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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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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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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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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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그들의 기세는 그야말로 면면부절이었다.

벨리알은 말 그대로 천하막적의 존재가 되었다.

오죽하면 마계의 2위 마신인 아가레스가 잠깐 본신의 힘으로 등장했을 정도.

그러나 그에게 할당된 상상력이 많지 않았기에 별탈 없이 사라졌다.

이후 그들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24위의 마신인 네크로맨서 나베리우스를 죽이지 않고 자신의 휘하에 두고 추가로 네 마신을 나베리우스의 강령술을 사용해 자아는 없고 온전한 그들의 능력만을 부릴 수 있도록 하여 그 형세를 더욱 키워갔다.

그저 근자감뿐이었다면 분명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아윤아.]


“어?”


오케스트라의 일각공 암두시아스를 잔살한 후 정식으로 행성 「쿰란」의 주민이 되었다.

그 덕에 아윤은 벨리알의 고유격, 「무가치한 존재」를 전수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놈들 상대하기 편해졌을 거야.]


벨리알의 말은 곧 현실이 되었다.

때는 바야흐로 두 번째 사냥.

암두아시스를 썰어버리고 아윤의 부성주 취임식을 가장한 전쟁 선포 직후, 숨 고를 새도 없이 그들은 이행향구를 통해 다른 행성으로 도달했다.

그 행성은 ‘환멸을 품은 강령술사’, 나베리우스의 행성이었다.

아윤과 벨리알. 둘만으로 구성된 팀이었지만 기세는 나베리우스보다 한참을 넘어 있었다.


[하······벨리알.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소란 피우지 말라고.]

[내가 언제 네 말을 들은 적이 있던가?]


으득 하고 이를 간 나베리우스가 이어 말했다.


[그래. 기백이 훌륭한 건 알겠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아? 마신들이 멀쩡히 살아있는데 전쟁이라니, 이건 자살이잖아?]

[이게 자살인지 아닌지는, 겪어보면 알겠지.]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린 나베리우스가 차가운 시선으로 벨리알을 노려보았다.


[그럼 그냥 끝을 보자. 고유격 발현 「강령 소환」.]


나베리우스가 격을 발현하자 강한 강도의 지진이 온 행성을 뒤덮었다.

얼마 되지 않아 아윤의 족장 쪽에서 무언가 느껴졌다.

아윤은 재빠르게 오른발을 바닥에서 떼어냈고, 그 자리에는 과학실의 인체모형에서만 볼 수 있던 해골의 손가락이 보였다.

놀라움도 잠시 사방에서 해골의 손가락이 보내더니 이내 얼굴이, 몸체가, 다리까지 해골의 형상을 한 강령들이 보였다.

그들의 손에 감긴 검에는 심상찮은 격이 깃들어 있었다.


[이거 꽤 거슬리네.]


이것은 일종의 암구호.

별 의미는 없지만 아윤은 벨리알의 말뜻을 단번에 이해했다.


“고유격 발현. 「무가치한 존재」.”


무가치한 존재.

대상이 가진 격의 위력을 기본적으로 반토막, 대상의 격 크기에 반비례하고 시전자의 숙련도에 비례하여 그 정도가 더 커지는 강강약약의 최고에 해당하는 격이다.

무가치한 존재가 발현되자 강령술사의 소환수인 스켈레톤의 크기가 격과 함께 줄어들었다.


[아이 해골바가지들 양 장난 아니네.]


그 크기가 줄었어도 결국 마신의 소환수는 소환수.

많은 양과 더불어 아윤의 격 숙련도가 부족했기에 그들을 완벽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윤아.]


“왜.”


[하나 둘 셋 세면 뛰어올라.]


“어?”


[하나, 둘, 셋!]


휘이이잉.

촤아악.

투탁닥.


아윤은 반사적으로 벨리알에게서 받은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다.

위로 떠오른 그녀는 그녀의 발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검정 도포를 두른 무언가가 벨리알을 보호하고 서 격을 발현하고 있었다.

수는 대략 15.

그리고 무언가의 발 밑에는 해체되어 꿈틀대는 해골들이 있었다.

하나도 빠짐없이 바닥에 꽂힌 해골들을 보며 아윤은 묘한 고양을 느꼈다.


[뭐······뭐냐. 네놈 군대는 분명 그때 다 소멸했을 텐데······어째서 저 빌어먹을 새끼들이 다시 기어나오고 있는 것이냐!!]

[에이, 몇백 년이 흘렀는데. 그거 하나 복구 못했을까.]

[저놈이 다시 군대를 양성한다면 저건 막을 수 없다.]


위기를 감지한 나베리우스가 행간이동을 사용해 자신의 거처지를 버리고 탈출하려 했다.

그러나 이는 벨리알의 손에 가볍게 막혔다.

목을 틀어 잡은 벨리알이 나베리우스에게 명령했다.


[항복해. 그럼 목숨만은 그대로 보존해주지.]


사실 나베리우스는 마계에서 손꼽히는 겁쟁이였다.

그는 목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자신의 행성도 팔아 넘기는 파렴치한이었다.


[살······살려줘. 살려만 주면 뭐든 할게!]


씨익 미소를 지은 벨리알이 나베리우스와 마신만의 고유격, 「지배 권속」을 발현해 나베리우스를 자신의 휘하에 두었다.


[빌어먹을. 내가 이 격에 당하는 날이 오다니.]

[닥쳐.]


「지배 권속」을 체결한 나베리우스는 절대적으로 벨리알의 말을 따라야 한다.


[앞으로 너 나한테 존대해.]

[뭐? 그게 무슨 지랄이에요.]


「지배 권속」은 시전자나 대상이 죽지 않는 한 계속해서 유지되는 격이다.


[씨발.]

[어. 욕도 하지마.]

[씨······앗.]

[그렇지.]


벨리알은 후에 나베리우스를 죽이지 않고 자신의 휘하에 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저놈은 《관념》에서도 손에 꼽는 강령술사야. 저놈만 내 밑에 두면 마신 놈들 다 죽여도 살릴 수 있잖아? 자아도 없는 채로.


실로 마신 다운 생각이었다.

그렇게 순탄히 나베리우스를 휘하에 둔 벨리알이 만족한 듯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왔다.


[야, 나베리우스.]

[예. 신이시여.]


심지어 극존칭까지 쓰게 만들었다.


[지금 강령술로 마신들 얼마나 스켈레톤으로 만들 수 있어?]

[지금 상상력으론 셋입니다. 그 이상은 무립니다.]

[넷.]

[예?]

[네 마리 잡아올 테니까 그거 다 강령으로 만들어.]


벨리알은 지금 자신과 동급의 마신을 죽여오겠다는 말이었다.

명령을 거부할 수 없던 나베리우스가 이를 악문 채 긍정했다.


[아······알겠습니다······.]

[아윤아, 넌 여기서 이놈 잘 감시하고 있어. 허튼짓하면 그냥 죽여.]


벨리알이 이행향구를 발현해 유유히 다음 행선지로 떠났다.


아윤은 벨리알과 함께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많은 마신을 죽였는지 알지 못했다.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시스템의 신문과 나베리우스의 독백만이 벨리알의 현 상황을 어림짐작하게 해 주었다.


[불과 암흑의 왕, 승리의 궁수 처참히 살해·······.]

[최정상의 싸움에 전 성단이 그들의 전쟁에 집중.]

[전쟁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처참한 광경.]


아윤은 이 기사들이 모두 벨리알에 관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또 하나가 죽었나.]


아윤이 며칠째 감시 중인 나베리우스가 수군거렸다.


[이로써 벌써 다섯.]


그가 보기에도, 아윤이 기사를 살펴봐도 벨리알은 정말 마계를 자신의 발아래에 두고 싶어했다.

이 와중에 의문인 점은 벨리알이 이렇게 날뛰는데도 10위권의 마신들은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는 것.


현재까지 벨리알이 죽인 마왕의 수는 첫 번째, 오케스트라의 일각공, 암두아시스.

두 번째, 사슬낫의 예제공. 푸르카스.

세 번째, 피에 젖은 좌천사. 라움.

네 번째, 이득을 추구하는 자. 오리아스.

마지막 현재 죽은 것으로 공표되어 있는 환멸을 품은 네크로맨서. 나베리우스.


이 정도의 마신이 삽시간에 도륙난 것을 알고 있다면 상위권의 마신들도 벨리알을 제압하기 위해 마계에 현현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이 이 정보를 모를 리 없었다.

아윤의 궁금증을 알고 있는 듯한 나베리우스가 아윤에게 말을 건넸다.


[너, 왜 고위급 놈들이 벨리알을 제하지 않는지 궁금한가 보군.]


흠칫 놀란 아윤이 뒤를 돌아보곤 나베리우스를 돌아보았다.


[간단하지. 자만심이다.]


“자만심?”


[그래, 자만심. 놈들은 벨리알이 자신을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 빌어먹을 신이라는 작자들은 하나같이 자만심에 휩싸여 오만한 실수를 반복하지. 하지만 이 문제는 굉장히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어. 벨리알이 푸르손을 죽이면 된다.]


“푸르손이 누군데?”


[20위의 마신. 19위부터 1위까지의 마신들이 가장 많은 자만심에 가득 차있다. 하지만 자신들과 거의 동급인 마신을 벨리알이 아무렇지도 않게 잡는다면, 그 마신들도 결코 이 일을 간단히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근데 중간에 마계 2위라고 하는 아가레스가 왔었는데?"


[그건 그놈이 좀 특출난 거다. 19위까지의 마신 중 안전불감증이 없는 유일한 마신이라고 불릴 정도다.]


"음 그렇군. 그럼 벨리알이 푸르손을 죽여버리면 되겠네?"


아윤이 벨리알에게 푸르손을 죽이라고 연락하려는 찰나, 나베리우스가 아윤을 막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나베리우스가 말을 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왜?”


[벨리알 님의 격이 미쳐버린 건 나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19위의 마왕을 이길지는 미지수. 여기서 도박을 하기엔 벨리알 님은 잃을 게 너무 많아. 아 쓰레기 같은 고유격.]


아윤이 나베리우스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네. 네 격을 이용해서 마신들을 동원해야 이길 수 있겠네.”


그때, 나베리우스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찌릿하며 정보가 흘러 들어왔다.

많은 마신들은 미래나 과거를 볼 수 있는 격을 가지고 있다.

나베리우스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그가 보는 미래는 구체적인 상황까지는 알 수 없기에 자신과 관련된 상황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을 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도밖에 되지 못했다.

정보를 습득한 나베리우스는 당황한 기세가 역력했다.


“왜, 무슨 일이야?”


[벨리알 님. 진짜 미나리 무친 놈이 되셨네.]


아윤이 나베리우스에게 상황을 물어보려 했으나 그럴 필요 없었다.


「이행향구」의 문이 열리며 피에 젖은 벨리알이 「쿰란」으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누군가의 시체가 들려있었다.

시체의 가슴팍에는 어떤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 숫자는 아윤과 나베리우스를 놀라게 하기엔 충분하고도 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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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전지의 신 (2) 23.05.30 66 0 10쪽
22 전지의 신 (1) 23.05.29 5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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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조력자 (5) 23.05.24 63 0 9쪽
17 조력자 (4) 23.05.23 61 0 11쪽
16 조력자 (3) 23.05.22 6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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