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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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최근연재일 :
20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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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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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서안혈사(3)

DUMMY



인간은 불의의 일을 목격하게 되면 몸이 굳어버린다. 물론 무인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단지 평범한 이들보다는 좀 더 허용치가 높은 뿐.


허나 너무나 평화에 젖어있었기 때문일까. 종남과 화산의 무인들은 눈앞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머리가 따라가질 못했다.


이름 높은 구파일방, 그 일원인 그들에게 누가 칼을 들이 대겠는가? 하지만 그렇기에 그들의 이러한 반응은 그 이름에 비하면 너무나 큰 손색이 있었다.


“이......이런 악독한.”


동문 중 한명이 검하고혼(劍下孤魂)이 되었음에도 아직도 행동에 나서지 않은 채 입만을 움직이는 그들을 보면서 누가 그들을 무인이라 하겠는가.


하지만 그들이 그런 굼뜬 행동을 하는 사이에도 마교로 분한 유위진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연거푸 날아드는 초식에 종남파의 무인들이 반사적으로 방어했다. 허나 창졸지간에 펼친 방어는 검초를 막아내기엔 너무나 미약한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악!!!”


비명이 연거푸 터지고 피분수가 주변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리고 유위진의 검이 다시 움직였다. 검광이 번쩍일 때마다 누군가의 사지가 떨어지거나 목이 달아났다.


그 모습은 마치 혈우광풍(血雨狂風)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미친 바람은 열 명의 목숨을 취하고 나서야 멈추었다.


수십에 달하는 무인들이 죽음 같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어딘가 현실성 없어 보이는 광경에 말문이 막힌 탓이리라. 허나 그들이 받아들이기 쉽든 어렵든 이미 일은 벌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무리 믿기지 않아도 이런 광경을 목도하고 그냥 물러나면 강호에 그들이 설 자리는 응당 없어지는 법.


“포위해랏!”


거친 음성이 돌연 튀어나왔다.


그 말을 듣자마자 좀 전까지 승냥이처럼 서로를 물려고 하던 화산과 종남의 무인들이 한 편이라도 된 듯 유위진 일행을 둘러쌌다.


“......네놈들이 뭐하는 놈들인지는 모르겠다만....사태는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혈채는 네놈들의 목숨만으로 치루기 어려울 터. 말해라! 어디서 온 놈들이냐!”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가장 고수인 유홍, 그가 입을 열었다. 더 이상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미치겠군. 네놈들이 쥐고 있는 그것은 부지깽이냐? 그도 아니면 이쑤시개?”


“뭐??!!”


분노한 탓인지 유홍의 눈꼬리가 꿈틀거렸다.


“떠들 시간이 있으면 검을 뽑아 달려들어라.”


“이놈이.......”


“뭐 하는 거냐? 보아하니 여기 있는 놈들 중 그나마 괜찮은 놈 같은데. 어서 검을 뽑지 않고.”


유위진의 부추김에 유홍이 자신의 검을 쳐다보았다.


‘검을 뽑는다? 순식간에 열 명이나 살상한 저놈을 상대로?’


게다가 한 놈만이 아니고 옆에는 같은 패거리가 있었다. 유홍은 암만 생각해도 이 상황에서 자신이 먼저 달려드는 것은 상책이 아니라는 생각만 들뿐이었다.


“젠장. 그나마 입이라도 여는 것이 다른 놈들과 달리 사내놈인 줄 알았더니. 허세만 가득 찬 놈이었군.”


계속되는 도발에 유홍의 사지가 떨리기 시작했다.


“후우우우우우.”


유홍이 인내심을 발휘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분노를 숨에 털어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보였다. 유홍은 숨을 다 내뱉고는 입을 열었다.


“어디서 온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들인 줄 모르겠다만 우리가 정파, 그것도 구파일방인 줄을 알고 이런 짓거리를 벌인 것이냐?”


“알아.”


“.....뭐?”


“안다고. 이 멍청한 놈아. 매화가 그려진 무복을 보면 모를까. 네놈들 중에 화산파가 있다는 사실을.”


유위진이 당당히 내뱉는 말에 유홍이 당황했다. 설마 하니 알면서도 이따위 짓을 벌였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그였다.


“그래서?”


“......”


유위진이 되묻자 유홍은 생각나는 말이 없었다. 어안이 벙벙해 말문이 막힌 탓이다.


“나 이거야 원. 결국 마지막에 의지한다는 것이 본신의 실력도 아닌, 자신의 속한 단체란 말인가? 무인은커녕 사내도 되지 못하는 놈들이군.”


“.......네놈!!!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들이 졸로 보이느냐?!!! 지금 여기 수십 명이 넘는 인원들이 모여 있는데 우리가 네놈하나 베지 못할까!!”


“병신....”


유위진의 거침없는 언사에 마침내 유홍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당당한 종남파의 일원 그것도 오대 장로의 막내 제자인 그가 언제 이런 말을 들어보았겠는가.


“벨 자신이 있으면 진즉에 검을 꺼냈어야지.”


유홍의 손이 마침내 검병을 쥐었다. 허나 아직도 무엇인가가 걸리는지 그의 손은 부들부들 떨며 검신을 뽑아내지 못했다.


“이런 등신을 보았나. 그렇게 상대가 안 될 것 같으면 꼬리라도 내리고 도망을 치던가....”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쳐라! 고작해야 세 놈이다. 구파일방의 일원으로서 이 모욕을 어찌 참을 것이냐!!!”


마침내 터져나온 유홍의 분노에 그 자리에 있는 종남과 화산의 무인들이 얼어붙었던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앗”


“쳐라!!!”


수십 명의 되는 인원이 달려들자 유위진은 옆에 있던 곽씨 형제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곧 세 명의 신형이 정파의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파캉! 캉캉캉!!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싸움을 알리는 것은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뜨거운 피가 사방에 뿌려졌다.


불과 이 각도 되지 않아 싸움은 끝이 났다. 수십 명의 신형이 바닥이 누운 채였고, 몇몇 이들은 기가 질려 꼼짝도 못하고, 또 몇몇은 달아나기도 했다.


“끄. 끄으에엑. 네...네놈들... 도....대체.”


숨이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한 유홍이 입을 열었다. 유위진인 그런 유홍과 시선을 마주했다.


“..허.....헉..헉....본....본문이 네놈들을 절대로 그냥 두...두지는 않을 것이다. 우! 우웨에에에엑!!”


“그거 잘 됐군. 마침 본 교에서도 따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거든.”


“보....본 교...라니.. 서.... 설마!!!”


유홍이 믿을 수 없다는 경악성을 외쳤다. 허나 유위진은 상대의 반응이야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담담히 직도를 들어올렸다.


“그러...ㄴ....”


푸우욱!


날카로운 직도의 칼날이 대기를 가르며 유홍의 가슴팍에 틀어박혔다.



***



유위진 일행과 마주하던 이들 중 몇몇은 그저 정신없이 도주했다. 그러던 와중 정신을 차려 대호상단으로 달려와 외쳤다.


“적이다!!!!!”


대호상단의 대문을 어거지로 열어제끼며 들어온 그들은 숨가쁘게 외쳤다.


“헉....헉헉....헉..”


그들이 숨을 몰아쉬는 동안 세 문파의 장로들이 빠르게 걸어나왔다.


“무슨 일이냐! 적이라니!”


“저....적입니다.”


“그러니까 어느 놈을 말하는 게냐.”


호장원(胡長原)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헐떡이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은 탓이다.


‘대 종남의 문하가....쯧.’


호장원에게 있어 지금 적이라는 단어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옆에 적량과 설청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 앞에서 제자의 행동으로 문파가 망신살을 뻗친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그것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벌써 수십 명이 죽었습니다.”


“뭣?”


호장원의 입에서 경악성이 흘러나왔다.


“수십 명이라니. 설마 이 주변에서 머물고 있던 이대 제자들을 말하는 게냐?”


“그....그렇습니다.”


“그들이 다 죽었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도대체 누가? 감히 어느 놈이 그따위 짓거리를 한단 말이야.”


호장원의 몸 주변에서 무형의 기파가 거세게 흘러나왔다. 그것은 내공을 운용한 것이 아니라 그저 기가 감정에 반응해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호장원은 적량과 설청우가 서 있는 곳으로 신형을 돌렸다.


“두 분, 아무래도 큰 일이 벌어진 것 같으니, 이 곳의 문제는 나중으로 미뤄두고 우선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하도록 합시다.”


호장원의 굳은 음성에 두 명은 저마다의 생각을 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답을 들은 호장원은 다시 본문의 제자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한 가지 묻겠다.”


“예...예!!!”


“본문의 제자들이 죽어나가는데 다른 구파의 무인들은 무얼 하고 있었던 게냐.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던 것도 아니고, 그 정도의 일이라면 응당 같이 협력을 했어야 하지 않느냐.”


“화산파의....제자들도 모두 죽었습니다.”


종남파의 이대제자는 설청우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뭐라?!!!!”


종남파의 제자들이 죽었다는 이야기에 내심 희희낙락하던 설청우였지만 화산의 제자들이 죽었다는 이야기에 대경실색했다.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이냐!!”

“저....정말입니다. 저도 간신히 살아남아 여기 온 것입니다.”


종남파 제자가 필사적으로 말을 하자 설청우가 그제야 종남파 제자의 모습을 살폈다. 설청우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무복 곳곳이 피에 젖어 있는 모습이었다.


콰앙!


설청우는 분을 참지 못하고 진각을 밟았다.


“.......하나만 물어보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적량이 나서 제자에게 물었다.


“예에..”


“종남과 화산, 모두 이대제자가 대략 사, 오십 명이 되는 걸고 알고 있는데 그들이 모두 죽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흉수는 몇 명이었나? 이 근방에 그 정도의 무력을 갖춘 방파는 없는 걸로 아는데. 대체 어떤 놈들 이길래.”


“세 명이었습니다.”


“세....명?”


그 말을 들은 세 명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차라리 고수가 한명이었다면 이렇게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디서 천둥벌거숭이 같은 은거고수라면 정리하기가 쉽겠지만 세 명이라 하면 결국 어지간한 무력을 갖춘 집단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들이 구파일방을 몰라보고 손을 쓴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결국 이것은 대놓고 쳤다는 이야기.


“두 분은 짐작 가는 데가 있소?”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적량이었다.


“그럴 리가 있겠소. 이 근방에 있는 문파들 중 이따위 짓을 벌일만한 곳은 한곳도 없소. 애초에 대호상단이 막대한 금력으로 이 근방의 문파들을 다 제압하지 않았소.”


“.......좋지 않군. 도대체 어떤 놈들인지는 몰라도.....나쁜 예감이 드는구려.”


호장원의 말에 설청우가 화를 냈다.


“허어.....지금 예감이 문제요? 지금 땅에 떨어진 체면을 어떻게 주워야 할지 생각해도 모자랄 판에.”


“일단 흉수가 일을 벌인 현장으로 가보도록 합시다.”


적량이 두 사람의 사이를 중재하고 나서야 세 사람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유위진과 곽 씨 형제는 대부분의 인원을 참살하고 더 이상 대적할만한 이들이 없게 되자 누가 말을 꺼내는 일도 없이 바로 자리를 피했다.


셋의 행색은 자못 특이해 자리를 떠나는 와중에도 중인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허나 검은 무복과 삿갓에 더해 얼굴의 아래쪽을 가리는 복면까지 하고 있기에 이들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자는 없었다.


현장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며 인적이 드물어지자 곽자명이 입을 열었다.


“이쯤이면 되지 않겠나?”


“아아....그렇군요.”


“덕분에 꽤나 재미있었네. 쥐뿔도 없는 놈들이 언제나 문파의 비호 아래 거들먹거리더니. 크하하하하핫.”


정파에 꽤나 울분이 쌓여있었는지 곽자명은 시원스럽게 웃었다.


“헌데 괜찮겠나? 혹시라도 들킨다면 구파일방이 자네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텐데...”


곽문철은 변장에 사용했던 복장을 벗으며 얘기를 꺼냈다.


“뭐 나름대로 생각해둔 것이 있으니 두고 보시면 아실 겁니다.”


유위진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자신만만한 그 모습에 곽자명이 다시 한 번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하. 자네가 아니면 또 언제 이런 복을 누리겠다. 자네만 믿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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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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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공지 [검명환생]-[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24.02.21 74 0 -
21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6 3 11쪽
20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7 4 12쪽
19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4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17 16화 서안혈사(5) 24.03.01 91 5 11쪽
16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3 6 12쪽
»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3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7 4 11쪽
12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49 5 11쪽
11 10화 교토삼굴 24.02.24 161 5 11쪽
10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9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2 5 11쪽
8 7화 검의 울림 24.02.20 201 5 11쪽
7 6화 검보(劍譜) 24.02.19 216 5 11쪽
6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5 4화 타통 +2 24.02.18 263 6 12쪽
4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0 7 12쪽
3 2화 실전 24.02.15 317 7 13쪽
2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3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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