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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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최근연재일 :
20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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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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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화 혈투의 결말

DUMMY

알고 싶었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것을 검에 바쳤을 때 내 힘은, 나는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죽더라도 고수가 되고 싶었다.


비록 검을 쥐게 된 것이 내 의지가 아니었을지언정

검을 휘두르는 것만은 내 선택이었다.


검과 타인의 무기와 부딪칠 때마다 느껴지는 생의 실감.

몸의 일부처럼 느껴왔던 검이다.


수많은 생과 사의 고비를 함께 넘어왔던 검이었고, 나를 다시 살게 해준 것도 검이었다.


지금의 나는......나는 강해졌다. 강하다.


“하핫!”


창과의 싸움, 계속해서 밀리는 유위진이 온 몸에 피를 흘리며 그저 앞으로 나아갔다. 미소를 띤 채.


생각해보라, 피칠갑을 한 채로 달려드는 남자가 눈앞에 있다고 한다면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유위진을 지켜보는 곽자명 또한 당연히 소름이 끼쳤다.


창날이 지나갈 때마다 상흔이 새겨지고 있음에도 굴하지 않고 전진해오는 적.


승패가 어찌 되었든, 그런 광기에 물든 적과는 싸우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이것은 아무리 고수라고 한들 대부분의 이들의 생각이 그러할 것이다.


유위진 지금 그만큼 이 싸움에 몰입하고 있었다.

검계결(劍啓訣)에 모든 역량이 향해서 성장하지 못했던 만큼, 쌓여왔던 울분이 지금에 와서 풀리고 있는 것이다.


스승과 싸울 때도, 곽자명과 싸울 때도, 다 타오르지 못했던 심지가 타올랐다. 삼류와 이류였던 자신이 지금. 고수와 싸우고 있었다는 그 생각에 도취된 채로.


유위진은 스승이 자신과 싸울 때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 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곽공철과의 싸움이 더 없이 기쁜 유위진이었다.

설사 그것이 검에 베이는 순간이 계속되어도 말이다.


변환이 자유자재인 창날이 계속해서 유위진의 살을 가르고 베었다. 허나 그럼에도 곽공철은 자신이 이기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놈. 위험하군.’


초식은 단순했다. 허나 가끔씩 이질적인 검초가 섞여 있음을 곽공철은 알아챘다. 그리고 그 이질적인 초식이 행해지는 빈도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설마하니 지금 싸우는 도중에.....성장을 하고 있는 것인가?’


사정이 어떻든 간에 오래 싸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여긴 곽공철이 조금 더 공력을 끌어올렸다.


창날과 검날이 계속해서 휘둘러졌다. 좁은 공간에서의 응수.

양 자는 연신 위치를 바꿔가며 싸웠다.

네 개의 다리가 계속해서 보법을 밟고, 박차고, 교차했다.


곽공철은 좀 전까지 더한 공력을 사용했음에도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밀리기 시작했다. 검초가 마치 자신의 초식의 빈틈을 알고 있다는 듯이 간간히 꿰뚫기 시작했다.


사악.


대기를 비단결처럼 가른 검초가 곽공철의 뺨까지 갈랐다.


‘.......잠재된 재능인가?’


곽공철은 자신의 뺨에 흐르는 피를 슬쩍 닦아내며 생각했다. 지금처럼 실력이 있다면 앞선 교전에서 저렇게 상처 입을 리는 없을 터.


‘공력이야 애송이치고는 상당한 편이지만...’


곽공철은 승부를 가리기 위해 유위진을 품평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가 신경 쓰이는 것은 간간히 튀어나오는 검초였다. 마치 틀에 박히지 않은 무형의 초식처럼 펼쳐지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전력을 다해 눌러버린다!’


결심을 한 곽공철이 팔 성의 내공을 끌어올렸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그가 운용할 수 있는 최대치의 내공이었다.


유위진은 상대의 기세가 끌어올리자 지금 이 순간이 갈림길이라는 것을 느꼈다.


‘지금!!!’


무수히 쏟아지는 창날 속에서 보이는 초식의 허실.


유위진은 이것이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용연에 보여주는 것인지 구분할 수도 없었지만 지금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검로를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곽공철이 행하는 초식의 허실이 보인 유위진은 주저없이 창날의 물결에 몸과 검을 던졌다.


검심초현(劍心初現)


천지를 요동치게 할 듯한 검세가 그대로 창날의 그물 속으로 쏟아졌다.


검령의 근본은 수많은 싸움 속에서 태어난 정령이다. 그런 검의 정령이 보여주는 초식의 궤도는 순식간에 곽공철의 초식을 와해 해버렸다.


탕! 캉!! 채애앵!!!


수많은 격돌음이 한순가에 귓가를 울렸다.


“아무래도 내 승리인 것 같은데?”


유위진의 입에서 오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유위진의 검은 곽공철의 어깨 위에 올려져있지만 곽공철의 창은 검의 아래에서 눌려 있었다. 그것도 두 갈래로 갈라진 채로.


곽공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네 승리다.”


“공철아!!!”


안타깝게 외치는 곽자명과 달리 곽공철은 납득한 기색이었다.


‘이 녀석 정도라면 내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해.’


죽음을 각오한 곽공철이 눈을 감았다.


스윽.


허나 일은 두 형제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무슨 짓이냐.”


“무슨 짓이라니?”


유위진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 입안까지 피가 흐르고 있었기에 섬뜩하게 보였지만 말이다.


“네놈...문파까지 우리들을 데려갈 생각이더냐? 이만하면 충분할 텐데. 무인답게 여기서 끝을 맺어라.”


“뭔가 착각을 하고 있나 보군.”


“뭐?”


“난 당신들을 쫓아온 게 아냐.”

‘찾아다닌 것은 맞지만 말이야.’


“그럼 너는 도대체...”


“그러니까 착각이라고. 나는 내 입으로 남궁, 형산, 해남이라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을 텐데. 부정도 했고 말이야.”


“......”


곽공철이 그의 형을 쳐다보자 곽자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여기까지 수행을 하다 왔다고?”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곽자명이 물었다.


“그럼 그렇게 이름 높은 대문파의 제자가 자신의 출신을 부정하는 걸 본 적이 있소?”


그 말 대로였다. 자신의 출신을 부정하는 것은 사파에서나 행하는 일. 자긍심이 높은 정파인들은 그러한 짓들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


곽자명은 자신의 착각 탓에 벌어진 일임을 깨닫고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미안하네. 잠시 우리들이 착각한 모양이군.”


곽공철이 정중히 사과했다.


“쯧.”


유위진은 혀를 차는 척 했다. 연기였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지도 모른다고 상정하고 이들을 찾은 것이기 때문에 딱히 불쾌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행할 일을 위해선 필요한 일이었다.


“그것 참 편리한 해결방법이군. 덮쳐놓고 미안하다는 말로 다 때울 수 있다니 말이야.”


“.......정말 미안하네. 우리가 쫓기는 동안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졌던 것 같네. 소형제.”


“으......우웨에에에에에엑.”


유위진과 곽자명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곽공철이 참았던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그는 중독된 상태에 더해 싸움 속에서 입은 내상까지 더해져 제대로 서 있을 수 있는 상태조차 아니었다.


털썩.


쓰러지려는 곽공철은 부축한 곽자명이 암자 안으로 곽공철을 옮겼다.


“미안하네. 아무래도 독이 도진 것 같군.”


“이거야 원. 그러니까 나는 중독된 병자와 싸웠던 건가.”


유위진이 일부러 과장된 행동을 보이며 말했다.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말하는 그의 행동은 너무나 그럴듯해 보였다.


“......자네에게 사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보다시피 그럴 형편이 아니라네. 후에 반드시 찾아가 사죄하겠네.”


“내 귀에는 나중에 찾아와 살인멸구 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무슨 소리인가. 아무리 우리가 각지를 떠돌아다니며 원한 관계를 많이 맺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승부에서 지고 덮쳐온 이들 때문이지. 우리 스스로 누군가를 핍박한 적은 한 번도 없다네!!”


“어허라....분명 조금 전까지 내 목이 간당간당했던 것 같은데.”


“그.....그것은...”


유위진이 날리는 말의 비수에 곽자명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래서 안의 저 양반은 독 때문에 그러는 거요?”


곽자명은 동생이 있는 암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네....상황이 정리되면 내 자네를 반드시 찾아 사죄하겠네.”


“흠....혹시 여기에 있던 게 숨어 있는 게 아니고 해독을 위한 약초 때문에 있던 것 아니오?”


유위진은 곽자명의 사과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자신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어떻게....그걸.”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약초 냄새가 진동을 하던데 당연한 것 아니오??”


“그 말 대로라네.”


곽자명은 순순히 인정하며 품속에서 약초들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 근처에서 자생하는 약초들을 복용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형편이라네. 아무리 찾아-”


풀썩.


곽자명이 꺼낸 약초 위에 약초들이 무더기로 떨어졌다.


“이것들은...”


“헤매던 도중에 우연히 찾은 것들이오. 찾는 것들이 있소?”


곽자명은 유위진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약초꾸러미를 살폈다.


“처....천..천문초(天門草)!!”


곽자명은 혀뿐만이 아니라 손까지 떨며 약초 하나를 들어올렸다.


‘역시 전생의 곽공철이 말한대로였군. 긴가민가했는데...’


“어...어디서 이걸 찾았나?”


“글쎄....그냥 헤매다 범상치 않게 생겨서 주은 것뿐인데.”


‘곽공철 그 늙은이가 치매처럼 맨날 떠벌리던 것인데 어째 제대로 찾긴 한 모양이군.’


“이.....이..거..”


곽자명은 떨리는 손으로 약초를 들어올렸다.


“아아. 난 필요 없으니 마음대로 사용하시구려.”


곽자명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암자로 들어가더니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느낌이군. 뭐....형제를 살릴 수 있는 약초가 손에 들어왔으니 오죽 하겠냐 만은.’


유위진은 곽자명이 형제들을 위해 약초를 달이는 동안 암자 근처를 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목표로 하던 밧줄을 구하자 다른 절벽으로 길을 이었다. 유위진은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던 마운괄을 데리고 곽자명이 있는 절벽으로 돌아왔다.


“우웨에에에에엑.”


곽자명이 달인 탕약을 먹은 탓인지 곽공철이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보아하니 곽자명이 뒤에서 기를 불어넣어 도와주고 있음에도 좀처럼 독기를 몰아내지 못하고 있는 형세였다.


“쯧.”


유위진이 혀를 한 번 차고는 곽자명의 뒤로 돌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집중하시오.”


유위진의 기가 장심을 타고 곽자명의 몸으로 쏟아졌다. 곽공철은 그 기까지 곽자명에게 막힌 혈맥들을 뚫기 시작했다. 독기로 꽁꽁 막혀있던 경혈이 뚫리기 시작하자 곽공철의 입에서 독기를 가득 품은 피가 쏟아졌다.


입가에서 떨어진 피는 암자의 바닥을 녹여버릴 정도였다. 어느 정도 피를 토해낸 곽공철은 곧 정신을 차리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후우우......”


곽자명 또한 짧게 운기조식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맙네, 소형제.”


곽자명은 유위진의 손을 움켜잡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오랜 세월 강호에 몸을 담았던 이가 눈물마저 살짝 보일 정도였다.


누군가에게 은혜를 입는다는 것은 그에게 너무나 오랜만의 일이었다.


“흠.....너무 고마워하는 것도 좀 그렇소만....나도 나름의 목적이 있어서 도운 것 뿐이니.”


“그 목적이 뭐든 상관없네. 자네는 우리 형제의 은인일세.”


“그럼 부탁하나 해도 되겠소?”

“말만 하게나.”


“나와 같이 가주시겠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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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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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공지 [검명환생]-[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24.02.21 74 0 -
21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6 3 11쪽
20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7 4 12쪽
19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4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17 16화 서안혈사(5) 24.03.01 91 5 11쪽
16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3 6 12쪽
15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3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7 4 11쪽
»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50 5 11쪽
11 10화 교토삼굴 24.02.24 161 5 11쪽
10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9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2 5 11쪽
8 7화 검의 울림 24.02.20 201 5 11쪽
7 6화 검보(劍譜) 24.02.19 216 5 11쪽
6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5 4화 타통 +2 24.02.18 263 6 12쪽
4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0 7 12쪽
3 2화 실전 24.02.15 317 7 13쪽
2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3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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