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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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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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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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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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교토삼굴

DUMMY



“처음부터 이상했지. 특히나 네놈.”


곽자명이 손으로 유위진을 가리켰다. 자신을 가리키자 유위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뭐?”


“한 놈은 입에서 단내를 풍기다 못해 지쳐 죽어 가는데 한 놈만 멀쩡하다고? 게다가 한 놈을 업고 절벽을 오른다? 네놈 같은 어린놈들 중에 그럴만한 이들은 별로 없지. 어디냐?”


“응?”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발뺌할 셈이냐? 남궁, 형산, 해남 중 어디냐. 네놈만한 이를 길러낼 곳이라면 그곳들 말고는 없다.”


“굵직한 곳들만 골라서 연을 맺었나보군. 미안한데 잘못 골랐어.”


“하. 말로는 무엇인들 못할까. 허나 아무리 발뺌을 하려해도 익힌 무공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 네놈이 펼치는 무공을 보면 금세 탄로날 일이다.”


“그래? 마침 잘 됐군.”


스르르릉


유위진의 허리춤에서 용연이 눈부신 검광(劍光)을 발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궁금했거든. 내가 얼마만큼 강해졌는지 말이야.”


“이 애송이가.....후욱.....그래서 할 말은 끝났나?”


“뭐. 그럭저럭.”


유위진이 장난스레 대답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저 토해내라. 네놈의 유언이니.....말이다!”


곽자명이 외침과 동시에 유위진을 향해 뛰어들었다.


눈앞에서 시퍼런 검광이 토해짐에도 곽자명은 물러나는 일이 없었다. 오히려 검보다도 짧은 거리에서 계속해서 검초를 뚫어내고 있었다.


곽자명의 신법과 보법은 놀라운 것이어서 유위진의 검초에 상처하나 입는 일 없이 계속해서 초식을 펼치고 있었다.


아차하면 유위진의 검날에 베일 법한 상황에서도 지법과 장법으로 검광을 토해내는 유위진의 검초와 팽팽히 맞서는 것이 고수라 불릴 법했다.


검을 휘두르기 어려운 거리에서 계속해서 자신의 거리만을 유치한 채로 가하는 노련함에 유위진이 마음속으로 결단을 내렸다.


검을 놓고 뒤로 물러나려고 마음먹은 순간, 검이 몸을 떨었다.


동시에 유위진의 뇌리에 상(像)이 순차적으로 밀려들어왔다.


‘큭.’


순식간에 밀려드는 단편적인 장면들이 마치 흐르듯이 이어졌다. 동시에 유위진은 바로 느꼈다. 이것은 미래라고. 강제적인 미래의 예지.


자신이 사용하고자 했던 공격방법이 아닌 그저 검을 이용한 초식.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오지 않았다면 답은 하나뿐이었다.


검. 용연(龍淵).


지금 검이 자신에게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자신을 강제하려 하고 있었다.


유위진은 마치 검이 말을 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하면 상대의 공격을 와해시킬 수 있는데, 나를 내버리고 공격을 한다고?]


‘어지간히 고집스런 놈이군. 아니 자긍심이 강한 건가?’


고민은 잠시, 유위진은 검이 보여준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검심초현(劍心初現).


절세의 초식이라고 할만한 검초가 유위진의 손에서 두 번째로 발휘되었다.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검날은 장법의 그림자를 순식간에 지워버리며 곽자명의 손을 뚫어버렸다.


“읔....큭...”


곽자명은 손을 부여잡으며 세 발자국을 물러났다. 그가 왼손으로 오른손의 상처를 부여잡았음에도 피는 넘치듯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잠시간의 대치 상태. 피가 바닥을 적시던 중 곽자명이 급하게 물러났다.


“흥.....안 되지.”


유위진은 곽자명은 뒤쫓으며 마운괄에게 살며시 말했다.


“기다리고 있어.”


갑작스런 싸움과 유혈에 마운괄은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곽자명은 암자 뒤로 향해 가더니 위로 뛰어올랐다.


‘엇.’


유위진은 그 순간 곽자명이 자살이라도 하려는가 싶어 놀랐지만 곽자명의 아래로 떨어지는 없었다.


곽자명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리더니 손을 계속해서 앞으로 이동시켰다. 마치 줄을 붙잡고 있는 듯이.


‘......얇은 줄인가?’


유위진은 이대로 놓칠 수는 없기에 곽자명이 하던 그대로 따라했다. 얼마 전부터 할 수 있었던 기감의 확장 덕분이었다.


기의 그물을 사방에 퍼트린 채 주위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 줄이라도 하더라도 유위진의 이목을 피할 순 없었다.


유위진이 바짝 쫓아오는 것을 본 곽자명은 은사에 의지해 다른 절벽에 오르자마자 은사가 말려있는 부분을 장법으로 부수기 시작했다.


‘쳇.’


절벽과 절벽을 이어주는 은사가 떨어진다면 그대로 추락사이기에 유위진이 혀를 찼다.


쾅!


장법에 은사가 말려있는 상자가 박살나고 은사가 풀리려는 순간, 유위진이 붙잡고 있던 은사를 강하게 잡아당기며 위로 뛰어올랐다.


스르륵.


은사가 풀리며 절벽을 이어주던 길이 사라졌다. 허나 외적을 추락사 시키려던 행위는 성공하지 못했기에 곽자명은 식은 땀을 흘렸다.


“......제법이군.”


“꽤나 치졸한 방법을 쓰는군 그래.”


“네 놈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 이제 내려갈 길도 없다.”


“그래? 그러면 암벽을 잘 내려가는 수밖에 없겠네?”


“이...이...빌어먹을 놈이.”


“왜 그래. 마저 끝을 봐야지.”


유위진의 도발에도 곽자명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흥이 깨지는군. 쯧.”


“뭣?”


유위진에 갑작스런 말에 곽자명이 의문성을 터트렸다.


“당신이 여기까지 도망친 이유. 내가 모를까봐? 당신은 도망친 거야. 내 검격 한번에 자신의 공세가 꿰뚫리고는....승산을 없다고 생각한거지.”


“.....닥쳐!”


곽자명은 마지막 오기를 불태우며 달려들었다.



***



파앗!


“헷!!!”


눈을 노리는 지법이 유위진의 머리 옆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유위진이 반대로 든 검으로 곽자명의 턱을 날렸다.


검자루에 턱을 엊어 맞고 흔들리는 곽자명이 보법으로 파고들기 위해 무릎을 굽혔다.


“안 되지. 가까이 파고들면 내 거리가 아니잖아.”


유위진의 미리 올려둔 발에 곽자명은 전진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이 밀려났다.


“크윽.”


쓰러지려는 곽자명에 유위진이 검날로 곽자명의 목줄기를 찍었다.


콰당!


나름대로 고수로서 명성을 날린 곽자명이 말 그대로 농락당하고 있었다. 승부의 세계는 짐승들의 세계와 일견 통하는 데가 있었다. 본 실력을 발휘한다면 그렇게 녹록치는 않을 곽자명은 단 한 번의 공방에 기세가 꺾여버린 탓에 자신이랑 별 반 차이나지도 않은 유위진에게 밀리고 있는 것이었다.


힐끔.


쓰러진 곽자명의 눈길이 향한 곳을 유위진이 쳐다보았다. 이 절벽에 있는 또 하나의 암자였다.


“아무래도 이상하군. 온전히 집중을 하지 못한 것도 같고. 여기에 무언가 소중한 게 있나 보지?”


말은 그렇게 해도 유위진은 안에 무엇이 있는가는 훤히 예상하고 있었다. 곽자명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어도 이 근방, 이맘때에 명월협에서 소문난 고수는 첩혈삼객들 밖에 없었다.


자신이 전생에 본 셋 째의 얼굴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걸로 볼 때 분명 첩혈삼객 중 첫 째 아니면 둘 째 일터.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 했던가? 그렇게 따지면 여기는 두 번째 굴인가. 도대체 굴속에 뭘 숨겨두고 있는지 봐야겠군.”


그 순간이었다.


곽자명이 품에서 호각을 꺼내 분 것은.


삐이이이이익!!!!


드넓은 창공을 호각소리가 메웠다.


“흠....”


유위진이 뒤를 돌아 곽자명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더 있나보군. 혼자 지내지는 않는다더니”


“그래. 그 말대로다.”


갑작스럽게 암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막내야. 미안하다.”


끼이이이익.


암자의 문이 비명을 지르며 열렸다.


“쿨럭.”


암자에서 튀어나온 남자는 마치 폐병쟁이 환자마냥 피를 토했다.


“.......”


“퉷. 형님.....이놈 혼자입니까?


“한 놈이 더 있긴 하지만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잡어였다. 이....이놈만.”


“알겠습니다.”


암자에서 튀어나온 남자는 방문 구석에 걸려있는 창을 집어든 채로 비틀거리며 걸어나왔다.


‘그다!’


유위진은 전생에서 봤던 그임을 알 수 있었다. 노년의 모습으로 만나긴 했지만 차라리 지금보다 그때가 더 생기 있던 모습을 보면 온전치 않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애송이, 이름이 뭐냐.”


“유위진.”


“그래.....쿨럭.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다만....그냥...죽어라.”


번쩍.


순식간에 유위진에게 달려드는 첩혈삼객의 막내가 창을 치켜 올리며 휘둘렀다. 온전치 않아 보이는 환자라곤 생각도 할 수 없는 빠르기였다.


보법은 물론, 창날의 빠르기까지.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였다. 유위진 또한 그 섬뜩함에 몸을 떨었다.


물론 그것이 단순한 공포로 인한 것은 아니었다.


‘이거다!’


인간인 이상 눈앞에 강한 상대가 있다면 공포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기쁨을 느끼는 것이 바로 무인. 그렇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 슬픈 생물이 바로 무인이다.


그렇기에 유위진 또한 생사의 위기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 환희를 느꼈다.


‘이 긴장감. 이것이 없다면 말이 안 되지.’


“그리운 냄새다...”


“.....”


“이런 싸움의 냄새 정말 오랜만이군. 가자.....용연!”


“미....친 놈.”


환하게 웃으며 달려드는 유위진을 보던 곽자명의 입에서 욕이 흘러나왔다. 허나 그와는 대조적으로 첩혈삼객의 막내, 곽공철(霍公哲)은 담담히 유위진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창을 들어 창법을 펼쳤다.


사방이 삼장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일장 길이의 창이 계속해서 휘둘러졌다. 손의 반경, 허리, 전신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면 마주하는 측에서는 이 장이 넘는 길이로 느낄만한 솜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위진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드넓은 산에서 펼쳐지는 표효는 지나가던 새들을 피해가도록 할 만큼 소리가 컸다.


창과 검의 대결. 간격과 간격의 싸움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창날의 간합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유위진에게 승리란 없기에 계속해서 나아갔다.


창날, 창대와 검날이 부딪치며 수많은 불꽃을 낳았다. 바람소리 또한 생겨났다. 마치 푸른 하늘이 둘의 싸움을 에워싸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강렬했다.


지켜보던 곽자명은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승세는 자신의 동생에게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속도, 힘, 경험, 초식 무엇 하나 자신의 동생이 밀리는 것이 없었지만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단 한 가지. 압도적인 기세라고 해야 할까. 유위진을 보고 있자면 시선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다 해도 자신의 동생이 지리라고는 결코 생각지 않았다. 수많은 고수들을 이겨온 동생이 아니던가.


“후욱...후욱.”


유위진의 입에서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계속해서 자신의 간합을 차지하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유위진은 계속해서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런 유위진을 계속해서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유위진의 열이 마침내 곽공철에게도 옮았다.


그가 시퍼렇게 죽은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띄우더니 이내 창을 들어 창술을 흔들며 말했다.


“와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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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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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공지 [검명환생]-[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24.02.21 74 0 -
21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6 3 11쪽
20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7 4 12쪽
19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4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17 16화 서안혈사(5) 24.03.01 91 5 11쪽
16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3 6 12쪽
15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3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8 4 11쪽
12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50 5 11쪽
» 10화 교토삼굴 24.02.24 162 5 11쪽
10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9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2 5 11쪽
8 7화 검의 울림 24.02.20 201 5 11쪽
7 6화 검보(劍譜) 24.02.19 216 5 11쪽
6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5 4화 타통 +2 24.02.18 263 6 12쪽
4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0 7 12쪽
3 2화 실전 24.02.15 317 7 13쪽
2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3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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