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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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최근연재일 :
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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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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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우선은 돈이 필요했다.에디는 수도 튜릭으로 가서 가진것들을 다 팔기로 했다.

그 돈으로 덴블란쉬에 위치한 왕립 아카데미에서 공부할 유학자금을 마련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에디는 근처 마굿간에서 말을 빌려서 튜릭으로 향했다.

마차를 타고 가면 편하겠지만 자신이 직접 말을 타고 가는 편이 더 빠를 것이었다.

며칠간 이동한 끝에 수도 튜릭에 도착했다.

튜릭은 여전해 보였다.

클라이드가 전쟁을 벌이는 땅은 언제나 케인 가문의 영지였다.

덕분에 스콧 가문의 영지에서는 별로 전쟁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에디는 집으로 향했다.

“앗. 단장님. 오랜만에 돌아오셨네요.”

집사가 반갑게 에디를 맞이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오랜만에 오게 되었네. 그동안 별일 없었는가?”

“별 일이랄게 있나요. 전쟁 상황은 좋게 가고 있는 건가요?”

집사의 얼굴에서 불안감이 엿보였다.

계속 전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백성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별로 위로는 안되겠지만 에디는 전황이 좋다고 집사에게 일러주었다.

거짓말은 아니었으니까.


에디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돈이 될만한 금붙이를 비롯한 귀금속들을 전부 꺼냈다.

이것들은 클라이드가 전쟁에서 공을 세웠을때 상으로 하사한 것들이었다.

‘이것들은 환금성이 나쁘지. 전부 현금으로 바꿔야겠어.’

계속 가지고 있다면 재테크로서 더 큰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에디에게는 의미 없는 일이었다.


에디는 며칠간 집을 팔고 재산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은행의 예금도 모조리 덴블란쉬에 있는 은행쪽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귀금속을 판 돈이 들어오면 슬슬 덴블란쉬로 떠날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어이가 없네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고 계시는 건가요?”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붉은 머리칼의 이블린이었다.

“아가씨? 이곳엔 어쩐일로···”

“편지, 보내셨잖아요.”

이블린의 말에 에디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편지를 보내실 거였으면 튜릭에 와서 한번 얼굴이라도 보이시지 그랬어요.”

이블린이 섭섭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일방적으로 약혼을 깨버린 처지에 아가씨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에디의 진심이었다.

이블린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그런 말씀 마세요. 일전에 어머니 성묘 일로 에디 단장님한테 신세를 졌잖아요. 그걸로 빛진 걸 맞바꿨다고 생각할게요.”

이블린이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얼굴로 웃었다.

“제가 온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여기 집사한테 에디 단장님이 오면 알려달라고 미리 부탁해 놨어요. 편지의 내용이 워낙 뜬금없었으니까.”

이블린이 궁금해 하는 것도 당연했다.

전쟁을 하러 나간 약혼자가 갑자기 가문에서 나가겠다고 편지 하나만 떡하니 보낸다면 자신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결심에 대해서 설명하려 한다면 필연적으로 이블린의 아버지 클라이드의 악행에 대해서도 말해야 했다.

에디는 그것이 망설여졌다.

이블린이 클라이드에 대해서 반발심을 가진 것은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친 딸한테 제 아비의 악행을 가감없이 말해버려도 괜찮을 것인가?

그걸로 인해서 안그래도 안 좋은 부녀 관계가 더 악화될 수도 있었다.

에디는 고심하다 입을 열었다.

“사실 전부터 영주님의 정치에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제가 말했었죠. 저는 전쟁고아라서 전쟁을 없애기 위해서 싸우고 있다고.”

“네. 그런 말을 해 주셨죠.”

“근래에 그런 고민을 했습니다. 전쟁을 없앤다면서 내가 전쟁을 하고 있는 건 무슨 광대짓인가. 어릴적 우리 마을을 파괴하고 부모님과 형을 죽인 병사들과 내 모습이 다를게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단장님은 평화를 위해서 하신 일이잖아요?”

이블린이 에디를 위로하기 위해서 말했다.

그러나 에디는 고개를 저었다.

“저희 마을을 습격한 병사들도 속으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요. 결과적으로는 제 모습은 다른 병사들과 차이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검을 내려놓기로 한 겁니다.”

에디의 말에 이블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되었든 싸우지 않겠다고 하신 건 잘한 일이에요. 남자들은 걸핏하면 서로 싸우려고 드니까요. 싸우러 갔다가 남편이나 아들, 오빠 동생이 죽거나 다쳐서 돌아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여자들의 마음을 단장님은 모르실 거에요.”

에디는 우수에 찬 이블린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는 걸 느꼈다.

이블린은 역시 아름다웠다.

“아가씨께서도 저를 걱정해 주셨습니까?”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그렇게 물어봤다.

“당연하지 않나요? 그래도 제 약혼자신데요.”

이블린도 약간 부끄러운 듯 웃었다.

자신이 약혼을 파기한 약혼자였지만 이블린이 그렇게 말해주자 에디도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거에요. 가문에서 나가신 다음에 계획이 있나요?”

“우선은 덴블란쉬의 왕립 아카데미에 가보려고 합니다. 그곳에는 왕국 제일의 현자들이 교수로 있다고 하는데 혹시 제가 생각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길을 배울 수도 있을 거 같아서요.”

에디의 말에 이블린의 얼굴이 조금 흐려졌다.

“덴블란쉬. 먼 곳이네요. 이번에 가시면 다시는 못 보겠죠?”

“아니, 그렇지는···”

이블린이 에디의 말을 끊었다.

“이번에 에디 단장과의 약혼이 무산되었으니 저는 콤스톡으로 시집을 가지 않겠어요? 그렇게 되면 다시 라티나 지방으로 오기는 힘들거에요.”

“아···”

이블린의 말대로였다.

클라이드는 다 큰 딸을 가만히 내버려둘 위인이 아니었다.

딸을 최대한 이용해 먹기 위해서 바로 콤스톡과의 혼인을 추진할 것이다.

“몸 조심하세요. 저는 에디 단장님의 아내로 살았어도 재밌었을 거라고 생각해서 좀 아쉽지만요.”

빨개진 에디의 얼굴을 보고 이블린이 장난스레 웃었다.

“예, 아가씨야 말로 몸 건강히···”

그때였다.

아랫층에서 우당탕하고 거친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2층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이블린이 놀라서 물었다.

에디로서도 알 길이 없는 일이었다.

쿵쿵쿵.

문을 부술듯이 쳐댔다.

“에디 켄트! 안에 있지? 문 열어라.”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한 일이었다.

튜릭에서 적룡기사단 에디에게 이렇게 큰 소리 칠 수 있는 인물은 없었다.

에디는 문을 열었다.

건장한 체격의 기사들이 에디의 방 문앞에 서있었다.

남자들 보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갑옷에 새겨진 문양이었다.

붉은 용무늬 엠블렘.

적룡기사단을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에디 켄트. 널 첩자혐의로 체포한다.”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나타난 사람은 부단장 폴 코백이었다.

“폴. 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

빠악.

에디의 눈앞에 불이 번쩍였다.

폴이 검집을 들어서 에디의 이마빡을 가격한 것이다.

뜻밖의 일격을 맞은 에디는 바닥에 놔뒹굴었다.

이마에서는 피가 흘렀다.

“이게 대체 뭣들 하느거에요!”

이블린이 갑자기 나타난 사내들을 보고 외쳤다.

“아가씨. 이곳에 계셨습니까. 이 자는 케인 가문과 내통한 첩자입니다. 저희는 영주님의 명으로 이자를 잡으러 온 거구요.”

폴의 말에 이블린이 창백해져서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 입니다. 용의자를 이송해라!”

폴의 말에 건장한 기사 둘이 에디의 양 팔을 잡고 을으켜 세웠다.

“에디 켄트. 행여나 반항할 생각은 말아라. 이 밖에도 한개 중대 규모의 기사들이 대기중이니까.”

폴 코백이 차갑게 말했다.

“폴. 내가 첩자 혐의라니 대체 무슨 말이냐!”

“궁금한건 유진 감사관에게 물어봐라. 잘 대답해 줄 거니까.”

폴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첩자 혐의라니 그게 아니란건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나.”

“난 영주님께 받은 명령을 처리할 뿐이다. 끌고 가.”

폴의 명령을 받은 기사들에게 에디는 속절없이 끌려갔다.

“에디 단장님···”

이블린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끌려가는 에디를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튜릭성의 지하 취조실.

낮임에도 어두 컴컴한 방에서 한참을 묶여서 기다린 끝에 에디는 유진을 만날 수 있었다.

“에디 단장.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는군요.”

양팔을 뒤로 묶여서 의자에 앉혀진 에디를 비웃으며 유진이 방으로 들어왔다.

“유진 감사관. 내가 첩자라고?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도 안되는 모함을 하는거지?”

자신을 노려보는 에디를 향해서 유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싱긋 웃었다.

언제 보아도 음침한 웃음이었다.

“증거라면 차고 넘치지만 굳이 증거를 댈 것도 없지. 에디 단장은 우리 감사부의 활동을 방해했다. 그것은 적인 케인 영지를 이롭게 하려는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지.”

당연하다는 듯이 술술 말하는 유진을 보면서 에디는 울화통이 터졌다.

‘저 바싹마른 해골같은 녀석이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지!’

그런 에디를 보면서 유진은 고소하다는 듯이 조소했다.


2.

“또한 에디 단장은 피아몬테 성관 공방전 당시에 잘못된 작전을 진언해서 아군에 혼란과 피해를 주었지요. 그것도 다 케인 가문을 도우려고 내통한 것이었군요.”

유진은 다 알고있다는 듯이 주워섬겼다.

에디로서는 분통이 터질만한 일이었다.

“내 작전은 그 상황에서 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적합한 작전이었다. 유진. 너는 군법에 대해서 뭘 안다고 함부로 말하는 것이냐!”

에디의 호통에도 유진 기브스는 전혀 흔들리거나 동요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예상했던 반발이라는 듯이 고요했다.

“물론 저는 군법이나 군사학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입니다. 전장에서 칼을 잡아본 적도 없고요.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말하는 겁니다. 당신의 이적행위에 대해서 증언이 다수 나왔습니다.”

“내 이적행위를 증언했다고? 대체 누가?”

“당신의 부단장 폴 코백을 비롯한 다수의 적룡기사단 단원들이지요. 당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셨던 그들의 증언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증언이 있겠습니까?”

유진의 말에 에디는 큰 충격을 받았다.

부단장 폴 코백. 그리고 적룡기사단 사람들이 나를 고발했다는 말인가? 그것도 이적행위로?

에디는 지금까지 가져왔던 적룡기사단 단원들과의 전우애가 뿌리부터 무너져내리는듯한 충격을 느꼈다.

그들이 모를리 없었다.

이적행위라는 것이 얼토당토 않는 모함이라는 것을.

상상은 갔다. 어떻게든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유진이 기사단원들을 협박하거나 회유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믿었던 기사단원들이 자신을 배신했다니.

에디한테는 큰 충격이었다.

다른 죄도 아니고 이적행위 죄다.

일반적으로 사형에 처하는 중죄였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가족같이 생각했던 적룡기사단원들이 자신을 사지로 몬 것이었다.

“말이 없으시군요. 충격이십니까? 부하들이 당신을 배반한 것이?”

유진이 비웃음을 머금으며 에디를 쳐다봤다.

“더 이상의 문답이 필요한가? 네 말대로 단원들이 모두 나를 이적 죄로 고발했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소용이 없겠지.”

에디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흐음? 생각보다 포기가 빠르군요. 좀더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적죄는 사형이라고요?”

에디는 이 상황을 즐기는 듯이 말하는 유진의 태도에서 왜 유진이 직접 자신을 심문하러 나왔는지 깨달았다.

자신을 놀리고 창피주려는 생각으로 되도 않는 심문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악마같은 놈은 어차피 자신을 죽일 생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에디는 피가 끓었다.

-퉷.

“아악!”

에디가 뱉은 침에 얼굴을 갑작스럽게 맞은 유진이 놀라서 의자째로 뒤로 넘어가 바닥에 놔뒹굴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어차피 나는 죽을거 아니냐. 죽기전에 네놈에 더러운 면상에 침 좀 뱉어준 것이다.”

에디는 두 손이 뒤로 묶여있는 것이 화가났다.

아니었으면 침 대신에 유진의 얼굴을 박살내었을 것이다.

“이, 이 건방진 놈!“

유진이 벌떡 일어나서 에디의 면상을 후려쳤다.

-빠악.

“악!”

비명을 지른 것은 유진이었다.

제대로 사람을 때려 본 적도 없는지 가는 주먹이 다치게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반면에 안면에 주먹을 맞은 에디는 얼굴을 좀 찡그릴 뿐이었다.

“그것도 주먹이냐? 그런 솜방망이 주먹으로 누굴 때리려고?”

에디가 이죽거렸다.

“이놈이!”

빠악.

유진의 구둣발이 에디의 미간을 가격했다.

“큭!”

에디가 바닥에 나동그라져서 신음을 흘렸다.

“이 건방진놈! 지금 여기서 죽어볼테냐!”

유진은 화를 참지 못하고 에디에게 잔인한 발길질을 계속 해댔다.

유진은 한동안 에디를 때리다가 얼마못가 제풀에 지쳐서 그만두었다.

“독방에서 추억이나 곱씹고 있어라. 어떻게 되든 넌 내일 저세상 행이니까.”

유진이 숨을 헐떡이면서 내뱉고는 취조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밖에서 취조실을 지키고 있던 간수 두명이 안으로 들고와서 에디를 독방으로 끌고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유진에게 얻어맞고 정신적으로 지쳐있던 에디는 어느샌가 정신을 잃고 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독방에 갇혀있었다.

두 손은 앞으로 향해서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발목에는 쇠사슬이 철구와 연결되어서 도망가지 못하게 잡아두고 있었다.

어두컴컴했지만 창문도 없는 지하의 독방이고 보니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시간감각으로 봐서는 밤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자신이 어느정도 정신을 잃고 있었는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튜릭 성의 지하 비밀감옥.

취조실에서 들은 얘기로 유추해보면 영주에게 반역을 꾀한 정치범들이 갇히는 공간이었다.

영주 클라이드의 뜻에 거스른 자들을 쥐도새도 모르게 튜릭성의 지하 비밀감옥에 가둬놓고 비밀리에 처형하는 것이다.

에디는 여지껏 튜릭성의 지하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에디는 곰팡내 나는 좁은 지하 독방에서 자조적으로 웃었다.

클라이드의 밑에서 바보같이 일하다가 결국에는 이렇게 버려져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 것이다.

“클라이드···.”

에디는 주먹을 꽉 쥐었다.

몸속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지금 껏 섬겨온 정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

클라이드와는 사상이 달라서 결별하지만 설마 이렇게 치졸하게 자신에게 보복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이다.

‘이정도로 그릇이 작은 인물일 줄이야···’

하지만 그러면 뭐 하랴.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본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내일 정오에 교수형을 당할 것이다.

다 끝난 마당에 부질없는 분노고 회한이었다.

“가능하면 죽기 전에 클라이드의 얼굴에 한 대 주먹을 꽂아주고 싶었다.”

중얼거리며 에디는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뚜벅뚜벅.

위층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뭐지? 간수가 올 시간은 아닌데.”

에디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독방 안에서 할 게 없어서 자연히 소리에 집중하게 되었다.

-뚜벅뚜벅.

소리는 점차 가까워졌다.

‘뭐지? 이쪽으로 오는 거 같은데?’

문은 두꺼운 철로 되어있고 창문도 없어서 밖의 상황을 유추할 수가 없었다.

에디는 철문의 앞쪽에 붙어서 소리로 바깥 상황을 알아보려고 했다.

과연 발소리는 에디의 독방 철문 앞에서 멈췄다.

-철컥. 끼익.

철문이 열렸다.

그 앞에 나타난 사람은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여, 에디. 다행히 아직 살아있구나.”

폴 코백이었다. 적룡기사단의 부단장.

자신을 배신한 가증스러운 녀석.

한때는 전우라고 생각했었는데.

"네가 뭐 하러 왔지? 설마 날 비웃으려고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텐데."

폴의 얼굴을 보고 울화가 치미는걸 참으며 에디가 물었다.

자신의 말마따나 무슨 이유가 있을거니까.

"그런소리 말라고. 널 여기서 꺼내주려고 온 거니까."

폴이 손에 들린 열쇠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에디는 혼란스러웠다. 며칠만에 이렇게 태도를 바꾼다고?

“이런짓을 하면 너도 똑같이 반역죄일 텐데?”

에디의 물음에 폴은 대답하지 않았다.

“일단 나가자고. 안 잡히고 나갈 샛길을 봐 뒀으니까.”

폴이 에디에게 다가왔다.

에디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에디의 자세는 여차하면 손에 묶인 수갑을 휘둘러서 폴을 공격할 태세였다.

눈앞의 녀석은 믿을만한 놈은 아니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너무 경계하지마. 나도 양심이 있는 놈이니까. 너한테 은혜를 입은 것도 있고 뒤통수만 치는 건 찜찜하니까. 구해주러 온 거라고.”

폴이 능글맞게 웃었다.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에디가 경계어린 눈빛을 했다.

“그래서, 안 믿으면 어쩔건데. 여기서 죽을거야?”

에디는 폴을 바라봤다.

머리는 잘돌아가지만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놈이었다.

그래도 의리는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그마저도 없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믿을 놈이 아니었다.

또 어딘가에 자신을 이용해먹을 생각이겠지.

하지만 폴의 말이 맞았다.

여기서 이대로 있어봤자 내일 죽음을 기다릴 뿐이었다.

뭐가됐든 지하감옥에서 탈출하는게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을 터였다.

에디는 일어섰다.

“이 수갑 풀 수 있나?”

폴이 씩 웃으면서 수갑의 열쇠구멍에 열쇠를 집어넣었다.

-찰칵.

수갑이 풀렸다.

“기다려봐 여기 발목에 묶인 철구 열쇠도 있을테니까.”

철구까지 푼 에디는 손발을 주물렀다.

경비병이랑 맞닥뜨리면 육탄전을 해야할 수도 있었다.

그에 대비해서 미리 손발을 풀어두는 게 좋았다.

“나가자고. 밖에 경비는 없을거야.”

폴은 자신만만하게 밖으로 나갔다.

‘미리 간수를 매수해 둔건가?’

에디는 폴을 따라서 지하 비밀감옥을 나섰다.

윗층으로 올라가자 간수가 지켜야할 자리에 사람이 없었다.

“이쪽으로 따라와 성 뒷문으로 빠져나갈 수 있으니까.”

폴이 오랫동안 쓰지 않아 보이는 낡은 문을 열자 나선계단이 나왔다.

“안전하게 탈출 가능하다고.”

폴이 에디를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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