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최근연재일 :
2024.03.05 10:43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003
추천수 :
111
글자수 :
107,562

작성
24.02.29 11:42
조회
112
추천
6
글자
12쪽

15화 서안혈사(4)

DUMMY

곽자명은 정파를 친다는 것에 감정이 격앙된 나머지 자질구레한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에 반해 곽문철은 냉정하게 사태의 추이가 어떻게 흐를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둘 다 무공을 펼치는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곽문철은 대범하면서도 과감한 초식의 운용을 하는 것과 달리 매사에 신중했다.


그와 정반대로 곽자명은 어떻게 보면 소심하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싸움 속에서 안전한 초식만을 골라 사용하는 것과 달리 평소에는 자질구레한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었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유위진은 형제임에도 꽤나 닮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가. 마교라는 존재를 아직 어린 자네가 알고 있다는 것도 신경 쓰이기는 하네만. 지금은 묻지 않겠네. 지금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 가지. 그렇지 않나?”


“예. 물론입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물어야할 것 같군. 자네가 그랬지? 서안에서의 조짐이 좋지 않아서 한바탕 소란을 벌이자고. 나도 형도 정파에 대한 원한이 있으니 여기까지 따라왔네만. 자네의 목적은 뭔가. 그냥 자네의 언행을 보면 단순히 정파를 골탕 먹이자는 뜻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소리냐 문철아.”


곽자명은 동생의 갑작스런 말에 의문을 표했다.


“......”


허나 곽자명은 형의 부름에도 답하지 않고 그저 유위진을 응시할 뿐이었다.


“미래....지금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서...라는 걸로는 부족하겠습니까?”


유위진의 그 말은 전생자이자 회귀자인 그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말은 상대에게 전혀 전해지지 않았다.


“......그런 애매모호한 답변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네.”


‘이걸로는 역시 안 되나...'


“자네만한 인물이 무림에 등장했다면 한 번쯤은 우리 귀에도 들려왔을 터. 헌데 그렇지는 않지. 또 강호에 성명(成名)을 하려고 했다면 이런 연극 따위를 했을 리도 없고 말이야. 허면 생각나는 건 정파에 원한이 있는 경우정도인데 자네의 눈이나 언행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고. 설마하니 단순한 흥미 본위라는 것도 아닌 것 같고...도대체 뭔가?”


“....”


생각보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곽문철을 보면서 유위진은 생각을 정리했다.


‘전생하고는 전혀 다르군. 어디까지 말해야 하나...’


“자네가 우리 형제를 구해준 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네. 어차피 자네가 아니었으면 죽었을 몸, 내 목숨 정도는 자네에게 맡길 수 있다.....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라네. 나나 형이나 죽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네.”


“.......”


유위진은 잠자코 상대의 말을 기다렸다.


“우리 둘을 탈출시키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돌보지 않은 형님이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다네. 큰 형이 저렇게 누워있는데 우리가 어찌 죽을 수 있겠나. 그러니....부탁함세. 적어도 자네가 이러는 이유를 말해야 우리가 어디까지 같이 할 수 있는지를 정할 수 있네.”

“......우연히. 아주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마교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은 결코 그냥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무슨 소리인가. 설마하니 마교가 앞으로 횡포를 부릴 것 같아서 이런 행동을 했다는 말인가? 정파에게 그것을 알리려고?”


“뭐....그것만은 아니긴 합니다만....그 이유도 있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군. 그렇다면 밀서라도 전하면 될 것이 아닌가. 자네의 행동은 말이 되질 않아.”


“밀서라....그것이 과연 소용이 있을까요?”


유위진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무슨 소리인가. 마교는 무림의 금기, 불문율과도 같다네. 그 강력함에 이끌린 이들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두려워 정파 스스로 그에 대해 봉인한 것이지 않나.”


“마교와 싸웠던 그때의 경각심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제가 이런 연극을 할 필요가 없지요. 허나 그들이 지금 그대로라고 생각하십니까?”


“......과연.”


곽문철은 그제야 유위진이 무엇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는지, 왜 지금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랜 평화에 안주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만이 최고라고 하는 오만함에 찌들대로 찌든 지금의 정파이기에, 저는 무림맹에게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유위진이 쐐기를 박듯 말했다.


“이해했네. 헌데 자네는 마치 마교의 실력이 어떤지를 알고 있는 것 같군. 자네의 행동은 정파가 지금 이대로라면 패배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게다가 아주 용의주도하기도 하고. 아마 우리가 상대한 이들은 정파에서 이대제자 내지는 삼대제자 정도의 수준. 겉으로 보면 오십 명이나 되는 인원을 잃었다고 볼 순 있으나 각 문파의 실질적인 정예들은 아니지. 즉 적당히 경각심을 줄만하게 일을 벌인 거야. 그렇지 않나?”


“예 뭐...”


“그래서 더욱 궁금해지는군. 자네가 무엇을 근거로 그런 생각에 이르렀는가를 말이야. 내가 알기로는 이제는 무림을 반쯤 은거한 이들이나 그들에 대해 기억하는 정도라고만 알고 있네.”


“.....”

‘어떻게 한다...’


핵심을 찌르는 곽문철의 말이었다. 동시에 유위진을 다시 고민을 하게 만드는 말이기도 했다. 허나 고민은 짧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뭐가 말인가.”


“정파가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닫게 된 이유 말입니다.”


“.......설마 자네는 지금 저 상황도 마교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가?”


“십중팔구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거짓말이지만.’


유위진은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 전생의 그는 삼류 무사였기에 이런 강호의 사정에 상세히 알고 있지는 않았다. 단지 어느 정도 그러지는 않을까 하는 심증은 있지만. 단지 적어도 자세히 파고드는 곽문철을 위해서 이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좋아. 재미있어. 아니....자네에게 흥미가 솟는다고 해야 되나? 처음에는 밑도 끝도 없이 징조가 좋지 않다고 말해서 그저 공명심이나 원한인가 싶었는데 말이야. 그 징조가 마교였다니...사실 이 정도로 정파 놈들을 뒤흔들어 놨으니 이제 공동이나 곤륜에 올라도 되겠다 싶었지만 자네가 그렇게 말하니 지켜보고 싶어지는군. 서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



서안에 머무는 세 문파의 책임자들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생존자들의 입에서 교라는 말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교?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마교였다.


“미치겠군. 난데없이 마교가 튀어나온다고?”


호장원이 격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책임자 셋 모두 그저 대호상단의 지분을 위해 이대제자만을 데려온 상황이었다. 그들 자신의 무위도 문파 안에서 썩 대단한 것도 아니기에 그들로서는 위험한 상황이기에 무리는 아니었다.


“빌어먹을.....하필이면 이런 곳에서 마교라니..”


설청우 또한 마찬가지로 화를 냈다.


“큰일이군.”


“공동파의 인원은 현재 몇이나...”


적량이 입을 열자 공동파에 생각이 미친 호장원이 물었다.


“......오십 명을 데려왔소. 허나 큰 기대는 안하는 게 좋을 걸세.”


“삼 인조라고 하지 않았소? 그정도면야 우리 셋과 공동파의 제자들까지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소?”


성격 급한 설청우가 생각나는대로 말을 꺼냈지만 적량이 고개를 저었다.


“너무 섣부른 생각 말게. 그들이 정말로 삼인조 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 않나. 그저 모습을 보인 게 세 명뿐인 거지.”


“......”


“게다가....”


“또 뭐요? 적 장로.”


“그들의 실력이 미지수라는게 문제지. 과연 서안에 내려온 세 문파의 인원들만으로 그들 셋을 잡을 수 있는지 말일세.”


이 셋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답게 어느 정도 마교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적량이었다.


“......확실히.”


“허면 어떻게 하자는 거요. 설마 본산에 연락이라도 하자는 거요?”


“그것도 한 방법이지.”


호종원과 적량의 태도가 미온적인 것에 비해 설청우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공을 세우고자 자진해서 내려온 그였기에 이런 일로 본산을 부르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허면 본산에서 인원들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씀이오?”


“....으음.”


적량이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는 게 낫지 않겠소?”


“......본산에 연락을 취한다 해도 일 개월 정도는 기다려야 할 판인데, 그때까지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하자는 거요?”


“.......”


“강호의 동도들이 서안의 세 문파들을 어떻게 생각하겠소. 아니지, 그 이전에 우리의 명예가 어떻게 되겠느냐는 말이오.”


“........”


설청우는 역린을 건드리고 있었다. 구파의 일원이라면 누구나가 가지고 있을 역린. 그것은 명예였다.


모든 강호인이 신경 쓴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그들에게 중요한 가치가 바로 명예였다. 하물며 오랜 평화 속에서 정파인들의 자부심은 이미 허영심으로 변했다. 그 허영심은 결코 그들이 가만히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일단 수색은 하면서 어떻게 할지를 정하는 게 어떻겠소..”


적량의 말에 둘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결국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노예였다. 허영심과 명예욕의 노예. 그리고 그것은 유위진이 생각한 대로였다.



***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군.”


객잔으로 돌아온 곽자명이 방에 들어오며 유위진에게 말했다. 유위진 일행은 계속 돌아가며 동향을 살폈기에 정파의 움직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너무 노골적으로 움직이고 있더군. 자네의 예상대로야.”


“그렇군요.”


유위진은 그저 담담히 객잔 밖을 쳐다볼 뿐이었다.


“허면 어떻게 하겠나?


곽문철이 물었다. 그는 말하고 나서 자신이 유위진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유위진이 앞으로 어떤 일들을 벌일지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고, 강호에서 어떤 위치의 인물이 될 지 말이다.


“좀 더 흔들어야겠군요.”


“흔들다니?”


“바로 움직이는걸 보면 본산에서의 지원은 없이 움직이는 거겠죠. 그러면 과연 공동파의 제자들만으로 마교를 당해낼 수 있을지 시험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두 문파와 같은 실력의 제자들이라면 이쪽에서 경고를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혹시나 이 근처에 있을 마교의 유인도 겸해서 말이죠.’


속과 겉이 전혀 다른 유위진의 계획이었다.


“좋아 그럼 움직여볼까?”


이날을 기점으로 유위진 일행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때로는 밤에 습격을, 때로는 순찰을 도는 공동파의 제자들을 점혈로 기절시키기도 했다. 마치 약 올리듯이 말이다.


그렇게 몇 번이고 농락당하자 세 명의 책임자들은 물론 제자들까지 지금 서안에 있는 마교도들이 자신들을 상대로 농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위진 일행의 습격이 시작되고 나서 이주일이 되는 날이었다. 삼대 제자들의 수준으로는 아무리 경계를 한다고 해도 곽문철만한 고수의 은밀한 습격은 벗어날 수 없기에 이 날도 습격은 성공적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도망친 후 언제나처럼 복장을 벗으려는 그들을 누군가가 습격하기 전까지 말이다.


계획했던 일이 예상대로 끝나면 누구나가 풀어진다. 그것은 곽씨 형제도 마찬가지였고 습격은 너무나 은밀했다.


우거진 숲 속에서의 습격이 행해진 것이다. 그 덕분인지 곽문철을 제외한 두 명이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어둠 속에서 행해진 점혈은 모두 열 넷. 곽문철만이 자신에게 가해진 점혈을 피해냈다.


“호?”


습격자가 예상 외라는 듯이 감탄성을 내뱉었다.


“제법이군. 어중이 떠중이는 아니라는 얘기인데......그나마 좀 낫다고 해야 되나?”


습격자는 계속해 여유롭게 말을 걸어왔다.


“.......”


곽문철은 뻣뻣하게 굳어버린 일행들을 보고 표정이 굳었다.


“상황은 대충 이해가 됐겠지? 한번만 묻지. 네놈들은 누구냐. 어떻게 본교에 대해서 알고 있나?”


“그 대답은 이쪽에서 해도 되나?”


뒤편에서 갑작스레 목소리가 들려오자 습격자는 흠칫 놀랐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지 공지 24.03.07 32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 [검명환생]-[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24.02.21 74 0 -
21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6 3 11쪽
20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7 4 12쪽
19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4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17 16화 서안혈사(5) 24.03.01 91 5 11쪽
»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3 6 12쪽
15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2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7 4 11쪽
12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49 5 11쪽
11 10화 교토삼굴 24.02.24 161 5 11쪽
10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8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2 5 11쪽
8 7화 검의 울림 24.02.20 201 5 11쪽
7 6화 검보(劍譜) 24.02.19 216 5 11쪽
6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5 4화 타통 +2 24.02.18 262 6 12쪽
4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0 7 12쪽
3 2화 실전 24.02.15 317 7 13쪽
2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2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1 8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