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무직을 건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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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바니
작품등록일 :
2023.10.19 15:10
최근연재일 :
2024.01.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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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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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주변인의 안전(3)

DUMMY

임시현의 말에 이반의 눈이 흔들렸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임시현은 계속 얘기를 이었다.


“그랜트도 마찬가지로 너처럼 나에게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더라.”


임시현을 경계하고자 하는 이반에게 얘기를 하자 이반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도 상대 여성이 임신하자 한국에 정착했어.”


이반의 움직임이 줄어들었다.


“난 그렇게 생각해. 너도 그렇고 그랜트도 모두 착해.”


임시현이 착하다는 말에 이반은 마음이 동요했다.


하지만 이반은 더 많은 고민에 휩싸여 버렸다. 이 부분은 전직 RoAA 요원이었던 임시현도 충분히 이해된다. 일단 부여된 임무는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임시현은 각오했다는 표정으로 이반에게 얘기했다.


“난 그랜트 편에 서서 남미에서 보내온 킬러들과 대치할 것이야. 이러한 날 막을 것인가?”


임시현의 질문에 이반은 당황한 자신의 모습을 지우고 콧방귀를 끼었다.


“내 임무에는 널 막는 것은 없었다.”


이반의 답변에 임시현은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그럼 난 가볼게.”


임시현이 앞장섰지만, 이반은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많은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다.


멀어지는 임시현을 향해서 이반이 얘기했다.


“결국, 난 남미의 킬러와 그랜트를 모두 처리하면 끝난다. 네가 그랜트 편에 서겠다면 나와 부딪칠 수밖에 없어. 감당할 수 있겠어?”


이반의 질문에 임시현이 얘기했다.


“네 여자친구가 임신했다고 했지? 난 그랜트가 나에게 가족사진을 보여주면서 그렇게 포근한 얼굴을 한 모습이 지워지지 않아. 난 주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상은 누구든 막아낼 각오로 온 거야.”


이반은 답변을 하는 임시현을 바라보았다. 누구보다도 부드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과거에 잠깐 봤었던 무서운 R3는 없어지고 부드러운 여성만 남았어.’


임시현은 멀어지면서 부산역 앞 광장에 이반만 남아 있었다.


“자칫, 임무 수행에 대해서 이렇게 고민한 적은 처음이야.”


***


부산항구 한쪽 구역.


그랜트가 숨을 헐떡이면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한쪽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허억 허억, 이것으로 끝인가?’


그랜트는 하늘에 떠 있는 별빛이 보였다. 이미 자신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온몸에 핏자국과 함께 다친 흔적이 많이 나타났다.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예전 같지는 않네.’


그랜트는 자신을 공격할 목적인 킬러를 가득 싣고서 부산항으로 밀입국하는 배를 직접 공격했다. 그것이 자신으로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초반에는 생각한 방법이 먹혀들었다. 배에서 나오지 못한 킬러들을 한 명씩 나올때 마다 차례차례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수의 킬러를 상대로 격전을 치르는 것은 자신의 능력 밖이었다. 결국, 이렇게 많은 상처를 안고 도망치는 신세가 된 것이었다.


‘이대로 죽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가운데 눈앞에 비추고 있던 별빛을 가리는 자가 있었다.


“그랜트 뭐해? 나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왜 안 나왔어?”


그랜트를 부르는 목소리에 그랜트는 마음을 놓았다.


“왔는가? 임시현.”


하지만 임시현은 화를 내면서 그랜트를 발로 걷어 차 버렸다.


“왔는가 임시현? 내가 여기 찾아오느라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잖아.”


임시현은 KTX로 타고 오면서 부산영업부 동기를 통해서 영업 코드로 그랜트에게 접선 장소까지 알려준 적이 있었다.


투덜대는 임시현을 바라보면서 그랜트가 얘기하였다.


“내가 과거에 했었던 업보가 지금 되돌아온 것이야. 너까지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어.”


그랜트의 말에 임시현이 투덜대던 마음을 접었다.


“과거의 업보라면 너보단 내가 더 하면 더 할 거야.”


임시현은 주변 상황을 주시하였다.


“왜 혼자 먼저 공개했지? 부산 지형을 이용해서 장기전으로 가면 더 승산이 높을 것인데.”

“장기전?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 짐승들에게 당하는 민간인만 늘어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남미에서 보내진 킬러는 RoAA나 다른 국제적 조직처럼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킬러가 아니었다. 즉 돈에 굶주린 자들이기 때문에 만일 부산 시내를 활보하게 된다면 민간인 피해는 불 보듯 뻔하게 발생할 것이었다.


“그럼 잠시 숨어 있어도 되잖아.”

“임시현, 만일 네가 날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면, 내가 보이지 않을 때 누구의 주변으로 향할 것 같아?”

“······.”


임시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타깃이 발견되지 않으면 가장 가까운 가족 주변을 수소문하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그랜트는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수비보다는 공격을 택한 것이었다.


“임시현, 내가 바보 같겠지만, 이 방법은 나에게 최선이야. 만일 남미에서 오는 킬러를 내가 처리할 수 있다면 아무 일 없이 끝나는 것이지만, 공격하다가 킬러에 의해 내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내 가족까지 찾아갈 이유가 없어진다.”


임시현은 그랜트를 바라보았다. 과거에 자신이 남미에서 마주친 그랜트와 너무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 와중에 그랜트는 혼자 계속 얘기를 이었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 전투에 힘이 드네. 예전 같았으면 한방에 저 녀석들을 처리할 수 있는데 말이야.”

“말 되는 소리 해. 그때도 넌 그리 강하지 않았어.”

“서운한 말을 하네, R3의 수준에서는 내가 어린애처럼 보였겠지.”


임시현은 그랜트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랜트가 밀입항하는 배를 초반에 공격한 덕분에 십여 명의 킬러를 처리한 듯 보였다. 하지만 아직 9할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남미 킬러들은 모두 다양한 무기들을 들고서 부산항을 휘젓고 있었다. 자신들과 부딪친 그랜트를 찾고 있었다.


임시현은 주변 지형을 살펴보았다. 부산항답게 컨테이너들이 많이 보였다.


‘일단 저들이 모이기 전에 한 명씩 처리해 볼까?’


임시현은 혼자의 몸으로 움직이려다가 멈칫하였다. 그리고 그랜트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임시현을 보고서 그랜트가 말을 걸었다.


“왜? 죽어가는 나를 두고 움직이지 못하겠어?”

“죽어가고 있는 거였어?”

“농담이다. 난 걱정하지 말고 자유롭게 움직이라고. 잠시 버티는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고.”


그랜트의 말에 임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랜트를 지키기 위해 자리를 유지한다면 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 오히려 임시현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킬러를 한 명씩 처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임시현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바로 옆에 있는 컨테이너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컨테이너 위를 자유자재로 이동하였다.


어두운 부산항 내부에서 컨테이너 사이로 킬러 한 명이 지나가고 있었다. 킬러들도 몰래 밀입항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 경찰에 발각되면 안 되는 이유로 모두 입을 막고 몸을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렇게 움직이면 빠르게 움직일 수 없어서 그랜트 놈을 찾는 데 애를 먹는단 말이야.’


킬러는 혼자 생각하면서 투덜거렸다. 그러한 킬러 옆으로 그림자 하나가 떨어졌다. 임시현이었다.


임시현은 킬러를 향해서 발을 뻗었다. 옆차기 후 바로 휘어 차기를 날렸다. 킬러는 처음에는 놀랐지만 바로 상대를 파악하고 자신의 어깨로 임시현의 발차기 공격을 튕겨내 버렸다.


두 번째 임시현의 발차기에 킬러가 밀려나기는 하였지만 바로 칼을 들고 임시현에게 달려들었다. 임시현은 칼을 양팔로 밀어내었지만, 킬러가 어깨로 자신을 밀어붙이는 것까지 막아내지 못하였다. 킬러의 어깨 밀어내기로 임시현은 한쪽 컨테이너 벽으로 부딪치면서 몰렸다. 하지만 임시현은 다시 한쪽 다리를 쭉 올려서 상대방의 턱을 날려버렸다. 킬러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기절한 킬러를 보면서 임시현은 숨을 헐떡였다.


‘뭐야. 킬러 한명 한명이 보통 실력자가 아니잖아. 이 정도면 몇 명 더 상대했다간 나도 나가떨어지겠는데···.’


임시현은 체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총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되도록 단검 또는 무력으로 상대를 무력화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나저나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그랜트는 무사하겠지?’


임시현이 그랜트가 걱정되어서 컨테이너 2개가 연속으로 쌓여있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러고 나서 그랜트가 있을 만한 위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랜트의 위치를 확인하는 순간 임시현의 눈은 커져 버렸다. 쓰러져 있는 그랜트 바로 옆에 이반이 서 있었다.


‘이런, 이반이 이렇게 빨리 합류할 줄이야. 감성적으로 얘기했으니 조금 머뭇거릴 줄 알았더니.’


임시현이 급한 마음에 컨테이너와 컨테이너 사이를 넘으려 하였다. 그때 어디선가 단검이 날라와 임시현의 팔에 꽂혀버렸다.


‘큭.’


임시현은 소리를 지르지 않고 컨테이너를 넘어서 다시 숨었다. 컨테이너 사이를 넘고 있는 임시현을 향해서 킬러 중 한 명이 단검을 날린 것이었다. 다행히 깊이 박히지 않아서 단검을 뽑아냈다. 하지만 흐르는 피를 막을 시간은 없었다.


‘빨리 그랜트가 있는 쪽으로 가야 해.’


임시현은 마음이 급해졌다. 킬러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컨테이너 사이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그랜트 쪽으로 향했다.


결국, 그랜트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도착하면서 임시현은 바로 이반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하지만 임시현의 공격을 이반은 한쪽 손으로 막았다.


“억.”


임시현의 한쪽 다리에 큰 충격이 전달되었다. 자세히 보이 이반은 임시현의 발차기를 팔뚝으로 막은 것이 아니라 곤봉을 팔뚝에 붙여서 막았던 것이었다.


“이반, 네가 결국 그랜트를 죽였구나!”


임시현은 다시 공격하기 위해서 일어섰다. 이때 그랜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임시현, 진정하라고, 난 아직 안 죽었어.”

“응?”


그랜트의 목소리에 임시현은 이반에게로 향하던 공격을 멈추었다.


“살아있어?”

“그래. 심지어는 네가 없는 동안 이 친구가 날 지켜줬어. 임시현의 친구인가?”


그랜트는 이반을 알 리가 없었다. 이반은 임시현을 바라보면서 어깨를 들썩여 보였다. 임시현은 이러한 이반의 모습을 보면서 그랜트에게 작은 목소리로 얘기 했다.


“친구지···. 러시아 친구야. 이반이라고···.”

“그래? 그런데 여기 있으면 아무리 친구라도 위험하지 않겠어?”


그랜트의 말에 상관없이 이반과 임시현은 서로 바라보았다. 먼저 임시현이 입을 열었다.


“네 표적을 앞에 두고 보호했다면, 무슨 뜻으로 해석하면 되는 거지?”


이반이 조용히 있다가 답변을 하였다.


“난 RoAA를 떠나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 그 방법을 알려주면 협조하겠다.”


이반의 질문에 임시현은 심각하게 얘기하였다.


“너에게는 간단할 일이야. 눈앞에 그랜트를 죽이고, 항구에 돌아다니는 킬러들을 처리하면 돼. 물론 내가 나타난 것은 계산 밖이겠지만.”

“네 얘기를 듣고서 그랜트를 죽일 마음이 없어졌다.”

“하지만 RoAA의 임무를 위반하면 어떻게 되는지 네가 더 잘 않지 않아?”


임시현과 이반 두 사람이 러시아어로 얘기하고 있기에 남미 출신인 그랜트는 얘기를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가끔 자신의 이름이 나오고 있어서 긴장할 따름이었다.


임시현이 큰소리로 이반에게 얘기했다.


“RoAA를 벗어나는 방법은 RoAA가 원하는 수준의 성과를 완수하거나 죽은 시체가 되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어.”


임시현의 말에 이반의 입이 닫혔다. 덩달아 그랜트도 조용히 있었다. 그리고 이들 주변으로 킬러들도 다가오고 있었다.


41화 끝.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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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화. 주변인의 안전(3) 23.12.07 1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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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주변인의 안전(1) 23.12.05 25 2 12쪽
38 38화. 다가오는 위협(4) 23.12.02 24 2 12쪽
37 37화. 다가오는 위협(3) 23.12.01 24 2 13쪽
36 36화. 다가오는 위협(2) 23.11.30 24 2 12쪽
35 35화. 다가오는 위협(1) 23.11.22 34 2 12쪽
34 34화. 강혁의 형 23.11.21 3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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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다시 찾은 일상 23.11.19 29 2 12쪽
31 31화. 고백 23.11.18 3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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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아프가니스탄 작전(4) 23.11.16 30 1 12쪽
28 28화. 아프가니스탄 작전(3) 23.11.15 30 2 12쪽
27 27화. 아프가니스탄 작전(2) 23.11.14 29 2 13쪽
26 26화. 아프가니스탄 작전(1) 23.11.13 3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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