익 웃었다.


"쓰로틀 밀게!! 그리고 연료 체크 잊지 말게!!"


한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엄마!!!!'


한스는 결국 쓰로틀을 부드럽게 앞으로 밀었다. 이제 비행기는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프로펠러가 엄청나게 세게 돌아갔고 이 소리는 꽤나 시끄러웠다.


드드 드드드드드드드드드


비행기 바퀴는 땅 위를 빠르게 굴러가더니 이윽고 조금씩 뜨기 시작했다.


'뜨..뜨고 있다!! 으아악!!!'


순식간에 비행기는 고도를 높혔고, 한스는 산과 푸른 하늘이 맞닿은 경계, 그리고 초록색 들판을 볼 수 있었다. 한스는 온 몸을 조종석에 붙이며 욕설을 퍼부었다.


"리히트호펜 저 시발새끼!!!!!!!!!!"


한스의 옷깃과 스카프가 휘날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무서운데 프로펠러 소리는 계속 신경을 긁어놓았다.


트트트트 트트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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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 외전)2차대전 한국인 캐릭터 한병태 2 +18 21.09.03 432 5 11쪽
403 한스 파이퍼의 회고록 +21 21.09.02 550 13 11쪽
» 한스의 비행기 조종 +5 21.09.01 442 11 11쪽
401 외전) 2차대전 에피소드 발터와 소련 여군 니나 2 +8 21.08.31 419 10 12쪽
400 외전) 2차대전 에피소드 발터와 소련 여군 니나 +16 21.08.31 423 9 13쪽
399 블루트 부어스트 +9 21.08.30 478 12 13쪽
398 붉은 로자 +19 21.08.29 495 14 13쪽
397 외전)2차대전 한국인 캐릭터 한병태 +33 21.08.28 477 10 13쪽
396 바움쿠헨 +9 21.08.28 488 17 11쪽
395 흩날리는 신문지들 +14 21.08.27 482 14 12쪽
394 이보네 +7 21.08.26 490 15 12쪽
393 스파르타쿠스단 봉기 +7 21.08.25 534 16 12쪽
392 무선 통신 안테나 테스트 +15 21.08.24 543 13 12쪽
391 흉흉한 분위기 +9 21.08.23 540 15 12쪽
390 가족과 재회한 한스 +25 21.08.23 626 19 12쪽
389 위풍당당 개선식 +17 21.08.22 617 16 12쪽
388 개선식 +20 21.08.21 613 19 12쪽
387 마지막 포성 +17 21.08.20 565 16 13쪽
386 고해 성사 +5 21.08.19 475 12 12쪽
385 언제나 구르는 한스 +7 21.08.18 494 12 12쪽
384 탄약고 유령 +5 21.08.17 468 11 11쪽
383 휴전 협정 체결 +5 21.08.16 545 16 12쪽
382 헤드 카운트 +9 21.08.15 478 16 12쪽
381 여러 가지 이야기 +7 21.08.14 445 13 11쪽
380 새로운 정보 +6 21.08.13 437 13 11쪽
379 0시를 향하여 +9 21.08.12 469 10 12쪽
378 (외전 해피 루트)소련 여군과 오토 파이퍼 +8 21.08.11 502 7 11쪽
377 폭탄 제거 +3 21.08.11 408 12 11쪽
376 살금살금 +7 21.08.10 433 9 12쪽
375 외전)전간기 에피소드 +17 21.08.10 420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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