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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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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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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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의 신 (2)

DUMMY

가스페르는 읽던 책을 내려놓고 책장이 무너진 쪽으로 운신했다.

그곳에는 무너진 책장의 사이로 근엄하게 서 있는 이찬이 보였다. 그의 주변에는 벌써 책을 모두 다 읽은 것인지 무작위로 펼쳐진 책들이 있었고, 이찬은 손에 ‘기도’를 쥔 채 서있었다.

이찬은 뚜벅뚜벅 가스페르를 제치고 1층에 풍백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가스페르는 다급히 이찬을 쫓아갔다.

이찬을 쫓아간 가스페르의 눈에는 깨지고 부서지며, 망가진 창문이 있었다. 이찬은 어느새 저 멀리 격을 발현해 날아간 뒤였다.


“대체 뭘 하려는 겁니까·······.”


중얼거린 혼잣말에 누군가 대답했다.


[내 행성의 ‘황폐화’를 막겠다더군.]


황폐화.

가스페르는 아까 책에서 읽어 그것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전투에서 패배하거나 성전에서 패했을 경우, 해당 신의 고유성에는 황폐화가 진행된다. 황폐화된 곳은 더 이상 신의 주거지 역할을 할 수 없게 되고, 모든 행성이 황폐화 될 경우, 신은 소멸한다.

책을 읽은 만큼, 그것을 막는 방법도 알고있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문제였다. 최소 20명의 주민이 신을 믿고 기도하며 소멸하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것.

하지만 이찬은 풍백의 주민도 아니었고, 그를 진심으로 믿는 것 같지도 않았다.


“무슨·······.”


그때, 어딘가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이찬이 날아간 바로 그곳이었다. 그 바람은 서서히 황폐화가 진행되는 경계로 다가갔다. 그러자 이변이 발생했다. 그 바람이 몰려오는 황폐화를 막아내는 것이었다.

이에 풍백은 우수에 찬 눈빛으로 가스페르에게 말했다.


[책의 마지막을 보면 알겠지만, 황폐화를 막는 것은 그 방법만이 아니다. 황폐화 되는 행성의 신과 같은 격을 가진 ‘인간’이 이곳이 불모지로 변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막대한 상상력을 쏟아 부어 황폐화를 막을 수 있다. 저놈은 나를 위해 상상력을 불태우는 것이야.]


그 말에 가스페르는 품속에 있던 책의 마지막을 펼쳐 보였다.


책의 마지막에.

이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혹여나 궁금한 초보 신이 있을까 남겨둔다. 황폐화를 막는 방법은 그 한 가지가 아니다. ‘인간’. 인간이라면 행성에 닥친 재앙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초보신들이여, 희망을 가지지 마라. 《관념》에서의 인간이란 인간 세상인 《현실》에서 말하는 신과 같기에. 존재하는 것은 어림 짐작하고 있으나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존재.


분명 그렇게 쓰여있었다. 그런데 불가능할 것만 같던 모든 경우의 수가 합심하여 재앙을 막아냈다. 이는 《관념》에서 단연코 역사적인 순간이었으나, 그 불모지에 오는 관광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마침내 막대한 상상력을 쏟아 부은 폭풍이 멎었다. 무려 4년동안 진행되던 행성의 황폐화를 막아낸 것이다.

돌아온 이찬은 한껏 핼쑥해진 모습이었다. 이를 가스페르가 부축했다.

풍백이 고개 숙여 감사인사를 건넸다.


[고맙네·····정말.]


저 지고한 천신(天神)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는 됐습니다. 앞으로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이찬이 악수를 건네자 풍백도 이를 받았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자네를 보필하겠네.]


“반나절 동안 격을 발현하니 미쳐버릴 거 같네요. 잠깐 쉬겠습니다.”


이찬은 2층의 서재로 몸을 옮겼다.


가스페르는 황폐화에서 벗어난 「폭풍의 눈」의 절경을 목도했다.


“정말 아름다운 행성이네요···.”


[행성이 복구되었으니 내 격도 올라갈 테지.]


시스템의 권역이 아닌 탓일까. 시스템의 안내 문자는 딱히 오지 않았다.


“목이 좀 마르네요. 여기 와인 한 잔 마셔도 될까요?”


[좋지. 내 것도 한 잔 내오게.]


풍백과 가스페르가 와인을 마시는 사이, 쉬러 간다던 이찬은 2층에서 독서에 열중이었다.


대충 읽은 책 10권에 따르면 행동자는 신들의 경계대상 1순위이다. 행동자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세상의 끝에 도달하려 한다. 행동자는 ‘인간’을 관념화시킬 수 있다. 《관념》의 마지막 행동자는 3000년전 미지의 행성에서 넘어온 인간이다. 행동자는 신을 흡수할 수 있다.

이찬도 알고 있는 정보가 섞여 있었으나 대부분은 그가 모르는 정보였다.

그렇게 이찬은 몇 날 며칠을 책 읽는 데에만 열중했다.

그렇게 며칠 뒤, 이찬은 새로운 격을 하나 구매했다.


[공통격. 「오디오 북」이 발현 중입니다.]


오디오 북. 어떠한 상황에 들이닥쳤을 때, 그것이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과 밀접하다면, 자동으로 머리 속에서 그것을 읽어주는 격.

이찬은 그 격을 믿고 그 많은 책을 글자가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속독했다.

대부분의 책이 지루하고 재미없었지만 아윤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만 가지고 모든 책을 읽은 것이다.


“지금까지 호구였네.”


중간에 새로이 깨달은 것도 있었다.

격을 상상력 그대로 주고 사면 호구다.

100상상력은 1이미지로 바꿀 수 있다. ‘이미지’는 《현실》의 지구에 적용되는 '환율'이라는 개념과 비슷하다. 원래 만약 원래 1000상상력 가격의 격이라면 본디 10이미지로 사야 하지만, 100상상력 정도의 저렴한 9이미지로 살 수 있다.


“그러니까, 저번엔 호구 당했다는 거네?”


그렇게 그들은 한 달 간 「폭풍의 눈」에서 생활하며 격의 크기를 늘려갔다.

가스페르는 풍백의 가르침을 받아 마침내 존재격을 깨우치고 고유격 네 개를 새로이 깨달았고, 이찬도 풍백과 대화를 나누며 훈련했다.

훈련이 보름에 접어들었을 때.


“그럼 그때 그 잘생긴 남자분은 1서재까지만 열람하셨던 거고 2서재에는 행동자에 관한 직접적인 서술이 되어있던 거라고요?”


[그렇지. 나도 앞으로 주민을 구해야 하겠군. 아 참, 이 행성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나와 격을 공유하는 너 또한 격의 위력이 한 층 상승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격의 숙련도가 보다 올라간 것이 느껴진 참이었다.


[그리고 이제 새 격을 얻을 수 있게 되었군.]


“새 격이요?”


[그래. 말하자면 「폭풍」의 하위호환 정도의 격이지.]


풍백은 그 격의 발동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를 가볍게 이해한 이찬이 격을 발동했다.

그러자 이찬의 몸이 발끝부터 공기 중으로 산화했다.


[이것이 「풍화(風化)」다.]


일정시간 동안 자신의 몸을 바람으로 산화시켜 상대의 눈에 보이지 않게 하고, 자신의 위치를 바꾸는 격.

이는 상대를 정찰하거나 상대의 공격을 피할 때 아주 유용한 격이었다.

비록 현재 지속 시간은 3초뿐이나, 격의 숙련도가 늘어날수록 풍화의 지속 시간은 늘어날 것이었다.


“와······저건 나도 좀 탐납니다.”


오죽하면 상급 격(스킬)인 「광휘의 발걸음」을 가지고 있는 가스페르도 부러워할 정도였다.

이와 비슷한 패턴으로 이찬, 가스페르, 풍백은 페케니아에서 우사가 생고생을 하고 있을 때 격을 수련했고, 그 과정에서 가스페르와 이찬은 가공할 성장을 이뤄냈다. 이찬의 성장 배경에는 책에 대한 이해와 「폭풍의 눈」이 정상으로 돌아온 까닭도 분명히 존재했다. 이찬은 이제 ‘기도’에 「폭풍」을 감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미쳐버린 성장 폭이군. 길동이 녀석이 너를 주의하라고 하던 게 결코 장난이 아니었어.]


“홍길동이요?”


[그래. 너한테 사과의 의미로 뭔가를 보냈다던데. 한번 열어봐라.]


풍백의 말에 이찬은 덥석 홍길동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오! 이건.”


가스페르가 놀란 듯 외쳤고, 이찬은 그것을 가만 바라보았다.


<아이템 정보>


아이템 이름: 분신 구슬

아이템 등급: B(소모품)

아이템 설명: 홍길동의 전용 아이템. 사용 시 사용자의 분신을 하나 소환한다. 분신에는 자아가 없으며 자신의 동작을 따라한다. 전투 시 격도 사용자의 70%로 복사한다.


[홍길동이 꽤나 유용한 아이템을 줬군.]


“내 생각도 같습니다.”


이찬은 만족하는 끄덕임을 표한 후 자신의 인벤토리에 그것을 집어넣었다.


“다시 시작하시죠.”


[그러지.]


며칠 전부터 이찬과 풍백은 매일 세 시간씩 격을 펼쳐 맞부딪혔다. 서로 「폭풍」을 발현해 절대적인 격의 크기를 겨뤄보기도 하고, 서로 병기를 부딪혀 보기도 했다.

이찬은 ‘기도’를 들고 풍백을 향해 휘둘러 베었고, 풍백은 이를 가볍게 피해냈다.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저번과 격의 크기가 좀 다른 거 같습니다?”


이찬이 묻자 풍백이 씨익 웃고는 답했다.


[원래 신들은 자신의 행성에 큰 자부심을 가진다. 이는 신들의 본능이지. 그리고 언제부턴가 신들은 자신의 행성에서 싸울 때면 다른 행성에 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다.]


풍백이 이에 대해 설명하자 이찬의 격이 발현됐다.


[공통격. 「오디오 북」이 발현됩니다.]


「신들은 자신의 권역에 들어설 때면 자부심과 자신감을 얻는다. 이는 격의 직접적인 상승과 직결된다.」


음, 성능 확실하군.


그렇게 이찬과 풍백, 가스페르는 한 달을 더 그렇게 반복하며 믿을 수 없는 격의 상승을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마침내 우사와 약속한 두 달째, 그들은 다시 페케니아로 돌아가려 했다. 지금쯤이면 전쟁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 확실했다.

그러나 그들은 페케니아로 돌아가지 못했다. 시스템의 경고 때문이었다.


[현재 시나리오 해당자(이찬, 가스페르, 풍백)가 시나리오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페널티의 영향으로 시나리오 클리어 시 보상의 절반만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페널티의 영향으로 현재 행성 「페케니아」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졸지에 그들은 행성 안에 갇혀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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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전지의 신 (4) 23.06.01 52 0 10쪽
24 전지의 신 (3) 23.05.30 60 0 10쪽
» 전지의 신 (2) 23.05.30 6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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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페공전쟁 (3) 23.05.28 53 0 11쪽
20 페공전쟁 (2) 23.05.26 65 0 12쪽
19 페공전쟁 (1) 23.05.25 64 0 10쪽
18 조력자 (5) 23.05.24 63 0 9쪽
17 조력자 (4) 23.05.23 61 0 11쪽
16 조력자 (3) 23.05.22 6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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