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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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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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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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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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난데없는 상황에 이찬이 문지기에게 묻자, 문지기가 능청스럽게 답했다.


“너희와 같이 온 신원미상자다.”

“예?”


할말을 다 마친 문지기는 다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러 떠났다.


“이 아이는 뭐죠?”


아이는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떨어졌을 때는 주변에 너 밖에 없었는데. 그나저나 넌 왜 기절했던 거야?]


이찬은 자신이 겪었던 일을 모두 설명했고, 설명하는 도중 우사는 자신의 목을 매만지며 당황했다.


[백룡을 어서 깨워야겠네. 난 아직 죽기 싫어.]


철커덩


한창 이야기를 하던 도중 문이 열리며 배식이 들어왔다.

이찬은 문지기에게 물었다.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하죠?”


이에 문지기가 답했다.


“여왕께서 출정 중이셔서 너희들의 재판이 보류되었다. 국왕께서 돌아오시는 대로 재판이 시작될 것이다. 그곳에서 무죄를 받으면 풀려나는 것이지.”

“왕께서 돌아오지 못하시면 어떻게 됩니까?”

“그야 너희들은 여기서 평생을 썩어야 하겠지.”


[내 평생은 좀 비싼데········되게 비싼데······.]


문지기의 말을 듣자 우사가 불평하며 중얼거렸다.

곰곰이 생각하던 이찬은 묘수를 떠올렸다.


“탈출하시죠.”


[어떻게?]


“철창을 부수고 문지기를 모두 무찌르고! 이 아이도 데리고 시스템의 중앙으로 가면 되지 않겠어요?”


우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되게 무식하고 단순하네. 그만큼 간단하지만. 그런데 그 계획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두 가지 있어. 첫째, 저 철창, 부술 수가 없어. 아니, 부수는 건 고사하고 열리지도 않아. 둘째, 저기 저 문지기들 한둘이 아니야. 엿봐서는 최소 300명 이상이라고. 각각의 무위도 상당해. 저들을 뚫고 밖으로 나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우사는 쉬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나간다고 해도 궁에 있는 병사들이랑 검술사가 우리를 전속력으로 쫓아올테고 눈은 어디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런 상황에서 저 아이를 보호하며 원활한 탈출이 가능할까?]


속사포처럼 문장을 이어간 우사는 지친 듯 배식으로 들어온 빵을 으적으적 씹었다.

그렇게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이찬도 빵을 들어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감옥에 들어와 하루 세 번 받는 배식을 열여섯 번까지 받았을 때 이찬은 문지기에게 참았던 불평을 늘어놓았다.


“여왕께서는 대체 언제 돌아오시는 겁니까?”

“너희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


그때.


“여왕께서 행차하신다~!”


축배를 올리는 한 문지기의 목소리가 이찬을 비롯한 죄수들의 귀에 들려왔다.

그것을 들은 죄수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이제 풀려날 수 있다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꼼짝없이 사형을 당하겠구나 하며 신세한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이찬은 전자의 경우였다.


“우사! 우리 드디어 탈출할 수 있어요!”


며칠을 감옥에서 보낸 우사는 더 이상 반응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그래 다행이다.]


“그나저나 이 아이는 언제까지 자는 걸까요?”


아이는 무려 닷새간 단 한 번도 깨지않고 불편한 이불에 누워 자고있었다. 혹여나 죽은 것은 아닌지 확인도 해봤지만 새근새근 들려오는 숨소리에 이찬은 안심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왕이 전쟁을 끝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죄수들의 심판을 행한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아니나 다를까 가장 안쪽에 있던 죄수들부터 차례차례 끌려 나가기 시작했다.

죄수들 중에는 몇 년을 기다린 것인지 모르는 노인들도 종종 끌려나갔다.

마침내 이찬과 그 앞에 있는 서양풍의 잘생긴 죄수만이 남았을 때 즈음 죄수가 이찬에게 말을 걸어왔다.


“너희는 진짜 빨리 나가는구나.”


들려오는 음성은 한국어가 아니었으나 차원 여행을 시작하기 전 사놓은 공통격 「통역기」 덕분에 남자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혹시 얼마나 기다리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난 짧은 편이에요. 2개월. 저기 저 안쪽에 있는 늙은이들은 20년 이상 갇혀있던 사람들이지.”


“죄수 번호 15021번!”


이찬의 앞 철창에 있던 사람의 가슴팍엔 15021이라고 쓰여있었다.


“어휴, 나도 이제 나가야죠. 너도 무사히 탈출해라. 아 통성명이라도 할까요? 난 가스페르 반 아이데입니다. 편하게 가스페르라고 부르시고, 네가 무죄 판결을 받으면 친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찬입니다.”

“그래, 이찬.”


수갑에 채워져 가는 가스페르를 보며 어딘가 익숙함을 느낀 이찬이었다.


“죄수 번호 15022, 15023, 15024!”


몇 분 후, 이찬 일행을 부르는 목소리에 이찬은 아이를 안고 우사와 함께 감옥을 나와 국왕이 있는 곳으로 연행되었다. 가스페르가 나간지 얼마 안된 이른 시간이었으나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에 휩싸인 이찬은 그런 의문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궁궐로 가는 길. 이찬은 눈의 여부를 위해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공포의 눈은 이찬을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신념에 휩싸인 듯 눈을 꼭 감고있었다. 이찬은 우사에게 소곤소곤 눈에 대한 현황을 말했다.


“우사, 우리 지금은 다른 데로 못 가요.”


[눈 감겨있나보네.]


“맞아요.”


궁궐에 도착한 이찬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벌레가 기어다니던 감옥보다 몇 십 배는 좋아 보이는 번쩍번쩍한 궁궐로 진입한 죄수복 차림의 그들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마침내 여왕의 앞에 무릎 꿇은 이찬과 우사가 재판을 받았다.

뭔가 수상했다. 여왕은 일을 대충대충 하며 자신의 병사에게 명령했고 병사는 이에 맞춰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판결한다! 죄수 번호 15022, 15023, 15024. 너희들은 수상한 행색을 하고 그대를 제압하려는 병사들을 괴상한 힘을 이용해 저항하여 옥에 수감되었다. 이에 왕께서는 백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규명하시어 그대들을 사형에 처한다!”

“예?”


당사자의 반론은 들어보지도 않고 판결하는 여왕에게 항의하려 했으나, 여왕의 옆에는 검을 차고 무시무시한 기를 뿜어대는 두 사내가 있었다.

여왕의 왼쪽에는 청색의 머리를 가진 남성이었고, 여왕의 오른쪽엔 붉은 머리를 가진 여성이 있었다. 남성에게서 느껴지는 격보다 여성에게서 느껴지는 격이 더 강했기에 이찬은 본능적으로 붉은 머리를 한 여자가 더 위험함을 직감했다.

혹시나 싶은 이찬은 여왕에게 물었다.


“혹시 앞에 있던 죄수들······모두 사형을 선고하셨습니까?”


이찬의 질문에 여왕이 답했다.


“사형수 주제에 묻는게 많구나. 네 생에 마지막 질문일 테니 기꺼이 답해주마. 그래, 모든 죄수들을 사형했다. 아직 죽지 않은 놈도 있을 테지만 무슨 상관이냐?”


여왕은 사내에게 말했다.


“전쟁을 막 끝내고 온 참이라 피곤하구나. 들어가 쉬어야겠다. 헤수르 자네는 사형수들의 사형 현장을 지켜보고 오거라.”

“예 알겠습니다.”


이찬은 속에서 분노가 들끓었다. 왜인지 몰랐으나 이찬은 분노했다. 그러나 함부로 싸울 수 없었다.


‘이곳에서 시간이 끌린다면 가스페르 마저 구하지 못할 거야. 무엇보다 여왕 근처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다가가기도 힘들 테지.’


이찬은 속수무책으로 사형당할 위기에 놓였다. 이찬이 이동한 곳에는 거대한 무대와 무대에 걸맞는 단두대가 놓여있었다. 단두대에는 몇 명의 목을 썰어낸 것인지 모를 정도의 피와 살점이 묻어있었다.

그때, 누군가 병사에 의해 손이 묶인 채 단두대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불과 몇 분 전 이찬과 이야기를 나눴던 가스페르였다.

눈에는 안대를 끼고 손이 묶인 채 단두대에 목을 갖다 대는 가스페르를 보며 이찬은 이찬의 팔을 붙들고 있는 두 명의 병사들에게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내 손을 묶었어야지.”


이찬은 우사에게 아이를 살포시 던져 놓고는 격을 발현했다.


[해당 행성에 상상력이 풍부합니다.]

[해당 행성에 ‘격’이라는 개념이 생소합니다.]

[격이 ‘스킬’로 변경됩니다.]

[해당 행성에 ‘상상력’이라는 개념이 생소합니다.]

[상상력이 ‘마나’로 변경됩니다.]

[고유스킬 「폭풍」을 발현합니다.]


‘판타지라니. 웹 소설에만 나오는 세계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재하는 것이었나.’


판타지. 왕국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소드마스터. 정령사 등 초월적인 존재들이 판을 치는 세계관.


‘그 둘이 소드마스터였나?’


상념을 지껄이다 보니 어느새 이찬의 주변에 바람이 몰려들었다.

바람을 이용해 천천히 하늘로 떠오르는 이찬은 분명 죄수복 차림이었으나 그날만큼은 현생에 강림한 신과 같았다.

그곳에 있던 하층민들은 부리나케 사형장을 탈출했다.

이찬은 빠르게 병사 두 명을 제압하고는 가스페르가 있는 단두대로 순식간에 날아가 단두대의 날을 산산조각 냈다. 가스페르는 비록 안대로 눈이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그를 구해준 사람이 이찬인 것을 알아냈다.


“이찬! 구하러 와 주셨군요!”


이찬은 가스페르의 안대와 수갑을 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족히 백여명은 되어 보이는 병사들과 그 사이에 보이는 웅장한 기류의 한 사내. 아까 여왕의 옆에 있던 기사였다. 그의 이름은 헤수르. 판타지 세계의 상급 소드 엑스퍼트.

우사는 아이를 지키느라 이찬을 도울 수 없고, 결국 모두와 이찬 하나의 싸움이었다. 이찬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스페르에게 물었다.


“혹시 싸움 좀 하십니까?”


이에 가스페르가 쓰러진 병사의 손에서 검을 주워 들고 말하길.


“잘하진 못하지만 남들만큼은 합니다.”


그 말은 제 몸은 겨눌 수 있다는 말이리라.


“그럼 신경을 써드릴 수 없겠네요.”

“하핫.”


이찬도 ‘기도’를 들고 병사를 하나하나 제압해나가기 시작했다.


베고, 피하고, 찌르고, 막고의 연속.

그렇게 병사를 40여명을 제압했을 때 즈음. 병사들의 무리에서 무언가 빠르게 이찬에게 달려들었다.

마나가 깃든 검을 휘두르며 찰랑이는 청록색의 중단발머리.

헤수르였다.


“어디, 이것도 막을 수 있는가 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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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전지의 신 (3) 23.05.30 60 0 10쪽
23 전지의 신 (2) 23.05.30 6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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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조력자 (4) 23.05.23 6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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