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미국 대통령

앞으로의 미래

물론, 일본 침공 전, 미국이 해야 할 일은 많이 남아있었다.

가령, 수에즈 운하 탈환이 대표적이었다.

“지금까지는 수에즈 운하 탈환은 꿈도 못 꾸는 일이었지.”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는 고무, 아라비아반도에서 수입하는 석유.

이외에도, 전쟁에 필요한 여러 자원을 생각한다면.

수에즈 운하를 탈환하는 것은 독일 제국의 전쟁 수행 능력에 큰 문제를 가져올 게 틀림없었다.

그렇기에 연합군도 수에즈 운하를 탈환하거나, 그러지 못한다면 파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이곳을 노릴 정도로 형편이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 제국 함대를 상대하는 것으로 벅차고, 이탈리아가 오스트리아 함대를 상대하는 것으로 벅찼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지키는 것이, 수에즈 운하를 파괴하는 것보다 우선이 되지는 않기에.

그들은 수에즈 운하를 공격하는 선택지를 나중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것이 얼마 전에 바뀌었지.”

미 해군이 대서양 방면에 투입되면서, 전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 해군은 일본과 전투를 치르고 있기에, 대서양 함대는 작을 수밖에 없지만.

그들이 참전한 덕분에, 두 세력 해군 사이의 균형추는 연합군으로 기울었다.

“놈들은 아직 항공모함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태평양 전선에서 있었던 전투를 통해, 그들은 항공모함을 접하게 되었지만.

아직 항공모함을 건조할 정도로 긴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미 해군의 항모가 추가되면서, 연합군에 좀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얼마 전에 만들어진 미사일도 나름 괜찮은 성능을 가지고 있었고.”

이렇게 미 해군이 전장에서 활약한 덕분에, 그들은 수에즈 운하를 노릴 수 있게 되었고, 얼마 후에는 수에즈 운하를 공격할 예정이었다.

“지금 수에즈가 이집트 땅이었나?”

[정확히는 오스만 제국의 땅일 거다. 그놈들이 이집트를 가지고 있을 거야.]

본래 이집트는 영국의 땅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과거 진행된 대전쟁으로 인해, 영국이 패전하면서, 그들을 통치하는 이들은 달라졌다.

서부 전선에 병력이 집중하고 있는 동안, 이집트 탈환에 힘을 쏟은 오스만 제국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집트 땅을 차지한 것은 오스만 제국이었지만.

오스만 제국이 수에즈 운하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어쨌건 지금 수에즈 운하를 가진 것은 독일 놈들이잖아?”

독일 제국은 자신들이 대전쟁을 통해 획득한 식민지를 관리하기 위해, 수에즈 운하가 필요했고.

그렇기에 수에즈 운하를 오스만 제국에게서 갈취했다.

그러니 지금 수에즈 운하를 지키고 있는 것은 그들, 독일 제국군이었다.

“그러니 수에즈 운하를 우리가 차지하건, 그놈들이 차지하건 오스만 제국이 신경을 쓰지 못할 거다.”

물론, 오스만 제국이 무슨 짓을 하건, 연합국이 수에즈 운하를 탈환하는 것을 가만히 관망할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그래, 그들은 그럴 거다. 문제는 독일이랑 오스트리아 놈들이지. 미 해군이 지금까지 승리를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 알잖아?]

“...그래, 그놈들이 수에즈 운하를 지키고 있어서 그런 거지.”

독일과 오스트리아도 수에즈 운하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그들은 이곳을 단단히 방비했다.

만약 이곳을 지킬 병력을, 연합군 함대와 싸우기 위해 투입했다면.

지금처럼 연합군 함대가 지중해를 활개를 치지는 못했을 게 분명했다.

“어쨌건, 놈들은 그런 선택을 내렸고. 그 덕분에 우리는 놈들을 상대하는 게 가능해졌다.”

물론 미사일을 비롯한 신무기 덕분에, 조금 늦어지긴 했을지라도, 수에즈 운하 침공은 언젠가 가능했겠지만.

그렇게 그들에게 시간이 주어졌다면, 지금의 전황이 어떻게 바뀔지 확신할 수 없기에.

이안은 지금 수에즈 운하를 노릴 수 있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지금 수에즈 운하를 탈환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래, 그것까지는 불가능하겠지.”

지금 수에즈 운하를 탈환할 병력을 보낼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가장 좋은 선택지는 수에즈 운하를 파괴하는 선택지였다.

“수에즈 운하를 파괴하는 선택지가 마음에 드는 선택지는 아니긴 하지만, 지금 그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지.”

[나중에 수에즈 운하를 점령하는 건?]

“그 시간 동안 독일 제국에 보급될 석유를 비롯할 자원을 생각하면, 최대한 빠르게 그곳을 파괴하는 게 맞아.”

그러한 대화를 끝으로, 이안은 수에즈 운하에 관한 생각을 끝내고, 다른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금 전쟁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고무다.”

일본이 고무가 부족해 전함을 만들 때 문제를 겪던 것처럼, 미국이 전함을 만들지 못할 정도로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연합군의 고무 수요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필요한 고무의 양은 그리 빠르게 늘어나지 않고 있었다.

“고무 플렌테이션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이 동남아시아라는 게 문제지.”

합성 고무가 존재하지 않기에, 각국은 고무를 얻기 위해선 고무나무의 수액을 수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과거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 고무나무 플랜테이션이 만들어지면서, 고무 가격이 내려갔고,

그러면서 고무나무 플랜테이션을 운영하던 남아메리카 사람들이, 이를 포기했고.

전쟁이 진행 중인 지금에 와선, 고무는 매우 귀한 자원이 되었다.

[그렇기에 합성 고무 공장을 짓는 중이지만, 이것도 긴 시간이 걸리고 있지.]

합성 고무를 만드는 방법은, 독일의 바이엘사가 만들어냈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군대의 수요를 감당할 합성 고무 공장이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 마음 같아서는 합성 고무 공장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지.”

합성 고무 공장이 적어, 고무를 양산할 방법이 있음에도, 합성 고무의 가격은 천연고무보다 비쌌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합성 고무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고, 이를 알기에 이안도 합성 고무 공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 천연고무를 비축한 거잖아.]

“그래, 그렇게 하긴 했지.”

독일 제국이 전쟁 발발 전까지 고무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기에.

연합국은 나름대로 많은 천연고무를 비축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전쟁이 발발할 당시에는, 고무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전쟁이 긴 시간 진행된 지금, 고무는 굉장한 골칫거리가 되고 있었다.

[그래도 고무가 부족할 일은 없을 거다. 지금 당장은 고무가 부족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곧 합성 고무 공장들이 모습을 드러낼 거니까.]

“...그래, 곧 합성 고무 공장들이 고무를 생산하기 시작하겠지.”

그렇게 고무에 대해 생각하던 이안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각하, 국무회의 시간입니다.”“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습니까?”

그렇게 이야기한 이안은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죠. 전쟁 중인 지금, 논해야 할 것이 아주 많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이안이 도착하자,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장관들이 그를 반겼고, 이안은 그들에게 화답했다.

그렇게 인사가 끝난 후, 이안은 국무회의를 연 이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분이 아신다고 생각합니다만, 지금의 전시 표준 수송선은 매우 불안정합니다.”

지난 대전쟁이 짧았기에, 미국은 수송선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참전하면서, 많은 수송선이 필요해졌고.

그렇게 리버티 선이라 불리는 수송선이 만들어졌지만, 이 수송선은 매우 큰 단점이 존재했다.

“지금 수송선의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리버티 선의 속력은 매우 느린 편에 속했고, 그렇기에 어지간한 군함은 이를 격추하는 것이 가능했다.

“해군이 이를 지키는 것은 무리가 있기에, 해군은 단순한 무장을 추가하는 것을 원하고 있지만,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생산되는 군수품을 비롯한 물자를 원하는 곳이 많기에.

리버티 선에 결함이 있을지라도, 미국은 이를 계속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생산되는 리버티 선을 하나하나 개조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저는 리버티 선보다 속도가 빠른, 여러 무장을 갖춘 새로운 수송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여러분들을 불렀습니다.”

이러한 이안의 말을 들은 국방부 장관, 스팀슨은 이안의 말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저는 지금 이를 만드는 것에 반대합니다. 지금 많은 조선공이, 리버티 선을 만드는데 손에 익었습니다.”

“건조 방법은 지금과 같은 블록 건조 방법을 택할 것이며, 조금 설계를 변경할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그것을 제외해도, 지금 우리는 승리를 거듭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신형 선박이 나올 때는, 빨라야 다음 년일 것인데, 그때 이 선박이 필요하겠습니까?”

스팀슨은 지금의 전쟁이 다음 년이면 끝날 것이라 여겼다.

지금 전황이 미군에게 매우 유리하기에,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이를 다른 이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한 그들의 반응을 본 이안은 자신이 왜 새로운 수송선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것인지 이야기했다.

“그러니 새로운 수송선을 만들자고 한 것입니다. 우리는 전쟁 이후를 대비해야 합니다.”

“...전쟁 이후?”

“그렇습니다. 지금의 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된 여러 국가들, 그들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들은 아직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이안이 무슨 전쟁이 종결된 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게 여겼다.

“각하께서는 어떻게 되리라 생각하십니까?”“영국을 비롯한 각국은 식민지를 되찾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손쉽게 저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것이지요.”

“다른 것이라면···?”

“공산주의입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이들이 당혹스럽다는 듯 이안을 바라볼 때.

이안은 이전 세계에서 일어난 일을 담담히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공산주의는 러시아가 그러했듯, 가난한 자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소련도 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 그렇다고 해도 소련이 활약한 것은 매우 적으니, 우리가 주도해서 놈들을 막는다면!”

“로마가 기독교를 박해했다고, 기독교가 사라졌습니까?”

아니,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그들은 소련의 공산주의가 퍼질 것이라는 이안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독일 제국을 상대한 후, 세계의 패권을 미국과 소련, 두 국가가 나눠 가져가겠군요.”

“소련 홀로는 그리 못하겠지만, 다른 국가들이 하나둘 공산주의 국가가 된다면,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이안의 말을 들은 그들이 고민에 빠진 듯, 침묵을 택했다.

“그러니 전쟁이 끝난 후에도, 아니 전쟁이 끝났기에 수송선은 더 필요할 것입니다.”

“...이게 수송선 설계를 바꾸기 위해 나온 이야기라니, 나중에 사람들이 알면 놀라겠군요.”

그러한 그들의 말을 끝으로, 이안이 제안한 전시 표준 수송선 설계의 변경은, 모두의 동의를 받아 변경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