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릴 적에 했었던 동네 야구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평범한 외야 플라이도 툭 하면 놓치고, 배트는 이리저리 휘둘러지고, 송구도 제멋대로. 그러다 보니 한 1, 2회만 가도 점수가 왕창 나 있기 일쑤였다. 동네 야구니까 당연하긴 하지만.
그래도 마냥 재미있던 것이 야구여서, 매일매일을 해가 질 때까지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게임은 점점 팽팽하게 흘러갔다. 아무렴, 하다 보면 당연히 실력은 늘어나는 것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도 있듯 말이다.
그러나 모두 다 똑같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약간 능숙해진 그 시점에서 재능의 차이가 가장 돋보이는 법이다. 낭중지추라고 할까. 재능은 언제까지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도드라진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면...
“스트라이크!”
운동장에서 심판을 맡은 아이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카운트는 3볼, 2스트라이크. 2아웃. 2대 0의 상황에서 1, 2루에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 그리고 타자는 나.
“방성우, 꼭 쳐라!”
“못 치면 진짜 뒤져! 떡볶이가 걸려 있다고!”
으윽, 9번 타자한테 대체 뭘 바라는 거야···. 뒤에서 쏘아지는 중압감에 저절로 내 팔이 부들부들 떨리는 듯했다.
집중하기 위해 우선은 고개를 들어 상대 투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름은 방우성. 나와 거의 비슷한 얼굴. 거울을 보는 듯했다. 아무리 나의 형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
얼굴은 똑같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의 나는 긴장해서 찡그린 얼굴이었고, 형은 여유가 있었다. 참 짜증나는 얼굴이다. 한 대 정도는 갈겨줘야 속이 풀릴 것 같다.
그때, 형이 살짝 움직였다. 투구를 준비하는 모습.
긴장되는 순간...
휘익-
갑자기 어디선가 종이비행기 하나가 운동장으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바람을 타고 춤을 추듯 이리저리 휘날렸다. 그리고 그 종착지를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샌가 내 눈앞까지 와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지만... 몇 초가 지나도 종이의 감촉은 느껴지지 않았다. 조심스레 눈을 떠보자 종이비행기는 또다시 방향을 틀어 형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형은 살며시 종이비행기를 붙잡고는 그것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누가 있나? 형의 시선을 잠시 좇아보았다.
그곳에는 긴 머리를 살랑이며 우리를 바라보는 여자애 하나가 있었다. 아주 익숙한 얼굴이었다. 소꿉친구인 신예지. 그 애의 가족과 우리 가족은 아주 어려서부터 친했기에 아이들인 우리들도 자연스레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혹시 나를 응원하러 온 건가?
“우성 오빠, 파이팅!”
...신예지는 내 형의 소꿉친구이기도 했다. 형은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우씨, 나는!
나는 항의의 표시로 얼굴을 찡그리고 신예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애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는 혀를 쑥 내밀었다.
젠장, 진짜 억지를 부려서라도 쳐야지. 저기 보이는 산까지 날릴 테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형을 쳐다보았다.
형은 신중하게 공을 잡더니 이내 아까와 똑같은 포즈로 투구를 준비했다. 글러브에서 손이 빠져나온 순간, 공은 순식간에 포수에게로 쏘아졌다.
그때, 나는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었다. 날아드는 공의 실밥까지도 보일 정도로 말이다. 어느 시점에서 내 눈 속의 공은 멈춰있었다.
휙-
깡!
손에서 느껴진 짜릿한 충격.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춰서서 저 위로 날아가는 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한동안 체공하던 공은 바람을 타고 주욱 날아가다... 갈색의 산에 떨어졌다. 산은 산인데, 갈색의 산이라고 한다면.
“아웃!”
나는 바람과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너 이새끼 뒤졌어!”
뒤에서 뛰쳐나오는 같은 팀 형들의 손에 진짜로 죽을 수도 있으니.
아무튼, 나는 저 훌륭한 형에 비해서 야구 실력은 형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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