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무직을 건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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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바니
작품등록일 :
2023.10.19 15:10
최근연재일 :
2024.01.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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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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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0화. 주변인의 안전(2)

DUMMY

부산으로 가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했다. KTX를 이용해서 이동할 예정이었다. 마침 평일이어서 KTX 좌석에 여유가 있었다.


띠링


KTX에 탑승과 동시에 문자가 왔다. 강혁이였다.


- 강혁 : 또 어딜 간거야?

- 임시현 : 뭐야 또 왔어?

- 강혁 : 이번에는 부서 사람들 다 왔어.

- 임시현 : 그래? 좀 멀리 다녀올 것이어서···.

- 강혁 : 멀리? 어디?


‘어디 가는지 알려줘야 하나? 에이 씹어.’


임시현은 이후부터 오는 문자메시지를 무시해 버렸다.


‘돌아가면 강혁에게 혼나겠구먼.’


돌아갈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했다. 남미에서 보낸 킬러 백 명은 그랜트 팀장과 함께한다면 어떻게든 아슬아슬하게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R8이 문제였다. 임시현 입장에서는 R8과 일대일로 붙는다면 조금 승산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R8과 백 명의 킬러가 동시에 자신을 협공한다면 감당할 자신은 없었다.


‘일단 그랜트와 만나는 것이 우선이야.’


임시현은 부산영업부의 동기에게 문자를 보내어 그랜트 팀장의 전화번호를 확보하였다.


‘잠깐.’


임시현은 그랜트에게 전화하려 하였지만 잠시 멈추었다.


‘내가 RoAA의 경험으로 비추었을 때, 그랜트가 남미 킬러와 RoAA의 R8의 처리 대상이 되었다면 그랜트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핸드폰 도청은 이미 하고 있을 거야.’


즉 자신이 전화하면 오히려 적들에게 자신과 함께 그랜트의 위치를 공개해버리는 꼴이 되는 것이었다.


‘어쩐다···.’


임시현은 고민하다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부산영업부 동기에게 전화했다.


“네, 누님. 예? 영업 품목 코드를 알려달라고요?”


전화를 받아든 부산영업부 동기는 황당해했지만 임시현의 얘기다보니 일단 알려주었다. 임시현은 코드를 듣고 오히려 역으로 동기를 통해 그랜트 팀장에게 몇몇 코드를 전달하도록 하였다.


“절대 내가 보냈다고 하면 안 돼. 발주가 들어왔다고 문자로만 전달하면 돼.”

“참 내, 이 코드는 외부에서 영업할 때 콜센터로 발주 신청하는 코드라고요. 아세요?”

“일단 내 말대로 해줘.”

“네 누님.”


동기는 임시현을 믿기에 그녀의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 임시현이 알려준 품목 코드가 동기를 통해서 그랜트에게로 전달되었다. 마침 그랜트는 다른 영업 대리점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랜트는 임시현의 동기로부터 전달된 문자를 보았다.


“특이한 발주가 들어왔네? 뭐야. 가정용 업소용이 섞여 있잖아. 우리는 업소용 전용이란 것을 모르나? 이 친구 이렇게 안 봤는데 신입사원이라고 일 처리를 아직도 미숙하게 하는 거야?”


그랜트는 문자를 보면서 짜증을 내었다. 하지만 천천히 문자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차츰 얼굴이 굳어가고 있었다.


“부산. 남미 킬러 잠입. 표적 YOU.”


그랜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시 나머지 문자를 보았다.


“부산역에서 만나자고? 누구지? 설마···.”


그랜트가 떠올릴 수 있는 대상은 전직 R3인 임시현이었다. 과거 R3가 자신의 조직 소탕 작전 때 자신들의 비밀 코드를 해독하여 위치 파악 후 조직을 괴멸시킨 기억은 지금도 선명했다.


‘시현이 해독했던 내 조직의 코드를 기억했고, 이것을 영업 코드와 섞어서 나에게 보내게 했구나! 즉 내 핸드폰도 이미 상대가 감청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군.’


그랜트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임시현이 직접 부산까지 올 정도면 남미에서 엄청난 자들을 보냈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 그랜트는 스스로 RoAA 조직원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랜트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결국, 선택해야겠군. 누구의 행복이 더 소중한지···.”


그랜트는 눈앞에 있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


임시현이 타고 있는 KTX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여 부산역에 도착했다. 만일을 대비해서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였다.


조용한 걸음으로 개찰구에서 나가는 순간 눈앞에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보였다.


서로가 피해 다녀도 모자란 R8이 눈앞에 당당한 자세로 서 있었다. 마치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했다.


‘뭐야? 오자마자 바로 나와 일대일로 붙겠다는 거야? 부산역 한복판에서?’


임시현은 경계의 눈빛을 보내었다. 하지만 오히려 R8쪽에서 양손을 들어 보였다. 자신에게 무기가 없고 공격할 의향이 없다는 자세였다.


그렇다고 임시현은 경계를 쉽게 풀지는 않았다. 천천히 R8에게로 다가갔다. 여전히 R8은 가만히 있었다. 임시현은 R8의 몸에 손을 대었다. 무기류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곳저곳 확인하였다. 이러한 모습을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얼마 만에 만난 사이기에 여자가 저렇게 남자를 만져 대냐?”

“이상한 사람이야. 조심하자.”


이런저런 얘기가 들려오자 임시현이 R8의 몸에서 손을 뗐다.


“너무 만져대는 거 아니야. 확인은 끝났나?”


임시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얘기를 꺼내었다.


“R8 네가 여기 나타난 이유는 뭐지?”

“이반.”

“뭐라고?”

“앞으로 날 이반이라 불러라. 코드명은 위험하잖아.”


임시현은 이반을 빤히 쳐다보았다. 전형적인 러시아인인 이반은 머리가 하얗고 다부진 체격을 하지고 있었다. 항상 검은 코트와 검은 가죽옷을 입고 있어서 흰 정장을 즐겨 입는 로빈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임시현은 로빈을 떠올리면서 이반과 거리를 두었다.


“뭐지? 왜 떨어지지?”

“이반, 혹시나 해서 얘기하는데, 난 러시아 쪽은 관심 없어.”


임시현의 말에 이반이 잠시 생각하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뭐냐. 오히려 난 동양 여자에게 취미 없다.”

“헐 그거 동양인 혐오 발언?”

“헛소리 마라. 백인이건 흑인이건 사랑 감정이 없다면 다 혐오냐? 전 세계인을 사랑하라는 말이 있어도 진짜 사랑과는 별개라고.”


임시현은 손날을 세워 자신을 방어하는 동작을 지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이반이 한숨을 쉬었다.


“네가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오리라는 것을 로빈으로부터 들었다.”

“로빈과 연락하는 사이였어?”

“뭐, 딱히 친한 것은 아니지만, 부탁할 것도 있고 해서.”


임시현은 다시 이반을 쳐다보았다. 이반은 임시현에게 고개로 바깥쪽을 가리켰다.


“일단 이동하자. 너무 오래 서 있으면 의심하는 자들이 생겨나.”

“그래. 일단 나가자.”


이반과 임시현이 나란히 서서 부산역을 빠져나갔다.


부산역 앞 공원.


두 명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전직이지만 세계적인 킬러 단체 RoAA의 No.3인 R3와 현역인 R8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이 장면은 상대가 적이라면 오금이 저리는 장면일 수 있다.


그만큼 임시현은 옆에 있는 이반을 경계하고 있었다. 과거 자신이 현역이었다면 R8이 자신을 공격해도 가볍게 막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은퇴한 이후 자신이 R8보다 강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이반이 자신의 안쪽 주머니로 손을 가져갔다. 임시현은 긴장하고 있었다.


이반이 가슴에서 무언가를 꺼내려는 순간 임시현은 빠른 발차기로 날려버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둘 간의 부딪침이 발생하였다. 임시현도 이반도 모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임시현이 발로 차면서 느꼈다.


‘핸드폰이다.’


그러고 나서 임시현이 이반과 눈이 마주쳤다. 이반은 임시현을 혐오스럽게 바라보았다. 아무리 인격적으로 참으려고 해도 자신의 핸드폰을 발로 차버린다면 그 상대를 온전히 정상적인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반이 부산역 한쪽 화단까지 날아 가버린 핸드폰을 찾아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서 임시현은 미안한 생각에 가만히 자리에 서 있었다.


이반이 마침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왔다. 그리고 임시현을 쏘아 보았다.


“다행히 핸드폰은 무사해. 만일 핸드폰 액정이라도 깨졌으면···.”


이반이 뒷얘기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임시현도 자신이 너무 상대를 경계하는 것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바뀔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핸드폰은 갑자기 왜 꺼낸 거야?”


임시현은 미안한 마음과 경계의 마음을 동시에 표현했다. 이반은 다시 핸드폰을 임시현에게 보여줬다.


핸드폰에 보인 사진에는 이반과 함께 옆에는 누가 봐도 엄청난 러시아 미녀가 서 있었다.


“······.”


임시현은 아무 말 없이 바라보면서 이반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았다. 이반이 입술을 실룩거리면서 얘기했다.


“내 여자친구다.”


임시현은 다시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부산역에서 만났을 때 설마 자신에게 빠져있는 것이 아닌지 오해한 것이 미안한 것이었다.


‘그것도 이반의 여자친구는 엄청난 미인이잖아.’


자신은 비교 대상도 아닌 정도였다.


“그런데 그녀의 사진을 나에게 보여주는 이유는 뭐야? 그리고 잘 알겠지만, RoAA 요원이 연애는 위험요소라고···.”


임시현의 말에 이반이 조용히 있었다. 침묵이 길어지면서 다시금 임시현은 주눅이 들었다.


‘그랜트를 도우러 가야 하는데, 여기서 이반이 날 붙잡을 줄은 몰랐네, 내가 말실수라도 했나?’


임시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조용히 이반이 입을 열었다.


“임신했다.”


이반의 말에 임시현의 뇌의 회로가 멈춰 버렸다. 잘 알겠지만, 임시현은 자주 머리가 멈추는 경향이 있다.


“그래? 그래서?”


임시현의 말에 이반이 큰 키를 이용해서 임시현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그녀를 책임지고 싶다. RoAA를 안전하게 은퇴할 방법을 알려달라.”


아직도 임시현의 뇌가 돌아가지 않고 있다. 임시현도 전형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이는 타입이기 때문에 머리가 잘 돌아가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정상적인 가정의 가장이 되고 싶다?”

“그렇다.”


이반의 답변에 임시현이 공격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번 의뢰를 왜 승낙한 거야?”

“이번 의뢰?”


임시현의 질문에 이반이 머뭇거렸다.


“은퇴 직전 마지막 의뢰라고 생각하고 있다. 임무를 완수하고 정식으로 은퇴하겠다고 RoAA 위원회에 통보할 예정이야.”


은퇴를 경험해본 임시현 입장에서는 이반이 얘기하는 뜻을 이해하고 있었다. 큰 건을 처리하고 나서 은퇴한다고 통보하면 무난하게 승인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의 의뢰 대상이야.”


임시현의 말에 이반이 눈을 찡그리면서 물었다.


“무슨 말이야.”

“네가 여자친구가 있고, 애가 생겼으니 은퇴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이해해. 아니 오히려 응원해.”


임시현의 말에 이반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임시현은 굳은 표정으로 얘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마지막 임무여도 무조건 완수해야 하는 것은 RoAA의 룰이야.”

“당연하지. 난 이번에 의뢰로 들어온 남미 놈들을 모두 처리하고 은퇴할 것이다.”


이반의 다짐을 듣고 임시현이 한숨을 쉬면서 얘기를 계속 이었다.


“이반, 남미에서 넘어온 킬러들도 가족이 있겠지만···. 한국에 이미 들어와 있는 예전 남미 조직원이었던 그랜트를 처리해야 하지?”

“그래 내 임무는 그랜트라고 불리는 자와 남미에서 보낸 킬러 모두를 처리해서 정보를 없애는 것이야.”

“그럼 난 왜 여기로 왔게?”


이 질문에 이반은 답변하지 못했다. 질문의 의도도 모를뿐더러 이반 자신이 단순하게 은퇴하는 방법을 알고자 임시현이 부산에 온다는 정보로 임시현을 만난 것뿐이었다. 임시현이 부산에 온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지는 못하였다.


“미안하다. 네가 왜 부산으로 왔는지 모른다.”


자신에 대해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서 임시현은 이반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되었다. 과거 R8의 임무 수행 방법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던 본인이었기에 지금의 이반 모습은 굉장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너의 타깃인 그랜트를 보호하러 왔어.”


40화 끝.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40화를 올렸습니다.

앞으로도 계속적인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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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주변인의 안전(3) 23.12.07 19 2 12쪽
» 40화. 주변인의 안전(2) 23.12.06 23 2 12쪽
39 39화. 주변인의 안전(1) 23.12.05 25 2 12쪽
38 38화. 다가오는 위협(4) 23.12.02 25 2 12쪽
37 37화. 다가오는 위협(3) 23.12.01 24 2 13쪽
36 36화. 다가오는 위협(2) 23.11.30 25 2 12쪽
35 35화. 다가오는 위협(1) 23.11.22 34 2 12쪽
34 34화. 강혁의 형 23.11.21 31 2 12쪽
33 33화. 외국인 부산영업팀장 23.11.20 29 2 13쪽
32 32화. 다시 찾은 일상 23.11.19 30 2 12쪽
31 31화. 고백 23.11.18 3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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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아프가니스탄 작전(4) 23.11.16 31 1 12쪽
28 28화. 아프가니스탄 작전(3) 23.11.15 31 2 12쪽
27 27화. 아프가니스탄 작전(2) 23.11.14 30 2 13쪽
26 26화. 아프가니스탄 작전(1) 23.11.13 3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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