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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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최근연재일 :
20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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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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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6화 서안혈사(5)

DUMMY



“.......세 명이 아니라 네 명이었군.”


“글쎄. 더 많을 수도?”


습격자의 말에 유위진이 빈정거렸다. 습격자는 유위진과 곽문철을 번갈아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이해를 못 하겠군. 숨어 있던 놈이 암습도 가하지도 않고, 협공을 가하려는 것도 아니고. 뭐냐.”


“.....궁금해서 말이야.”


“뭐가 말이냐.”


“무림의 불문율이라 불리는 마교를 보게 되니 시험하고픈 마음이 솟아서 말이야.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시험?”


“내가 어디까지 이르렀나. 내 실력으로 일당백이라는 마교의 교도와 어디까지 상대할 수 있나? 가능하면 꺾어버리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든단 말이지.”


“....미친 놈이었군.”


마교도가 움직였다. 거칠 것이 없는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유위진은 상대가 다가오는 것을응시하던 중 흥분으로 살며시 몸을 떨었다.


“후우....”


조금 전 내뱉은 말은 유위진의 진심이 담긴 그대로였다. 전생에서 마교의 그림자도 밟지 않으려 했던 자신이 지금 마교도와 맞서고 있다. 왠지 모를 감흥과 호승심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마교도가 손을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내질렀다. 확고한 자신이 없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을 뒷받침할만한 실력이 마교도에겐 있었다.


검결지가 순식간에 유위진의 요혈을 노리고 들어왔다.


캉!!


피육과 검이 만난 소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충격음이 울렸다.


‘빠르군...’


마교도의 검결지는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유위진은 연속된 찌르기 중 한번 밖에 대응하지 못 했다. 단 한 번의 격돌이었지만 유위진인 상대가 윗줄의 고수임을 느꼈다.


뚜욱.


마교도는 마교도대로 경각심이 솟구쳤다. 비록 정성을 다해 펼친 지법은 아니었지만 수십년의 고련을 거친 자신의 손가락이 베여진 것이다.


‘보검인가? 그도 아니면 실력?’


생각은 찰나에 불과했다. 헤아리기도 어려운 실전경험을 가지고 있는 마교도의 몸이 멈추길 원하지 않았다. 몸에 새겨진 그대로 지법들이 연거푸 펼쳐졌다.


무기가 아닌 신체의 일부로서 펼치기 때문일까? 지법의 움직임은 너무나 자유자재였고, 영활했다. 특히나 요혈이 아닌 곳이 찍혀도 저려오는 것이 어지간한 내가고수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유위진은 싸움이 시작되고 그저 시종일관 수세만을 취했다. 지법의 변화가 너무나도 복잡한 나머지 막아내는 데에 급급한 탓이었다. 유위진은 계속해서 밀리고 있었다.


“후우우우....”


마교도가 무슨 생각인지 잠시 손을 거둔 틈에 유위진이 숨을 내쉬었다.


“같잖은 놈. 고작 그 따위 실력으로 잘도 본 교를 거론했구나.”


“그 쪽이야말로 실망이군.”


“뭐?”


“언제까지 협공을 경계하며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않을 셈이지?”


유위진의 도발에 마교도는 기도 차지 않았다. 상황의 유리함 때문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놈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다.


“용케 알아봤구나. 허나 공포에 돌아버린 탓이냐? 그도 아니면 제 실력도 모르고 있는 거냐?”


“입으론 날 못 죽일 텐데? 이렇게 하지. 저쪽은 내가 죽기 전까지 나서지 않을 거야. 그러니 전력으로 와라.”


“오냐. 애송이.”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고 여긴 마교도가 다시 공세를 펼쳤다. 유위진은 다시 방어를 하며 밀려났다. 마교도는 유위진을 곽문철이 있는 곳으로 몰고 있었다. 그것은 합격할 틈도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의도한 것이었다.


마치 달빛 아래의 공간을 가득 메운 듯한 지법이 노도와 같이 밀려들었다. 금방이라도 지법에 꿰뚫려 버릴 절체절명의 순간, 미약한 변화가 생겨났다.


분명히 지법의 변화는 유위진이 따라갈 수가 없었다. 허나 전체는 무리더라도 의식을 집중하면 한 번, 단 한 번 정도는 읽을 수 있었다.


‘단 한번이면 돼.’


모든 것을 피해내려는 마음을 버렸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집중이 극에 달해 무(無)의 경지에 달한 것일까?


단 한순간이라는 화두에 몰두하기 시작하자 싸움의 형세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단 한 순간이 지나가고, 또 한 순간이 찾아온다. 유위진은 온 몸의 기감과 심력을 집중해 한순간을 계속해서 붙잡아갔다.


단 한순간일지라도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커다란 흐름을 만들려 하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지법이 유위진의 절묘한 신법으로 빗나갔다. 그리고 곧 이어 날아드는 지법은 용연으로 쳐내고, 그 뒤에 이어지는 지법은 허리를 숙이며 피해냈다.


‘말도 안 되는...’


마교도는 경악했다. 지금 그의 손과 몸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지만 그 뿐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지법이 명중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그저 그뿐이었다. 수십 번의 공격 중 단 한 번의 빗나감.

그에게 있어 단 한순간에 매달리기 시작한 유위진의 움직임은 그저 가소로웠을 뿐이었다. 허나 단 한순간의 지금이 이어지기 시작하자 마교도가 의식하기도 전에 상황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허억.....헉...”


수백 번의 공격이 모두 무위로 돌아가자 마교도는 체력과 내기가 달렸고,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마교도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언제든지 목을 취할 수 있다고 여긴 유위진에게 밀리고 있는 꼴이라니.


‘처음부터 연극을 펼쳤던 것인가. 아니, 아니야. 놈은 분명 나보다 밑줄이었다.’


무엇보다 자신보다 강한 이 라면 그런 연극을 할 필요가 없지 않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허면 그렇다면 도대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무어란 말인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한순간에 변할 수 있단 말인가. 마교도의 눈에는 유위진이 불가측(不可測)의 괴물로만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옆에서 지켜보는 곽문철 또한 비슷한 생각이었다. 곽문철은 처음 유위진의 계획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으로 혼자 싸우겠다고 했는지 이해하질 못했었다. 마교라는 불길한 이름이 주는 공포는 곽문철이라도 해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인 아니기에.


‘그러고 보니 저번 싸움에서도 무섭게 성장을 했지.....하지만 이건...’


지금의 성장세는 그때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때는 그저 조금씩 강해지는 것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말 그대로 탈바꿈이었다. 한순간에 우화라도 한 것처럼.


주위를 오싹하게 만든 유위진은 주위와는 달리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전혀 보이지 않았던 상대의 공격이 지금은 눈을 감아도 느껴질 것 같았다.

실전 속에서 목숨까지 위험한 위기와 직면하고 나서야 자시의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인지 알아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리 스승과 비무를 해왔다고는 해도 비무는 비무일 뿐, 실제로 행해지는 생사투와는 전혀 다른 것이기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던 전생의 내가 아니다.’


유위진은 기쁨에 차서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자 계속 해보자고!”


유위진은 흥이 올라 외쳤다.


“이.....이 괴물같은 놈.”


“설마 천하의 마교께서 이걸로 끝인 건 아닐 거 아냐.”


기대하고 있는 유위진과 달리 마교도에게 더 이상의 역량은 없었다. 이미 바닥을 보이는 내기와 체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더 없어?”


“......으.....으아아아아아아아.”


마교도에게 남은 거라곤 옥쇄뿐이었다. 그가 몸의 근원을 지탱하는 선천진기(先天眞氣)를 끌어올려 다시 공세를 펼쳤다. 선천진기를 있는대로 죄다 끌어올린 탓에 그 속도는 좀 전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진즉에 이럴 것이지.”


휘몰아치는 지법 앞에서 유위진이 손에 들려있던 용연을 휘둘러 맞섰다.


싸움의 양상은 말 그대로 호각지세(互角之勢).


양쪽의 역량이 어느 한쪽이 우월함이 없어 일진일퇴가 반복되었다. 어느 한쪽이 요혈을 노려오고, 다른 한쪽은 그것을 파훼했다.


그렇게 수십 여초가 지나가자 저울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선천진기란 말 그대로 본신의 근원적 생명력이다. 그것을 한번 꺼내버린 이상 다시 채울 수 없을뿐더러, 모두 사용한다면 죽는 것이다. 그리고 마교도의 선천진기가 조금씩 줄어들며 밀리기 시작했다.

마교도도 마음 같아선 계속 뽑아내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게다가 유위진의 검놀림이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마교도는 상대의 검을 보고 있자니 자신의 힘이 최고조라 할지라도 당해낼 수 없음을 느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순간이 찾아왔다.


우뚝.


마교도의 몸이 갑작스레 멈추었다. 좀 전까지 검은색 일색이었던 머리카락이 하얗게 물들고 온몸이 목내이(木乃伊)처럼 마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 있는 것조차 힘겨운 듯, 서 있던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이젠 정말로 끝인 것 같군.”


유위진이 아쉬운 듯이 말했다. 서 있지도 못하는 상태의 상대가 더 이상 싸울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괴....괴물 같은 놈.”


마교도가 허물어지듯이 바닥에 주저앉은 채 입을 열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유위진을 가리켰다.


“허....허나 좋아할 것은 없다. 곧 그분께서 세상에 나온다면 네....네놈은 물론이고 강호의 모든 이가. 웈 으....케엨.”


말을 하던 마교도의 얼굴이 기괴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런 그를 지켜보던 유위진과 곽문철이 놀란 얼굴로 응시했다.


퍼엉!!


부풀어 오르던 마교도의 얼굴이 터졌다.


“이상하군요. 진기를 너무 쓰면 이렇게도 되는 겁니까?”


“그렇지 않다네. 진원진기를 다 끌어다 쓴다고 해도 사람 몸이 터지진 않지. 먼지처럼 부셔지는 경우라면 모를까. 아마도 저건....제령심인대법같군.”


“그게 뭡니까?”


“......나도 처음 봐서 확신할 수는 없네만.....정신에 거는 일종의 금제라네. 누군가 자신의 대한 것을 발설하면 목숨을 잃도록 대법을 펼쳐둔 것 같군.”


“.....오싹하군요.”


“위험하군. 위험해....마교의 상층부에 이런 것을 펼쳐두는 놈이 있다는 것은 좋지 않아.”


“..... 그 문제는 둘째 치고 이놈이 죽어버렸으니 큰일이군요.”


“일단 돌아가도록 하세.”


그 말을 끝으로 유위진 일행은 객잔으로 향했다.



***



객잔에 돌아오자마자 곽문철이 일행의 점혈을 해혈하기 시작했다.


“후우우....”


꽤나 기를 사용한 탓에 그는 해혈 후 잠시 운기조식을 취했다.


“끝나셨습니까?”


유위진이 물었다.


“아아..”


“그나저나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군요. 가능하면 생포해서 뭐라도 좀 건지고 싶었는데.”


“어차피 살려둬도 마교에 대해서 말할만한 놈으로 보이진 않았네.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 근처에 다른 마교도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게다가 그분이라는 놈이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고. 영 꺼림칙하군.”


‘천마가 이런 곳에 어슬렁거릴 일은 없지.’


유위진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분이 바로 천마를 지칭한다는 것을. 그런 대법을 펼칠만한 이가 또 어디 있겠는가.


“일단 연극을 조금 더 해봐야겠군요. 정파가 향후 어떻게 움직일지 정도는 알아둬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마교도들의 동향도 살피는 것도 나쁘진 않고 말이죠.”


“계속 부딪칠 참인가?”


“이왕 칼을 뽑았으니 휘둘러보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후우...”


곽문철이 복잡한 심경을 담아 한숨을 내뱉었다.


“알겠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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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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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공지 [검명환생]-[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24.02.21 74 0 -
21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6 3 11쪽
20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8 4 12쪽
19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4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 16화 서안혈사(5) 24.03.01 92 5 11쪽
16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3 6 12쪽
15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3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8 4 11쪽
12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50 5 11쪽
11 10화 교토삼굴 24.02.24 162 5 11쪽
10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9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2 5 11쪽
8 7화 검의 울림 24.02.20 201 5 11쪽
7 6화 검보(劍譜) 24.02.19 216 5 11쪽
6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5 4화 타통 +2 24.02.18 263 6 12쪽
4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1 7 12쪽
3 2화 실전 24.02.15 317 7 13쪽
2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3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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