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무직을 건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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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바니
작품등록일 :
2023.10.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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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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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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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다시 찾은 일상

DUMMY

해외영업 2팀은 요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유럽으로 넘어간 물건이 현지에서 반응이 좋아져서 바로 수출 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박수철 팀장과 김기혁 과장의 입에는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수희 주임도 집 주변에 대한 위험이 사라지자 조금씩 야근하면서 업무처리도 문제없게 되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임시현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게 바로 사무직의 보람이지.’


임시현은 자신이 바로 앞서 드러나지 않도록 문젯거리를 처리하였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피곤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과 함께 과거의 자신이 속해있던 세계와 다름을 느끼게 되었다. 더욱이 지금은 과거까지도 잊을 정도로 행복했다.


‘그나저나 민준이는 톡을 아직도 확인 안 했네···.’


임시현은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김민준에게 보낸 톡이 아직 읽히지 않은 것이었다.


‘이래서 회사원이 대학생과 사귀기 힘들다는 건가? 이상하게 대학생이 더 바쁘다니까.’


김민준은 대학원에 가기 위해 4학년이 되면서 실험실 인턴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대학원 인턴의 스케줄을 잘 모르는 임시현 입장에서는 김민준이 바빠지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다.


“남친이 안 놀아줘?”


임시현 등 뒤로 강혁이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임시현은 움찔하면서 컴퓨터 모니터를 돌려 버렸다.


“뭐, 뭔데!”

“모니터는 왜 돌려? 근무시간에 딴짓한 거야?”


강혁이 짓궂게 얘기하자 옆에서 보고 있던 김기혁 과장이 끼어들면서 얘기했다.


“뭐야뭐야 둘이 뭐야?”


임시현과 강혁은 서로 할 말이 많았지만, 주변의 눈이 있어서 서로 등을 돌렸다.


“야, 그러지 말고 내가 여자하나 소개해 줄 테니 걔랑 잘해봐.”

“여자를 소개해 준다고?”


임시현의 말에 강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임시현은 눈치 없이 한쪽으로 손을 가리켰다.


“저기 있잖아. 해맑게 우리 쪽을 보면서 손을 흔드는 미녀가.”


임시현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강혁은 고개를 돌렸다. 멀리 마케팅부에 있는 한유나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언니, 점심 먹으러 가요.”


임시현이 일어나면서 소리쳤다.


“그래.”


그러자 강혁이 바로 임시현의 뒤를 따랐다. 자신의 뒤에 바로 붙은 강혁을 바라보면서 임시현이 의아해하며 물을 수밖에 없었다.


“나 점심 먹으러 가는 건데?”

“여자 소개해 준다며, 그럼 밥이라도 사면서 소개해 주든가.”

“응?”


한국에서는 소개해 주는 사람이 밥을 사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강혁이 바로 붙어서 오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오늘은 내가 산다.”

“비싼 거로 먹어야지.”


강혁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임시현은 더욱더 기고만장한 얼굴이었다.


“국밥 먹자.”

“뭐?”


강혁은 황당한 얼굴을 지었다. 임시현은 환하게 웃었다.


“내가 오늘 국밥에 막걸리 한잔해야겠어.”


임시현이 앞으로 나섰다. 강혁과 한유나는 마지못해 따라나섰다.


“아주 낮술에 취미를 두셨네요.”


강혁이 중얼거리면서 임시현 뒤를 따랐다.


***


홍재철 국회의원이 쥐고 있던 핸드폰을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핸드폰이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렸다.


“재길, 경찰청장도, 검찰총장도 전화를 받질 않아.”


국회의원실에는 홍재철 의원과 김 보좌관만이 있었다.


“의원님, 혹시 이철민파도 의원님께서···.”

“아니···. 뭐···. 미리 기반을···.”


김 보좌관이 한숨을 쉬었다.


“위원님,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소문이 날 법한 일은 하지 마시라고요.”

“그랬지···.”

“이제 몇 달 후면 국무총리 지명자가 되십니다. 이후 이미지 관리를 하셔야 대선도 도전 가능합니다.”

“······.”


홍재철 국회의원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분명 국회의원 지명 청문회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캐내려고 상대편 정당에서 혈안일 것인데, 이러한 사소한 일의 정보라도 나오기라도 한다면···.”

“증거가 없잖아. 증거가···. 증거가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면 그 녀석들도 어쩌지 못해. 아니 설령 그쪽 당에서 날 쑤시고 들어와도 내가 아무 관련 없다고 하면 국민도 다 넘어가.”


김 보좌관이 홍재철 의원 앞쪽에 앉았다.


“의원님, 저도 소문으로 안 것입니다만, 혹시 발칸반도로 무기를 보내셨습니까?”

“······.”


홍재철 국회의원은 김 보좌관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나, 난 아니야.”

“그렇죠. 태화그룹이 일을 저지를 것 같습니다. 덕분에 러시아 비밀요원도 움직인 듯합니다만, 무슨 일인지 다행히 아무런 요구 없이 물러났다고 합니다. 이런 정보라도 저에게까지 들렸다면은 주변 의원들의 보좌관들도 모두 알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즉, 상대편 의원들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칫.”


홍재철 의원은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이 모두 꼬이고 있어···. 누군가 집요하게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니까.”


김 보좌관도 얘기를 거들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태화그룹의 미사일 건은 자세히 알아보기는 어렵습니다만, 누가 이철민파를 초토화했는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상대가 어느 정도 의원님에 대한 정보를 가졌는지도 확인해야겠죠.”


홍재철 의원이 김 보좌관을 바라보았다.


“알아본다고?”

“네, 의원님, 오늘 저녁에 저와 함께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김 보좌관이 진지한 얼굴로 홍재철 의원을 바라보았다.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저는 꼭 의원님을 탑으로 올려놓겠다고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협이 되는 요소를 철저히 찾아내어 제거해야 합니다.”


홍재철 의원은 김 보좌관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내 적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단 말이야.’


***


그날 저녁.


서울의 모 요정. 전통가옥을 개조해 만든 한정식 식당으로 식사 장소가 모두 분리 및 밀폐되어 있어서 유명인들이 사담을 나누는 장소로 유명하다.


홍재철 국회의원은 투덜대고 있었다.


“왜 이리 늦어?”

“좀 더 기다리시지요.”


김 보좌관이 의원을 다독이고 있었다.


“일 처리 제대로 하는 놈 맞아?”

“네, 제가 여러모로 확인해 본 바로는 일 처리가 깔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 그래도 너무 늦어···.”


홍재철 국회의원이 앉아있는 자리 뒤편 벽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저는 이미 와 있었습니다.”

“뭐, 뭐야. 깜짝아.”


홍재철 의원을 소리 나는 벽 반대편으로 몸을 피하면서 놀란 기색을 보였다.


“생각보다 심이 약하시군요.”

“누구냐?”

“제 신분을 밝히지 않습니다. 일과 보수만 얘기합니다.”


김 보좌관이 소리가 나는 벽을 향해 얘기했다.


“그래도 이쪽으로 넘어오시지요. 얼굴을 보면서 얘기를···.”

“서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김 보좌관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 저자가 일을 그르치더라도 자신들에게 해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 말씀이 맞습니다. 그럼, 일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홍재철 의원이 다시 자리에 돌아왔다. 김 보좌관은 설명을 이었다.


“이번 이철민파가 괴멸된 일이 있었습니다.”

“네, 뉴스에서 경찰들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이철민파를 괴멸시킨 배후를 찾아내어 주십시오.”

“찾기만 하면 됩니까?”


방안이 조용해 졌다. 김 보좌관이 홍재철 의원을 바라보았다. 홍재철 의원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찾아내어 제거해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보수가 꽤 쌔집니다. 그리고 상대에 따라 할증도 붙을 수 있습니다.”

“보수는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시 조용해 졌다. 벽을 향해 홍재철 국회의원이 말을 꺼내었다.


“이보게?”

“간 듯합니다.”


홍재철 의원이 팔짱을 꼈다.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이런 부류의 인간은 상종하기 싫다니까.”


의원의 말에 김 보좌관은 그냥 바라만 볼 뿐이었다.


“왜? 나도 그런 부류라고 얘기하려고?”


김 보좌관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대답을 하였다.


“자각하고 계셨습니까?”

“뭐야?”


홍재철 의원의 이마에 핏줄이 새워졌다.


***


강혁과 임시현이 컴퓨터 한 대를 앞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강혁이 임시현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였다.


“자, 내부 결재는 이거고, 결재체계 변경은 이렇게, 참조는 순서가 중요하고···.”

“음음···.”


임시현은 열심히 받아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강혁이 웃어 보였다.


“뭐,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몰라. 나도 처음에 전자관리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임시현은 반짝이는 눈으로 강혁을 바라보았다.


“같은 신입사원이지만 강혁이가 더 어른처럼 보여.”

“당연하지. 난 인턴이었다니까. 그것도 일 년이나.”


강혁은 임시현이 바라보는 눈빛에 머리를 긁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수희 주임이 말을 걸었다.


“매일 티격태격하더니 오늘은 몽글몽글 모드네!”

“이것저것 문서처리를 가르치는 거예요. 그래야 제가 편해지는 것이거든요.”

“그래그래.”


강혁이 허리에 손을 얹고 이수희 주임 쪽으로 서서 얘기를 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주임님께서 신입직원 교육 좀 해주세요. 제가 교육할 일은 아니잖아요!”


이수희 주임이 갑자기 일어나면서 얘기했다.


“맞다. 조달부에 확인할 게 있었는데.”


이수희 주임이 오른편 문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강혁이 얘기했다.


“조달부는 왼쪽 문이에요.”

“아! 맞다.”


이수희 주임이 몸을 돌려서 왼쪽 문을 향했다.


“나 참, 아무튼 농땡이 실력은 탑이라니까.”


강혁이 한숨을 쉬었다. 그사이 두 사람 사이로 한유나가 다가왔다.


“강혁 씨, 저도 언니랑 같이 시스템 배우면 안 될까요?”

“네?”


임시현이 한유나를 거들었다.


“괜찮지 않아? 어차피 모든 직원이 사용하는 시스템이니까 기본적인 사용법은 같잖아.”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강혁이 파티션(칸막이) 너머로 마케팅부를 보았다. 마케팅부에서 해외영업 2팀 쪽으로 눈을 부라리면서 검은 기운을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저 봐요. 한유나 씨에게 가르치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이 같은 부서에 있는데 저에게 와서 배우면 제가 위태로워져요.”

“무슨 상관이에요. 전 여기서 강혁 씨에게 배우고 싶어요.”


한유나는 고집을 피웠다. 하지만 강혁은 진지한 얼굴로 한유나에게 나갔다.


“저도 가르쳐 주고 싶지만, 저쪽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사람이 저보다는 상사예요. 저도 회사생활 편하게 하고 싶거든요.”

“힝-”


한유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꼬리를 내리고 마케팅부로 발길을 돌렸다. 임시현도 미안해했지만 강혁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어서 반박은 못 했다. 강혁이 임시현의 얼굴에 가까이 가면서 설명해 주었다.


“저기 눈을 부라리는 사람 보여?”

“응. 너무 눈에 띄게 잘 보여. 만화로 따지면 암흑의 기운을 사방으로 뿜어내는 것이 보일 정도로···.”

“박진현 대리, 저 사람 노총각이야. 그런데 밑으로 여직원이 들어온 건 정말 오랜만이야.”


강혁의 말에 임시현이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의 밑으로 들어온 신입 여직원이 차라리 너처럼 남친이 있다면 포기하겠지만, 남친이 없는 여직원이어서 엄청나게 공들이고 있거든···.”

“그렇구나···.”


임시현은 다시 마케팅부 박진현 대리를 바라보았다. 한유나가 좋아할 타입이 아니었다. 강혁하고는 비교가 확실한 외모 차이였다.


‘유나가 불쌍해서 어쩌나···. 강혁하고 연결되도록 도움이 되는 작전을 짜야겠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임시현은 주먹을 불끈 지었다.


“무슨 생각과 각오를 하기에 심각하게 주먹까지 쥐면서···.”

“응? 아···. 뭐 아무것도···.”


임시현은 강혁에게 자신의 다짐이 걸린 것 같은 심정이어서 당황해했다.


띠링.


“응?”


32화 끝.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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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주변인의 안전(3) 23.12.07 19 2 12쪽
40 40화. 주변인의 안전(2) 23.12.06 22 2 12쪽
39 39화. 주변인의 안전(1) 23.12.05 25 2 12쪽
38 38화. 다가오는 위협(4) 23.12.02 25 2 12쪽
37 37화. 다가오는 위협(3) 23.12.01 24 2 13쪽
36 36화. 다가오는 위협(2) 23.11.30 24 2 12쪽
35 35화. 다가오는 위협(1) 23.11.22 34 2 12쪽
34 34화. 강혁의 형 23.11.21 31 2 12쪽
33 33화. 외국인 부산영업팀장 23.11.20 28 2 13쪽
» 32화. 다시 찾은 일상 23.11.19 30 2 12쪽
31 31화. 고백 23.11.18 32 2 12쪽
30 30화. 국회의원이 여기서 왜나와? 23.11.17 31 2 12쪽
29 29화. 아프가니스탄 작전(4) 23.11.16 30 1 12쪽
28 28화. 아프가니스탄 작전(3) 23.11.15 31 2 12쪽
27 27화. 아프가니스탄 작전(2) 23.11.14 29 2 13쪽
26 26화. 아프가니스탄 작전(1) 23.11.13 36 2 13쪽
25 25화. 결국 또 나서게 되네 23.11.12 33 3 12쪽
24 24화. 근로장학생 23.11.11 3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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