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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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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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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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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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대체.

어떻게.

왜.

무수히 많은 질문들이 이찬의 머릿속을 메웠다.

머리를 가득 채운 질문들은 떠나갈 생각 않고 이찬을 괴롭혔다.

공룡들은 자신들의 진로를 방해하는 모든 것을 짓밟고, 밀어내고, 부수며 나라의 중심으로 달려들었다.


“저게 대체 뭡니까? 많은 마수들을 사냥해 왔지만 저런 건 처음 봅니다.”


가스페르는 공룡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

이찬은 가스페르의 질문에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무수히 많은 생각의 폭포에 잠겨있는 탓이었다.

그때, 우사가 이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아기 구하러 가자.]


그러자 뒤에 있던 가스페르도 거들었다.


“나도 가겠습니다. 저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스페르의 굳은 결심은 우사에 의해 막혔다.


[넌 부상이 너무 심해. 전투에 투입되긴 이르다.]


가스페르와 우사간에 직접적인 신언이 오간 탓일까.

가스페르는 순식간에 짓눌려 바닥에 엎드렸다.


“당신! 대체 누구인데 이렇게 강한 힘을.”


[나는 창세의 자격을 갖춘 천신. 네가 나를 알기엔 너무 이르다.]


이찬이 처음으로 본 우사의 신적 면모였다.


“가스페르 주변에 가장 높은 건물에서 지원사격을 부탁합니다. 활은 가지셔도 좋습니다.”


가스페르의 얼굴엔 복합적인 감정이 담겨있었다.

자신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에게 이정도의 도움 밖에 되지 않는다는 분노, 조금의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는 안도감과 저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까지.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우사와 이찬이 출발하기 직전. 가스페르는 이찬에게 물었다.


“저기 이 활은 어디서 나신 겁니까? 그리고 당신은 역시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죠?”


가스페르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이찬은 대답했다.


“제가 무사히 아이를 구출해온다면 그때 전부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찬과 우사는 하늘로 날아올라 궁으로 향했다.


***


[그거 너무 사망플래그아니야?]


날아가던 우사가 이찬에게 물었다.


“그런 불길한 말씀을.”


[그나저나 어떻게 할거야? 저 공룡들 다 죽일 순 없어.]


“어떻게 하긴요. 아이만 저기서 데리고 나와서 도망 쳐야죠.”


[그럼 여기는 어떡해?]


“저희랑 상관이 있나요? 망하던 말던.”


[그래, 그것도 그렇네.]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우사의 말투엔 묘한 애처로움이 묻어나왔다.


“가기 전에 공룡이 어떻게 여기로 넘어왔는지부터 알아봐야겠죠. 그 뒤에 탈출하는 걸로.”


그렇게 계획을 세우며 날아오기를 몇 분, 빠르게 날아온 덕에 어느새 이찬과 우사는 궁궐에 도착했다. 궁궐 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쉴새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하인들과 긴장한 듯 오와 열을 갖추고 방패와 창을 들고 있는 군인들 또한 이찬의 눈에 들어왔다.

모두가 정신이 없는 탓인지 이찬과 우사를 주목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이찬의 눈앞에 하나의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스페셜 시나리오-1 예상치 못한 멸망>


해결 조건: 사방에서 달려드는 공룡들을 왕국의 병력들과 함께 저지하고 왕국을 방어하십시오

제한 시간: 전 공룡 중 절반 이상이 전투 의지를 잃은 경우

해결 보상: 1,000 상상력

해결 실패 시: 멸망한 왕국, 영원히 감긴 눈.


‘이게 무슨.’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아이만 구출해 탈출하려는 그들의 계획은 엉망이 된다.

우사 또한 시나리오를 받은 것인지 이찬에게 질문했다.


[너도 이거 받았니?]


“네. 여길 방어하라고······.”


[허, 내가 이런 걸 받는 날이 오다니.]


“왜요?”


[이건 「시스템 드론」에 우리가 송출되어 신이 여기를 보고있다는 거야.]


“그 말은······지금 여기를 신이 우리를 보고 있다고요? 투쟁 대회 때처럼?”


이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스템 로그에 신들의 채팅이 등장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 1’이 채널에 입장했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 1’이 꽤나 즐거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다른 신을 불러 모읍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 2’가 행성에 입장했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 3’이 행성에 입장했습니다.]


그러나 어딘가 낯설었다.

투쟁 대회에서 보던 채팅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거 채팅이 좀 다른데요?”


[보통의 채팅은 이런 식으로 입력 돼. 투쟁 대회가 워낙 이름있는 시스템의 행사라 상상력이 넘칠 정도로 많아서 이례적으로 신들이 직접 문장을 입력할 수 있던 거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 2’가 우사가 왜 여기 있냐며 따집니다.]


[너 누군데 날 아는 척하냐?]


우사가 하늘을 보고 이야기하자 신이 자신의 이름을 드러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 2’가 자신의 ‘가명’을 밝힙니다.]

[‘농사와 군무의 구름’이 우사의 위치에 의문을 가집니다.]


농사와 군무의 구름.

익숙한 가명이었다. 농사, 군무와 같은 단어는 차치하더라도 ‘구름’. 이 단어 하나 만으로 이찬과 우사는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을 외친 건 우사뿐이었다.


“운사? 근데 왜 이름이······”


이에 우사는 말했다.


[신명에는 많은 상상력이 깃들어서 함부로 말했다간 ‘매니저’한테 경고받을 수도 있어.]


[매니저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트리밍의 매니저는 이찬을 주목하는 모양이었다.


[‘농사와 군무의 구름’이 자신을 알아보냐며 놀랍니다.]

[해당 채널에 다수의 신이 입장합니다!]


그의 채널이 입소문을 탄 것인지 순식간에 채널의 시청자는 500명을 넘어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 43’이 저 녀석 투쟁 대회 준우승자 아니냐며 의문을 가집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신 519’가 투쟁 대회 시상식 때 오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집니다.]


“와·········진짜 정신 없네요.”


[그렇지?]


이찬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둘러본 결과, 우사와 이찬을 제외하고는 시나리오를 받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이찬이 우사에게 닦달했다.


“여하튼, 우리 지금 이렇게 한가로이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 같은데요?”


[아 그렇지.]


그들은 이곳으로 날아오며 세웠던 계획을 하나하나 차근히 실행해 나갈 준비를 마쳤다.


“계획이 조금 틀어졌어도, 우리의 목표는 변하지 않아요.”


[그래.]


이찬과 우사는 분주해 보이는 왕성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누구냐. 바쁜 와중에 이렇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들어온 미천한 놈이.”


그들을 자세히 보지못한 여왕은 호통을 쳤으나 이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네놈들은!”


여왕이 다급한 목소리로 프로네르를 부르자 그에 응답한 프로네르가 왕을 호위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겨우 살아 도망쳐 놓고 다시 돌아오다니. 정말 죽고 싶은 것이냐.”


프로네르의 분노 섞인 도발에도 이찬은 넘어가지 않고 달변으로 받았다.


“지금 우리끼리 싸울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닥쳐라. 것보다 가스페르 놈은 어디로 데리고 갔––”

“아니. 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이찬은 프로네르의 추궁을 끊고 말했다.


“거기 여왕 폐하? 저 멀리서 달려드는 괴수들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아, 두려워서 도망가시려는 건가?”

“저 정신 나간 놈이········!”

“잠깐, 프로네르. 모두 멈춰라.”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프로네르와 신하들을 여왕이 저지했다.

그러고는 이찬에게 말했다.


“그렇게 시건방지게 구는 것을 보아하니 무언가 방도가 있는가 보군.”


꽤나 예리한 여왕의 눈썰미.


“최소한 저것들에 대한 정보는 알고 있죠. 당신들은 저게 뭔지 아무도 모르지 않습니까.”


왕좌에 앉아 고민을 거듭하던 여왕은 큰 결심을 한 듯 말을 꺼냈다.


“너희들, 비록 탈옥수의 신분이긴 하나 내 호의를 베풀어 전쟁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겠다.”


어딘가 은근하게 깔보는 구석이 있었으나 빌어먹을 시나리오를 완수하기 위해 이찬은 참고 좋은 표정을 유지했다.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전쟁에 참여 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핫. 말장난은 마시고, 몇 시간 전에 저희가 이곳에 놔두고 온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를 넘겨주시면 저 괴물을 막는데 협조하겠습니다.”

“그래, 좋다. 손해볼 것 없는 장사군.”


여왕은 의외로 상황을 빠르게 받아들이곤 프로네르를 시켜 아이를 이찬에게 넘겨주었다.

여전히 곤히 잠들어있는 아이를 우사에게 맡겼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저 괴수들의 이름은 공룡입니다. 어떤 행성에 인류가 출현하기 전, 행성을 지배했던 지배종이죠.”

“그럼, 저걸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뭐?”

“일반적으로는 말이죠.”

“그게 무슨 소리냐. 있는 대로 고하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다.”

“여기를 버리고 도망가려고 하신 것 치고 지키는데 열심이시네요.”

“닥쳐라.”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없습니다. 하지만 시도해볼 수는 있죠. 우선 병력이 필요합니다. 성벽의 사방을 모두 두르고도 남을 병력이. 그리고 네 명의 지휘관이 필요합니다. 되도록 강한 존재들로요.”

“그건 문제없다. 특정예부대가 대기중이다. 필요하다면 현재 있는 병력의 네 배.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정예부대를 모을 수 있다.”

“음, 좋군요. 그렇다면 둘째, 이 아이를 안전한 곳에 두어 주셔야 합니다. 경비는 음·····헤수르가 좋겠군요.”

“헤수르는 수성에 뛰어난 지휘관이다. 한낱 아기를 지키는 데에 그를 사용할 순 없어.”


헤수르를 병력으로 써야한다는 여왕과 아이를 지키는데 투자해야 한다는 이찬의 입장이 맞부딪혔다.


“아뇨. 헤수르 그 사람. 지금 부상에서 회복되지 못했을 것이 뻔합니다. 애매한 상태에서 투입하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프로네르가 뜨끔하며 여왕의 눈치를 보자 여왕은 이찬의 주장에 따르기로 했다.


“··········알았다. 대신 상황이 위급해진다면 헤수르를 전투 인원으로 재배치할 것이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나머지는 되었느냐.”

“예 남은 것은 제 옆에 계신 분께서 모두 맡아주실 겁니다.”


이찬의 옆에 서 가만히 고개를 주억거리던 우사가 적잖이 당황한 듯 이찬을 쳐다봤다.


[응·····? 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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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전지의 신 (2) 23.05.30 6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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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페공전쟁 (3) 23.05.28 53 0 11쪽
20 페공전쟁 (2) 23.05.26 65 0 12쪽
19 페공전쟁 (1) 23.05.25 6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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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력자 (4) 23.05.23 6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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