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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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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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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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 (7)

DUMMY

세계관 <타카마가하라>의 중심이 되는 행성인 「고천원」의 전각 꼭대기에서 누군가 무언가를 뒤적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일본의 오니 복면을 얼굴에착장한 채 방문을 열었다 닫거나 전각의 왕좌를 들췄다가 내려 놓기를 반복했다.

그런 이의 뒤에는 기절한 채 바닥을 수놓은 영혼들이 눕거나 엎드려 있었다.


“제길, 여기에도 없나.”


물론 그 누군가의 정체는 만년한철을 구하기 위해 저 먼 마계에서부터 일본 성단까지 건너온 아윤이었다.

벨리알의 명에 따라 만년한철을 구하기 위해 일본 성단으로 온 아윤이지만 만년한철은커녕 한철도 구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무림에는 차고 넘칠 텐데.


물론 과거에는 무림에서도 손꼽히게 귀한 것이 만년한철이었다.

하지만 이는 21세기 웹소설의 소재 중 현대 무림이라는 작품이 성행하며 흔해빠진 재료 중 하나가 되었다.

빌어먹을 무림이나 <반고>가 외지인을 배척하지만 않았어도 이러한 개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다른 서양 국가의 성단으로 가면 만년한철과 비슷한 강도의 금속이 있을 것이다.

미스릴이나, 아다만티움과 같이 말이다.

하지만 지금 영국의 <켈트>를 비롯한 다른 성단은 맹목적으로 벨리알과 마계에 척을 치고 있는 상황이기에 아윤이 그것을 구하러 발을 들였다간 소리소문없이 목이 달아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현재 타 성단의 사정을 헤아리기 힘든 일본 성단이 만년한철을 약탈하기에 더없이 좋은 여건이 됨이 아윤을 위로해 주었다.


‘빨리 뒤지고 나가야 돼.’


그러나 만년한철은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벨리알이 본 만년한철은 가공되지 않은 원석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분명 좁은 공간에 있지는 않을 것.

아윤은 이 타카마가하라를 관장하는 신.

그러니까 자신이 만약 일본의 태양신, 아마테라스라면 어디에 이를 보관할지 골똘히 생각했다.


근데 아마테라스씩이나 되는 신이 굳이 만년한철을 고이 모실까?


일본 성단은 결코 다른 이들이 무시할 크기의 성단이 아니다.

비록 지금은 그들이 내전 중이고, 그 위상이 전보다는 덜할지 몰라도 한 성단의 대표자라면 만년한철을 구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아윤은 만년한철이 타카마가하라에 있지 않을 것이라 판단.

다시 전각을 빠져나와 탈출할 틈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저벅저벅 전각의 내부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윤은 그것을 보곤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아윤이 본 광경은 다리가 세 개 달린 검은 까마귀.

그냥 세 개의 다리를 가진 까마귀였다면 지나가는 길에 밟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 크기는 가히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약 팔 척.

그러니까 약 이백사십 센티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크기의 까마귀가 아윤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윤은 일전에 일본 성단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야타카라스······?”


태양신 아마테라스의 심부름꾼이자 그녀의 대행자.

웅혼한 격이 까마귀의 주위를 맴돌았고 아윤은 이에 질겁했다.


[누구냐. 신성한 타카마가하라의 전각을 휘젓고 다니는 녀석이.]


아무리 벨리알의 부성주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다 한들 아윤은 《관념》에 발을 들인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영혼, 아니 인간.

그런 하찮은 인간이 주신의 대행자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겁에 질린 아윤이 어찌할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던 그 순간.

아윤의 뒤에서 이상한 구멍이 열리더니 그 구멍에서 나온 손이 아윤의 뒷목을 낚아채 그곳으로 끌고 가더니 서서히 구멍이 닫히기 시작했다.


[어딜!]


활짝 날개를 펼친 야타카라스가 부리를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야타카라스가 구멍의 크기를 넓히기 위해 아가리를 벌린 순간.

날붙이가 야타카라스의 혓바닥을 스쳤다.


[카악!]


이에 당황한 야타카라스가 다급히 주둥아리를 바깥으로 내뺐고, 구멍은 빠른 속도로 닫혀가 더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가 베어진 혓바닥을 쩝쩝대며 흘러나온 피를 꿀꺽 삼켰다.

꿀꺽 삼킨 피에서 어딘가 익숙한 고삽함이 느껴졌다.

이내 그 정체를 알아챈 야타카라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벨리알?]


***


[위험했습니다.]


나베리우스가 간결히 아윤을 꾸짖었다.


[애한테 왜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아뇨. 이게 무슨 ‘우리 애는 안 그래요.’ 같은 소립니까?]


말투는 굉장히 짜증난 것처럼 보이는 나베리우스였으나 실상은 아윤을 누구보다 걱정하는 투였다.


[복면을 쓰고 있어서 다행이지 지금쯤 아윤은 일본 성단 전역에 수배령이 떨어졌을 겁니다.]

[다른 복면 쓰면 되겠네.]


옅게 침음성을 흘린 나베리우스가 결정을 내린 듯 벨리알에게 이야기했다.


[한번만 더 해봅시다.]

[그래, 이번엔 꼭 만년한철을 구해 오자!]

[대신.]


벨리알의 말을 중간에 끊은 나베리우스가 이어 말했다.


[만약 이번에도 사고가 난다면, 전 지체없이 만년한철을 포기하겠습니다.]


[그럼 푸르손은 어떡하게?]

[어떡하긴요. 다른 금속을 구하거나, 처분해야지.]


어쩐지 가리아크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 아윤이었다.


진정으로 주민을 생각하는 자가 성주라면, 그 누구라도 믿고 따를 수 있겠지.


[여하튼, 그럼 이제 어디로 갑니까?]

[사실 타카마가하라에 없다면 이곳에 있는 것이 거의 확정이지.]


벨리알과 나베리우스가 통한 듯 동시에 말했다.


[네노쿠니.]

[네노쿠니.]


일본 성단의 지옥이라 불리는 네노쿠니는 죽은 인간이 아닌 죽은 영혼을 달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그렇게 타 신이나 영혼들이 잘 드나들지 않는 곳.

그런 곳에 만년한철이 있다면 이보다 더 타당한 근거는 없을 것이었다.


결연한 표정으로 숨을 한 번 내쉰 아윤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이행향구의 너머로 천천히 발을 옮기는 아윤이었다.

지금까지 아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겪게 될 앞으로의 일련의 사건을.


[괜찮겠죠?]

[안 괜찮으면 뭐 어쩔 건데. 아까 봤잖아. 여차하면 내가 개입하면 돼.]

[아뇨. 그거 말고.]

[응? 뭐가?]


나베리우스가 자신이 보던 화면을 벨리알에게 넘겼다.

그것은 다름아닌 어느 기사.

기사의 헤드라인에는 다음의 글귀가 쓰여 있었다.


-기세충천한 영혼 이찬, 그의 다음 행선지는 네노쿠니?


일전에 나베리우스도 아윤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기에 기사의 헤드라인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벨리알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아이, 그게 뭔 대수라고. 얼마전에 얘기 잘 해 뒀어. 걱정 하덜 말어.]

[말투는 왜 또 그렇게 구수해 지셨습니까?]

[신경 꺼.]

[옙.]


***


네노쿠니에 도착한 아윤이 황무지의 바위에 몸을 숨겼다.

그녀의 주위로 무언가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네노쿠니에 주둔하고 있는 군사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앞에 있는 적을 무력으로 맞이했다.


‘저건 뭐야?’


물론 내전 중인 행성에서 군사들이 뭐 문제가 있겠냐마는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보통 전쟁이라 하면 대인전(對人戰)을 생각하기 마련.

그러나 지금 전쟁의 양상은 어딘가 조금 달랐다.

아니, 많이 달랐다.


와아아아아!


들려오는 함성 소리에 아윤은 귀가 멀어버릴 것만 같았다.

군사들 하나하나가 각자의 격을 전신에 두르고 있었다.

그런 무지막지한 군대를 맞이하는 것은 괴수들이었다.


크와아아아앙!


그리고 아윤은 그 괴수의 정체를 모를 수가 없었다.

학교의 수업시간, 동화책, 만화책, 소설, 영화 등 어디든 빼놓을 수 없는 과거 지구의 지배자.

공룡이 네노쿠니의 군사들을 믿을 수 없는 치악력으로 뭉개고 찢고 던졌다.

그 절경에 아윤은 한편으론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질겁했다.

가까스로 자신의 본분을 되찾은 아윤은 자신의 바로 왼편에 있는 흑요속의 성채를 직면했다.

아윤은 망설임 없이 흑요석을 부수기 위해 격을 발현하여 성채를 들이 받았다.

평범한 성채였다면 이미 금이 가고도 모자라 일부분은 무너졌어야 하는 일격.

하지만 성채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한껏 주의를 끌어버린 덕에 군사들이 아윤을 보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엇?”


아윤은 순간 「무가치한 존재」를 발현해 군사들의 움직임과 신경을 둔하게 만들고는 성채의 바닥에 나 있는 어린 아이 한 명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구멍을 깔끔하게 통과해 몸을 숨겼다.


탓.


그 구멍은 단순히 쥐가 파먹은 작은 구멍 같은 것이 아니었다.

꽤나 깊은 지하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바닥에 가볍게 착지하자 넓고 어두운 청옥색의 공간이 드러났다.

간헐적으로 설치된 등불만이 칠흑의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었다.

그곳의 벽에는 무수히 많은 검흔이 새겨져 있었다.

검흔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아윤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공간이 얼마나 넓은 것인지 등불이 설치되어 있는데도 아윤이 서 있는 곳에서 끝까지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아윤이 뚜벅뚜벅 걸어가 반대편 벽에 도착하자 큰 문이 아윤을 반갑게 맞이했다.


덜컹덜컹.


아윤은 문을 열어보려 했으나 굳게 잠긴 문은 언제 반갑게 맞이했냐는 듯 열리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스산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몸을 반대로 돌린 아윤이 목도한 것은 두 영혼이었다.

아윤은 그 영혼들을 보자마자 이질적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느낌과 동시에 무언가가 바닥에서 빠르게 쏘아졌다.


파앗.

촤아악.


작은 소리만이 들렸을 뿐일진데 아윤의 어깻죽지에 긴 자상이 남았다.


“당신들······누구야.”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26 ka****
    작성일
    23.07.09 19:18
    No. 1

    7만 5천자가 넘으면 <일반연재> 신청할 수 있는데 굳이 자유연재로 남아 있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동양과 서양의 신화가 우주 공간에서 생존의 열쇠가 된다는 설정이 흥미롭군요. 즐감하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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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전지의 신 (6) 23.06.03 43 0 9쪽
26 전지의 신 (5) 23.06.02 48 0 10쪽
25 전지의 신 (4) 23.06.01 5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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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전지의 신 (2) 23.05.30 66 0 10쪽
22 전지의 신 (1) 23.05.29 59 0 11쪽
21 페공전쟁 (3) 23.05.28 5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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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조력자 (5) 23.05.24 63 0 9쪽
17 조력자 (4) 23.05.23 60 0 11쪽
16 조력자 (3) 23.05.22 6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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