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무직을 건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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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바니
작품등록일 :
2023.10.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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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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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3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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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다가오는 위협(2)

DUMMY

임시현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보았다.


“그렇지. 그래도 병문안까지 와줬는데 마실 것이라도···.”

“언니, 그냥 있어. 내가 사과 깎아줄게.”


한유나가 몸을 일으켜서 강혁이 가져온 과일 꾸러미로 갔다.


“우와 맛있어 보이네! 유나가 고른 거야?”

“아니, 강혁 씨가 직접 골라서 산 거야. 난 돈 한 푼 못 내게 하더라고.”

“흠흠.”


강혁은 헛기침하였다. 그러한 모습을 임시현은 찬찬히 바라보았다. 강혁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한유나가 접시를 밑에 깔고서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시작은 호기로웠으나 바라보는 강혁과 임시현이 불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보였다.


“유나야. 너······.”

“말 걸지 마라 언니야. 나 과일 잘 못 깎아.”

“못 깎는 정도가 아니라 조각을 하는 것 같은데!”


임시현의 말이 정답이었다. 이 말에 강혁은 웃음을 참느라 혼나 하고 있었다. 한유나의 손에 들리어진 사과는 껍질이 깎이다 말면서 이곳저곳 파여 울퉁불퉁해져 버렸다.


임시현이 한유나 쪽으로 손을 펼쳤다.


“이리 줘. 나도 잘 깎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겠어.”


한유나가 임시현에게로 가져가던 사과를 강혁이 중간에 가로챘다.


“환자에게 사과를 깎게 할 수는 없지.”


이번에는 강혁이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병실 안에는 사과 깎는 소리만 들렸다. 그것도 아주 부드럽고 일정한 소리였다.


서걱서걱


임시현과 한유나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강혁은 사과를 아주 깔끔하게 깎아내었다. 껍질도 끊기지 않고 아주 일정하게 나오고 있었다.


‘나도 칼로 이것저것(?) 잘 깎아 왔지만, 뭔가 달라 보이는데!’


임시현은 강혁을 빤히 바라보았다. 어느덧 사과가 깎이고서 먹기 좋게 조각까지 내주어서 임시현 앞에 가져다 놓았다.


임시현은 사양하지 않고 사과 하나를 집어 먹었다.


“이야, 눈앞에서 멋진 사과 깎기 시범을 보고서 바로 먹는 사과가 정말 맛있구나!”

“무슨 초밥 먹는 사람처럼 얘기하지 말라고.”


강혁이 쑥스러워하는 가운데 한유나도 거들었다.


“정말 멋졌어요. 어떻게 그렇게 잘 깎아요?”

“난 혼자 오래 살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해요.”


강혁은 간단하게 받아쳤다. 임시현은 그러한 강혁을 향해 얘기했다.


“시집보내도 되겠는데!”

“죽을래?”


다시 두 사람의 티격태격 놀이가 시작되었다고 한유나는 생각했다.


강혁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얘기했다.


“그러고 보니 시현의 연하 남친도 함께 입원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쪽도 가봐야 하나?”


강혁의 말에 임시현과 한유나가 눈을 마주쳤다.


“그건 좀 모호하네! 내 남자친구와 잘 아는 것도 아니고, 한유나 정도는 다녀와도 되려나?”


임시현의 말에 한유나가 오히려 머뭇거렸다.


“사실 언니 병실에 오기 전에 민준이 병실 앞을 지나갔거든. 마침 병실 입구에 이름도 있어서 슬쩍 봤는데 이미 친구들이 와 있더라고.”

“그럴 테지. 민준이 실험실 사람들일 거야.”

“그···.”


한유나가 계속 머뭇거렸다. 오히려 강혁이 거들었다.


“실험실이 모두 여자인가? 여자들만 있던데!”

“뭐야?”


임시현이 벌떡 일어났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강혁이 만류했다.


“왜? 남친 병실에 쳐들어가려고? 참아라. 꼴불견이다.”


임시현은 몸을 일으킨 채로 서 있었다.


“아직 대학생인 남자애 주변에 여자애들이 있는 것은 이상한 것도 아니잖아. 걱정하지 말라고, 네 남친이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까.”


강혁이 무슨 뜻으로 얘기하는지는 임시현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불안한 마음이 커지고 있기에 이런 사소한 일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임시현이 한유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민준이 병실로 달려가는 것은 오버겠지?”

“응. 너무 막 나가는 거야.”


한유나의 말에 임시현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


***


강혁과 한유나의 병문안이 끝나고 모두 돌아갔다. 저녁이 되어가기에 다른 환자들에게도 병문안 오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병실은 어수선했다.


‘그랜트가 조용히 있을 때까지 입원해 있으라고 해서 퇴원을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이러고 있어도 되나?’


임시현은 근질거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병원 복도로 나섰다. 마침 김민준 병실 앞을 지나게 되어서 병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김민준 바로 옆에 여자애가 한 명 있었다. 임시현이 자세히 보니 미연이라는 김민준 동기였다.


미연이는 김민준에게 무언가를 전해주고 있었다. 아마 수업과 연관된 자료이거나 실험과 관련된 내용일 것이었다. 임시현은 두 사람의 모습에 질투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러한 생각까지 하다 보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다시 한번 자신이 처한 처지를 확인해야 했었다.


더욱이 분명 이번 사고의 원인은 어쨌든 자신과 연관되어 있었다. 일부러 사고를 일으킨 M29가 어떤 이유에서 자신을 공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 같은 조직원으로 있었기 때문에 분명 어떠한 연관성은 존재하리라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있으면서 김민준의 부모님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친구들도 보았다. 김민준은 아주 평범한 일상을 사는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김민준의 삶에 끼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단순히 끼어들어서 삐걱거려도 삶이 굴러간다면 모르겠지만, 자신이 이 삶에서 폭탄이 되어 김민준의 주변을 모두 폭파해버릴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있었다.


임시현은 병원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오랜만에 S쳇을 열었다.


[R0] 뉴스는 들었다. 몸은 어떠한가?

[전 R3] 괜찮아.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어. M29에 대해서 정보 좀 알려줘.


S쳇이 조용해 졌다.


[R0] 우리 요원에 대한 정보는 같은 요원이어도. 아니, 은퇴한 요원이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은 너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전 R3] 맞지, 하지만 공식적으로 대결을 요청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암살하듯이 공격해 온다면 RoAA의 같은 요원라도 이해를 해 줘야 할까?


다시 조용해 졌다.


[R0] 이번 사고가 M29가 일으킨 거라고? RoAA에서는 어떠한 지시도 없었다. 만일 개인적인 원한이나 승급을 위한 도전이라면 위원회에 미리 보고를 해야 한단 말이야.

[전 R3] 그 사실을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에 물어보는 거야


[R0] M29에 대해서 문제가 될 법한 정보는 이미 접하고 있었다. 본 임무보다는 돈이 되는 외부 의뢰를 꽤 받는다고 하더군. 속칭 알바(아르바이트) 활동이라고 하더라.

[전 R3] 그럼 누군가의 의뢰로 날 공격했다?


[R0] 정확하게는 R3를 노린 것인지. 임시현 자체를 노린 것인지는 모르지.

[전 R3] 이제부터 알아봐야겠어.


***


며칠이 지났다. 이번에는 이수희 주임이 병문안을 왔다.


“어머, 주임님께서 오셨네요.”

“같은 부서 직원이 입원했는데 와봐야 하지 않겠어?”


이수희 주임은 아무리 봐도 솔직해서 임시현은 은근히 마음에 들어 했었다.


“요즘도 집 근처가 조용해요? 많이 살만해지면 월세를 올리려나?”


임시현이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이수희 주임은 오히려 얼굴이 어두워졌다. 임시현은 이수희 주임의 얼굴을 살피면서 얘기했다.


“무슨 일 있어요?”

“그게···.”


이수희 주임의 얘기는 이러했다. 지난 이철민파 소탕으로 주변의 발바리를 포함한 조폭들의 활동이 극명하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조폭들이 출몰하였는데 이번에는 규모와 행동이 좀 더 과해졌다는 것이었다.


“글쎄 온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도 모자라서 술집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고 있어서 동네에 사는 사람도 무서워 밖을 다니지 못하는 정도도 있지만 장사하는 사람들은 장사를 전혀 못 하는 정도라니까.”


임시현이 이수희 주임의 얘기를 듣고서 머리가 돌아갔다.


‘뭔가 나를 부르는 듯한 행동인데!’


이수희 주임과 임시현은 서로 회사의 얘기도 주고받았지만, 강혁 얘기를 뺄 수는 없었다.


“어머, 임시현 씨는 모르고 있었구나. 서로 친구같이 지내니까 잘 아는 줄 알았지.”

“정말 강찬 대표이사의 동생이 맞아요?”

“응. 우리 부서 모두 아는 사실이야.”


임시현은 멍한 얼굴이었다.


“그러한 사람이 일 년간 인턴 생활을 했다고요?”

“본인 스스로 자원한 거니까.”

“그럼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 아니에요?”


임시현의 말에 이수희 주임이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얘기를 이었다.


“그러지도 않아. 강찬 대표이사도 그리 신경 쓰지도 않고, 강혁 씨도 나름으로 열심히 했고, 처음에는 대표이사의 동생이라서 눈치를 안 본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무도 인식하는 사람이 없어졌어.”


임시현은 계속 조용히 듣기만 했었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강혁 씨에게 작업 좀 걸어볼까 했지. 물론 대표이사의 동생이란 사실을 알기 전에 말이야. 그래도 강혁 씨가 키도 크고 잘생겼잖아?”


이수희 주임이 웃으면서 얘기했다. 임시현이 생각해도 외모에 대해서 반박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오히려 대표이사 동생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포기했어. 내가 포용할 급이 아니어서···.”

“그래요?”


임시현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에 오히려 이수희 주임이 얘기했다.


“강혁 씨 가족과 형제분에 관해 얘기는 들어봤어?”

“아니요.”

“그렇지? 강혁 씨가 가족 얘기는 잘 안 하지?”


임시현은 이수희 주임이 얘기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드디어 이수희 주임이 입을 뗐다.


“가족 얘기는 직접 물어봐. 내가 모든 것을 다 아는 것도 아니니까.”

“뭐예요 그게.”


결국 이수희 주임은 싱겁게 말을 끝냈다.


두사람은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서 어두워지자 이수희 주임이 자리를 일어나면서 마무리되었다.


***


밤 9시를 넘길 시간.


임시현은 사복을 입고 병원 입구를 나서고 있었다.


“어디가?”


등 뒤로 김민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학 다닐 때도 그렇고 밤이 되면 왜 자꾸 사라지느냐고···.”


김민준은 심각하게 얘기를 꺼내었다. 이러한 김민준을 향해 임시현이 고개를 돌리면서 웃었다.


“다녀올게. 그리고 돌아오면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얘기해 줄게.”


임시현의 웃음에 김민준은 더는 말을 못 했다. 웃고 있지만 슬픈 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임시현은 어느 유흥주점 앞에 서 있었다. 이수희 주임이 거주하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즉 발바리와 조폭이 자주 출몰한다는 지역 한복판이었다.


임시현은 거리낌 없이 유흥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들리지 않던 음악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고 임시현이 들어가자 웨이터가 다가왔다. 웨이터 눈에도 평소 찾아오는 남자 손님이 아닌 데다가 여성 종업원도 아니었기에 임시현을 일단 제지하려고 다가갔다.


“무슨 일이신지요?”

“백구 어디 있어.”

“네?”


웨이터는 백구를 찾는다는 말과 함께 그녀의 사늘한 눈빛에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묻잖아. 어디 있냐고?”


웨이터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뒤에서 마담으로 보이는 여성이 말을 걸었다.


“백구는 왜 찾아요?”


임시현은 말을 걸어온 마담에게로 다가갔다.


“아마 백구가 날 보고 싶어 할 것 같아서.”

“네?”


이때 옆으로 지나가던 중년 남성이 임시현에게 말을 걸었다. 술에 꽤 취한 듯하였다.


“어? 새로운 애인가? 예쁜데! 이봐 마담 내 애랑 바꿔주면 안 돼 응? 얘를 데려가야겠어.”


술 취한 남성이 임시현의 손을 잡고서 끌려고 하였다. 그러자 임시현은 바로 남성의 손목을 꺾어버렸다.


“으아악.”


우직 뿌드득


임시현은 분에 못 이겨 남성의 팔목에 이어서 팔뚝, 어깨에 이르는 모든 관절을 꺾어버렸다.


술 취한 남성은 엄청난 고통에 기절해 버렸다.


술집 안의 마담과 웨이터는 이 모습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백구 어. 디. 있. 어.”


임시현은 최후통첩 같은 말을 하였다.


36화 끝.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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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주변인의 안전(1) 23.12.05 25 2 12쪽
38 38화. 다가오는 위협(4) 23.12.02 25 2 12쪽
37 37화. 다가오는 위협(3) 23.12.01 24 2 13쪽
» 36화. 다가오는 위협(2) 23.11.30 25 2 12쪽
35 35화. 다가오는 위협(1) 23.11.22 34 2 12쪽
34 34화. 강혁의 형 23.11.21 31 2 12쪽
33 33화. 외국인 부산영업팀장 23.11.20 28 2 13쪽
32 32화. 다시 찾은 일상 23.11.19 30 2 12쪽
31 31화. 고백 23.11.18 32 2 12쪽
30 30화. 국회의원이 여기서 왜나와? 23.11.17 31 2 12쪽
29 29화. 아프가니스탄 작전(4) 23.11.16 30 1 12쪽
28 28화. 아프가니스탄 작전(3) 23.11.15 31 2 12쪽
27 27화. 아프가니스탄 작전(2) 23.11.14 29 2 13쪽
26 26화. 아프가니스탄 작전(1) 23.11.13 36 2 13쪽
25 25화. 결국 또 나서게 되네 23.11.12 3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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