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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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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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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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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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의 신 (6)

DUMMY

“뭘 하자고요?”


들으면 안 될 것을 들은 표정의 가스페르가 이찬에게 되물었고, 그에 못지않게 우사도 당황스런 표정이었다.

그런 둘에게 이찬은 다시 한번 말했다.


“우리가 쿠에비코를 구합시다!”


[미쳤군. 미쳤어.]


이찬을 꽤나 신뢰하고 있는 우사도 고개를 저었다.


[지하세계는 일종의 지옥이야. 그곳은 전부 ‘그 영혼’에 의해 통제되고 있어. 그 상황에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는 녀석을 몰래 데리고 또 몰래 나오는 건 절대 안 돼.]


논쟁의 여지없이 당연한 말이었다. 지금의 전력으로는 전면전도, 몰래 잠입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그곳이 신의 고유성(固有星)중 하나라면. 그러나 지금 이찬의 눈빛은 《관념》의 그 어떤 영혼보다 밝게 물들어 있었다.


“제게 작전이 있습니다. 이건 성공가능성이 높아요.”


[대체 뭔데 그래?]


셋은 한데 모여 이찬이 말한 작전에 대해 논의했다. 그리고 그 대화를 카카시가 모두 엿들었다. 카카시는 그들의 노력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했지만, 마땅히 눈이라 불릴 신체 기관이 없었기에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작전에 대한 토의는 계속되었다.


“결부선이 끊길 때는 절대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아요. 원래 없던 것인 양 사라질 뿐이죠.”


[몇 달 여기 있었다고 아주 기고만장하네?]


“책을 몇 권을 읽었는데 당연하죠.”


「결부선이 소멸할 때, 즉 신이 죽을 때는 결부선의 존재가 씻은 듯 사라진다.」


물론 그의 모든 지식은 「오디오 북」에서 나온다. 이찬은 저런 책을 읽은 기억조차 없다.


“그럼 그 신은 어떻게든 살아있다는 거군요.”


이찬의 의견에 극구 반대하던 가스페르와 우사도 어느새 그의 주장에 의견을 내며 쿠에비코 구출 작전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세 명이 한창 작당 모의 중일 때.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얇은 한지로 이루어진 문에 비치는 실루엣을 보니 누가 봐도 총괄 허수아비였다.


“점심식사 시간입니다. 식사하시죠.”


마침 배가 고팠던 참이기에 셋은 밖으로 나가 오늘의 점심메뉴를 힐끗 쳐다보았다. 오늘은 꽁치 구이에 미소 된장으로 이루어진 단출하지만 든든한 한상차림이었다.

꽁치가 구워지는 고소한내음이 집 한가득 퍼지자 그들의 왼쪽 방문이 드르륵하고 열렸다. 배꼽시계가 울리면 잠에서 깨어나는 이노였다.


“맛있는. 냄새.”


그들은 또다시 밥상에 도란도란모여 앉아 식사를 즐겼다.

한창 식사를 하는 와중. 위층에 있던 카카시가 저벅저벅 식사 테이블로 내려왔다.


“식사는 입에 맞으십니까?”

“맛있어.”


역시나 인자한 미소를 띤 그가 이노의 대답에 한번 더 답해주었다.


“입에 맞으시다니 영광입니다.”


[왜 내려왔지? 식사시간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녀석이.]


“특별한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냥 여러분께서 잘 지내시나 내려와 본 것이죠.”


[입에 발린 말은 참 잘해요.]


“칭찬으로 알아듣겠습니다.”


이찬은 배가 고팠음에도 밥이 목으로 잘 넘어가지 않았다. 분명 그에게 쿠에비코를 구출할 계획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아직 네노쿠니로 가는 계획을 완벽히 세워놓지 않았기에 선뜻 그에게 이야기를 꺼내기가 두려웠다.

그렇게 먹는 둥 마는 둥 식사를 마친 이찬은 배불리 식사를 마친 채 방으로 들어가려는 이노를 붙잡았다.


“잠깐 얘기할 수 있어?”


이노의 방으로 들어간 이찬은 이노에게 말했다.


“아직 많이 피곤해?”


그러자 이노가 의외의 말을 했다.


“나는. 자야 돼. 안 자면 할 수 없어.”


처음 듣는 이노의 이야기. 사실 이찬은 이노가 현생누대의 규격 외의 존재라는 것 말고는 그녀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실조차 없었다.


“잠을. 자면, 엄마가 꿈에 나와. 매일. 나에게 좋은 말을 해줘. 난. 엄마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싶어.”

“엄마가 많이 보고싶구나?”


이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기엔 그저 이노의 엄마가특별한 격을 사용해 멀러 떨어진 그녀를 위로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노도 이찬도 아는 사실이 있다. 그녀의 엄마는 이미 《현실》에 없다.

이노는 이미 죽은 엄마와의 기억을 회상하기 위해 계속 잠을 자는 것이었다.


“내가 엄마 찾아줄까?”


이찬이 이노에게 제안하자 이노의 눈빛이 흔들렸다.


“정말. 찾아줄 수 있어?”


그녀의 엄마는 《현실》에 없다. 그러나 다르게 말하면 그녀의어머니는 현재 《관념》에 있다. 특별한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면 《관념》의 어딘가로 이동되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이찬이 가려는 곳에 그녀의 엄마가 있을 수도 있었다.


“물론이지.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


“그게. 뭔데?”


“너희 엄마를 구하려면, 내가 강해져야 돼.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그러려면 내가 어떤 사람을 구해야 되거든? 도움을 줄 수 있어?”


이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몇 번이고 주억거렸다.


“당연하지. 우리 엄마를 한번만 만나게 해준다면. 계속 널 도울게.”

“고마워. 이따가 보자.”


이찬이 방의 밖으로 나간 뒤 이노는 생각에 잠긴 듯 누워 천장을 몇 분 동안 응시했다.


밖으로 나온 이찬은 생각했다.


‘이로써 플랜A의 성공가능성을 높였다.’


이찬이 세운 계획에 이노는 필수불가결의 존재였다.


곧바로 옆방으로 돌아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가스페르와 우사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둘은 그제서야 한껏 구기고 있던 표정을 풀었다.


“후. 다행이네요.”


[아직 안심하긴 일러. 이제 겨우 첫 단추를 잠근 것뿐이야.]


“우사 말이 맞습니다. 아이가 도와준다고 한들 이 작전의 성공 확률은 바닥이에요”


동의는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안함을 가지고 있던 둘이었다. 실패한다면 이찬, 이노, 가스페르는 분명 죽을 것이고 우사는 그릇이 소멸하며 막대한 상상력을 잃고 신의 자리에서 박탈됨이 분명했다.

결과적으로 넷의 목숨이 걸린 도박이거나 투기였다. 아니 어쩌면 둘 다 일지도.

그래도 이찬은 백룡의 이야기를 믿었다. 이찬이 본 일행의 최후는 지금 가려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백룡을 통해 본 그들의 최후는 벨리알의 권역에서 맞이하는 참담한 최후. 이제 그들에게 주어진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쿠에비코를 구하는 것에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그것이 넘치는 자신감의 근거였다.


“너무 무모하기 짝이 없군요.”


물론 둘은 이찬이 가진 자신감의 근거를 추호도 알지 못했다.


“아무튼 제 계획은··········.”


이찬의 계획을 모두 듣자 둘의 표정이 변했다.

말하진 않았지만 분명 그런 표정이었다.


‘이거, 할만하다.’


씨익 미소 지은 이찬은 이어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쿠에비코를 구출해 무사귀환 하기, 왜 쿠에비코가 네노쿠니에 갔는지 이유 캐묻기, 백룡을 깨울 수 있는 격의 크기 갖추기 입니다.”


[간결하네.]


“출발 시간은 언제입니까?”

“내일.”


[그래 내일 좋네. 내일······어? 내일?]


“네. 내일 바로 출발할 겁니다.”


[아니 잠깐 너무 급한 거 아니야?]


“맞습니다. 너무 이릅니다. 최소한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쿠에비코의 생사조차 불분명한 시점에 여유롭게 준비할 시간 따위 없습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군.]


“우사!”


[하지만. 하루는 너무 적다.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빠른 시간이야.]


“그러면·········.”


[사흘. 사흘 후에 출발하지.]


“알겠습니다.”


가스페르는 생각이 많아졌다. 이게 정말로 맞는 일인지 가늠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상념을 떨쳐내기 위해 연무장에 들렀다.

그곳에는 이미 수련 중이던 이찬이 있었다.

기도에 「폭풍」을 둘러 더미들을 베어버리는 이찬의 눈엔 은은한 독기가 서려있었다. 아마 잡혀갔다던 그의 친구 때문일 것이다.

가스페르는 이찬에게 다가가는 대신 연무장의 기둥 뒤에서 이찬을 염탐했다.


“흐아아앗!”


필사적으로 휘두른 붉은 아우라의 검이 더미를 분쇄시켰다. 더미의 뒤쪽 벽엔 이찬의 검기가 남긴 상처가 생겨났다.


‘벽이 검을 버티지 못해······?’


가스페르의 격으로도 저 벽에는 흠집 하나도 낼 수 없었다. 그런 벽이 이찬의 검에 무참히 썰려 나가듯 했다.

그 후로도 염탐은 계속되었다. 계속해서 재생되는 더미들을 날카로운 검날로 도륙 냈고, 대상에게 공격을 가하는 전투용 더미도 가을철 익어버린 갈대처럼 뚝뚝 끊어졌다.


“후········.”


한숨을 깊게 내뱉은 이찬은 기도를 다시 산화시키고는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명상을 한지 1분정도가 경과하자 이찬을 중심으로 바람이 모여들었다. 그와 동시에 이찬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공중에서 약 3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이찬이 멈췄다.

아무래도 이것이 이찬의 수련 루틴인 모양이었다. 명상이 일종의 깨달음을 얻는 행동인 것인 양 삼십 분을 내리 명상만 반복했다.

이제는 이찬을 불러 봐야겠다는 듯 가스페르가 이찬을 향해 걸어가려는 찰나. 휘몰아친 바람이 순식간에 가스페르를 끌고 이찬의 앞으로 데려갔다.

눈을 뜬 이찬이 웃으며 말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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