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무직을 건들지 마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키바니
작품등록일 :
2023.10.19 15:10
최근연재일 :
2024.01.06 19:2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3,087
추천수 :
122
글자수 :
251,900

작성
23.11.08 19:15
조회
44
추천
3
글자
12쪽

21화. 내 주변 보호장치 남

DUMMY

S쳇이 열렸다.


[R0] 안 좋은 소식이야.

[전 R3] 안 좋은 소식?

[R0] R7이 한국으로 갔어.

[전 R3] 목적은?

[R0] 아마 R3를 처리해서 자신이 R3로 올라가려는 모양이지.

[전 R3] 이런, R8도 와 있던 것 같던데.

[R0] 행운을 빌어


임시현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론만 가지고 본다면 R 계열은 숫자가 적을수록 강하다. 즉, R3가 R7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지만, 얼굴을 모를 정도로 지금까지 R7과 경쟁한 적도, 같은 임무를 수행한 적도 없었다. 다만 굉장한 실력자라는 소문은 들은 적이 있었다. 즉 R8보다 더 머리 아픈 자가 온 것이었다. RoAA의 방식은 R3의 자리가 비었다고 R7이 자연스럽게 한 단계 올라가지 않고 R3를 직접 처리하거나 R3만큼의 실적을 인정받아야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임시현은 창문으로 달려갔다. 멀리서 누군가 남자기숙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금발의 큰 키, 파란 눈. 누가 봐도 프랑스 젊은 남성이었다. 흰색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지만, 오른쪽 소매에 피가 묻어 있었다.


‘이건 뭐, 내가 R7이라고 광고하고 다니네!’


오히려 이 모습을 주변 여대생들의 눈을 사로잡아버렸다.


“어머 어머, 저것 봐. 모델이다. 모델.”

“우와 안구 정화가 이런 거구나!”

“저 사람도 영화촬영에 나오는 건가?”

“그런가 봐, 옷에 핏자국 효과도 준비되어 있어.”

“잘생겼다. 키도 크고···.”


반대로 남학생들은 시기와 질투의 눈빛을 보냈다.


“뭐야, 결국 백인 남자가 잘난 역할을 다 한다니까.”

“우리가 그렇게 고생했는데, 이제야 나타나서는···.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


상반된 반응에 오히려 당황스러운 것은 R7이었다.


‘뭐야, 난 킬러이자 요원이라고, 이렇게 동물원의 동물 보듯이 구경해도 되는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조용히 잠입할 걸 그랬나?’


R7은 A동 기숙사 앞에 섰다.


“남자기숙사라···. 그럼 R3! 남자답게 싸워보자고.”


권총을 꺼내어 들었다. 주변의 남학생들이 다시 얘기를 이었다.


“다시 총격전 하려는 건가?”

“방금 끝난 거 아니었어?”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 카메라맨들도 보이지 않는데?”

“연습인가?”

“누가 영어 할 줄 몰라? 우리 기숙사에 막 들어가도 돼?”


남학생들의 구시렁대는 소리를 뒤로하고 R7은 기숙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임시현의 다리는 서서히 부어올랐다.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R7을 처리하려면 오직 한 번의 기회를 노려야 해.’


임시현은 기숙사 2층 복도 모서리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드디어 2층 계단으로 R7이 모습을 드러냈다.


탕. 탕.


기숙사에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와아. 또 시작이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

“그래, 지난 총격전도 너무 실감 나게 효과를 넣어서인지 파편이 이곳저곳으로 튀었다고. 어서 피해.”


남학생들이 우르르 기숙사 건물 밖으로 나갔다.


임시현은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장소마다 유리한 장소를 선점해서 총을 쏘면서 대치해야 했었다. 하지만 R7은 생각 의외로 잘 피해 갔다.


‘제길, 원래는 쏘고서 공격적으로 나가야 하는데, 더는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부어오른 다리에 감각마저 없어지고 있었다. 너무 무리하게 건물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상대방을 발로 가격했으니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었다.


찰칵.


R7의 권총 총구가 임시현의 이마에 닿았다. 벽 모서리로 총만 나타났다. R7의 얼굴은 나타나지 않았다.


“빙고, 내가 위치를 정확히 맞춘 모양이네.”


임시현은 등에서 땀이 났다. 결국, 끝난 것이었다. 다리에 통증 때문에 제대로 싸우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전쟁터에서 그러한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이제 죽는 일만 남은 것이었다.


‘그래도 아쉽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학생으로 생활할 기회였는데···.’


임시현은 눈을 감았다. R이라는 이니셜을 받은 자들을 적으로 둔 것은 큰 모험이었다. 오히려 주변인들까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었다. 임시현은 모두를 위해서 생명을 단념할 생각을 하였다.


‘민준이에 대해서 더 알아가고 싶었지만, 모두를 위해서 난 여기에서 멈춰야 하는 것이 맞아. 그래도 여신이라고 대접받았으니 행복하기는 하네.’


죽는 순간이었지만 임시현의 입가에 미소가 흘러나왔다.


총구는 그대로 있으면서 벽 모서리에서 R7이 얼굴을 드러내었다. 눈을 감고 있는 임시현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라? 여, 여자?”


R7은 눈이 커졌다.


“너···. 정말 R3인가?”


임시현은 R7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그리고 그의 얘기에 맞춰서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은 필요 없었다.


“최근 내부에서 R3가 여자일 것이라는 소문이 있어서 설마 했는데···. 더욱이 이곳이 남자기숙사여서 여자일 리는 없겠구나 싶었는데···.”


임시현은 R7이 정신없이 헛소리처럼 말을 하는 이유를 몰랐다.


“이, 이렇게 미인이라고? 예뻐! 이런 미인을 내가 죽일 수 없어.”


R7이 오두방정을 떨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임시현은 한심하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R7의 눈이 임시현의 다리로 갔다.


“그럴 줄 알았어. 어쩐지 R3답지 않은 방식으로 싸운다고 생각했더니 다리를 다친 거였어. 그렇다면 이번 싸움은 무효다.”


R7이 몸을 일으켰다.


“너, R7 맞아?”


임시현은 한쪽 눈썹을 찡그리면서 물어보았다. R의 이니셜을 받은 자들은 자비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R7이라고 부르지 마, 넌 은퇴했잖아. 그러니 날 로빈으로 불러줘. 그리고 나중에 데이트 신청하면 받아주면 고맙고.”

“뭐어?”


임시현은 몸이 굳어 버렸다.


‘미친놈인가?’


“일단 난 돌아간다. 싸움이 필요하면 몸이 나아지고 나서 그때 도전할지 말지 고민해 보자고.”


로빈이 몸을 돌려 나가 버렸다. 나가면서 얘기했다.


“빚졌다고 생각하라고, 그래야 다음에 데이트 신청을 받아줄 것 같아서 말이야.”

“꺼지기나 해.”


임시현은 노려보았지만, 로빈은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사라졌다.


‘일단 R7은 다행히 스스로 돌아갔다고 치고, 이제 R8만 남았나?’


임시현은 R8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면서 아픈 다리를 이끌고 기숙사 옥상을 향했다.


로빈이 기숙사에서 나오고서 대학교 캠퍼스 안의 소나무 숲을 지나가고 있었다.


“야, 나와.”


로빈이 멈추어 서서 누군가를 불렀다. 조금 뜸을 들였다가 한 사내가 나타났다. R8이었다.


R8이 말을 꺼내었다.


“여, 프랑스놈. 여긴 웬일인가? 혹시 R3를 처리했어?”

“러시아놈, 넌 아직 마주치지 못한 모양이지?”


로빈의 질문에 R8은 팔을 벌려 어깨를 들썩였다.


“주변에 대학생들이 우글거려서 타이밍을 보고 있었어.”

“지금부터 R3는 없어.”


로빈의 말에 R8은 멈칫거렸다.


“무슨 소리야? 정말 네가 처리한 거야?”

“아니, 내가 죽인 게 아니라 내가 지킬 거야. 앞으로 R3 근처에 가려면 날 넘어서야 할 거야.”

“······.”


R8은 어안이벙벙한 얼굴로 로빈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무언가 인식한 것처럼 로빈에게 말을 걸었다.


“소문이 사실이었군, R3는 여자였어. 그것도 엄청난 미인인 거야. 그렇지?”


R8의 말에 로빈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R8은 계속 얘기를 꺼내었다.


“카사노바로 불리는 R7! 그런 네 마음조차 가져갈 정도라니 나도 R3 얼굴 한번 보러 가고 싶은데!”


로빈이 총을 꺼내어 R8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다.


“내가 말했잖아. 지금, 이 순간부터 R3 근처에 가려면 날 넘어서야 한다고.”


R8이 손으로 로빈의 총을 내렸다.


“내가 지금 눈앞에 있는 R7이랑 붙어봐야 득이 없지. 일단 나도 물러나야지. 그런데···.”


R8이 로빈을 바라보았다.


“네가 지금부터 은퇴한 R3의 보호장치가 되겠다고 공포한 것으로 인식하면 되겠나?”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존 RoAA 요원에게는 보호장치가 몇 가지 존재한다. 하지만 은퇴한 자에게는 그러한 예우가 없어진다.


“그래 내가 지금부터 R3의 보호장치가 되겠다. 불만 있나?”


로빈의 말을 듣고 R8이 웃으면서 로빈을 등지고 먼저 앞장서서 대학 정문을 향했다. 로빈의 이 얘기를 계기로 임시현에게 다가가는 조직은 없을 것이었다. 보호장치로 자청한 자를 직접 처리하지 않고서는 말이다.


***


‘R8이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지?’


임시현은 R8이 나타날 것을 대비해서 기숙사 옥상에서 대학의 캠퍼스를 내려 보고 있었다. 미리 준비해놓은 잡부들이 기숙사 외벽에 총 자국 등 격전의 흔적을 제거하고 난 후였다.


‘이렇게 깔끔하게 주변 정리가 되었는데, 뒤늦게 나타나면 골치 아픈데···. 잡부들도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들 가는 것 같고.’


그런 가운데 임시현의 눈에 기숙사로 부랴부랴 달려오는 김민준이 보였다.


‘쟤는 아직도 뛰고 있네! 일단 방으로 돌아갈까?’


임시현은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바로 김민준이 방으로 들어오자 다짜고짜 물었다.


“다리는 어때요?”


질문에 임시현은 대답 없이 자신의 손가락으로 발목을 가리켰다.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제 등에 업혀요. 대학교 정문에 정형외과가 있다고 얘기했었죠? 일단 그곳에 가서 엑스레이라도 찍어보죠. 마침 그곳은 밤늦게까지 연다고요.”


김민준이 등을 보였다.


“업히라고? 대학 정문까지는 그냥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 좀 들어요.”

“네네.”


임시현은 순순히 김민준에게 업혔다.


“나 좀 무거울 거야.”


김민준이 벌떡 일어났다.


“별로 무겁지 않네요.”


김민준이 임시현을 업고 나서자 남학생들이 노려보듯이 쳐다보았다.


임시현이 남학생들의 눈빛을 보면서 김민준에게 물어보았다.


“왜들 저래?”

“이곳에 있는 애들은 대체로 자돌이 아니면 공돌이들 이어서 여자랑 붙어 다니는 놈을 보면 아니꼽게 보죠.”

“하하하.”


김민준은 임시현을 업은 상태로 대학 캠퍼스를 가로질러 달려갔다.


“이렇게 업혀서 밤하늘을 보니 좋은데! 밤공기도 좋고···.”

“헉헉, 그러네요.”

“안 무겁다더니 헉헉거리는데!”

“절대 그런 적 없어요! 그리고 자꾸 움직이지 말아요.”


정문을 나서니 마침 정형외과에 불이 켜져 있었다.


정형외과의 의사가 엑스레이를 보면서 놀란 얼굴을 하고 임시현에게 물었다.


“이야-, 이정도면···. 아프지 않았어요?”


모니터로 보이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서 의사가 설명을 시작했다.


“금이 제대로 갔네요. 보이시죠?”


의사가 금이 간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정도면 고통이 장난 아니었을 것인데···.”


의사의 말을 듣고 김민준이 임시현을 타박했다.


“거봐요. 제가 뭐랬어요. 무슨 촬영이기에 이렇게 무리까지 하냐고요.”


‘아프기는 했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었지 뭐.’


임시현은 요원이었을 당시에도 이정도 고통을 참아내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임무 중 다쳐도 임무를 완수하지 않으면 오히려 목숨이 위태로운 경우가 많았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늘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이 사태로 다친 학생도 없었고 자신의 신분을 알아차린 사람도 없었기에 이정도 부상은 훈장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임시현은 순순히 깁스하고서 정형외과를 나섰다. 목발도 받았지만, 김민준이 한사코 기숙사까지 꼭 업고 가겠다고 하여 결국 목발을 어깨에 멨다.


기숙사까지 돌아와 보니 방안에는 남학생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뭐야. 모두 날 걱정해서 모여 있는 거야?”


임시현의 물음에 남학생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밤에 김민준이 덮칠 수 있으니 밤새워 지키려고 하는 거예요.”

“뭐야? 내 방에서 나가지 못해.”


김민준이 화를 내면서 남학생들을 내보내려 해도 끝까지 나가지 않으려 했다.


결국, 오늘 밤은 남학생들이 바닥에 누워서 보내게 되는 상황까지 되었다. 임시현은 허탈하게 웃을 뿐이었다.


‘하하하, 내가 엄청난 곳에 와버린 것 같아.’


21화 끝.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평범한 사무직을 건들지 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46화. 해어진 마음(4) 24.01.06 15 2 12쪽
45 45화. 헤어진 마음(3) 23.12.16 16 1 12쪽
44 44화. 헤어진 마음(2) 23.12.15 15 1 12쪽
43 43화. 헤어진 마음(1) 23.12.11 21 2 12쪽
42 42화. 주변인의 안전(4) 23.12.09 20 2 12쪽
41 41화. 주변인의 안전(3) 23.12.07 18 2 12쪽
40 40화. 주변인의 안전(2) 23.12.06 22 2 12쪽
39 39화. 주변인의 안전(1) 23.12.05 25 2 12쪽
38 38화. 다가오는 위협(4) 23.12.02 24 2 12쪽
37 37화. 다가오는 위협(3) 23.12.01 24 2 13쪽
36 36화. 다가오는 위협(2) 23.11.30 24 2 12쪽
35 35화. 다가오는 위협(1) 23.11.22 34 2 12쪽
34 34화. 강혁의 형 23.11.21 31 2 12쪽
33 33화. 외국인 부산영업팀장 23.11.20 28 2 13쪽
32 32화. 다시 찾은 일상 23.11.19 29 2 12쪽
31 31화. 고백 23.11.18 32 2 12쪽
30 30화. 국회의원이 여기서 왜나와? 23.11.17 31 2 12쪽
29 29화. 아프가니스탄 작전(4) 23.11.16 30 1 12쪽
28 28화. 아프가니스탄 작전(3) 23.11.15 30 2 12쪽
27 27화. 아프가니스탄 작전(2) 23.11.14 29 2 13쪽
26 26화. 아프가니스탄 작전(1) 23.11.13 36 2 13쪽
25 25화. 결국 또 나서게 되네 23.11.12 33 3 12쪽
24 24화. 근로장학생 23.11.11 37 3 12쪽
23 23화. 교수님 맞아본 적 없으시죠? 23.11.10 36 3 12쪽
22 22화. 스마트팜 수업 23.11.09 41 2 12쪽
» 21화. 내 주변 보호장치 남 23.11.08 45 3 12쪽
20 20화. 대학 캠퍼스 총격전 23.11.07 49 3 11쪽
19 19화. 가짜 촬영 소동 23.11.06 47 2 12쪽
18 18화. 남자기숙사의 여신님 23.11.05 60 3 12쪽
17 17화. 화난 김민준 23.11.04 63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