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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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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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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노쿠니 (2)

DUMMY

“신이시여.”


[8군단장. 무슨 용건이지?]


“자세히 포착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이곳의 내부로 침투했습니다.”

“뭐? 그럴 리 없다. 이곳은 성단의 가장 뒤쪽인 네노쿠니 중에서도 가장 최후방인 행성. 「행간이동」으로 이동한다 한들 중간에 바위에 부딪혀 이곳으로 올 수는 없을 텐데.”


[2군단장 말이 맞다. 당장 주변 수색을 실시해 놈들의 정체를 알아내고, 알아냈다면 즉시 살벌하여 멸살하라.]


“옙. 지존(支存)!”


[으어어········.]

[닥쳐라.]


“저 신은 몇 년을 고문해도 별 득이 없군요.”

“이번 이후에도 득이 되지 않으면, 그냥 죽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래. 14년이면 많이 부려먹었지.]


신언을 발하는 정체불명의 신의 시선 끝엔 양손이 결박되어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누군가가 비쳤다.


***


이노와 우사가 비장한 표정으로 성채에서 조금 떨어진 절벽의 위로 올라있었다. 절벽의 안쪽에는 이성 잃은 영혼들과 함께 성채를 지키는 경비병들이 있었다.

영혼들이 하나같이 흉흉한 격을 뿜고 있는 걸 봐선 모두 영멸시켜야 함이 확정되었다.


[절벽강산이네. 이노야.]


“그래.”


흰 원피스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 이노가 그것을 바닥으로 던졌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그것에 바닥에 닿자 그것이 순백색의 빛을 뿜어냈다.

빛이 사라지자 그곳에서 무수히 많은 공룡이 넓은 성채의 평야 위에 서 있었다.

‘페공전쟁’에서 보았던 규모보다 훨씬 많은 수의 공룡이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듯 가르랑댔다.

그리고 이노가 모든 공룡에게 일괄적으로 명했다.


“모두. 부숴.”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공룡들이 한꺼번에 성채 하나만을 보고 달려 들었다.


“크와아아아아!!!”


정체불명의 괴생명체에게 네노쿠니의 영혼들은 저항할 틈도 없이 영멸했다. 이미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었기에 붉은 선혈이 흘러나오지는 않았으나 고통스러워하는 것만은 평범한 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뿌우우우우.


그때, 어디선가 각적 소리가 들려왔다.


***


“놈들의 위치를 찾았습니다!”

“누구냐. 이곳에 당도한 영혼이.”

“그········인간의 영혼은 안 보이고 공룡의 영혼들이 성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보초병의 말에 2군단장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공룡? 공룡은 무슨 공룡이냐. 이미 모든 세상에서 영멸된 존재들이 어떻게 이곳을 공격할 수 있냔 말이다.”


보초병을 꾸짖으려는 것을 막은 것은 신이었다.


[아니. 들어봤다. 공룡·······. 2군단장.]


“예. 신이시여.”


[1군단장을 포함한 모든 군단장을 이곳으로 모아라.]


“예? 그 말은·······.”


[그래. ‘혼돈’ 발령이다.]


“지존!”


***


[이 뿔피리 소리는 뭐야?]


그 소리에 관해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쯤. 무언가가 둥근 궤적을 그리며 성채의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가 아니었다.

추가로 4개의 별이 성채 안으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정확히 성채의 중앙에서 심상치 않은 혼돈의 기류가 느껴졌다.


[이거 때문에 ‘혼돈’까지 발령한다고?]


신은 타 종족과 다른 독자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자만심.

신은 그들의 본능에 의해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무시하고 멸시한다. 그렇기에 병력이 그들을 공격하기 위해 본거지를 쳐들어온다 해도 그들은 절대 당황하거나 우두망찰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네노쿠니의 지배자인 신은 이 공룡들을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부를 수 있는 모든 병력을 불러모아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찬아·········. 빨리 시작해야 할 거 같다.]


그들의 임무는 이찬과 가스페르가 쿠에비코를 구해올 때까지 버티는 것. 그러나 저 여덟의 군단장이 모두 나와 전쟁을 벌인다면, 그만한 지옥도 없을 것이다.


[군단장은 하나하나가 지신에 비견되거나 더 높은 정도야. 그런 놈들이 여덟이라니.]


우사는 군단장에 관한 해결책을 궁리했다.

그때.


“나도. 있어. 비슷한 거.”


이노의 말에 우사는 페공전쟁의 어느 날을 떠올렸다.

공룡이 성 안으로 들이닥치지 못하도록 쳐놓은 바람으로 된 결계를 포효 한 번에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 대인전의 병기.


[그거 소환할 수 있어?]


“할 수는. 있어. 근데 친구를 부르고 나면. 많이 힘들어질 거야.”


우사는 며칠간 이노와 빈둥거리며 이노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방금 그 말을 해석하자면 친구란 그때 그 공룡을 말하는 것일 테고, 많이 힘들어진다는 것은 자신 혹은 누군가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내가 신호 주면, 친구 불러줄 수 있어? 뒤는 내게 맡겨.]


“········알았어.”


군단장의 흉흉한 격이 가까워지진 않는 것을 보니 아직 작전에 관해 토의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덕에 공룡들은 성벽을 지키던 보초병, 급하게 전투를 하러 다가온 영혼들을 모조리 살생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중에서도 티라노와 같은 육식공룡들이 죽은 영혼들을 먹어 치우며 더 강해져 갔다.

압도적 우세를 점하고 있음에도 우사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것은 비단 군단장의 존재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딘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던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아무리 곱씹어봐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가스페르와 이찬에게는 ‘삼림의 정수’를 지급해 모든 상처를 완전히 회복시켰고, 특히 이찬에게는 자신의 상상력을 일부 양도해주어 격의 사용에 문제가 없도록 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자.]


우사는 무익한 잡념을 털어 냈다.

어쨌든 그들의 작전은 쿠에비코를 데리고 무사히 빠져나오는 것. 이외의 생각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


[애들이 잘 해줘야 할 텐데.]


우사는 이찬과 가스페르가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빌었다.


***


이곳은 성채의 뒤편. 엄청난 격이 느껴지는 성채의 뒤에는 흑요석으로 이루어진 두꺼운 성벽이 존재했다.


“이거·······부숴야 할까요?”


가스페르가 조금은 두려운 듯한 목소리로 이찬에게 물었다.


“아뇨. 바로 안으로 진입하겠습니다.”


성채의 안으로 들어가 일을 해본 적 있다는 영혼에게 자문을 받아 성채의 구조를 익힌 이찬은 「풍화」를 통해 옥상에서부터 무리없이 가스페르와 함께 성채의 비밀 통로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지금부터는 조용히 가야합니다.”

“예.”


가스페르와 이찬은 각각 「광휘의 발걸음」과 「중력장」을 발현해 발소리와 기척을 최대한 줄여가며 내려갔고, 도착한 곳의 밑으로부터 흉물스러운 격이 숨쉬기 힘들 정도로 그들을 압박했다.


“여기가 맞나 보군요.”


그리고 그 격의 사이로 아주 희미한 달빛의 격이 느껴졌다.


“이곳에 쿠에비코가 있는 건 확실해보이는 군요.”


꺼질 듯 희미한 달빛을 느끼며 이찬은 빌었다.


“제발 살아 계셔주십시오.”


그때, 밑에서 어떤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2군단장, 5군단장, 너희들은 나와 정면에서 공룡들을 상대한다. 4군단장, 7군단장. 자넨 뒤에서 오는 병력을 막고 실시간으로 내게 보고 하게.”

“알았다.”


군단장이라는 직함을 단 영혼들이 사방에 깔린 이노의 공룡을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게다가 모두 하나같이 불꽃의 기류를 뿜고 있었다. 어둡고 컴컴한 기류의 불꽃 격.

이찬의 경험에 의하면 하나하나가 모두 홍길동보다 강했다. 그리고 지금 홍길동은 투쟁 대회를 우승해 신의 자격을 얻어 중급인 지신에 위치해있다.

그 말은, 방금 있던 7명의 군단장들이 모두 홍길동보다 더 강하다는 것.

게다가 성채의 왕좌에는 지금껏 봐온 적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격의 크기를 가진 영혼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 수를 써도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최흉의 적.


“우리가 저것을 전부 뚫고 신을 데리고 나올 수 있을까요?”

“저희의 작전은 저 영혼들의 멸살이 아닙니다. 그저 쿠에비코를 구해 도망치는 것뿐이죠.”


이찬의 말에 가스페르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둘은 쿠에비코를 구하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때, 병력 배치를 명하던 군단장이 이찬과 가스페르를 흘긋 쳐다본 것 같았다.


“전부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3군단장, 6군단장은. 위에 있는 벌레를 처리해.”


순간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라는 말을 머릿속에 되새길 틈도 없이 그들이 딛고 있던 바닥. 밑층의 천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하하! 벌레들이 용케도 숨어 들었구나!”

“쓰레기가 여길 어떻게 들어왔지?


바닥에 피해없이 착지한 둘은 정면의 3군단장과 6군단장의 차림새를 주시했다.


하나는 상의가 없어 복근이 드러나 있고, 하의는 거의 다 찢어진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다른 한쪽은 온몸이 앞은 보이나 싶은 정도로 붕대에 의해 감겨 있었다. 둘의 공통점은 암흑처럼 어둡고 컴컴한 불빛이 주변을 감고 있다는 것.


“심상치 않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이찬과 가스페르를 응시하는 1군단장과, 그보다 더 뒤에는 흑색의 왕좌에 앉아 거멓게 칠해진 돌풍이 휘몰아쳐 감히 범접할 수조차 없는 존재가 있었다.


1군단장이 벌거벗은 3군단장과 붕대 미이라 6군단장에게 명했다.


“흔적도 남기지 마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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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네노쿠니 (4) 23.06.11 55 0 10쪽
31 네노쿠니 (3) 23.06.10 4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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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네노쿠니 (1) 23.06.05 46 0 9쪽
28 전지의 신 (7) 23.06.04 42 0 9쪽
27 전지의 신 (6) 23.06.03 44 0 9쪽
26 전지의 신 (5) 23.06.02 48 0 10쪽
25 전지의 신 (4) 23.06.01 52 0 10쪽
24 전지의 신 (3) 23.05.30 60 0 10쪽
23 전지의 신 (2) 23.05.30 66 0 10쪽
22 전지의 신 (1) 23.05.29 59 0 11쪽
21 페공전쟁 (3) 23.05.28 53 0 11쪽
20 페공전쟁 (2) 23.05.26 65 0 12쪽
19 페공전쟁 (1) 23.05.25 64 0 10쪽
18 조력자 (5) 23.05.24 63 0 9쪽
17 조력자 (4) 23.05.23 6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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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투쟁 대회 (7) 23.05.19 1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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