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는 신문지들
신문사를 점거한 공산주의자들은 하얀 신문지 뭉치들과 모래주머니들을 창문 밑에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건물 내부에도 바리케이트를 완성한 상태였다.
그 때 밖에서 한스가 확성기를 통해서 회유를 시작했다.
"엿이나 까잡수라고 하지!!"
3층에 기관총 사수는 허공을 향해 기관총을 긁었다.
드륵 드르륵
누군가 외쳤다.
"탄약을 아껴!!"
뵈켈만은 눈치를 보다가 외쳤다.
"난 뒤쪽 살피고 올게!!"
그렇게 말하고 뵈켈만은 클롭만을 슬쩍 끌어당겼다. 클롭만이 물었다.
"무슨 일인가?"
뵈켈만은 구석으로 클롭만을 데려간 다음 조용히 하라고 했다.
"하..항복하자."
"뭐라고?"
"쉬이..."
뵈켈만이 주위 눈치를 살핀 다음 말했다.
"장갑차에 전차까지 왔다고!"
뵈켈만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소총을 보며 중얼거렸다.
"난 죽기 싫네."
이 때, 저격수 맥스는 신문사에서 나오는 길목을 조준한채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후..하..."
조준경이 골목에서 골목으로, 창문에서 창문으로, 옥상으로 움직였다. 그 때, 맥스는 다시 신문사 쪽으로 저격총을 조준했다. 조준경 안에는 두 명의 공산주의자가 양 팔을 들고는 나온 모습이 포착되었다. 바닥에서 신문지가 뒹굴고 있었고 이는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었다. 맥스는 양 손을 올리고 있는 공산주의자에 쇄골 아래 가슴팍을 정조준하고 잠시 호흡을 멈췄다.
이제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맥스는 잠시 상황을 좀 더 관찰했다.
"후...하.."
그 공산주의자들은 보병들에게 몸수색을 당하기 시작했고 맥스는 다시 신문사쪽으로 조준경을 움직였다.
한편, 한스는 보병에게 보고를 받았다.
"두 명이 항복했습니다!"
뵈켈만과 클롭만은 동료들 모르게 무기를 버리고 탈출했던 것 이다. 클롭만은 양 손을 올리고는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난 좆됐어!! 난 좆됐어!!'
하지만 뵈켈만은 태연하게 서 있었다. 한스가 이 둘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저 꺽다리 친구만 데리고 오게."
그렇게 뵈켈만은 한스가 타고 있는 장갑차에 들어와서 잠시 동안 나오지 않았다. 클롭만이 속으로 생각했다.
'저 망할 놈!! 설마 다 불어버리는 것은 아니겠지!!'
잠시 뒤 뵈켈만이 한스의 장갑차 밖으로 나왔다. 그 때 한 병사가 한스에게 보고했다.
"자유군단의 전차도 한 대 도착했습니다!"
헤이든이 조종하는 A7V에는 해골 무늬가 그려져 있고, 일반적인 A7V와는 달리 위에 포탑까지 달려 있었다. 한스가 이 전차를 보고는 생각했다.
'잘도 개조했군...'
한스가 외쳤다.
"6시 방향, 0시 방향에 바리케이트 쪽에 기관총 설치되어 있다. A7V와 피아트 2000이 양쪽에서 각기 0시, 6시 쪽에서 바리케이트 뭉개버린다!!"
자유군단 전차의 조종수 헤이든이 한스에게 물었다.
"그...사상자 나올 수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한스가 외쳤다.
"놈들은 무장했다!! 그냥 뭉개버려!! A7V와 피아트 2000 뒤를 다른 장갑차 부대와 LK II가 뒤따른다!"
한스는 잠망경을 통해서 신문사 건물을 유심히 관찰했다. 창문이 워낙 많아서 저격수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때, 한스는 신문사 지붕에 난 작은 구멍에서 불꽃이 번쩍거리는 것을 잠망경으로 확인하고는 보병 소대장에게 외쳤다.
"지붕 쪽 저격수!!"
해골 무늬가 그려진 헤이든의 A7V는 점점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공산주의자들이 쌓아 둔 모래 주머니 속에서 기관총 불꽃이 번쩍거렸다.
탕! 타앙! 탕!
A7V의 장갑은 경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다른 전차와는 달리 총알이 장갑에 날라올 때마다 내부에서 파편이 여기저기 튀겼다.
헤이든이 외쳤다.
"저기 포 갈겨버려!!"
헤이든의 목소리는 윙윙거리는 엔진과 궤도 소리에 묻혔다. 하지만 A7V를 개조해서 추가한 포탑의 포수는 이미 포신 조준경 중앙에 ^ 표시를 신문사 바리케이트 쪽으로 조준한 상태였다.
"발사!!"
퍼엉!
고폭탄이 날라가며 신문지와 모래 주머니를 산처럼 쌓아두고 만든 바리케이트가 박살이 났다. 신문지는 너풀거리며 사방으로 흩어졌고, 기관총 사수를 하던 공산주의자가 다리에 포탄 파편이 박힌 채로 비명을 질렀다.
"으악!! 우와왁!! 아아악!!"
신문사 건물 내부에 있던 다른 공산주의자들은 잠망경을 통해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자유군단의 A7V는 이제 조만간 바리케이트를 넘어 밀고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고, 기관총 부사수는 고폭탄을 맞고 쓰러졌고 기관총 사수는 다리를 붙잡은 채로 고함을 치고 있었다.
"도와줘!!!"
3층에 있는 공산주의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어떻게 하지?"
"저 사악한 새끼들!!"
"저 쪽에도 오고 있어!!"
피아트 2000은 A7V보다 느린 속도로 천천히 반대편 바리케이트를 부수러 오고 있었다. 피아트 2000과 A7V의 기관총은 신문사 2층 창문, 1층 창문을 박살내기 시작했다.
드륵 드르륵
공산주의자들은 창문에 수류탄을 투척하지 못하도록 침대 매트리스에서 뜯어낸 철망을 잔뜩 붙여두었고, 전차에서 발사된 총알은 유리창을 박살났다.
와장창!
"시발!!!"
'내가 창문 때라고 했잖아!!'
1,2층에 있던 공산주의자들은 재빨리 창문으로부터 떨어졌다. 신문사 내부에서는 사방에 신문지가 펄럭거렸고 여기저기 유리 파편이 쏟아져 있었다. 한 어린 여자가 벌벌 떨기 시작했다.
"시..싫어!!"
"침착해!! 계속 사격한다!!"
한 공산주의자는 창문 옆으로 옮겨둔 책상 위에 올라가서, 몸을 내밀지 않은 채로 전차를 향해 소총을 쏘았다.
탕!
"총구 내밀지 마!!"
A7V과 피아트 2000은 천천히 기관총 참호를 파두고 그 안에 있던 기관총 사수를 짓밟기 시작했다.
끼기긱 끼기기긱 끼기긱
헤이든이 핏발이 선 눈으로 A7V를 그대로 앞으로 전진시키며 외쳤다.
"전쟁 끝난지 두 달도 안되었다고!!! 망할 공산주의자 새끼들!!! 창자를 모조리 터트려주지!!!"
궤도는 바닥에 핏자국을 남기며 계속해서 전진했다. 공산주의자들 사이에서 대장격이던 킴펜하우스가 잠망경으로 이 광경을 보고 분노했다.
"저 망할 새끼들!!!"
킴펜하우스가 3층 위에서 소총을 들어올리며 외쳤다.
"끝까지 싸우자!!!"
A7V와 피아트 2000이 신문사 바리케이트를 뭉개면서 진입하였고, 그 뒤를 장갑차와 LK II 경전차들이 따랐다. 킴펜하우스가 외쳤다.
"수류탄!! 수류탄 꺼내!! 전차 위로 던져!!"
한 공산주의자가 수류탄을 꺼낸 다음 창문으로 달려가다가, 가슴팍에 총알을 맞고는 쓰러졌다.
퍽!
킴펜하우스가 외쳤다.
"저격이다!! 저격이 있어!! 창문 쪽으로 가지 마!!!"
공산주의자들은 창문 쪽으로 기어간 다음, 창문 위로 수류탄을 던졌다.
쿠과광!! 콰광!!
한스는 유선으로 피아트 2000에 명령을 내렸다.
"신문사 건물 고층으로 포 발사해!!"
퍼엉! 쿠과광!!
킴펜하우스가 있는 신문사 건물 3층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바리케이트로 쌓아 두었던 신문지들이 신문사 건물 3층으로 펄럭거리며 떨어졌다. 피아트 2000의 반구 모양 포탑은 앙각이 75도였기에 건물 고층에 포탄을 발사하기에 유리했다. 킴펜하우스는 포탄 폭발의 충격으로 순간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삐ㅡㅡㅡ
신문지는 나비처럼 건물 안을 날라다니고 있었도 동지들은 창문 밑에 엎드린 채로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모든 것은 천천히 움직였다. 프롤레타리아 여자 동지가 쭈그려 앉은 채로 고막이 나간 채로 입을 크게 벌리고 고함치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순간, 창문으로 수류탄이 날라왔다.
'보병이 진입했어?'
쿠과광!!
방금 전까지 고함치고 있던 프롤레타리아 여자 동지의 팔 한 짝이 날라갔다. 아직 인쇄되지 않은 흰 종이 뭉치에 핏자국이 여기저기 흩뿌려졌다. 크라우제가 받았던 상패도 박살이 난 상태였다. 잠시 뒤, 오스카 바르크만과 몇 자유 군단 병사들이 올라와서는 신나게 소총을 갈겨댔다.
타앙! 탕! 타앙!
한스는 잠망경으로 신문사 건물 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건물은 그야말로 박살이 난 상태였다. 크라우제는 한스의 옆에서 자신의 직장이 엉망이 된 광경을 보며 질질 짜며 카메라를 들어올리고 사진을 촬영했다.
퍼엉!
"흐윽...얼마 전 승진했는데!! 내 상패는 망가지면 안 되는데!!"
한스는 크라우제를 두들겨 패고 싶은 마음을 애써 꾹 참았다.
"사진 촬영하면 불꽃이 번쩍거려서 눈에 띄기 때문에 촬영하지 마십시오!!"
"으흐흑!! 으허엉!!"
그 순간, 신문사 3층 창문에 자유 군단의 해골 깃발이 펄럭거렸다. 한스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3층 진압 완료!"
크라우제가 한스에게 물었다.
"백작님!! 저도 들어가봐야 합니다!!"
한스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아직은 위험합니다!"
크라우제가 징징거렸다.
"하지만 제가 얼마 전에 받은 상패가!!!"
이 순간 오스카 바르크만은 크라우제가 받은 상패로 공산주의자의 대가리를 찍었다.
퍼억!
오스카 바르크만이 중얼거렸다.
"이 새끼들은 군복을 안 입어서 진짜 사람 죽이는 느낌 나고 좋군.."
오스카 바르크만은 한 여성 공산주의자의 얼굴을 양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눈쪽으로 자신의 양쪽 엄지손가락을 갖다댔다.
"꺄아아아악!!!!!!!!!!!!!!!!!!!!"
사방에 신문지와 유리 파편, 포연으로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오스카 바르크만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착검된 소총을 휘둘렀다.
퍼억! 퍽!
브랜틀리는 한 공산주의자의 얼굴에 소총을 갈겼다.
탕!
얼굴 반 쪽이 날라가며 피가 쫘르륵 튀었다.
탕! 타앙! 탕!
오스카 바르크만은 축음기를 틀었다. 헨델의 '울게 하소서' 가 축음기에서 흘러나왔다.
"울게 하소서 내 슬픈 운명을 한숨을 짓네 나의 자유 위해"
여기 저기서 비명 소리와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 들렸다. 오스카 바르크만은 크라우제가 쓰던 고급 목재 의자에 앉아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나의 고통의 끈을 끊어주소서 자비를 내려 다 끊어주소서"
찢어지는 고음과 함께 수 많은 신문 조각들이 건물 밖에서 팔랑거렸다. 한참 뒤, 보병의 진압이 끝나고 크라우제는 사진기를 들고는 사진을 촬영했다.
퍼엉!
"내 직장이!! 으흐흑!! 우웩!!!"
크라우제는 재빨리 3층으로 올라가서 자신의 박살난 상패와 목재 의자를 보며 울부짖었다.
"안돼!!!"
킴펜하우스는 양쪽 다리가 날라간 상태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한스는 뒤늦게 3층으로 올라와서 이 참혹한 광경을 보았다. 이 공산주의자들은 모두 민간인 복장이었고 그것이 한스의 기분을 더럽게 했다.
'시발...'
공산주의자들은 총을 쏠 때 시야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커튼은 모조리 때놓았고, 창가 쪽에 테이블을 갖다두고 모래 주머니를 위에 올려두었다. 심지어 1층, 2층 창문에는 침대 매트리스에서 때낸 철망 같은 것으로 모조리 막아두어서 수류탄이 날라오지 않도록 막아둔 상태였다. 전차, 장갑차, 야포만 아니었다면 철통방어가 가능했을 것이 분명했다.
모래 주머니가 터져서 바닥에는 사방팔방 모래가 뿌려져 있었다. 한 병사가 몇 시체를 보고는 먹은 것을 모조리 게워냈다.
"우웩!! 우웨웩!!!"
Commen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