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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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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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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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만족스러운 거래를 마친 이찬은 맑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태극본성으로 돌아왔다.


[투쟁 대회 참가부터 결과까지 다 설계하고 실행하고 이용하고 그 와중에 더 강해지다니, 미친 거야 아니면 천재인 거야?]


“미친 천재라고 하죠.”


[그래라. 이제 어디로 가?]


“정해져 있잖아요. 시스템으로 가야죠.”


[어떻게?]


“어떻게는······「행간이동」으로?”


[「행간이동」 따위로는 세계 단위를 넘을 수 없어. 그리고 시스템의 중앙이 어딘 줄 알고 가겠다는 거야?]


잠시 고민하던 이찬은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우사를 으슥한 골목으로 데려갔다.


“후·······.”


[왜 뭔데?]


“제가 누군지 잊으셨나요?”


[뭐?]


“저는 행동자입니다.”


뿌듯한 표정을 지은 이찬은 우사의 손을 자신의 어깨에 올려놓고 말했다.


“시스템 중앙으로 갑시다!”


마침 이찬을 바라보고있던 눈 덕분에 이찬과 우사는 몸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무리없이 세계를 이동해 시스템으로 갈 수 없었다.


***


쿠당탕탕

텅 터덩 텅 투당탕


어딘가의 지붕위로 떨어진 이찬과 우사는 곡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아우·······여기 어디야? 시스템은 맞는 것 같은데?]


그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SF영화에서 보던 미래의 지구를. 공중부양 자동차가 떠다니고 AI들이 길거리에 돌아다녔다.


[그·······여기는 확실히 아닌 것 같지?]


“저도 방금 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때.


위에에에에엥!


사방에서 사이렌이 들려오더니 이곳의 AI경찰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손을 들고 투항하라!]


쩌렁쩌렁 울리는 AI의 목소리에 이찬은 황급히 눈을 찾아 우사를 데리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도망쳐요!”


이찬은 눈을 마주치며 목적지를 설정하는 듯 마음속으로 여러 번 되뇌었다.


‘시스템 중앙.’


그러자 눈은 다시 이찬을 바라보았고, 우사와 이찬의 몸은 또 한 번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


투당탕!

바스락바스락

푸드덕


다급히 도망친 우사와 이찬은 다시 공중에서 떨어지며 이동했다. 이동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우사가 불만을 토로했다.


[아니 그냥 이동은 불가능한거야?]


“아악, 원래는 괜찮은데 유독 이번만 그런 거예요.”


[그나저나 여긴 어디야?]


고요하고 울창한 숲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행성에 도착한 이찬 일행은 심상치 않은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쿵쿵쿵쿵


무언가의 거대한 발소리가 먼 발치에서 들려왔다.


쿵쿵쿵쿵쿵쿵쿵쿵


그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찬과 우사는 발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며 긴장했다.


바스락바스락


무언가 수풀 속에서 튀어나왔다.


삐양!


귀여운 울음소리에 걸맞은 귀여운 외모의 생명체가 그곳에 있었다. 동그란 몸통에 짧은 다리와 팔. 기다란 꼬리. 조금은 멍청해 보이는 얼굴에 똘망똘망한 눈동자까지. 영락없이 귀여운 생물.

긴장을 유지하던 우사는 경계심을 풀고 흐뭇한 얼굴을 지은 채 생명체에 다가갔다.


[와, 얘 봐! 엄청 귀여워!]


“그러네요.”


[근데 얘 뭐야? 동물은 아닌 것 같고, 여긴 또 어디야?]


이찬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조그마한 동물이 그렇게 큰 발소리를 냈다는 의아함과 어째서인지 등골에 오싹한 소름이 돋는다는 것.

그때, 우사가 당황한 목소리로 이찬에게 말했다.


[야·······야! 네·······뒤!]


우사의 외침에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본 이찬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뚝뚝


침을 흘리고 있는 불가사의의 생명체가 이찬을 바라보는 탓이었다.


“이런 미친!”


그것은 티라노사우루스.

이찬은 잠깐 패닉 상태에 빠졌으나 이내 정신을 되찾고 「유척당지지」와 투쟁 대회가 끝나며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 「폭풍」을 발현하고 ‘기도’를 꺼내 들었다. 말 그대로 전력이었다.


“고유격 발현, 「유척당지지」, 「폭풍」.”


그런데 그때.


[해당 행성(백악기)에 허용된 상상력이 부족합니다.]

[격의 위력이 조정됩니다.]


‘기도’에서 빛을 뿜어내던 격의 밝기가 한층 낮아져 꺼져가는 촛불처럼 되었고 이찬의 주변을 감돌던 「폭풍」은 언덕에 불어오는 산들바람 수준이 되어버렸다.


“어?”


이찬이 당황을 금치 못한 사이, 티라노사우루스는 이찬을 지나쳐 우사의 방향으로 달려가 우사를 물어뜯으려 했다.


[어어어어?]


우사는 손에 들고있던 아기 공룡을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가까스로 티라노사우루스의 아가리를 피해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아기 공룡을 지키려는 듯 자세를 잡고 이찬과 우사를 경계했다.


[저거 쟤 아이인가봐.]


이찬과 우사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다가 어느정도 멀어졌다 생각했는지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헉 허억 헉”


가쁜 숨을 고르던 이찬은 하늘을 보고 눈이 있는 위치를 알아냈다. 그것은 이찬을 등지고 서있었기에 그들은 하는 수 없이 천천히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걸어가던 중 트리케라톱스, 익룡 케찰코아틀루스 등 많은 공룡을 구경하며 ‘공포의 눈’과 마주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뭔가 이상하지?]


“예······.”


이찬 일행은 의구심이 들었다.

아무리 가본적 없는 곳이었다 한들, 여러 번 시도하면 갈 수 없는 곳은 없었다. 적어도 이 일이 있기전까지는.


마침내 눈이 이찬을 보고있는 곳까지 다다랐을 때,


쿵쿵쿵쿵


또다시 들려오는 거대한 발소리.

그러나 이번엔 하나가 아니었다.


쿵쿵쿵쿵쿵쿵쿵


척 보기에도 수십은 되어 보이는 공룡의 무리가 수풀을 가르며 이찬과 우사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빨리빨리!!!!]


우사가 다급한 목소리와 행동으로 이찬을 재촉했고, 이찬도 빠르게 눈과 마주쳤다. 이찬과 우사의 몸은 황금색으로 물들었고 전신이 황금빛으로 물들 때 즈음, 이찬의 다리에 무언가 부딪히는 느낌이 들며 백악기의 지구는 다시금 고요로 물들었다.


***


정신을 잃었던 이찬은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순백의 하늘과 산들바람불어오는 하얀 풀들이 자라나 있는 초원. 손에 닿는 풀의 감각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이찬의 옆에는 같이 이동했던 우사 대신 잠에 빠져 있는 풍백이 있었다. 이찬은 풍백을 흔들어 깨워보았으나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순백의 하늘이 일그러지더니 점점 수많은 비늘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어 이찬의 손에 쥐어져 있던 검 또한 공명하며 비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직도 진전이 없나.]


들려오는 섬뜩한 목소리.

한 번도 잊은 적 없던 낯익은 목소리가 이찬의 귀에 내리 꽂혔다. 이찬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허공에 대고 외쳐댔다.


“백룡!”


그렇게 몇 분을 불렀을까.

마침내 이찬의 눈앞에 토끼를 닮은 눈과 사슴의 뿔, 낙타의 얼굴을 한 백색의 용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용은 이찬을 마주보며 말했다.


[아직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내가 없다면 그 아이를 구하는 것은 반드시 꿈에 그칠 것이다.]


그저 두 문장을 말했을 뿐인데 이찬은 말에 담긴 격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 꿇었다. 그의 코와 입에서는 피가 고여 흘러내리기 직전이었다.

이것은 언령(言靈).

이찬은 무너져 가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들고 하나의 질문을 백룡에게 건넸다.

하찮은 벌레의 외침. 백룡은 벌레의 그 외침을 들어주었다.


“여긴 어디고 당신은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여기는 「백원(白原)」.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다. 네가 만약 나를 강림 시키지 못한다면 모든 것은 몰살당할 것이다.]


설명이 되었음에도 백룡을 불신하는 이찬을 위해 백룡은 무언가를 준비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청록색이었던 백룡의 눈은 순식간에 노란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그것을 마주보고 있던 이찬의 검은 눈도 마찬가지로 황금빛 아우라에 물들었다.

이찬의 눈이 다시 검정색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부서진 해골과 공룡의 사체가 나뒹굴고 화려하지만 동시에어둡고 거대한 왕좌, 왕좌의 위에 피를 쏟아내며 힘겹게 숨을 고르며 앉아있는 누군가. 목이 잘려 피를 쏟아내는 우사와 그 옆에 부서진 ‘기도’와 목숨을 잃고 쓰러진 자신의 모습.

그야말로 소름의 결정.

충격 받은 이찬의 귀에서 백룡이 작게 속삭였다.


[네가 나를 강림 시키지 못했을 때의 끝이다.]


백룡의 시선에 이찬의 눈빛은 절박하고 무력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체 뭘 해야·······제가 자격을 갖출 수 있죠?”


이제야 말이 통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 백룡은 말했다.


[강해져라. 나의 단 일부분만이라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라. 내가 너의 정신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이번뿐이다. 다시 말해 네가 나를 강림 시키지 못하면 나를 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의미다.]


말을 끝마친 백룡은 포효를 내지르며 이찬의 검과 이찬을 함께 백원에서 날려보내며 다시 풍백과 함께 잠에 들었다.


***


“아으으······.”


두통을 호소하며 일어난 이찬은 눈앞의 광경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바닥과 벽을 오가며 쉴새 없이 기어다니는 바퀴벌레.

바퀴벌레가 지나간 자리에 보이는 거의 허물어진 벽과 썩어가는 침구류에 정면에 보이는 철창, 그리고 자신이 입고있는 옷은 죄수복. 그의 가슴팍에 적혀있는 숫자 15025. 영락없는 감옥이었다.

이찬의 왼쪽에는 벽에 기대어 허허실실 웃음을 짓고있는 우사가 있었다. 우사 또한 죄수복을 입고있었다.

이찬이 우사에게 물었다.


“여긴 어디고 우사 님은 왜 거기서 그러고 계세요······?”


깊은 한숨을 푹푹 내쉬던 우사는 이찬이 기절한 후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그 빌어먹을 공룡에게서 벗어나고 가까스로 이동됐는데 떨어진 곳은 사막이었고, 마침 저 멀리 있는 왕국이 보였고, 왕국에서 먼지 바람 휘날리며 달려오는 군대가 보였고, 넌 깨워도 일어나지도 않고, 결국 여기 잡혀온 거지.]

“아니 우사 님 정도라면 그쯤은 한 번에·····.”


[원래 내 구역이 아니면 약해지는 게 신이야. 그래도 초반에는 잘 싸웠는데, 너를 지켜야 하기도 하고, 저기 미친듯이 검을 잘 쓰는 놈이 있어서.]


한창 대화를 나누던 중, 앞에서 누군가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문을 열고 무언가를 이찬의 품으로 던졌다.

이찬은 반사적으로 그것을 받아냈다.


“이게 뭡니까?”


그것은 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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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전지의 신 (4) 23.06.01 5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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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전지의 신 (2) 23.05.30 6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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