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무직을 건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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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바니
작품등록일 :
2023.10.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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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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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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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근로장학생

DUMMY

결국, 임시현은 뜬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눈을 뜬 채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직도 대마잎을 재배하고 있는 재배장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정말 방법이 없네. 내 전통 방식은 그냥 불태워 버리면 되는데···.”


탁.


창문으로 작은 돌이 날아와서 부딪혔다. 김민준이 임시현 방 창문으로 돌을 던진 것이었다. 임시현은 방에서 나가려고 할 때 멈칫했다.


‘아씨, 왜 이리 신경 쓰이지?’


임시현은 무의식적으로 거울을 보고 있었다. 그전까지 편하게 만났던 김민준에게 이제는 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가볍게 화장을 하고 모자를 눌러 썼다.


“왜 이렇게 늦게 나와요?”


‘너 때문에 꾸미느라 그랬다.’


임시현은 입 밖으로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점심인데요···.”


임시현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하였다. 정말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갔다.


“하하하, 밥이나 먹으러 갈까?”

“그럴까요?”


김민준과 임시현이 식당으로 향했다. 김민준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이 얘기를 꺼내었다.


“아 참, 소식 들었어요? 어제 그 스마트팜 조교.”

“소식?”


임시현이 궁금한 얼굴로 김민준을 바라보았다.


“저도 건너 들은 얘기라서 정확하지 않는데, 누군가 스마트팜 물탱크에 제초제 성분을 넣었나 봐요. 그 조교가 몇 년간 연구하던 식물들이 모두 죽어버렸데요.”


임시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조교가 직접 물통에 무언가를 넣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국가연구과제로 진행된 것이어서 학교도 난리가 났어요. 표본 하나 건지지 못하고 모두 하룻밤 사이에 죽어버렸나 봐요. 조교는 연구실패의 충격으로 대학원을 그만둔다고 했다나 뭐라나···.”

“그랬구나···.”


조교가 자신의 연구를 다른 목적에 악용될 것으로 보고 자신이 직접 자신의 과오가 될 수 있는 대상을 제거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쌀쌀맞아 재수 없게 보였는데, 기특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구나!’


임시현은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


***


오늘부터 근로장학생 근무가 시작되었다.


지난번 신청한 국제교류본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선정된 것이었다. 경쟁은 있었지만 12개국어에 능통한 임시현을 이길 수 있는 학생은 없었다.


“안녕, 난 한유나야. 반가워.”


국제교류본부 한쪽에 앉아 있는데 어떤 여학생이 인사를 해 왔다.


“아, 안녕. 난 임시현이야.”

“우리 같은 4학년이니까 서로 말 편하게 하자.”

“그래.”


이것인 한유나와의 첫 만남이었다.


한유나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화려하게 꾸미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는 애구나···.’


임시현은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은 타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시현이도 나랑 같이 이력 때문에 근로장학생 하는 거야?”

“그렇지 뭐.”

“무슨 직업을 하려고?”

“음···.”


임시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무직.”

“사무직? 그냥 단순하게 사무직? 뭔가 화려하지 않잖아?”


의외의 반응을 나타내는 한유나를 보면서 임시현은 정색했다.


“사무직을 무시하는 거야?”

“헐,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러게 내가 말을 잘 못 하면 테러당할 수 있겠지? 조심해야지.”

“테러?”

“내 SNS 테러라든가···.”


임시현은 한유나를 옆으로 흘겨보면서 생각했다.


‘그냥 내가 진짜 테러를 해줄 수도 있어. 조심하라고···.’


한유나가 살기를 느끼고 임시현 쪽을 보았다. 임시현은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반나절 만에 업무파악이 되었다.


임시현은 전화를 받으면서 복사와 문서파쇄를 하면 되고, 가끔 홍보 포스터를 붙이러 다녀야 했다. 하지만 한유나는 자신을 꾸미기에만 바쁘고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다만 본부 직원이 볼 때는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임시현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저런 애를 신경 써봐야 소용없지.’


한쪽에는 상담실이 있었다. 해외 봉사나 인턴십 등을 상담하는 경우가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조금 소란이 있었다.


“네에? 안된다고요?”

“그래그래.”

“너무하세요.”

“원칙이 그렇단다.”

“하느님께서 벌을 주실 거에요.”

“미안하구나. 그리고 종교적 발언도 좀 그만하렴, 난 교회 쪽이 아니야.”


상담직원과 얘기하던 대학생이 투덜대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상담직원은 자리로 돌아왔다. 40대 중반 정도의 중년남성이었다.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순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임시현이 걱정하는 얼굴로 물었다.


“저 학생은 무슨 일로 온 거예요?”


상담직원이 자리에 돌아와 앉으면서 설명하였다.


“아프가니스탄으로 가겠다고 지원해 달래. 하지만 학교 정책을 넘어서 우리나라에서도 방문 승인을 쉽게 해주지 못하는 나라인데 고집이네.”

“왜 아프가니스탄으로 가겠데요?”

“저 학생은 대학에서도 학생들 대상으로 선교 활동하는 것으로 유명해. 아마 해외 선교 활동이 목적일 거야.”

“선교 활동도 지원해 줘요?”

“아니, 공부가 목적이라고 해야 우리 본부에서 지원해 줄 수 있기에 선교 활동은 숨기는 것 같아.”


상담직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얘기를 이었다.


“선진국에서 선진 학습을 배울 수 있도록 보내주는 사업이지. 그렇다고 국가를 너무 한정할 수 없지만, 학생들이 밖으로 나간 이상 대학과 국가가 보호해 줄 수 없기에 안전이 최우선이란 말이야.”


임시현은 옳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저렇게 든든한 상담직원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어머? 잘생긴 이 오빤 누구?”


임시현과 김민준이 함께 캠퍼스를 누비고 있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한유나의 목소리였다. 여느 때와 같이 화려한 패션을 보여주고 있었다.


“응? 누구? 남자친구?”

“남자친구는 무슨···. 하하.”


임시현은 한유나가 김민준을 보면서 남자친구라고 하는 말에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면 오히려 김민준이 당당하게 얘기를 했다.


“남자친구 희망자예요.”


임시현과 한유나가 넋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희망자?”


김민준이 얼굴을 붉히면서 얘기했다.


“조만간 고백할 예정이거든요.”

“가, 갑자기 무슨 말을···.”


임시현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친구냐고 물어보는데, 빨리 남자친구라고 하고 싶어서요.”


이 두 사람의 모습에 한유나는 요란스럽게 웃었다.


“깔깔깔, 대박.”


한유나가 너무 크게 웃어서 주변에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임시현은 얼굴이 빨개졌다.


“남자친구가 아니라는 말을 하기 싫었던 거였어요. 일 끝나고 봐요.”


김민준이 임시현에게 손 인사하고 가버렸다. 한유나는 계속 웃고 있었다.


“제 분명 공돌이일 거야. 공돌이들은 직진밖에 없어. 깔깔깔.”


임시현은 어두운 얼굴로 앞으로 걸어갔다. 한유나는 계속 따라가면서 얘기를 이었다.


“흐흐흐, 너 진짜 대단하다. 너에게 존대하는 것을 보니 후배인 것 같은데···. 윽.”


임시현의 오른손이 한유나 복부 상단을 쳐올렸다.


“커걱.”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여자가 이렇게 강한 주먹을 내는 것에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유나가 고개를 들자 이번에는 임시현이 두 손가락만으로 한유나의 양 볼을 눌러 잡았다. 너무 강하게 잡아서 한유나는 얘기를 할 수 없었다.


“아, 아파.”

“아파?”


임시현은 살기 어린 눈을 하고 있었다.


“방금은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가만히 있었지만, 착하게도 사람이 없는 쪽으로 따라와 줬어.”


한유나도 얼굴을 움직이지 못하지만, 눈을 돌려서 주변을 보았다. 누가 봐도 자신을 구해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웃으면서 따라오다 보니 이미 아무도 없는 곳이었다.


“전부터 뺀질뺀질한 것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 언니가 오늘 좀 이뻐해 줘야겠어.”


임시현이 남은 한 손을 들었다. 한유나는 절망이 눈앞에 보였다.


***


“언니, 죄송해요.”


한유나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래, 실제로도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아. 그러니 언니라고 부르는 게 맞지.”

“아니, 그게 아니라. 저보다 힘이 세면 언니라고 부르면서 존대하는 거예요. 그런데 정말 나이가 많아요?”


임시현은 순간 쓸데없는 얘기를 했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임시현이 살기 어린 눈으로 한유나를 바라보면서 얘기했다.


“나이는 비밀이다.”

“네, 언니···.”


한유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나저나···. 이왕 말이 나와서 말인데···.”

“네, 하명하세요.”

“흠흠.”


임시현이 머뭇거렸다.


“데이트 복 좀 추천해 주라. 난 너같이 블링블링 한 옷이 없어서.”

“아! 아까 그 직진 후배가 고백할 때를 대비하는 거군요. 아야.”


임시현의 주먹이 한유나의 정수리에 꽂혔다.


“맞는 말이지만 왜 네가 얘기하면 얄밉지?”

“히잉-.”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런데 언니.”

“응?”

“남자가 3학년인데 후배? 군대는 다녀 왔데요?”


뎅-


머릿속에서 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렴풋이 한국 군대 시스템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 그게 뭐야?”

“네?”

“난 계속 유럽에 있었단 말이야.”

“아!”


한유나가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하하하···.”

“호호호···.”


설명을 듣고 임시현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한유나도 같이 따라 웃었다.


“일단 본부로 가서 일이나 시작하자.”

“네-”


두사람은 본부로 향했다.


***


수업이 끝나고 근로장학생 근무를 위해서 국제교류본부에 도착했다. 그런데 본부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모두 컴퓨터로 띄어놓은 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 속보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한국인 대학생 3명이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누구의 소행이고 대학생들이 누구인지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정부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주한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을 불러들여···.]


“내가 이래서 우리 학생을 보내려고 하지 않는 거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전에도 우리나라 국민이 납치되는 예도 있었는데 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상담직원이 심각한 얼굴로 얘기하였다. 본부의 분위기가 어수선해 보였다.


‘학교에서는 이런 분위기구나, 내가 은퇴하기 전 같으면 이런 일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요원들이 움직이는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남일 보듯이 하면 되니 신기하네.’


임시현은 이러한 광경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순간 S쳇이 울렸다.


[전 R3]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먼저 연락한 이유는?

[R0] 뉴스 봤나?


[전 R3] 아프가니스탄 관련 뉴스?

[R0] 그래, 그중 한 애가 한국대학교 학생이야.


임시현은 순간적으로 지난번 상담하러 온 학생이 떠올랐다.


[R0] 대학생들은 파키스탄을 통해서 몰래 진입했나 봐, 그리고 수도 카불에서 선교 활동을 했다더군.

[전 R3] 납치한 녀석들의 정보는?


[R0] 탈레반 중에서도 악명 높은 Mawt라는 조직이야.

[전 R3] 납치한 이유가 단순 선교 활동 때문이야?


[R0] 좀 더 조사해 봐야겠지만 아마 자신들의 구속된 조직원들을 풀어달라는 것일 거야. 최근에 파리 테러로 아프가니스탄인이 잡혀갔는데, Mawt 조직원으로 추정되고 있어.

[전 R3] 그래 추가 정보가 들어오면 다시 알려줘.


S쳇 창이 닫혔다.


임시현은 요원이 아니므로 굳이 알아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같은 대학교 학생이니 정보만큼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


다음날, 국제교류본부로 출근을 하였을 때 상담직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 있으세요?”

“그게, 혹시나 해서 지난번 상담 온 학생을 수소문해 보고 있는데 아무도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있어, 학과에 연락해보니 최근 등교도 하지 않고 있고···.”

“그래요? 걱정이네요.”


임시현은 상담직원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자신과 직접 관련되지 않으면서도 솔선수범해서 알아보고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우당탕.


국제교류본부 사무실 문이 시끄럽게 열렸다. 그리고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황급히 들어오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도 함께 들어오면서 부부의 행동을 제재하는 것으로 보였다.


“무슨 일이지?”


근로장학생으로 있는 임시현과 한유나도 상황이 일어난 곳을 바라보았다.


24화 끝.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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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화. 주변인의 안전(2) 23.12.06 22 2 12쪽
39 39화. 주변인의 안전(1) 23.12.05 25 2 12쪽
38 38화. 다가오는 위협(4) 23.12.02 25 2 12쪽
37 37화. 다가오는 위협(3) 23.12.01 24 2 13쪽
36 36화. 다가오는 위협(2) 23.11.30 24 2 12쪽
35 35화. 다가오는 위협(1) 23.11.22 34 2 12쪽
34 34화. 강혁의 형 23.11.21 31 2 12쪽
33 33화. 외국인 부산영업팀장 23.11.20 28 2 13쪽
32 32화. 다시 찾은 일상 23.11.19 30 2 12쪽
31 31화. 고백 23.11.18 32 2 12쪽
30 30화. 국회의원이 여기서 왜나와? 23.11.17 31 2 12쪽
29 29화. 아프가니스탄 작전(4) 23.11.16 30 1 12쪽
28 28화. 아프가니스탄 작전(3) 23.11.15 31 2 12쪽
27 27화. 아프가니스탄 작전(2) 23.11.14 29 2 13쪽
26 26화. 아프가니스탄 작전(1) 23.11.13 36 2 13쪽
25 25화. 결국 또 나서게 되네 23.11.12 33 3 12쪽
» 24화. 근로장학생 23.11.11 38 3 12쪽
23 23화. 교수님 맞아본 적 없으시죠? 23.11.10 36 3 12쪽
22 22화. 스마트팜 수업 23.11.09 41 2 12쪽
21 21화. 내 주변 보호장치 남 23.11.08 45 3 12쪽
20 20화. 대학 캠퍼스 총격전 23.11.07 5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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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남자기숙사의 여신님 23.11.05 60 3 12쪽
17 17화. 화난 김민준 23.11.04 6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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