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와 친구들은 못 말려
그 러시아 여성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집행유예 부대 중대장 헤어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헤어만의 러시아어는 형편없었기에 러시아 여성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숙녀분! 짐을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러시아 꼬맹이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쳤다. 헤어만이 외쳤다.
"이 곳은 군사지역입니다! 보안을 위하여 필요한 절차입니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래도 수상하다!! 왜 짐을 보여주지 않는 것인가!!'
'저 짐 안에 수류탄 들어있는거 아냐?'
헤어만은 이 민간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손전등으로 자신의 얼굴을 비추었다. 러시아 여인과 꼬맹이가 움찔했다. 헤어만이 외쳤다.
"짐을 확인해보겠습니다!"
러시아 꼬맹이가 뒷걸음치더니 달아나기 시작했고, 헤어만이 달려갔다.
"기다려!! 잡아!!"
헤어만의 말에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모조리 꼬맹이를 잡으러갔고, 여인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좀머가 애써 여인을 진정시키려고 시도했지만 러시아어를 몰랐기에 독일어로 외쳤다.
"그냥 확인만 하는 겁니다!! 진정하십시오!!"
참고로 좀머는 집행유예 부대원으로 오랫동안 있었기에 면도도 하지 않고 냄새가 고약했다. 좀머는 여인의 짐을 건드리며 말했다.
"짐을 확인해도 되겠습.."
"싫어!!"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고 좀머는 여인을 따라 달라갔다.
"짐만 확인하는 겁니다!! 짐만 확인하..."
타앙!!
"꺄아아아악!!!"
부대 최고의 명사수이자 티거의 무전수였던 요하네스가 자신도 모르게 달아나는 꼬맹이를 향해 소총을 쏜 것 이었다. 꼬맹이는 등에 총을 맞고는 쓰러졌다. 요하네스가 주저앉았다.
"으....으아아..."
헤어만이 이 광경을 보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시발..."
여인이 달려와서는 이 광경을 보고 머리를 쥐어 뜯었다.
"끄아아....끄아아아아..."
헤어만이 여인에게 외쳤다.
"부..부대로 데려가서 치료를..."
여인이 달려가며 비명을 질렀다.
"살인이야!!! 살인이야!!!"
오토가 외쳤다.
"시발 좀 닥쳐!!!"
탕! 탕! 탕!
"으아악!!"
오토는 쓰러진 여인을 바라보았다. 뒤를 바라보니 헤어만의 MP40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좀머는 이 광경을 보고는 뒤로 자빠졌다.
"으아아악!!"
요하네스는 이제 뒤졌다는 생각에 질질 짜기 시작했다.
"으허엉...으허어어엉..."
헤어만은 주위를 둘러보고 말했다.
"저기 나무 뒤에 구덩이 파!! 빨리!!"
그렇게 좀머, 요하네스, 마티아스, 알프레트는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헤어만은 오토, 스테판과 함께 식은 땀을 흘리며 여인과 아이가 들고 있던 짐을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옷가지와 감자가 있었다. 에밀이 주절거렸다.
"부...분명 파르티잔에게 식량을 가져다 주려던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망갈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러시아 여인과 꼬맹이는 구덩이에 파묻혔고 헤어만이 오토 일행에게 말했다.
"이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말하면 안된다!! 알겠나!!"
지뢰 설치 임무가 끝난 이후 오토 일행은 천막 안에 들어가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이제 야간에는 날씨가 상당히 추웠다. 고체 연료가 있다면 이즈빗 코펠을 이용해서 불을 피울 수도 있을 것 이었다.
하지만 보급 물자는 상급 부대의 보급 우선 순위의 의거하여 보급이 진행된다. 슐레프 중대는 보급에 있어서 상당히 우선 순위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집행유예 부대는 당연히 보급 우선순위에서 맨 꼴찌였기 때문에 가장 안 좋은 식량을 먹고 식수도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고체 연료 같은 귀한 보급 물자는 받을 수 없었다.
춥게 잠을 자야했기 때문에 몸의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까 전에 좆같은 일이 있었기에 잠이 오지 않았다. 한심한 요하네스가 질질 짜는 소리가 들렸다.
"으흐엉...으허어엉..."
오토는 귀를 막았다. 그리고 다음 날, 헤어만 중대장이 지도를 보며 오토 일행에게 새 임무를 주었다.
"현재 이 위치에서 아군 전차 소대가 포위당했다!! 현재 연료가 없기 때문에 탈출이 불가능한 상태다!! 신속하게 이들에게 연료를 보급한다!!"
그렇게 오토 일행은 연료가 가득 담긴 제리캔이 있는 Sd.Kfz 251을 타고는 빠른 속도로 포위된 아군 전차 소대에 연료를 보급하기 위해 떠났다. 에밀이 외쳤다.
"이거 연료가 너무 적은 것 아닙니까?"
"어차피 포위망만 뚫으면 되니까 상관없네!! 우회전!!"
Sd.Kfz 251은 소련군 포병대 착탄점으로부터 떨어진 저지대로 달려갔다. 그 때, 소련군 대구경 포가 수 km 떨어진 곳에서 불꽃을 뿜었다.
쿠르릉
이 소리가 들리면 잠시 뒤 포탄이 착탄한다. 오토 일행은 모두 Sd.Kfz 251 뒷칸에서 몸을 최대한 움츠렸다.
쉬이잇!!
묵직한 소리는 중포탄이 이 근처로 날아오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해주었다.
쿠과광!!!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 커다란 침엽수가 뿌리째 뽑히며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속도 높여!!!"
상당히 멀리 떨어진 덤불에서 은폐되어 있던 소련군의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드득 드드득 드드득
"엎드려!!"
오토 일행은 모두 뒷칸에서 최대한 몸을 낮추고 엎드렸다.
쉬잇!! 쉿!!
탕!! 타앙!
얇은 Sd.Kfz 장갑이 움푹 패였다. 그나마 장거리에서 사격하는거라 총알은 장갑을 관통하지 못했지만 근거리에서 총을 발사했다면 Sd.Kfz에 장갑은 아주 손쉽게 뚫렸을 것 이다.
"좌측으로 틀어!! 숲으로 들어가!! 빨리!!!"
그렇게 장갑차는 관목림 속으로 들어갔다.
"모두 괜찮냐!!"
다들 자신이 총에 맞았는지 확인했다.
"전 괜찮습니다!!"
오토는 지도를 확인했다.
'거의 다 왔는데...'
오토는 철십자 깃발을 꺼내들었고, 무전수 출신 집행유예 소대원이 무전기를 들고 외쳤다.
"거의 다 왔다!!"
오토는 혹시나 아군에게 오인 사격 받을까봐 철십자 깃발을 펄럭였다. 그리고 고립되어서 관목림에 숨어있던 전차병들이 오토 일행을 반겼다.
"연료다!!!"
"고맙네!!"
그렇게 전차병들은 서둘러 연료를 보급했다. 4대의 전차에 연료를 나누어서 보급했고, 보급된 연료의 양은 오래 기동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차 부대 소대장이 외쳤다.
"탈출하기엔 충분한 연료일세!!"
각 전차에 시동이 걸렸고, 오토 일행이 타고 있는 장갑차도 전차 소대와 같이 탈출하기로 했다. 그렇게 전차 소대와 장갑차는 아까 전에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토의 장갑차는 네 대의 4호 전차 뒤를 따라갔다. 그 때 멀리서 소련군의 대전차포가 불을 뿜었다.
퍼엉! 쉬잇!
"11시 대전차포! 고폭탄 장전!"
4대의 4호 전차들은 모두 포탑을 선회시켰다.
티잉! 쉬잇! 쿠과광!
소련군의 대전차포가 격파되었지만 4호 전차 한대가 기동불가되었고 전차병들이 재빨리 탈출했다. 전차병 한 명은 다리에 관통상을 입은 상태였다. 오토가 응급처치를 했다. 그 전차병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물...물..."
오토가 물을 주며 외쳤다.
"다리가 관통되기는 했지만 목숨은 건질 수 있을걸세!악!"
스테판이 오토의 허리를 쿡 찔렀고 부상병은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렸다. 부상입은 상태에서 쇼크를 받으면 위험했기에 좀머가 외쳤다.
"상처는 크지않으니 걱정하지말게!"
오토는 농담으로 부상병의 긴장을 풀어주기로 결심했다.
"손가락 세 개 겨우 들어갈 정도니 이 정도면 심각하지않네! 악!"
그렇게 3대의 4호 전차와 장갑차가 같이 탈출하는데, 하늘에 소련군의 정찰기가 보였다.
"저...저거!"
오토가 무전으로 외쳤다.
"37 확인점! 적 공중 공격 예상됨! 매서슈미트 지원 바람! 적기 공습 예상! 매서슈미트 지원 바람!"
근처에 관목림이 있다면 그쪽으로 엄폐할 수 있겠지만 인근이 전부 개활지라 그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오토는 계속 본부에 무전을 쳤다.
"적기 공습 예상! 공군 지원 바람!"
좀머가 뒤를 돌아보고 울부짖었다.
"으아악!"
소련군의 전폭기 한대가 저공비행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오토가 무전병 출신 집행유예 부대원에게 외쳤다.
"무전기 탈거하고 하차해!"
모든 전차가 정지했고 전차병들과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전부 차량에서 뛰쳐나갔다. 오토는 부상병을 데리고 뒤늦게 Sd.Kfz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이미 소련군의 항공기가 초저공비행을 하며 날아오고 있었다. 오토는 서둘러 도망치지않은 것을 후회했다.
'으아아아악!'
오토가 고개를 들자 순간적으로 소련군 항공기의 조종사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는 기총을 쏘지도 소형폭탄을 투하하지도 않고 다시 고도를 올리고 빙 주변을 돌았다. 오토는 죽을 힘을 다해서 부상병을 데리고 달아났다. 그리고 소련군의 항공기가 다시 원을 그리며 날아오더니, 4호 전차와 장갑차에 폭탄을 투하했다.
쿠과광! 콰광! 쿠과광!
4호 전차와 장갑차는 엄청난 불길을 뿜기 시작했다. 전차병들과 오토 일행은 도랑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소련군의 항공기는 한바퀴 더 빙 돌더니 돌아갔다.
위이이잉 위이이이잉
무전병은 자신이 챙겨온 무전기로 현 상황을 보고했다. 본부에서는 조만간 차량을 보내준다고 했다. 관목림에서 전차병들과 오토 일행은 트럭이 오기를 기다렸다. 오토는 아까 전에 보았던 소련군 조종사가 도대체 왜 바로 소형폭탄을 투하하지 않았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루프트바페 녀석들은 기사도 정신같은 허무맹랑한 망상을 갖고 있다더니 로스케들도 마찬가지인가?'
오토는 어제 지뢰 매설 이후 발생했던 끔찍한 사고를 떠올렸다. 오토는 전쟁이 원래 참혹하기에 이런 일은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전 소련군 조종사의 행동때문에 오토는 심사가 뒤틀렸다.
'착한척하는 밥맛 떨어지는 새끼들...'
잠시 뒤, 트럭 두 대가 도착했고 모두들 무사히 복귀할 수 있었다. 부상병은 위생병한테 들것으로 실려가면서 오토에게 말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오토가 외쳤다.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네!"
이번 일은 집행유예 부대 중대장 헤어만에게도 보고가 되었다.
"훌륭해! 귀관들에게 상을 내려주겠네!"
그리고 위험한 임무를 무사히 마친 공을 인정 받아서 오토 일행은 버터와 딸기잼을 바른 흑빵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좀머가 투덜거렸다.
"고기 스프라도 주지..."
여전히 오토 일행에게는 4달의 형기가 남아 있었다. 오토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형기 언제 끝나지? 모스크바는 어떻게 되고 있는거야?'
오토는 가능하면 많은 임무를 맡아서 빨리 부대에 복귀하고 싶었다. 오토는 오토바이를 타고 인근 고지에서 정찰을 하고 싶다고 헤어만 중대장에게 요청했고 헤어만은 이를 허락해주었다.
"아주 솔선수범하군! 귀관은 조만간 훈장을 돌려받을 수 있을걸세!"
그리고 오토는 사격에 능한 요하네스를 사이드카에 태웠다. 요하네스는 여전히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요하네스가 사격에 능했기에 오토는 녀석을 데려가기로 했다. 오토가 외쳤다.
"빨리 부대 복귀하고 나중에 휴가도 받아서 집에서 고기스프나 먹자고!"
그렇게 오토는 요하네스와 오토바이를 타고는 고지 위로 올라갔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덥힌 상태였다.
요하네스가 말했다.
"비가 엄청나게 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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