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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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최근연재일 :
20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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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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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내기 비무 (1)

DUMMY



그림 속 세계. 어딘가 화폭 안에 담겨진 듯 한 선경(仙境)의 모습이 유위진을 반겼다.


‘어째 이번에는 허탈감 같은 건 없군.’


유위진은 몸을 더듬으며 주변을 살폈다.


또 다시 그곳이었다. 마치 수묵화 안의 세계처럼 새하얀 곳. 그렇게 둘러보던 중 갑작스레 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르다. 너무 일렀어.”


“뭐....?”


여전히 지 할 말만 하는 목소리에 유위진은 약간 화가 났다.


“뭐라는 거야! 이르다니. 도대체 뭐가! 그리고 마교의 그 기묘한 눈동자는 뭔데!!”


“시간이 없다. 검주 자네에게도, 나에게도. 다섯째의 그가 자네를 찾고 있음이니 검심통을 얻어라.”

“그게 뭔데!!

평소와는 달리 유위진은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의 그에게 의문의 목소리를 잠자코 들어줄만한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검심통(劍心通)을 얻어라. 검의 마음. 그것이-”


그 말을 끝으로 유위진의 의식은 다시 자신의 몸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시야에 다시 방 안이 비쳐지자 유위진은 화가 끓어올랐다.


우지끈. 챙!


“빌어먹을.”


유위진의 광기어린 발짓에 침상이 박살나자 용연이 바닥을 뒹굴었다.


용연은 주인의 마음과는 달리 유달리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


“괜찮은가?”


유위진이 항상 드나드는 객잔의 별실에 얼굴을 비추자 곽 씨 형제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괜찮습니다.”


매일같이 들려오는 소음. 그것을 듣는다면 무언가 일이 있었음을 모를 수가 없었다. 허나 두 형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유위진을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언젠가 유위진 스스로 말을 할 때까지는 그저 기다릴 뿐.


“이미 적당히 음식을 주문해두었네.”


“아아... 네.”


따뜻한 김과 좋은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유위진은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곽씨 형제가 숟가락을 막 들려는 시점 유위진의 입이 열렸다.


“제령심인대법이라고 하셨죠?”


“응? 아아. 마교도에게 걸린 대법 말인가.”


“.....그 대법은 옮겨질 수도 있습니까?”


“......무슨 말인가 그게?”


곽문철을 영문을 알 수 없어 되물었다.


“만약에....만약에 말입니다. 대법을 걸린 자를 만졌을 때 그 대법이 그 만진 자에게도 옮겨지거나 할 수 있습니까?”


“......그럴 리가 있겠나. 대법이 무슨 새끼를 치는 것도 아니고. 주술이나 독물에 의한 거라면 다시금 그 의식이나 독물을 사용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면 심검 같은 종류라면 어떻습니까?”


“.....생각하기 어렵군.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심검이 늘어날 수 있다면.....그런 자가 있다면 신이나 다름없는 자겠지.”


“.....”


“만약에 그 대법에 걸리지도 않은 자가 무언가 대법에 걸린 듯한 낌새가 느껴진다면 마음의 힘, 정력(定力)이 부족한 게 아닐까 싶네만...”


“정력이라...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유위진과 곽문철의 대화가 끝난 듯 하자 곽자명이 끼어들었다.


“헌데 자네.....돈은 좀 있나?”


“예?!”


난데없는 돈 이야기에 유위진이 놀랐다. 놀란 것이 가라앉고 유위진은 생각하기 시작했다.


‘돈이라....그러고 보니 스승님에게서 박은 노잣돈은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지. 이 객잔에 묵은 것도 이 형제분들 돈이고.’


“.....아무래도 우리 형제도 오랫동안 산속에서 지내느라 말이지, 가지고 있던 돈도 거의 떨어져가던 참이었네. 객잔에서도 가구 값을 요구하기도 해서 말일세.”


“가구라면...아.”


유위진은 말을 하다 깨달았다. 그가 말하는 가구의 값이란 자신이 지금까지 부신 객잔의 가구들을 말한다는 것을.


“돈을 좀 마련해야겠군요.”


바로 마음을 정한 유위진이 입을 열었다.



***



식사 후 유위진과 일행은 유위진의 말에 따라 함양으로 향했다.


“정말로 괜찮겠나?”


서안의 북쪽인 함양. 그 함양 안 번화가에 위치한 한 건물의 문 앞에 도달하고 나서야 곽문철이 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물으시는 겁니까?”


신형을 곽문철에 돌린 유위진이 말했다.


“자네....답지 않군.”


“...그렇습니까?”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닌가? 어딘지 모르게 조급해 보인다네.”


“조급하다라...뭐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동생 말이 맞는 것 같군. 자네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비록 승부사로 살아오긴 했지만 이 길은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군요. 지금 저희에겐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변에 돈이 많은 문파가 있다가 아닐까요.”


“......흑도를 너무 호락호락하게 보지 말게. 아무리 정파에게 눌려 지낸다지만 그들도 엄연히 강호의 한 축이라네. 그들에게 없는 것은 그저 나라와 민중의 인심뿐일세. 아니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정파와 달리 끊임없이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만큼 그들의 무인의 질은 더 위일지도 모르네.”


“그렇게 말씀하시니.....더 구미가 당기는군요.”


“구미라니...자네.”

“말씀하시는 뜻이 무슨 뜻인지는 저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제가 서두르고 있다는 것도 맞습니다. 허나 시간이 저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죠.”


“......”


유위진의 말에 곽문철이 입을 다물었다.


“저희 같이 무공에 미친 바보들은 언제나 실전 속에서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하죠. 누군가에게 꺾이지 전까지. 형제분들께서도 그렇지 않았습니까?”


무인, 그것도 승부사였던 형제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말이었다. 평생을 승부사로서 살아왔던 이의 의지를 불태우는 말.


“쯧.”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더 이상 만류하는 것도 자네의 각오에 실례되는 일이겠군.”


혀를 찬 곽문철과 달리 곽자명은 묘하게 즐거운 얼굴로 말했다.


“저....기...”


그리고 잊혀 가던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마운괄이었다. 세 쌍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돌아가는 것이 나을 것 같은....습니다만.”


마운괄은 말하던 도중 곽 씨 형제의 시선이 날카로워지자 말을 고쳤다.


“왜?”


유위진이 물었다.


“왜냐니....저렇게 거대한 건물에 있는 문파를 상대로 시비를 걸다니. 죽지 않으면 다행이지.”


“하아....”


유위진이 한숨을 내뱉었다.


“네 녀석, 나를 꺾자고 따라온 거 아니었나?”


“......맞아.”


“싸워보지도 않은 채 물러선다고? 그래서는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이길 수 없다.”


“왜.....도대체 넌 왜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길만 가려는 거지? 스승님의 명이나 내 결심 같은 건 이제 아무래도 좋아. 나는 더 이상 따라갈 수 없다고!”


“또 바닥에 눕고 싶은 것이냐?”


“...!”


유위진의 말에 마운괄의 동공이 떨렸다.


“지금 여기가 바로 네가 무인으로서 처음의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곳이다. 여기서 물러선다면 그냥 본문으로 돌아가 그저 그런 무인으로 생을 마감하겠지.”


유위진은 자신이 알고 있는 그의 미래를 읊어주었다.


꽈아악!


유위진의 말이 자신의 심지를 건드렸기 때문일까? 마운괄은 행동으로 자신의 의지를 보였다. 그의 손은 허리춤의 검병을 부러지도록 꽉 쥐었다.


“좋아. 그럼 정해진 것 같군!”


“어이. 거기 뭐냐.”


유위진이 말하는 사이 건물의 문지기가 다가와 말했다.


“.......”


일행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문지기를 바라보았다.


“뭐야 이 촌뜨기들은. 애송이들까지. 훠이, 훠이.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나 본데 저쪽 가서 떠들어라.”


“여기가 어딘데?”


“하?”


문지기는 유위진의 반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후우....애송아. 여기가 이름만 들으면 울어대던 애새끼들도 울음을 그친다는 무극회(武剋會)인 걸 알고 있는 거냐?”


문지기는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라는 듯이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알아.”


“뭐?!”


“안다고.”


“하....나 이런 미친 놈이...”


문지기가 검을 잡을 찰나, 유위진이 문지기보다 먼저 용연을 뽑아 출수했다.


슈카카칵!


순식간에 펼쳐진 검초가 문지기 뒤의 문을 가르자, 곧 문이 조각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가서 전해. 비무 신청이다.”


“이게 웬 소란이야!!!!”


나지막이 울리는 유위진의 말에 뒤이어 건물 내부에서 큰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



무극회의 응접실은 간만의 손님으로 북적였다. 손님과 무극회주는 물론, 회의 간부들까지 몰려온 탓이었다. 유이진 일행과 무극회의 수뇌진들이 자리에 앉아 얘기를 시작했다.


“그래....비무라고?”


무극회주 황보중악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질문했다.


“예.”


“왜 하필 우리인가? 비무라 하면 우리들보다는 정파 쪽이나 어울릴 법한 이야기 아닌가?


“그냥 비무는 재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내기 비무를 하고자 함입니다. 어떻게 말하면 도박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내기 비무.....도박이라.”


황보중악이 말을 읊조리는 사이 무극회의 대주가 끼어들었다.


“하. 첩혈삼객도 아닌 애송이놈이 잘도 나불대는구나.”


무극회의 간부 중 한 명, 사마양이 유위진을 보며 비웃었다.


“문지기는 물론이고 대주까지 자꾸 애송이, 애송이. 입만 나불대는군. 그렇게 내가 마음에 안 들면 어디 한번 나이 먹은 무인의 힘 좀 보여주시지 그래?”


유위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에 이끌리듯이 사마양도 바로 일어섰다. 그러자 무극회주의 입이 열렸다.


“사마 대주. 참으시게나.”


“허나 회주님...”


“아무리 그래도 일단은 손님이 아닌가. 말은 마저 들어봐야지. 소협에게 사과하게나.”


“회..회주님.”


예상치 못한 말에 사마양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문파의 주인께서도 저리 말씀하는군. 쯧. 당신 어지간히도 실력이 없나보군.”


“네놈!!!”


사마양의 이성이 한순간에 끊어졌다. 그의 권이 즉시 유위진의 얼굴까지 올라왔다. 유위진의 얼굴이 가격당하기 직전, 유위진이 움직였다.


빠악


“크으으윽.”


순식간에 빼어든 용연으로 어깨를 찔린 사마양이 오른쪽 어깨를 부여잡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칼집에 들어간 상태가 아니었다면 어깨를 크게 찔렸을 상황이었다.


“이거야 원. 비무를 신청한 상대를 이러 핍박해서야. 이게 무극회의 뜻이라고 보면 되겠소?”


“....본 회의 대주가 실례를 저질렀군. 사마 대주. 사과하게나.”


“회...회주님.”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자신을 편들어주지 않는 회주를 부르는 사마양이었다.


“내 평소에 분명히 말했을 텐데. 강호에서는 강한 놈이 옳다고.”


무극회주가 내기를 일으키면서까지 압박하자 순식간에 기가 죽은 사마양이 고개를 숙이며 간신히 말했다.


“미...미안하오.”


말을 하는 사마양의 왼손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분을 참지 못하고 움켜진 주먹이 찢어진 탓이었다.


“어떻소. 본 회의 사과요. 소협.”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래서 비무는 어떻게 하시는지?”


“흐음....뭐 좋네. 게으른 본 회의 제자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으니. 비무를 받아들이도록 하겠네.”


유위진은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는 무극회주를 보며 생각했다. 만만치 않은 능구렁이라고.






작가의말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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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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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공지 [검명환생]-[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24.02.21 75 0 -
»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7 3 11쪽
20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8 4 12쪽
19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5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17 16화 서안혈사(5) 24.03.01 92 5 11쪽
16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3 6 12쪽
15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3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8 4 11쪽
12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50 5 11쪽
11 10화 교토삼굴 24.02.24 162 5 11쪽
10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9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2 5 11쪽
8 7화 검의 울림 24.02.20 201 5 11쪽
7 6화 검보(劍譜) 24.02.19 216 5 11쪽
6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5 4화 타통 +2 24.02.18 263 6 12쪽
4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1 7 12쪽
3 2화 실전 24.02.15 317 7 13쪽
2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3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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