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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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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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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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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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노쿠니 (1)

DUMMY

이찬 일행은 스산한 달빛이 비치는 료칸의 정문 앞 잔디밭에 나와 있었다.


“저희 신을 부탁드립니다.”


일행의 앞에는 다리가 나무로 되어 있어 무릎이 굽혀지지 않아 넙죽 엎드려 자신의 신을 구출해 달라며 애원하는 카카시가 있었다.


“그······괜찮으니 일어나십시오.”


가스페르가 그런 카카시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 주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엊그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때는 이틀 전 이찬과의 결투에서 패배한 뒤 휴식을 취하던 도중.


***


카카시에 의해 그가 감당 못 할 무시무시한 격이 방을 가득 채웠고, 가스페르는 가까스로 한 마디를 꺼내 카카시에게 물었다.

그러자 카카시는 극도로 당황하여 급히 자신의 격을 회수했다.

“켁켁”하며 헛기침을 한 가스페르가 지친 듯 다시 매트리스 위로 몸을 가누었다.


“아! 죄송합니다.”

“왜·········그랬습니까?”

“무슨 말을 드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저도 모르게 격이 주체가 안 되었나 봅니다.”


오늘로만 두 번째 듣는 소리. 가스페르는 이때 약간의 이질감을 느꼈다. 우연도 아니고 둘 모두가 격이 주체가 되지 않는다니, 그 피해자가 자신이라는 것도 불편했다.


“크흠. 괜찮습니다. 그런데 하실 말씀이?”

“아, 별 거 아닙니다. 그저 이 집에서 근무하는 영혼들이 당신이 하는 말을 못 알아 듣겠다고 해서 격을 하나 전달해 드리려고 왔습니다.”


그때의 가스페르는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몰랐다.

후에 이찬에게 들은 말로는 공통격 「통역기」가 없는 영혼들은 가스페르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한다는 것을 전해 듣고는 굉장히 미안해했다.

이찬을 비롯한 모두가 자신의 말을 알아 들었기에 따로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이곳에 온지 1일차 되는 날에 화장실이 어디 있냐는 질문을 했으나 영혼들이 대답해주지 않는 것을 보고 굉장히 실망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가스페르는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그게 내가 하는 말을 몰라서 그런 거였다니.’


“그럼·······지금 제게 주려는 격이······.”

“맞습니다. 「통역기」입니다.”

“감사합니다. 뭐라 말을 드려야 할지······.”

“괜찮습니다.”


감사한 은인에게 가스페르는 꺼내면 안 될 말을 꺼내 버렸다.


“꼭. 당신의 신을 구해 오겠습니다.”

“예?”


자신도 모르게 이찬의 경고를 어겨버렸다.


-절대 허수아비에게 그 얘기를 꺼내선 안 됩니다.

-왜죠?

-서프라이즈죠.


그러나 허수아비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가스페르를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아, 그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전지의 신의 주민 아닙니까.”


이찬을 비롯한 모두가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카카시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경위는 전지의 신 때문이 아니었다. 결부선도 끊긴 마당에 격을 사용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수근거리는 소리가 너무 컸습니다.”


최대한 작게 이야기한 소리가 카카시의 귀······에 들린 모양이었다.


“정말·····가실 생각이십니까?”

“물론입니다. 처음엔 저도 마땅치 않았지만, 듣고 보니 설득 되더군요.”

“감사······감사합니다.”


진심이 우러나오는 한마디였다.


“저희에게도 충분한 이득이기에 움직이지만, 신을 구하겠다는 말은 결코 인위적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맘놓고 맡겨주십시오.”


말없이 일어나 뒤를 돌아보며 나가는 허수아비에게서, 분명 허수아비의 등을 보고 있었음에도 안심하는 표정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가스페르는 침구의 머리맡에 놓여 있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기다란 시약병을 집어 들었다.


<아이템 정보>


아이템 이름: 삼림의 정수

아이템 등급: A(소모품)

아이템 설명: 어느 비밀의 삼림 중앙에 들어가 100년을 수련해 만들어낸 회복의 정수.

섭취 후 세 시간 동안 어떤 음식도 먹지 않으면 외상과 내상이 모두 치료된다.


아이템 정보를 살핀 가스페르는 망설임없이 그것을 삼켰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 한다면, 한숨 자면 되겠지.


가스페르는 그대로 뻗어 버렸고, 그가 일어났을 때는 이미 출발 시각이 되어 있었다.


***


일행은 료칸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찬은 거대한 달의 너머로 희미하게 느껴지는 눈을 찾아내기 위함이었다.

눈을 찾기 위해 분망하는 이찬을 우사, 이노, 가스페르가 호위했다.


-그 허수아비들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최대한 접근을 막아 보겠습니다.


카카시는 그 언약을 증빙하듯 이성을 잃은 ‘눈먼 까마귀’들이 이찬의 주위로 모여들기만 할 뿐 공격은 가하지 않았다.


“찾았습니다.”


이찬이 신호하자 호위를 서던 세 명이 이찬의 주위로 모여 가스페르와 우사가 그의 어깨에 손을, 이노가 다리에 손을 올렸다.

이찬은 거대한 달빛에 가려진 희미한 눈빛을 찾아냈다. 크게 뜨는 눈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조의 눈빛이 느껴졌다.

모든 일행의 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이에 이찬은 눈을 더 크게 떴다. 마치 이 풍경을 눈에 담아 놓겠다는 듯 말이다.

모든 풍경을 눈에 담았는지 이찬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허수아비 천국」의 그 풍경이 굉장히 아름다운 것임을 깨달았다.

이는 마치 황폐화 되어가던 「폭풍의 눈」과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심했다.

사방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사체가 가득했고, 하늘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곳곳에는 불타오르는 가옥이 행성을 진짜 지옥같이 꾸미고 있었다.


“우욱········.”


이를 견디기 힘든지 가스페르는 구석에서 토를 하기 일쑤였고 이노는 별 감정이 들지 않는지 침묵을 유지했다.


[잘 도착하긴 했네.]


꽤나 긴 침묵을 깬 것은 우사였다.


“이게 되긴 하네요.”


여태껏 가본 적 없는 곳을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이동할 수 있었던 이유.


“도움을 좀 많이 받긴 했죠.”


료칸의 투숙객 중, 한 번이라도 네노쿠니로 가본 영혼이 있다면 자문을 구해 행성의 특징과 구성, 그 생김새를 물어 이찬의 머릿속에서 네노쿠니를 궁리했다.

그렇게 이찬은 세상에서 가장 역하고 절망이 가득한 행성을 머릿속으로 구상하는데 성공했고, 도박, 아니 투기에 성공했다.


“무사히 도착했으니 첫 번째 난관은 넘은 셈입니다. 이제 계획을 실행해—“


[조심!]


우사의 경고성에 이찬은 가까스로 날아 무언가를 피해냈다. 바닥에 꽂힌 그것을 본 이찬은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살아있는 것에서 떨어져 나간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팔이었다.

꿈틀거리는 팔을 보며 일행은 혼돈에 빠졌다.

영혼들에게 전해 들은 것보다 더 잔혹하고 처참한 광경이었다.


“으으·······.”


속을 시원하게 비워낸 가스페르가 정면을 보더니 말했다.


“앞에········!!”


반사적으로 정면을 바라본 이찬은 눈이 찌푸려졌다.

동시에 「오디오 북」이 독백을 시작했다.


「네노쿠니를 비롯한 《관념》의 저승은 이미 《현실》에서 죽은 영혼들이 한 번 더 혼의 수명이 다하면 가게 되는 세계.」

「네노쿠니의 영혼은 이성과 정처없이 세상을 떠돌아 다니게 된다.」


“저들은·······.”


[인간이었지만, 인간에게서 너무 멀어진 존재들이지.]


“은밀하게 죽여야 합니다.”

“예? 그래도 한때 인간이었던—“

“가스페르.”


단호하게 자신을 부르는 이찬을 보며 생각에 잠긴 듯 대답이 없던 가스페르는 이내 답했다.


“알겠습니다.”

“고통없이. 보내주십시오.”


순식간에 고유격 「신궁」을 발현한 가스페르가 황금빛 화살을 쏘아 썩어 문드러진 영혼들을 영멸시켰다.


“크아아아악!”

“그어륵어르.”


분명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고통스럽게 썩어 가는 영혼들을 보며 이찬은 알게 모르게 묘한 기시감을 여럿 느꼈다.


그런 영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다가오는 영혼을 조용히 처리하기 위해 가스페르가 「광휘의 발걸음」을 발현해 빠른 속도로, 하지만 소리는 극소량만 들리도록 하여 오염된 영혼들을 영멸시켰다.

마침내 일행 주위의 모든 영혼들이 영멸하여 그 어떤 기척도 남지 않게 되었다. 가스페르는 한 번에 많은 상상력을 사용하여 지친 모습이었다.

이를 본 우사가 「인벤토리」에서 가스페르에게 ‘상급 마나 회복 물약’을 여럿 건넸고, 가스페르는 그것을 넙죽 받아 자신의 「인벤토리」에 수납했다.


“지금부터 갈라집시다. 우사, 이노는 저 멀리 보이는 성채의 정면에서 전투를 벌이십시오. 가스페르, 우리는 성채의 위로 침투합시다.”


[이제 진짜 시작인가.]


일행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는 네노쿠니의 분위기에 맞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만들어진 성채가 기울어진 채로 놓여있었다.

그곳에서는 흉흉한, 좋은 기운은 찾아볼 수 없는 격이 성채의 주변을 감돌고 있었다.


“최대한. 오래 버텨 볼게.”

“무리하지는 마. 여차하면 바로 도와주러 올게.”


마침내 쿠에비코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이 막을 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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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네노쿠니 (2) 23.06.06 55 0 9쪽
» 네노쿠니 (1) 23.06.05 46 0 9쪽
28 전지의 신 (7) 23.06.04 42 0 9쪽
27 전지의 신 (6) 23.06.03 4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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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전지의 신 (2) 23.05.30 6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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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조력자 (5) 23.05.24 63 0 9쪽
17 조력자 (4) 23.05.23 60 0 11쪽
16 조력자 (3) 23.05.22 6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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