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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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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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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대회 (5)

DUMMY

“으학학하하!”


여포가 마치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고, 그 공세에 조금씩 무릎이 내려갔다.

이찬은 가까스로 일어나 공격을 흘려내고 있었다만 이마저도 조금 더 있으면 무너질 것 같았다. 공격을 받아내는 것과 동시에 무려 세 개의 격을 발현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중력장, 연하오월, 한계 돌파까지. 이는 곧 막대한 상상력의 소모로 이어진다. 여포는 이곳에서 승리해도 다음 상대가 홍길동인 것을 모르는 듯, 아니 상상하기 싫다는 듯 이찬을 난도질했고 덕분에 이찬은 생체기가 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곳곳에는 치명상을 입은 부분도 존재했으며, 계속되는 노력에도 광개토대왕의 다른 격은 발현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찬은 속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광개토대왕에게 빌었다.

그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는 듯싶더니 환호성을 지르던 관중들이 사라졌다. 자신의 앞에서 압도적인 격을 내뿜고있던 여포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그에 따라 몸도 한 층 가벼워졌다. 쉴새 없이 떠들어 대던 채팅창의 사람들 또한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이 넓은 세상에 자신만 남겨진 느낌이 들었다.


[나의 격을 이은 자여.]


어디선가 웅장한 격을 담은 신언이 들려왔다. 이는 격을 얻기 전에 키트리노스의 신언과 백룡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을 때의 느낌과 굉장히 비슷했다.


“누구십니까?”


이찬은 소리를 지르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자네가 이 얘기를 들을 때면 나는 죽고 나의 격을 계승한 자가 내 첫 번째 격의 숙련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렸을 때겠지. 야철신께서 꽤나 좋은 임자를 택한 듯싶구나.]


이찬은 그제서야 이 목소리의 주인이 광개토대왕임을 알아차렸다. 목소리는 말을 이었다.


[자네에게 이 목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은 첫 번째 격의 숙련도를 꽤나 상승시켰음에도 눈앞의 적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겠지.]


이찬이 생각하기에 이 목소리는 지금 광개토대왕과 대화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통보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메시지를 남겨 놨다는 것은 자신이 지금 죽기 전 상황임을 알고 다잉메시지를 남겨놓은 것.


[나도 나의 격 여섯 개를 모두 전해주고 싶지만, 그것은 내가 살아있을 때의 이야기지 내가 소멸하고 없는 상황에서 직접 격을 전수해주기란 불가능하다.]


이찬의 눈앞에 마침내 광개토대왕의 형상이 나타났다. 광개토대왕은 왕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 마치 왕보다는 전쟁에 나서는 장수 같은 옷. 아마 그것이 한반도와 <태극성>에 잘 알려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나는 <태극성>유일의 초월신. 두 번째 격 정도는 내가 임의로 깨워줄 수 있다.]


이찬의 표정이 한껏 환해졌다.


[명심하라. 두 번째 격 이후로는 자네가 끝없는 노력을 해야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그렇게 말한 광개토대왕은 사방에서 작고 빨간 구 형태의 상상력을 모아오기 시작했다. 구들은 서로 융합하더니 이내 손바닥만큼 작은 크기의 구를 만들어냈다.


[이는 내가 만들어낸 내 격의 정수. 만지면 나의 기억을 엿보고 격을 한 층 능숙하게 새로운 격을 다룰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나의 기억은 꽤나 방대하다. 짧은 세월이지만 정신력이 약하다면 격을 얻고 며칠 내에 미쳐갈 수 도 있지. 그럼에도 각오가 되어있다면 이 구를 잡아라. 그리고 진정으로 내 격을 계승해다오.]


이찬은 망설임 없이 광개토대왕의 앞으로가 붉은 구를 손에 쥐었다.


[역시 나의 격을 계승한 인간답군. 꼭 내 격과 의지를 계승해주게 이찬.]


이찬은 흠칫하며 광개토대왕을 바라봤으나 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어떻게 내 이름을.


이라고 생각도 전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광개토대왕의 일생이 머릿속에 주입되어오기 때문이었다.


“즉위를 경탄드리옵니다.”


「광개토대왕의 즉위를 축하하듯 신하들이 그를 받들었고, 그는 즉위한 후 1년도 안되어 백제를 정벌하였다. 이어 거란 또한 정벌하며 자국의 인질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광개토대왕의 일대기가 이찬의 뇌리에 박혔다.


「담덕이 전쟁에 능하다는······리를 들어 왕들이 함부·····쟁하지 못하게······.」


이찬은 마침내 그의 모든 기억을 읽어냈다. 정신은 한없이 맑았고, 광개토대왕을 십분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서야 격을 어떻게 써야할지 깨달은 듯 이찬은 미소 지었다.

그러자 어두운 구름이 걷히고, 서서히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타난 관중들은 다시 환호성을 질러댔고, 채팅창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찬이 광개토대왕의 기억을 전수받은 몇 시간은 그들에게 10초의 시간도 되지 않았다. 이찬의 변화를 눈치챈 사람은 오직 대기실의 홍길동과 이찬의 상대인 여포 둘뿐.

홍길동이 조금 당황한 듯 말했다.


[이찬······갑자기 기세가 달라졌다. 쉽게 우승할 생각은 버려야겠네.]


이찬의 눈앞에 서있는 여포는 이전과 같지 않았다. 점점 살이 빠지고, 기력은 다한 듯 헉헉거렸다. 그러나 그런 그의 몸 상태와는 반대로 격은 폭주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상태의 여포가 알 수 없는 공포에 한걸음 물러났다.


[익명 3287: 뭐임? 방금 여포가 겁먹은 거임?]


존재격 발현의 여포마저 겁먹는 압도적인 힘. 그 힘 앞에 여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야! 뭔데!”


목소리에도 두려움이 깃든 여포는 필사적으로 저항해보려 했으나, 그것은 그저 낚싯대에 걸려 올라온 한 마리의 물고기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이어 크지않은 이찬의 목소리가 결투장 내에 울려 퍼졌다.


“고유격 발현. 「정벌」.”


이찬의 모습은 고구려 시대의 전성기를 이끌기 시작한 광개토대왕의 모습과 같았다. 여진, 거란을 정벌하러 가는 길. 어디선가 다그닥거리는 말발굽 소리와 흙먼지 소리가 번갈아가며 들려왔다.


겨우 두 번째 격을 발현한 위력이 이정도였다.


여포가 함부로 발을 떼지 못하였고, 관중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대기실의 홍길동 또한 눈앞의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여포의 앞으로 다가간 이찬은 망설임 없이 검을 내리쳤다.


[이········이번 전투의 승자는 이찬입니다!]


라오스의 당황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찬은 무덤덤하게 결투장을 내려와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 문을 열자 홍길동은 꽤나 진지한 모습으로 말했다.


[우승은 내 것이다.]


그러자 이찬도 이에 답했다.


“제가 우승하겠습니다.”


[아니 내가 한다.]


서로 눈치를 본 둘의 이야기가 이어졌고 홍길동은 이찬을 지나쳐 가며 말했다.


[좋은 싸움부탁한다.]



그리고 이 전투는 투쟁 대회의 주최측이 많은 규칙을 수정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존재격 사용금지. 방벽 강화 등.

다음 전투.

홍길동은 결투장으로 호기롭게 올라왔고, 그에 맞서는 상대는 로마제국의 제17대 왕이자 생전 무능하고 미친 폭군으로 불리었던 사내. 폭군으로 유명했던 만큼 전투력도 만만치 않다.

이찬은 문득 자신의 상상력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만약 이곳에 소설에 나오는 그런 시스템이 있다면, 상태창도 있지 않을까.’


이찬은 마음속으로 ‘상태창’을 외쳤다. 그러자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정말 상태창이 이찬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아니 이걸 왜 아무도 안 알려준 거냐’ 며 불평도 잠시, 이찬은 자신의 상태창을 분석했다.


<상태창 정보>

이름: 이찬

나이: 18

성주(星主): 없음

존재격: ???(???)

고유격: [폭풍(풍백)(현재 ‘봉인상태’입니다)]. [유척당지지(광개토대왕)]. [정벌(광개토대왕)]. [한계 돌파(무디트)]. [중력장(뉴턴)]. [???(???)]

공통격: [행간이동]. [야간시]. [요리]. [심호흡].

상상력: 4,700(투쟁 대회)


물음표로 점철되어 있는 ‘존재격’과 고유격 일부. 물음표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신이 아는 정보인 것이 언짢은 이찬이었다. 그나마 자신에게 존재격이 있음을 알려주는 물음표와 지금까지의 전투로 얼마나 많은 상상력을 소모했는지 보여주는 것이 그를 위로해주었다.

이찬이 상태창에 몰두해 있는 사이, 홍길동과 콤모두스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콤모두스의 고유격인 「정신분열」이 발현되어 홍길동의 대표 고유격인 「분신술」과 접전을 벌였다.

정신을 나누는 격과 몸을 나누는 격이 전면으로 맞붙었다.

여덟 개의 인형이 콤모두스를 향해 달려들었고, 콤모두스는 조금 버거운 듯 자신의 무기를 휘둘러 분신을 하나 둘 차례로 제거해 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콤모두스가 단 셋의 분신만을 남겨놓은 채 떠들었다.


“하하, 겨우 이딴 격으로 4강까지 올라오다니, 정말 칭찬 받아 마땅하다.”


그러자 남은 분신들이 일제히 입을 열었다.


[방금 그 일격을 맞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무능한 왕? 넌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온 거냐. 마땅한 업적도 없고, 네가 가진 지위라고는 로마제국의 왕 하나 뿐 인데. 저기 있는 심판한테 뒷돈이라도 줬냐?]

“닥쳐라. 쓰레기 같은 도적.”


서로가 신경전을 벌이며 전투를 이어갔다.


크아아악


홍길동이 남은 분신에게 모두 봉을 쥐어주며 일방적으로 구타했고, 콤모두스는 견디다 못해 그 자리에 무릎 꿇었다.


[와우 역시 지구 출신 위인들의 대결은 치열하네요! 바로 내일! 넓디 넓은 지구에서 이곳의 결승까지 올라온 한반도의 위인 이찬 대 홍길동, 홍길동 대 이찬의 경기로 여러분을 뵙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넌 참 한결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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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전지의 신 (3) 23.05.30 60 0 10쪽
23 전지의 신 (2) 23.05.30 6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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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조력자 (3) 23.05.22 6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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