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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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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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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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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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의 신 (5)

DUMMY

경악에 물든 이찬의 표정을 일별한 허수아비는 이찬 일행에게 제안했다.


“일단 저희가 준비한 밥부터 드시면서 이야기하시죠.”


기다란 식탁엔 상다리가 휘어지다 못해 부러질 것 같은 종류의 음식이 놓여있었다.


“밥. 맛있겠다.”


모두가 상당히 굶은 상태였기에 모두 앉아 허겁지겁 식사를 흡수했다.


“당쉬는 안 두십니까?”


입에 밥을 한가득 집어넣은 가스페르가 맞은편에 앉은 허수아비에게 제안했다.


“저는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만족스럽게 드셔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어느새 식탁에 앉은 이찬도 자연스레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끝마친 그들은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먼저 질문하겠습니다.”


[아니, 내가 먼저 한다. 카카시, 쿠에비코는 어디로 갔지?]


“와우, 치열한 질문 쟁탈전이군요.”


[그딴 거 말고, 빨리.]


“이 이야기는 좀 깁니다. 다른 질문에 먼저 답하고 답변해 드리죠.”

[그래. 넌 항상 이런 식이었지.]


“제 차례입니다. 이 쪽지. 대체 뭡니까?”


“공교롭게도 또 긴 이야기가 담긴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제가 말씀해 드릴 수 있는 건, 제 신이 전지(全知)의 신이시라는 겁니다.”


아무래도 민감한 질문을 피해가는 데는 도가 튼 모양이었다.

이후 시답잖은 질문이 이어졌다. 원래는 사람이냐는 둥, 허수아비가 말을 할 수 있냐는 둥. 눈치 없는 가스페르와 이노가 별 같잖은 질문 계속했다.


“얼추 질문이 끝나신 것 같군요. 이제 제가 질문하겠습니다.”


전지의 신의 주민이. 그것도 굉장히 신뢰를 받는 것 같은 영혼이 뭐가 궁금하다고 이찬 일행에게 질문할 것이 있는지는 잘 몰랐지만 이찬은 그것을 들어 보기로 했다.


“지금 이 행성의 바깥 즉, 이 료칸을 제외하면 그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사방 천지가 이성을 잃은 허수아비들로 가득하거든요. 그곳을 한 번이라도 가본 모든 영혼들은 두 가지 경로를 걸었습니다.”


잠시 뜸들이던 허수아비는 진중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죽거나, 죽을 만큼 고통스럽거나.”


[그렇군.]


“이성을 잃은 저희 신의 허수아비들은 본디 하나하나가 전부 최정예 전투 요원입니다. 성단 내에서도 최고의 전투 실력을 자랑했죠. 그런 영혼들이 하루아침에 저렇게 난폭하게 변해버렸으니. 지금으로선 막을 방도가 없는 것입니다.”

“왜 저 영혼들이 저렇게 됐는지는 모르십니까?”

“저희도 알아보곤 있지만, 전혀 갈피를 잡지 못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저희도 잘 모릅니다. 이곳에 오기 전 한 행성을 들렀는데 그것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군요.”


“어디에 다녀 오신 겁니까?”


이찬을 대신해 대답한 것은 첫 질문 후 침묵을 유지하던 우사였다.


[‘고요의 달빛’.]


그 말을 들은 허수아비의 눈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ㅊ·····츠쿠요ㅁ—“


무언가 말하려는 허수아비의 입을 우사가 재빠르게 막았다. 갑자기 방의 내에 서늘한 달빛이 비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누굽니까?”


[일본 성단의 3주신 중 하나. 현재 세 파벌로 나뉜 성단의 수장. 달의 신이자 죽음의 신이기도 하지.]


이찬은 일본 성단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3주신에 대한 정보는 알고 있었다.


달의 신 츠쿠요미.

해의 신 아마테라스.

번개, 바다, 바람의 신 스사노오.


형제자매관계인 세 신이 분열하여 각각의 성단을 나누어 다스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허수아비의 신은 츠쿠요미의 당벌이었다.


“그럼 모든 것이 이해가 됩니다. 이지가 없는 ‘눈먼 까마귀’들이 당신들을 죽이지 않은 이유. 그들의 신경에 미세하게나마 남은 본능이 여러분에게 소량 남은 달빛을 보고 자신들을 멈춰 세운 것이죠.”


[전지의 신이라면, 이 정도 정보는 알 수 있지 않나? 그걸 왜 모르고 있지?]


우사가 허수아비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대거리했다.


“저희 신이 출타 중인 것은 아까 말씀드렸으니 알고 계시겠죠.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제 신과의 ‘결부선’이 끊겼습니다.”


결부선.


「신과 주민을 연결시켜주는 선.」

「이 선의 존재로 주민은 신의 상태와 신과의 직접적인 의사표현을 행할 수 있다.」


꺼져 있던 「오디오 북」이 다시 발현되며 결부선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결부선이 없다면 격의 크기마저 한 층 줄어드는 페널티를 받는다.」


그 선이 끊겼다는 것은 쿠에비코에게 어떤 일이 생겼다는 것.


[다시 질문하겠다. 쿠에비코는 지금 어디에 있지?]


우사의 집착때문에 있지도 않은 침을 꼴깍하고 삼킨 카카시는 그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쿠에비코 님은, 네노쿠니(根の国)로 가셨습니다.”


「네노쿠니.」

「일종의 지옥.」

「죽은 영혼들 중에서도 죄를 짓거나 그 영혼의 오염도가 최상인 상태에서 가는 지하세계.」

「그곳을 관장하는 신은 스사노오의 당벌인 오오쿠니누시다.」


쿠에비코는 그런 곳에 동료 하나 없이 쳐들어간 것이었다.


“쿠에비코 님이 네노쿠니에 가신 이후 처음엔 연락이 잘 되었습니다. 격의 크기도 별 차이가 없었죠. 그런데 문제는 며칠 뒤에 바로 일어났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어째서 저 허수아비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침울해져 있는가.


“갑자기 제가 가지고 있던 격의 크기가 작아지더니, 제 주변에 있던 허수아비, 제 동료들이 하나같이 고통스러운 듯 꿈틀거렸습니다. 격도 폭주하는 상태였고요. 그 상황에서 전 이곳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시에 제 신언도 꺼졌습니다. 그 상황도 어느덧 14년 전이군요.”


어떤 신의 굉장한 신망을 받는다면 신망을 받는 주민도 담긴 격은 조금 작지만 어쨌든 신언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카카시는 현재 신언을 발하지 못하는 상태. 그것은 필히 쿠에비코에게 무언가 일이 생겼음을 직접적으로 의미했다.


[딱히 다른 징조는 없었나?]


“결부선을 통해 대화하던 중,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통신이 끊겼습니다. 통신이 끊기기 직전 어떤 비명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죠.”


[확실히 쿠에비코에게 문제가 생긴 건 확실하군.]


“그러면 이 쪽지는 대체 뭡니까?”

“그 쪽지는, 쿠에비코께서 남기고 떠나신 쪽지입니다.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열어보라고 하셨죠.”


전지의 신이 미래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인지 이찬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 놓고 갔다.


“지구의 일을 어떻게·······.”


심지어는 지구의 이야기까지.


“이곳으로 오신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편해지겠군.]


이찬 일행이 이곳으로 온 이유는 온전히 풍백 때문이었다.

풍백은 현재 이찬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신이었다. 그렇기에 이찬이 아윤을 구하기 위해서는 마신의 본거지로 쳐들어가야 한다. 백룡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쿠에비코는 지금 이찬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유일한 신이었지만, 신이 부재중인데다가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곳에 남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


그렇다고 여길 떠나자니 마땅히 갈 곳도 없는 상황. 일행은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머물러 있기로 했다.


“방을 내 드릴 테니, 그곳에서 생활하시죠.”


이찬은 방에 들어와 평범한 검정 긴팔 티셔츠와 베이지의 와이드팬츠로 갈아입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교복, 이후 학교 가방에서 체육복을 꺼내 입고 ‘투쟁 대회’에서 홍길동이 사준 한복의 패션. 페케니아에 와서 중세시대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평범한 옷 세트까지, 몇 달 사이에 새 옷을 얼마나 샀는지 이찬은 그 돈이 아까워 보일 지경이었다.

이노는 하늘하늘한 원피스가 맘에 든다며 옷을 갈아입길 거부했고, 가스페르도 자신의 행성을 잊지 않겠다며 중세 옷을 입었다. 우사는 이것이 자신의 고유 의상이라며 개량한복을 고수했다.


고유격도 아니고 고유 옷이라니.


이찬은 그렇게 며칠을 내리 먹고, 자고, 싸기를 반복했다. 그 생활이 어찌나 편하던지, 이곳이 어딘지,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도 종종 헷갈렸다.


“편하네요·······그렇죠?”


[그래, 좀 과하게 편하네.]


계속해서 신세를 지고 있는 와중에도 카카시는 아무 말없이 일행을 돌봤다. 그 와중에도 가스페르는 이찬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하겠다며 료칸의 연무장에서 활을 수련했다. 그 노력을 방증하듯 가스페르의 활 실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이젠 「광휘의 발걸음」을 발동하여 움직이는 와중에도 「신궁」의 최대 위력을 발현해 엄청난 타격을 줄 수도 있었다.

가스페르의 화살에 맞은 지푸라기 허수아비가 단숨에 재가 되었다.


“후, 이젠 좀 도움이 되려 나요.”

“원래도 도움은 충분했는데요.”


이노는 이때의 질문 소동 이후 계속 잠만 자는 중이었다.


“잠순이네 아주.”


이노를 보아온 기간이 많지는 않지만 지금까지만 봤을 땐 깨어있는 시간보다 잠에 든 시간이 훨씬 많았다. 중간에 밥짓는 냄새가 나면 일어나 밥을 먹고 다시 잠을 자기의 반복.

우사는 별 다른 것이 없었다. 그저 편안히 생활하다 새벽이 되면 지붕위로 올라가 거대한 달빛을 마주보는 것이 우사의 특별한 점이었다.

안은 굉장히 화목하고 평화로운 일상이지만, 바깥은 스릴러 영화가 따로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수시로 들려왔고, 밤에 잠깐 물을 마시러 나올 때에는 창밖으로 붉은 눈을 가진 허수아비가 집을 들여다 보았다.


“가스페르, 우사.”


어느 날 이찬은 가스페르와 우사를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심각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이대로는 죽도 밥도 안될 거 같아요. 뭔가를 해야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찬이 우사의 되물음에 대답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둘은 꽤나 정신이 혼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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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전지의 신 (6) 23.06.03 4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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