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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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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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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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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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DUMMY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얼레?


정신이 들었을 때 유위진(威振)은 혼란스러웠다.


분명 자신은 산적들과의 사투로 죽어가는 채였다. 한데 갑자기 눈에 들어온 광경은 뭐란 말인가.


“무얼 하고 있는 게냐. 어서 받지 않고.”


쫙.


자신도 모르게 뺨을 때리고 말았다. 십년 전 헤어진 스승의 얼굴이 갑자기 나타났기에 꿈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무얼 하는 게냐?”


하지만 뺨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그에게 이것이 현실임을 알려주었다.


“아...죄송합니다.”


‘미치겠군. 꿈은 아닌데. 꿈은 아니고. 아니. 아니어야지.....한데....이게 맞나?’


그는 아직도 얼떨떨한 상태로 스승이 주는 검을 받아들었다.


용연(龍淵).


그가 죽기 전에 봤던 그 모습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내가 사문에서 얻은 거라곤 사실 이 보검밖에 없을지도.’


당연하게도 검은 울지 않았다. 마치 죽기 전에 봤던 것이 꿈인 것처럼. 하지만 유위진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결코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자신이 미쳐버린 것이 아닌 이상.


“앞으로 보검문(保劍門)의 정식 제자로서 기대하마.”


거기다 똑같았다. 앞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스승의 저 대사까지도. 자신이 예지몽이라도 꾼 것이 아니라면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이제 잠시 후 스승은 그 말을 외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들이 흘린 땀은 스스로의 경지에 일조할 것이니, 한 눈 팔지 말고 정진하거라.”

‘이제부터 너희들이 흘린 땀은 스스로의 경지에 일조할 것이니, 한 눈 팔지 말고 정진하거라.’


자신이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자 그럼, 각자의 특성을 파악하려고 하니 비무를 행하고자 한다.”


“비...비무요?”


아직 어린 제자들이 말을 떨며 물었다.


“그렇다. 모두 밖으로 따라 나오도록.”


보검문의 문주, 손강(孫剛)이 밖으로 나서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제자들이 따라나섰다.


‘후....하필 돌아온 것이 이순간이라니.’


제자들 중 가장 뒤에서 따라나선 유위진은 고민하고 있었다. 분명 자신의 손을 응시하며 자신은 과거로 돌아온 것임을 다시금 깨달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차라리 아예 갓난아기로 돌아왔다면 처음부터 다시 쌓아올릴 수 있을 것을. 하필이면 또 다시 보검문이란 말인가?


유위진의 고민은 상관없다는 듯이 손강의 말이 들려왔다.


“모두의 조건은 동일하다. 내가 가르쳐준 본문의 기본 검법만으로 승부를 겨루는 것이다.”


‘하아...’


자신의 한참 고민 중인데도 시간은 흘렀고, 스승의 말과 행동도 예전처럼 거침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도망갈 수 있다면 도망가고 싶군.’


본문에서 배울 수 있는 무공은 전부 보고 외운 후 진전이 없자 강호로 뛰어나간 것이 과거의 자신이었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허나 도망갈 순 없었다. 지금 단전에서 느껴지는 쌀알만도 못한 내기를 가지곤 스승에게선 달아날 수 없었다. 밤에 몰래 달아난다 해도 한 푼도 없는 지금 어디를 가겠는가?


‘어쩔 수 없지. 당분간 무공을 닦으며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후우우”


“긴장하지마. 위진.”


유위진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흘린 한숨에 같은 제자인 목연(木軟)이 말을 붙여왔다.


‘그래. 그랬지. 목연. 네가 항상 분위기를 이끌었었지.’


왠지 모를 그리움에 유위진은 목연을 응시했다.


“왜 그래?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아니. 아니야. 그저 고마워서.”


유위진은 적당히 둘러대었다. 진심을 토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십 오년 만에 과거로 돌아와서 얼굴을 보니 반갑다. 라고 하면 미친놈 소리밖에 더 듣겠는가.


“자, 나오거라.”


스승의 부름에 내가 비무장에 서자 지목된 상대도 비무장 한쪽에 올라와 섰다. 상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바로 이름이 떠오르진 않았다.


‘누구였지? 뭐라고 했었더라.’


좀 전과 달리 바로 떠오르진 않았다. 유위진은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목연이기에 바로 떠올랐던 것일까? 실없는 생각 따위를 하며 기억을 살폈다.


‘아 맞다.’


마운괄(馬雲适).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그가 치고 들어왔다.


‘아 생각났다. 이 녀석.’


속전속결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바로 달려드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사형제 중 가장 성급했던 녀석이었지.


채앵!


검과 검이 부딪혔다.


“좋구나! 바로 그거다.”


마운괄의 성급한 성격 탓에 벌어진 공격을 검에 대한 구도심으로 받아들인 손강이 기분 좋게 외쳤다.


‘여전하군. 눈앞의 이 녀석이나, 검 말고는 관심도 없는 스승이나. 아니. 그게 당연한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지.’


그제야 자신이 이들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오래되긴 오래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캉. 카앙!


아무리 비무라고는 하나 날이 달린 검으로 행하기에 위험함은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허나 손강은 그저 심유한 눈으로 비무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운괄은 이름도 없는 보검문의 기본 검법으로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직선적으로 달려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종횡무진 비무장을 누비는 것이 그가 열심히 무공을 수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그것도 또래 정도에서나 먹힐 이야기지만 말이지.....후....어떻게 한다.’


분명 마운괄은 빠르고 강했다. 같은 나잇대 라면 그를 당해낼 자는 그렇게 많지는 않을 정도라고 생각될 정도로 타고난 몸을 지녔다. 그렇기에 손강이 선택한 것이다.


허나 유위진 또한 손강이 높이 평가해 데려온 아이 중 한 명이었으니, 그가 돌림병에 부모를 잃은 유위진을 데려온 것은 그의 눈 때문이었다.


눈이 빠르다. 동체시력이 뛰어나다는 말이었다. 그것이 손강이 유위진에게 갖고 있는 평가였다.


게다가 유위진이 되돌아오기 전 지난 생애에서 쌓아올리고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경험이었다. 이기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겪어온 수많은 싸움들과 경험이 그를 뒷받침하고 있었으니 어린 또래들의 공격 따윈 눈감고도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유위진에게 있어 마운괄의 공격은 그저 정직하기만 한 아이들의 막대기질이나 다름없이 느껴졌다.


마운괄의 검은 이곳저곳 유위진의 이곳저곳을 뱀처럼 노려왔지만 어느 것 하나 몸에 닿지 않았다.


초식이 깨끗이 이어지지 않아 중간 중간 빈틈이 있는데다 유위진의 눈은 그러한 빈틈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하아...하아...”


마운괄의 입에서 단내가 풍겨왔다.


오십여 초식.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횟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그것도 성인이 된 무인에서나 그러한 법.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신체에 좁쌀만한 내기를 운용한다면 금세 지쳐버리는 것이 당연했다.


마운괄 또한 아무리 타고난 신체조건이 있다고는 하나 그 범주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숨이 차오르고 나서야 마운괄 또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분명히 자신이 압도하고 있었는데. 그런 의아함이 마운괄의 몸을 지배했다.


‘자.....더 이상 끄는 것도 보기엔 좋지 않겠지. 어떻게 끝을 낼까.’


유위진이 시종일관 내리고 있던 검을 세워 중단으로 들어 올리자 마운괄은 압박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린아이의 오기였을까 그도 아니면 승부의 갈림길이라는 것을 느낀 승부감각 덕분이었을까.


마운괄이 마지막 힘을 짜내 늘어트린 검을 베어 올렸다. 지금까지 중 가장 빠르게 사선(斜線)으로 검이 그어졌다.


‘호.’


유위진이 잠시나마 감탄하며 마운괄의 마지막 일검을 막기 위해 상단으로 검을 들어올렸다.


캉!!


그저 말없이 집중한 채 지켜보던 손강 또한 마운괄의 기세가 일변한 순간 팔짱을 풀고 긴장했다.


‘말려야 하는가?’


그가 의도한 것은 어디까지나 실력을 보기 위한 비무였지, 피를 보기 위함이 아니었다. 제자들의 양성도 좋지만 사형제끼리 피를 볼 마음은 없었다.


헌데 이어진 장면은 그의 생각을 한참 벗어난 일이었다.



***


캉!!



유위진은 검을 들어 올려 막아낸 순간 알 수 있었다. 정면으로 받는다면 분명 팔이 뿌러지거나 어디 한군데 탈이 날 것임을. 강력한 일격임을 바로 느낀 순간 유위진이 바로 움직였다.


스르르륵.


강력한 힘에 거스르지 않고 검의 위력을 죽이며 다른 방향으로 흘려보냈다. 어린 아이가 펼쳤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깔끔한 이화접목(移花接木)이었다.


상대의 검을 흘려보낸 유위진의 검은 궤도가 어긋난 상대의 검과는 달리 정확히 마운괄의 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그-”


터억!


손강이 입을 열려는 순간 유위진이 바로 검을 멈추었다.


“헛.”

분명 마지막 힘을 짜낸 일격이었는데, 자신의 검은 상대의 머리위로 비껴나가고 어느 사이에 자신의 목덜미에 서늘한 검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승부는 난 것 같은데?”


유위진이 조용히 말하자, 마운괄 또한 입을 열었다.


“져....졌다.”


마운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유위진은 검을 거두었다.


“큼. 크흠.”


자신의 예상을 한참 벗어난 일전에 손강이 멋쩍어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두 사람 다 멋진 승부였다. 자 그럼 계속해서 비무를 이어나간다.”


열 명 정도의 비무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짝을 지어 한번씩 승부를 겨루고는 스승인 손강이 비무를 중단했다.


“좋아. 첫 날인 만큼 오늘은 여기까지 한다. 앞으로 며칠간은 서로간의 비무를 계속할 터이니, 자신이 미진했던 바나 상대가 뛰어난 점 등을 떠올리며 개인 수련을 이어 나가도록.”


“예!”


열 명의 목소리가 비무장을 울렸다. 모두가 자신의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위진 또한 자신의 숙소로 향하려는 순간, 손강의 말이 들려왔다.


“위진.”


“예”


“나를 따라오도록.”


“....예.”


유위진은 손강의 발걸음을 따라 계속해서 움직이는 도중에 생각했다.


‘뭐지? 지난 생애에는 이런 일이.....있었던가?....’


유위진은 이상하다 싶어 계속해서 떠올려 봐도 무엇 하나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이맘때의 스승은 말 그대로 방목하며 관찰하던 시기라 자신과는 접점이 거의 없다시피 했었다.


뭐지?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스승이 자신을 부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거기다 하필이면 데려온 것이 보검문의 본당이었다. 스승인 손강이 이곳에 제자를 부르는 이유는 없다시피 했던 걸로 기억하는 유위진으로선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운괄을 이겼던 것 말고는 떠오르는 것이 없는데...그것 때문에 이곳까지 불러낸 것인가?’


분명 자신은 다시 한 번의 과거의 삶으로 돌아왔을 진데. 일어나는 일이 달랐다.


그렇다고 스승인 왜 불렀는지를 묻기도 뭐하기에 잠자코 스승의 말을 기다렸다.


“운괄이와의 마지막 승부 때 초식은 뭐였더냐?”


“아.....스승님께 배운 기본검법입니다만...”


“.....내가 가르쳤다고?”


“예. 가르쳐 주신 초식은 팔 번의 동작과 일 번의 동작을 섞었습니다만...”


손강이 답변에 잠시 생각했다. 유위진의 말대로였다. 확실히 본문의 기본검법에 그러한 동작이 있다. 있기는 하지만....


“.....그걸 네 맘대로 섞었다고?”


“예. 운괄이의 일격에 위험을 느껴 저도 모르게 그만.”


지난 생애에 요령껏 수없이 했던 일이었다. 전장이나 다름없는 싸움터에서 언제 온전한 초식을 죄다 써먹는단 말인가.


“.......”


유위진의 입장에선 기분 나쁜 침묵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뭐라도 말이라도 하던가.’


“놀랍구나. 그것이 순간적인 기지(奇智)라니. 앞으로 계속 지켜보겠다.”


“예? 아 예에.”


‘빌어먹을. 지켜보겠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분명 자신은 과거로 돌아왔지만 되돌아온 것이 아니었다. 설마 하니 이런 식으로 스승의 관심을 사게 될 줄이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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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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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공지 [검명환생]-[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24.02.21 74 0 -
21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6 3 11쪽
20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7 4 12쪽
19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4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17 16화 서안혈사(5) 24.03.01 91 5 11쪽
16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3 6 12쪽
15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2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7 4 11쪽
12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49 5 11쪽
11 10화 교토삼굴 24.02.24 161 5 11쪽
10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9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2 5 11쪽
8 7화 검의 울림 24.02.20 201 5 11쪽
7 6화 검보(劍譜) 24.02.19 216 5 11쪽
6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5 4화 타통 +2 24.02.18 263 6 12쪽
4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0 7 12쪽
3 2화 실전 24.02.15 317 7 13쪽
»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3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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