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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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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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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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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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내 갑옷을 가져와라!”

톰마소가 시종에게 일렀다. 그리고 앙코나 성관을 지키고 있는 산양기사단의 전원을 모았다.

성관 중앙홀에 모인 기사들은 이미 성주인 단장이 어떤 명령을 내릴지 예상한듯 하나같이 비장한 얼굴들이었다.

톰마소는 모인 25명의 기사들의 면면을 한 명씩 살폈다.

오랜 세월 동거동락한 부하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은 마음 아팠다. 그러나 그들은 기사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하천한 농민들이야 살아서 목숨을 부지하는 게 제일이었지만 기사인 그들은 달랐다. 치욕스런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느니 명예롭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낫다고 배워왔다.

그리고 톰마소는 부하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모두들 짐작하다시피 앙코나 성관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대로 순순히 적에게 성문을 열어서 넘겨줄 수는 없다. 이기지 못 할 싸움이라도 적에게 우리의 날카로운 창을 한 번이라도 맛보게 해야한다.”

톰마소의 말에 기사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옳다고 외쳐댔다.

“나는 오늘 성문을 열고 나가서 적과 한바탕 명예롭게 싸우고 산화할 작정이다. 죽음이 두려운 자는 남아도 된다. 누가 나와 함께 나가겠느냐?”

톰마소의 말에 여기저기서 단장과 같이 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몇 명의 기사가 어두운 얼굴로 바닥을 바라보며 아무 말 못하고 있는게 톰마소의 마음에 밟혔다.

“됐다. 지금 지원한 자들 만으로 우리 산양기사단의 결사의 기백을 보여주는 데 충분할 것이다. 남은 자들은 앙코나 성관을 지키다가 우리가 기사단의 기백을 적에게 보여주면 성관 문을 열어주도록 해라. 죄없는 백성들까지 희생시킬 필요는 없으니까.”

톰마소는 소리죽여 눈물짓는 기사들을 뒤로하고 중앙홀을 나왔다.

성주의 방으로 돌아가 시종이 준비해 놓은 갑옷을 걸치고 성관 중앙마당으로 향했다.

이미 결사대로 자원한 20명의 기사들이 각자의 말을 대동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나가서 산양기사단의 무서움을 보여주자!”

톰마소의 외침에 기사들이 와아아 하고 함성으로 답했다.


문이 열리고 톰마소를 선두로 기사단이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별안간 뛰쳐나온 한 때의 기사들에 앙코나 성관을 포위하고 있던 스콧 가문의 병사들이 놀란 얼굴로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봤다.

“나는 앙코나 성주 산양기사단장 톰마소 산체스다! 날 상대할 용기있는 기사가 있느냐!”

톰마소는 목청껏 외치며 스콧 군대의 진영을 휘젓고 다녔다.

스콧 가문의 병사들은 갑자기 나온 적에 깜짝 놀라서 한데 모여 움츠러들며 장창을 앞으로 뻗어 방어했다.

“저놈들이 드디어 자포자기 했나 보구나.”

청룡기사단장 클렉이 높은 언덕 위의 지휘소에서 망원경으로 앙코나 성관에서 나온 한때의 기사들을 보면서 말했다.

클렉은 앙코나 공격군의 총대장을 맏아서 보름째 성관을 포위하고 있었다.

앙코나 성관을 지키는 케인 가문의 기사 놈들은 끈질기게 버티며 항복하려 들지 않았다. 지지부진한 전황에 클렉은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던 터였다.

그런 상황에서 성관의 성주라는 녀석이 제발로 문을 박차고 튀어 나오니 클렉은 기분이 좋아졌다.

‘제깟놈들이 기사랍시고 마지막에 목에 힘 좀 주고 죽으려는 거 같은데.’

클렉은 산양기사단이 명예롭게 싸우다 죽게 할 생각은 없었다.

포위가 풀릴 가망이 없는데도 끝까지 버티며 자신을 전쟁터에 묶어놓은 녀석들을 한 껏 조롱한 뒤 죽일 생각이었다.

“저놈들을 정면에서 상대하지 말고 멀리서 화살을 쏘아서 죽이라고 해라.”

클렉의 말에 참모는 한 마디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기사로서 명예롭게 전사하려는 자들에게 너무 매몰찬 처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 모셔오면서 자신의 상사인 클렉이 자비란 없는 냉혈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입을 닫았다.


클렉의 명은 부하들에게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한 번 창을 부딫쳐 싸워보려는 톰마소와 산양기사단을 향해서 방패병들이 방패를 앞세우면서 나타났다.

방패병들이 톰마소들 산양기사단 앞에 커다란 벽같은 방패를 세워 앞길을 가로막았다.

산양기사단의 말들은 진로를 가로 막혀서 돌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발을 멈춘 기사들을 향해서 스콧 군대 뒤편에서 궁병들이 화살을 비처럼 쏘아댔다.

-촤촤촤촤촤!

산양기사단 기사의 말들이 하나둘 화살을 맞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기사들도 말에 깔려서 죽거나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서 큰 부상을 입었다.

‘이놈들 우리를 기사답게 죽게 놔두지 않을 생각이구나.’

톰마소는 이가 갈렸다.

그가 배운 기사도로는 기사의 마지막은 그래도 검과 창으로 맞상대해주는 것이 예의였다.

그러나 상대방 스콧 가문의 지휘관은 그런 최소한의 동정심마저 베풀 생각이 없는 듯했다.

-촤촤촤촤.

푹푹 하는 소리와 함께 톰마소의 몸통에도 화살이 꽃히기 시작했다.

‘적을 야속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이곳은 전쟁터니까.’

톰마소는 몸을 꿰뚫는 화살의 고통을 느끼며 말에서 떨어졌다.

‘원통하다. 마지막 만큼은 제대로 싸우다가 죽고 싶었다.’

톰마소는 조금씩 감각이 사라지는 걸 느끼며 지면에서 뒹굴었다.

그때였다.

쿠구궁 하고 지축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군이 몰려오고 있는 소리였다.

‘이건?’

톰마소는 자신이 죽음에 임박해서 헛것을 보고 있나 싶었다.

멀리 동쪽에서 한 때의 군사들이 스콧 가문의 군대를 향해서 화살을 쏘고 기마기사들이 말을 박차며 돌진해 오고 있었다.

‘원군. 원군이다. 케인 가문에서 원군이 왔구나···.’

현실적으로 그럴리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톰마소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믿으며 숨을 거두었다.


“저, 저놈들은 대체 어디 병사란 말이냐?!”

클렉이 놀라서 외쳤다.

그러나 참모라고 알리가 없었다.

톰마소가 죽기 직전에 본 군대는 환영이 아니었다.

적어도 1만은 되어 보이는 대군이 갑자기 나타나 스콧 군대를 동쪽에서 치고 들었다.

갑주를 보아하니 케인 가문의 군대는 아닌 듯했다.

통일되지 않은 각양각색의 갑주를 입고있었다. 무기도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그 군대의 움직임 만큼은 일사불란하게 통일 되어서 칼같이 지킨 진형을 바탕으로 스콧 가문 군대의 진형의 허리를 끊어서 두동강 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용병들인 것 같습니다.”

“용병? 케인 가문 놈들이 용병을 샀다는 말이냐?”

클렉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되물었다.

그런 정보는 없었다. 그리고 단시간에 1만이 넘어 보이는 수의 용병들을 라티나 지방에서 모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도대체 갑자기 이만한 용병 군대가 어디서 튀어나왔지?’

클렉은 도깨비한테 홀린 것 같은 심정이었다.

“단장님, 일단 앙코나 성관의 포위를 풀고 후퇴해야 합니다. 이러다간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

참모의 말에 클렉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지금! 앙코나 성관을 다 함락한 것이나 마찬가진데 포위를 풀라니!”

클렉이 참모를 잡아먹을듯 노려보며 소리쳤다.


“밀어 붙여라!”

용병대 대장 알도 리조가 명령했다.

그의 명령에 용병들은 일사불란하게 돌격했다.

태반이 징집 된 농민들인 스콧 가문의 병사들은 전쟁에 익숙한 용병들을 상대하지 못 했다.

게다가 측면에서 기습을 받고 진형이 무너진 터라 전황은 빠르게 나빠졌다.

스콧 가문의 군대는 혼란에 빠져서 지휘관의 명령이 제대로 통하지 못하고 병사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단장 알도 리조는 제 부하들에 활약에 흡족해 하며 옆에 나란히 말을 타고 앉아있는 에디와 앨빈을 향해서 거만하게 웃어보였다.

“내 부하들의 활약상이 어떻소?”

“알도 대장이 모은 용병들이라 그런지 활약이 대단하군요. 하지만 끝까지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에디가 알도 대장의 비위를 맞추려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시오. 다들 전쟁의 프로들이니까.”

알도가 앞니 하나가 없는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용병대장 알도의 말처럼 스콧 가문의 군대는 무너진 전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퇴각을 결정했다.

스콧 가문의 군대로 포위되어 있었던 앙코나 성관을 이제는 정체 모를 용병 군대가 감싸고 있는 형국이었다.

앙코나 성관의 병사들은 무슨일인가 하고 망루 바깥을 빼꼼히 내다 볼 뿐이었다.

그때 앨빈이 맨 앞으로 나섰다.

“나는 애드리언 케인의 셋 째 아들 앨빈 케인이다. 앙코나 성관을 구원하기 위해서 덴블란쉬에서 군대를 이끌고 여기까지 왔다. 성문을 열어라.”

앨빈의 말에 톰마소에게 성관을 맡아서 지키던 기사 줄리오는 반신반의 했다.

영주의 셋 째 아들이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오래전에 수도로 유학을 가서 10년도 넘게 얼굴을 본 적이 없는 탓이었다.

그때 익숙한 얼굴이 앞으로 나섰다.

케인 가문의 수석 집사 다니엘이었다.

“성관을 지키는 기사들 중에는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오. 이 분은 영주님의 셋 째 아드님이 맞으시오. 문을 열어 주시오.”

곧 드르륵 하면서 앙코나 성관의 문이 열렸다.

기사 줄리오가 앞서 나오며 앨빈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앙코나 성관의 성주대리 줄리오입니다. 앨빈님을 몰라보고 실례가 많았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앨빈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줄리오를 일으켜세웠다.

“성관을 지키기 위해 싸우느라 수고가 많았소. 내가 없는 동안 가문을 지켜 줘서 고맙소.”

기사를 부드럽게 치하하는 앨빈을 보면서 에디는 다시금 생각했다.

‘역시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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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23.12.16 2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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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23.12.13 20 0 9쪽
16 16화 23.12.12 2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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