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무직을 건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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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바니
작품등록일 :
2023.10.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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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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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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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화. 화난 김민준

DUMMY

임시현은 떨어지는 순간에도 땅바닥이 콘크리트라는 것을 확인했다. 머리부터 떨어지면 즉사할 수 있었다.


임시현은 자신 스스로 몸을 돌려 착지할 수 있었지만 하필이면 팔을 잡은 김민준이 있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게다가 오히려 김민준은 당황해하면서 머리가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이런, 젠장.’


임시현은 온 힘을 다해 몸을 비틀어서 김민준의 머리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두 사람이 땅바닥에 떨어질 때는 누구 하나 정상적인 자세를 취한 사람은 없었다.


“컥, 컥.”


김민준은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충격 때문에 의식이 없어져 갔다. 누군가 자신들을 발견해서 구급차를 불러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임시현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김민준을 바라보았다.


“뭐야. 이 녀석은 머리로 떨어지는 건 피했지만, 등으로 떨어졌나? 일시적으로 기절했겠군···.”


임시현은 무의식적으로 발목에 손을 가져다 데었다.


“아야.”


발목이 뜨끔해져 왔다.


“떨어질 때 착지를 잘못했던 모양이네···.”


임시현이 무리하게 절벽 위에서 김민준을 가격한 것은 호신용 삼단봉을 들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삼단봉 케이스 옆에 소형 권총도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임시현은 자신이 떨어진 곳의 주변을 바라보았다. 담배를 피우고 있던 육상부 남자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사람이 요란한 소리는 내면서 떨어지면 괜찮은지 확인하거나 구급차를 불러주는 행동을 취해야 할 거 아니야! 대마를 피운 것을 걸릴 수 있으니 달아나 버린 모양이네. 그런 녀석들에게 할 말은 아니겠지만, 참 무책임한 놈들이야.”


임시현은 그들을 쫓아가려 했지만, 김민준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었다.


‘대체 얘는 무슨 생각으로 나타난 거야?’


***


그날 저녁.


김민준은 학교 정문에 있는 포차에서 기숙사 친구 두 녀석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쪽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절벽에서 떨어지고 나서 정신 차리고 눈을 떠 보니 자신의 기숙사 방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절벽에 함께 떨어진 룸메이트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룸메이트가 자신을 옮긴 것은 분명하였다.


절벽에 떨어지기 전에 룸메이트에게 맞은 부분이 크게 부어올랐다. 순간적으로 짜증이 확 나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방을 나선 것이었다.


기숙사에 있는 친구들을 불러내어 학교 정문 앞 주점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야야 마음은 이해하지만, 눈이 그렇게 부었는데 술을 마셔도 되겠냐?”

“응, 돼. 소독이야.”

“병신, 말 되는 소릴 해라. 내일 더 부어오를걸.”


두 친구는 김민준을 걱정하면서 오늘 일에 관해서 얘기를 함께 들어주었다.


“룸메이트가 말을 한마디도 안 한다고? 이탈리아에서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한국말을 못 하는 거 아니야?”

“그렇다면 민준이가 얘기하는 것도 알아듣지 못하는 거 아닐까?”


친구 얘기에 김민준이 팔짱을 꼈다.


“그럴까, 그러겠지?”


그냥 자신이 얘기도 없이 룸메이트 팔을 갑작스럽게 잡았기에 주먹이 날라 올 수 있겠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모든 것이 이해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보다 작은 녀석에게 맞으니까 짜증 나.”

“작아? 멀리서 지나가는 것을 봤을 때는 키가 커 보이던데!”

“아마. 얼굴이 작고 몸이 호리호리해서일 거야. 키는 나보다 조금 작아.”

“헤에-”


김민준의 친구 둘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체구가 작은데도 널 한 방 먹이고, 높은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벌떡 일어났다···. 오히려 널 둘러업고 기숙사까지 데리고 갔다니···. 대단한 사람이 들어온 것 같아.”


친구의 말에 김민준이 되물었다.


“날 업고 왔다고?”

“그래, 그것도 가볍게 널 업고 왔어.”


김민준의 키는 185cm로 또래 남자치고는 큰 편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김민준은 새로운 룸메이트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 자신을 기숙사 방까지 함께 옮겼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작으면서 가볍게 자신을 둘러업고 오르막길을 올라 기숙사 방까지 옮겼다는 것이었다.


“일단 너보다는 힘세고 싸움을 잘할 것 같네. 한동안 까불면 안 되겠다. 흐흐흐.”


친구 녀석이 고소한 얼굴을 하면서 김민준을 바라보았다. 김민준은 머리가 아파져 왔다. 전에 함께 있었던 룸메이트와 잘 맞았기 때문에 남은 대학 생활이 걱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남은 대학 생활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젠장, 박힌 돌의 위력을 보여주려 했는데···.”

“크크 박힌 돌을 한 번에 뽑는 포크레인이 와버렸네!”


결국, 두 친구는 걱정에서 놀림으로 바뀌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김민준의 기숙사 친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적당히 먹자. 기숙사 통금시간이 다 되어간다.”


김민준은 다시 짜증을 내면서 일어났다.


“이 대학 기숙사는 정말 짜증 나. 대학이면서 통금시간이 왜 있는 거야?”

“녀석아, 우리 같은 애들 통제하려면 어쩔 수 없을 거야.”


모두 술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계산까지 마무리하고 나섰다. 포차에서 나오니 맞은편 골목에 담배를 피우는 무리가 있었다. 김민준은 그들의 얼굴이 익숙했다. 오후에 학교 숲에서 룸메이트가 노려보았던 육상부 무리였다.


‘그러고 보니 저것들은 나와 룸메이트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을 봤을 것인데···.’


김민준은 계속 쳐다보았다. 쳐다보면서 조금 이상한 것을 느꼈다.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셨다고 하더라도 눈과 입이 풀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한 사람은 침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야야, 가자 가. 괜히 쳐다봤다가 시비라도 붙으면 어쩌려고, 저 녀석들 체육학과 애들이잖아···.”

“그래 민준아 가자.”


친구 둘이 김민준을 양쪽으로 잡고서 끌고 갔다.


“뭐야 저 녀석.”


담배를 피우던 육상부 학생 한 명이 친구들에게 끌려가는 김민준을 보면서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불러서 혼 좀 내줘?”

“야야, 우리가 고딩이냐? 불러내게. 우리도 대학생이라고, 그리고 저 녀석 우리랑 같은 기숙사야. 언젠가 만나면 좀 이뻐해 주지 뭐.”


“같은 기숙사야? 그럼 저 녀석 남은 대학생활도 꼬였구나. 흐흐흐.”

“그러게.”


육상부 학생들이 서로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그나저나 이거 죽이는데!”


육상부 학생 한 명이 담배를 힘껏 흡입하면서 감탄했다.


“그렇지? 내가 생명자원학과 애들에게 얻은 건데 말이야.”

“이걸 생명자원학과 애들이 어떻게?”

“실험용으로 키운 데나 뭐라나···. 품질 죽이지?”


육상부 학생들은 서로 만족해하면서 담배를 계속 피워 데었다. 그러한 육상부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이씨 기분 좋게 빨고 있는데···. 누구야?”


밝은 빛 때문에 역광으로 사람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상대방이 타이트한 옷을 입고 있어 역광 그림자만 보아도 여성인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언니야. 우리 무서운 사람이거든. 빛 가리지 말고 꺼져라.”


육상부 남학생 한 명이 여성을 향해 험악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바로 여성은 자신의 구둣발로 그 남학생 얼굴을 강하게 차버렸다.


가격당한 육상부 학생은 몇 미터 정도 날아가 버렸다.


“뭐, 뭐야?”

“이년이 미쳤나?”


남은 육상부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여성의 사늘한 눈빛 때문에 덤벼들지는 못했다. 그 여성이 바로 임시현이었다.


“그렇구나, 너희가 기숙사에 머무는구나. 그래서 기숙사에 대마 냄새가 풍겼구나!”


임시현은 손을 풀기 시작하면서 육상부 학생들에게 다시 질문하였다.


“그래서 그 담배 어디서 얻었다고?”

“······.”


모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이 언니가 궁금한 게 많거든, 말하는 자는 살려줄 것이고, 말하지 않은 자는 저렇게 될 줄 알아.”


임시현이 손으로 가리킨 곳을 보니 임시현의 발에 가격당한 학생이 기괴한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학생들도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무엇부터 시작할까? 빨리 정보를 얻고서 샤워를 하러 가야겠단 말이지. 너희들 잡으려다가 콘크리트 절벽에 떨어져서 땅바닥을 굴렀거든. 너희들이 달아난 덕분에 고생 좀 했지만···.”


임시현이 사늘하게 웃으면서 육상부 앞에서 손가락 마디를 우두둑거리며 풀었다. 육상부 학생들은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을 하였다.


***


김민준은 친구들과 캠퍼스에서 수다를 떨면서 천천히 걸어서 기숙사로 돌아왔다.


자신의 기숙사 방에 돌아왔을 때 룸메이트는 샤워하고 있었다.


‘얼씨구! 난 화가 나서 밖에서 술을 마셨는데 누구는 팔자 좋게 샤워나 해?’


술을 마셔서인지 짜증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맞은편 침대 앞에 룸메이트의 짐이 눈에 들어왔다. 가방 하나가 조금 열려 있었다.


‘다른 가방들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데, 저 가방만 열려 있네!’


김민준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몸이 자연스럽게 조금 열린 가방 쪽으로 움직였다. 샤워실을 힐끔 쳐다보면서 가방에 손을 가져다 데었다. 도대체 이탈리아에서 뭘 하던 사람인지 궁금했다.


가방을 열어보자 몇몇 옷가지들이 보였다. 그런데 옷 사이로 금속이 반짝이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기분에 옷을 들춰보았다.


“응? 이거 칼 아니야? 그리고 뭐지? 장난감인가? 권총도 있어. 이건 설마 탄약 같은데. 실탄처럼 보이는 것이 디테일이 장난 아닌데! 어디 브랜드지? 이건 또 뭐야?”


한 손에 잡히는 기다란 쇠막대기가 보였다.


‘무슨 막대기에 핀이 꽂혀 있어?’


김민준이 핀을 뽑았다.


팅.


핀을 뽑는 소리와 함께 샤워실의 문이 동시에 활짝 열렸다. 김민준의 눈이 샤워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 김민준은 여신을 보는 듯하였다. 눈앞에 여신이 옷을 입지 않은 채로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로 기억이 없어져 버렸다. 기절했기 때문이었다.


임시현은 손날로 김민준의 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그리고 곧바로 막대 수류탄에 안전핀을 꽂아 넣었다.


“큰일 날 뻔했네. 최근 신형이라 이 기숙사 하나 정도는 날려 버릴 물건인데···. 휴우”


임시현도 스스로 탓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위험한 물건을 마음 편하게 침대 앞에 열어놓은 가방에 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임시현은 김민준이 자신의 가방에서 꺼낸 무기들을 주섬주섬 챙겨서 가방에 넣고 자물쇠로 단단히 잠가 두었다. 또한, 쓰러진 김민준을 침대에 눕히고서 그제야 자신의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일단, 옷을 입어야겠지?’


***


몽글몽글


김민준은 꿈을 꾸고 있었다. 꿈에는 여신이 나타났고, 여신은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응?’


문제는 안개 때문인지 여신의 모습이 자세히 보이지 않은 것이었다.


“헉!”


김민준이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났다. 일어나고서 맞은편 침대를 보고 소리쳤다.


“여신이다.”

“듣기 싫지는 않네.”


임시현이 말했다.


임시현은 기숙사에 들어왔을 때 남장을 했었지만, 지금은 본인의 모습 그대로를 들어내어 있었다.


김민준도 정신을 서서히 차렸다. 그러한 김민준에게 임시현이 질문하였다.


“왜 여신인 거야?”

“꿈에서 여신이 자연 그대로의 알몸으로 나타나서는···.”


퍽.


“아야야.”


김민준의 정수리가 아파져 왔다. 임시현이 손에 쥐고 있던 막대기로 때린 것이었다.


17화 끝.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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