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무직을 건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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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바니
작품등록일 :
2023.10.19 15:10
최근연재일 :
2024.01.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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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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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헤어진 마음(3)

DUMMY

부산경찰청 입구로 그랜트와 로빈, 이반이 나란히 나오고 있었다. 그랜트에게는 표창패와 꽃다발이 들리어 있었다. 로빈은 헝클어진 자기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혼났네, 혼났어. 무슨 촬영을 그렇게들 하는지···.”


세 사람 모두 기자들의 촬영과 인터뷰에 협조해 주었다. 정확히는 협조해 줄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이반, 우리 이래도 되는 거냐?”


이반은 여전히 로빈의 얘기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임시현이 손을 쓴 것 같은데! 남미 킬러 놈들을 불법 이민신청자로 해서 자신의 나라로 바로 보내지 않고 국외로 추방하는 것으로, 놈들의 생명을 어느 정도 연장해 놨고···.”


로빈은 얘기를 하면서 그랜트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 떡대 아저씨는 대외적으로 안전이 보장되었다고 해야겠지?”


로빈은 조금 전에 있었던 ‘용감한 시민상’ 수여식에서 부산경찰청장의 인터뷰 얘기가 떠올랐다.


“우리 부산시는 이러한 용감한 시민 덕분에 더욱더 안전한 도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용감한 시민이 다른 불법 이민자로부터 협박 및 위협을 받을 수 있으므로 시민의 안전을 위해 우리 경찰은 오늘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분을 평생 바로 옆에서 지켜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인터뷰의 내용은 국내 뉴스에 나오겠지만 밀입국과 관계된 남미 정부에도 언론을 통해서 전해질 것이다. 한국 경찰이 지킨다고 하더라도 실력 있는 킬러를 더 보내면 그랜트를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경찰이 지키는 것이 아니라 경찰과 한국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랜트가 살해되기라도 한다면 국제적으로 곤란한 입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한동안 그랜트를 죽이려고 한 남미 정부 수장은 쉽게 킬러를 보내지 못할 것이었다.


임시현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부산경찰청 입구 계단 밑에 임시현이 자신들을 기다리는 듯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시현.”


로빈은 반가운 듯 임시현에게 달려갔다. 임시현은 그러한 로빈이 부담스러웠지만 공격하는 모습은 아니었으니 별다른 반응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빈은 임시현에게 다가가서 바로 입을 맞춰 버렸다.


이 모습을 그랜트와 이반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이···.”


임시현은 곧바로 주먹으로 로빈의 뺨을 날려버렸다.


“로빈, 뭐 하는 짓이야!”


로빈이 바닥으로 꼬꾸라져 버렸다. 그랜트와 이반은 예상된 결과이기에 가만히 있었다. 오히려 경찰청 입구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던 어린 경찰들이 당황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로빈은 임시현에게 맞은 뺨을 손으로 감쌌다.


“왜 그래. 우릴 풀어주어서 고맙다고 키스 정도 한 건데.”

“키스 정도? 아무튼 프랑스 남자 놈들은···.”


임시현은 아직도 분이 식지 않았는지 로빈의 엉덩이를 발로 차 버렸다.


그랜트가 일방적으로 때리는 임시현에게 다가갔다.


“시현, 고마워. 덕분에 많은 문제가 해결된 듯 해.”


그랜트의 말에 임시현은 그랜트를 바라보면서 얘기했다.


“그랜트, 이 일이 끝이 아닐 거야. 앞으로 더욱더 조심해야 해.”


임시현의 말에 그랜트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얘기하였다.


“시현, 그런데 나에게 반말하면 안 되지. 난 그래도 영업팀 팀장이야. 갓 들어온 병아리 사무직이 팀장에게 이렇게 말 놔도 되겠어?”


그랜트의 말에 임시현이 사늘하게 웃었다.


“그렇네요. 제가 조심해야겠네요. 팀장님.”


말은 존대하고 있지만 눈빛은 죽일 것처럼 바라보았다.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내가 감히 시현에게 대우받을 생각을 하겠어?”


임시현은 이번에는 이반을 바라보았다. 이반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반, 너의 은퇴 방법은 같이 고민해 보자고. 나도 지금은 뚜렷한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아.”


이반은 살짝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난 서울로 돌아가겠어.”


임시현이 바로 몸을 돌렸다. 로빈은 그러한 임시현의 뒤를 따랐다.


“나도 서울로 가야 해. 같이 가자고.”

“또 이상한 짓을 하면 죽어.”

“다른 사람이 죽인다는 것은 농담으로 들리겠지만, 시현이 죽인다는 것은 마치 사형선고 같아서 무섭다니까.”


두 사람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그랜트는 이반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기 위해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반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특이한 녀석들이었어.”


그랜트는 자기 손에 들리어진 표창패와 꽃다발을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


“집으로 가야지. 애 엄마와 애들이 이것을 보면 날 자랑스러워하겠지?”


그랜트는 가벼운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나중에 들리는 얘기로는 그랜트의 바램과는 다르게 위험한 행동을 한 이유로 그랜트 부인에게 크게 혼났다고 전해졌다.


***


“언제까지 따라다닐 건데?”


임시현이 입원했었던 병원 근처에 도달하였다. 로빈은 그때까지도 임시현에게 붙어 있었다.


“마이 레이디가 병원에 안전하게 들어가는 것을 봐야 하는 것이 옆을 지키는 기사의 숙명이야.”

“그 마이 레이디란말 그만해라.”


임시현은 머리가 아파져 왔다.


화단만 지나면 병원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임시현은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덩달아서 로빈도 옆에 서게 되었다.


“응. 왜 그래? 뭐 잊은 거라도 있어?”


로빈의 질문에도 아랑곳없이 임시현은 병원 입구를 바라보았다. 김민준이 병원 입구를 나서고 있었다. 평상복을 입고 나오는 것을 보니 퇴원하는 것으로 보였다. 김민준 옆에는 부모 두 분과 낯익은 여자애가 보였다. 김민준과 대학원을 함께 준비하는 같은 연구실의 미연이었다. 미연이는 김민준의 한쪽 팔을 잡아 부축하면서 김민준을 챙겨주고 있었다.


“뭐지? 퇴원자인가? 모두 가족과 같은 분위기네, 보기 좋아.”


로빈이 이마에 손을 얹어 해를 가려가면서 임시현이 바라보는 병원 입구를 함께 바라보고 얘기하였다. 로빈은 김민준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


임시현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로빈은 왜 그런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쉽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표정이 아니어서 조용히 임시현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뭔가를 알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설마, 같이 입원했다던 남자친구?”


로빈의 질문에 임시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럼 이러고 있으면 안 되잖아. 남자친구에게 가 봐야지?”


로빈이 오히려 임시현을 부추겼다. 하지만 임시현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부산으로 출발하기 전에 헤어지자고 통보했어.”


임시현의 말에 로빈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김민준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임시현도 같이 바라보면서 얘기하였다.


“저 모습이 정상인 거야. 난 아직 저 모습에 낄 수가 없어.”


로빈은 조용히 듣기만 했다. 너무나도 많은 뜻이 내포된 말이었다.


두 사람이 조용히 화단 옆에 있는 사이에 김민준과 가족, 그리고 미연이와 준비해 온 승용차에 함께 탑승하고 사라졌다. 임시현은 그제야 병원으로 향했다.


“잠깐, 그럼 마이 레이디는 지금 솔로인 거네! 나에게도 기회가···.”


로빈이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얘기를 꺼내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임시현의 번뜩거리는 눈이었다.


“네네! 조용히 찌그러져 있을게요···.”


로빈은 오늘만큼은 꼬리를 내리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임시현이 돌아왔다는 얘기를 듣고 담당 의사가 임시현의 병실에 찾아온 지도 한참 지났다. 담당 의사는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임시현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게 뭔가요? 당장 퇴원해도 될 정도의 몸이었는데, 어딜 다녀왔기에 한쪽 팔에 칼빵···. 아! 아니 말실수···. 칼에 찔린 상처를 만들고 왔냐고···.”


부산항에서 킬러의 칼에 당한 상처는 의사에게 숨길 수는 없었다.


“어쩌죠?”


간호사가 담당 의사의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담당 의사는 화를 내면서 답변하였다.


“뭘 어째, 퇴원을 연기해야지.”


담당 의사는 짜증을 내면서 병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강혁과 한유나가 병문안을 왔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강혁이 엄청나게 화를 내면서 타박하였고 임시현은 강혁의 얘기를 받아치면서 티격태격하였다.


바로 옆에 있던 환자와 가족은 그들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한동안 조용했었는데, 다시 시끄러워지겠네.”

“저 정도면 부부라고 해도 믿겠다.”


***


일주일 후 칼에 맞은 상처도 아물었기에 퇴원이 허가되었다. 임시현은 이수희 주임에게 연락하여 내일부터 출근하겠다고 알렸다.


병원에 있을 때는 강혁과 한유나가 번갈아 가면서 찾아오기도 하였지만,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와 가족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퇴원일까지 순식간에 지나간 기분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왔을 때 항상 지냈던 원룸이지만 오늘만큼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병원에 있다가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


서먹서먹하게 느껴지는 원룸에 가만히 앉아있자니 갑갑한 느낌마저 들었다.


‘청소라도 해보면 기분이 달라질까?’


임시현은 몸을 일으켜서 방 청소를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쓸고 닦는 정도로 시작하였다가 책상과 침대의 위치까지 바꿀 정도로 일을 키웠다.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거울의 위치라도 바꿔볼까?’


임시현이 벽에 걸려있는 거울 쪽으로 갔다. 출근 전 복장을 항상 점검해야 하기에 무리해서 전신거울을 사들였었다. 임시현이 거울을 벽에서 떼려는 순간 본인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미 볼 밑까지 흥건할 정도로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왜, 왜 이러지?’


임시현은 거울을 보고 나서 바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눈물이 나오는 것을 인식하게 되자 오히려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지난 병원 입구에서 퇴원하는 김민준의 모습을 지울 수 없었다. 퇴원하는 자신의 남자친구의 근처에 갈 수도 없었고, 멀리서 바라보는 김민준의 가족과 새롭게 접근하는 여학생이 더 어울리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신세가 한탄스러웠다. 몇백 번을 다시 생각해 봐도 김민준을 위해서 자신이 떠나야 하는 것이 맞았다. 김민준뿐만 아니라 어떠한 사람도 임시현의 지인이 된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자신을 지켜주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먼저 세상을 등지는 모습을 경험하였기에 가까운 사람에게 위험이 다가올까 항상 걱정하면서 살아야 했었다.


임시현의 원룸 방안으로 서서히 어둠이 드리워졌다. 임시현은 저녁이 될 때까지 거울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 눈물은 그쳤다.


‘술이라도 마시면 좀 나아질까?’


아이러니하게도 입맛이 없지만 배에서 신호가 보내져 왔다. 그러고 보니 퇴원하고서 아직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다.


‘퇴원도 했으니 좀 불량한 것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잊어버릴 것은 잊어버리자고.’


자신의 볼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때리면서 정신 차리자고 마음을 다시 잡았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밖을 나섰다. 먹을 것을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45화 끝.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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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해어진 마음(4) 24.01.06 15 2 12쪽
» 45화. 헤어진 마음(3) 23.12.16 17 1 12쪽
44 44화. 헤어진 마음(2) 23.12.15 16 1 12쪽
43 43화. 헤어진 마음(1) 23.12.11 22 2 12쪽
42 42화. 주변인의 안전(4) 23.12.09 21 2 12쪽
41 41화. 주변인의 안전(3) 23.12.07 19 2 12쪽
40 40화. 주변인의 안전(2) 23.12.06 22 2 12쪽
39 39화. 주변인의 안전(1) 23.12.05 25 2 12쪽
38 38화. 다가오는 위협(4) 23.12.02 25 2 12쪽
37 37화. 다가오는 위협(3) 23.12.01 24 2 13쪽
36 36화. 다가오는 위협(2) 23.11.30 25 2 12쪽
35 35화. 다가오는 위협(1) 23.11.22 34 2 12쪽
34 34화. 강혁의 형 23.11.21 31 2 12쪽
33 33화. 외국인 부산영업팀장 23.11.20 28 2 13쪽
32 32화. 다시 찾은 일상 23.11.19 30 2 12쪽
31 31화. 고백 23.11.18 32 2 12쪽
30 30화. 국회의원이 여기서 왜나와? 23.11.17 31 2 12쪽
29 29화. 아프가니스탄 작전(4) 23.11.16 30 1 12쪽
28 28화. 아프가니스탄 작전(3) 23.11.15 31 2 12쪽
27 27화. 아프가니스탄 작전(2) 23.11.14 29 2 13쪽
26 26화. 아프가니스탄 작전(1) 23.11.13 36 2 13쪽
25 25화. 결국 또 나서게 되네 23.11.12 33 3 12쪽
24 24화. 근로장학생 23.11.11 38 3 12쪽
23 23화. 교수님 맞아본 적 없으시죠? 23.11.10 36 3 12쪽
22 22화. 스마트팜 수업 23.11.09 41 2 12쪽
21 21화. 내 주변 보호장치 남 23.11.08 45 3 12쪽
20 20화. 대학 캠퍼스 총격전 23.11.07 50 3 11쪽
19 19화. 가짜 촬영 소동 23.11.06 48 2 12쪽
18 18화. 남자기숙사의 여신님 23.11.05 60 3 12쪽
17 17화. 화난 김민준 23.11.04 6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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