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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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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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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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3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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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운명의 그림자(2)

DUMMY

유위진이 떠올리건대 마교도들에게 있어 타인의 죽음은 아무래도 좋은 것이었다. 허나 그들에게 있어 같은 교도들의 죽음은 그렇지 않았었다.


오랜 세월을 점조직으로 활동하면서도 하나의 조직으로서 기능했던 단 하나의 이유. 그것은 마교가 종교집단이었기 때문이다.


마교도, 그들에게 있어 죽은 자의 안식은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었다. 그들은 종교집단으로서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했고 핍박받았다. 그렇기에 원한이 쌓일 대로 쌓였고, 세상을 저주하며 암중으로 스며들어 때를 기다렸다. 그리곤 기회를 잡아 세상을 피로 물들였다.


그것이 전생에서의 유위진이 본 마교였다.


마교도들은 그들의 종교에서 말하는 구세주의 구세를 포기하고 스스로 세상을 바꾸려는 자들이 되었지만 그들이 놓을 수 없었던 단 하나의 종교적인 가치. 그것이 바로 죽음 후의 세계였다.


유위진은 마교도들이 같은 교도가 죽은 후 망자를 편안히 보내려 함과 동시에 그것을 못하게 한 이들에게 철저히 보복하는 모습을 몇 번이나 목격했다.


그렇기에 유위진은 점조직이라고는 하나, 마교도의 시체를 평온히 보내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여겼다. 때문에 이끌어내기 위한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바로 죽은 마교도의 시체가 거리 한복판에 매달렸다.



***



“시체가 내걸려?”


매화린의 음성이 방안을 울렸다.


“그렇다고 하오.”


“허.”


매화린은 맥이 풀려 의자에 주저앉았다.


매화린 뿐만이 아니고 적량, 호장원 모두 같은 심정이었다. 닭 쫓던 개가 된 기분, 바로 그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잘 된 것 아니겠소이까?”


“지금 뭐라 하셨소?”


호장원의 말에 매화린이 즉각 반응했다.


“아니 그것이....”


“제 정신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요?”


“......”


매화린의 일그러진 표정에 호장원은 얼어붙어 아무런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매화린은 바로 앞에 있는 탁자에 손을 올리더니 살며시 눌렀다.


파사삭.


아무런 전조도 없이 손이 올려져있던 탁자가 가루가 되어 떨어졌다. 화산의 절학 중 절학이라 불리는 무상일기공(無上一氣功)이었다.


“.......이대로면 화산, 종남, 공동 모두 제 앞가림 하나 못하는 병신 취급을 당할 것인데, 그런 말을 내뱉는단 말이오.”


“.....죄송하오.”


비록 다른 문파의 장로이긴 하나, 호장원은 즉시 고개를 굽혔다. 구파끼리의 관계는 생각보다 미묘한 것이고 어느 정도 서로의 항렬을 존중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것도 경우에 따라 달랐다. 집법 장로로서 화산을 대표하는 이 중에 하나로 뽑히는 절정의 고수와 일개 종남파의 일류 고수, 아무리 비슷한 항렬이라 하도 둘의 입장 차이는 명백했다.


“빌어먹을.”


쾅!


매화린이 진각을 밟으며 어느 사이엔가 일어섰다.


“어디요. 거기가. 당장 갑시다.”


매화린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돌연 재촉했다. 방안의 세 명이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매화린과 나머지 두 명이 거리에 도착하자 군중들이 가득했다. 매화린은 곧바로 유위진 일행과 마주했던 제자를 불러 물었다.


“저자가 맞나?”


“복장이 똑같은 걸 봐서는 그렇게 생각됩니다.”


제자의 말에 매화린이 굳은 표정으로 곧장 검을 빼들었다. 검이 순식간에 공중에서 궤적을 그렸다.


파아아앗!


무상일기공의 담긴 검놀림에 순식간에 바닥에 글자가 새겨졌다.


정마불양립(正魔不兩立)


정과 마는 양립할 수 없다는 글귀를 써넣은 매화린이 내공을 담아 외쳤다.


“마교의 주구가 의협의 칼날에 죽었음이니, 이 자리에서 선언하겠소. 구파는 다시 준동하는 마교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마교??”


“마교라고? 설마하니 마교라면 그 백련교를 말하는 건가?”


중인들 중 누군가가 꺼낸 이야기로 거리가 떠들썩해졌다. 정파의 무인들이 아무리 마교에 대한 발설을 금지했다곤 하나 민간인들의 입과 기억까진 금지할 수는 없는 법.


황제가 속했던 마교, 즉 백련교에 대한 이야기는 구전(口傳), 입과 입을 통해 전해져 내려왔음이니 다시 거론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잠시 웅성거리던 민간인들이 구파일방의 대한 찬양을 시작했다.


“와아아아!!”


“역시 구파의 무인들은 하늘에서 내려주신 신장들이라니까!!”


사람들이 무작정 정파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환호는 물론 눈물까지 보이는 자들까지 있었다.


오랜 세월 민중의 가까이서 살아온 구파이기 때문에, 민중이 그들에게 보내는 믿음은 견고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그것을 멀찍이서 보고 있는 곽 씨 형제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와 달리 유위진은 엷은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매화린의 언행은 교묘해서, 자연스럽게 마교도를 잡아 죽인 것이 자신들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있어 누가 어떻게 죽였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마교도가 사라졌다는 안도감이 먼저 일뿐. 그 점을 노린 매화린의 행동이었다.


마교도들을 해한 자가 있다손 이 자리에 있더라도, 감히 이런 상황에서는 나오지 못할 것이며, 나오더라도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일종의 경고이기도 했다.


‘뭐.....예상했던 대로군. 허나 이러면 재미가 없지....’


유위진은 곽문철에게 신호했다.


곽문철이 허리에 차고 있던 직도를 들어 올려 단숨에 내공을 주입하더니 마교도의 시체에 던졌다.


웅.웅. 회익!!!


요동을 일으키고자 공력을 가득 담은 직도에 회전을 담아 던지자, 마치 벌떼가 몰려오는 소리를 일으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음?’


날라 오는 직도는 기와 기이한 소리를 동반하며 날아들었고, 그것을 가장 먼저 눈치 챈 매화린이 즉시 움직였다.


“모두 물러나시오!”


직도 쪽으로 곧장 날아든 매화린은 무상일기공을 운용해 직도를 그대로 바닥으로 쳐박았다.


우웅!!


바닥에 박힌 직도가 마지막 요동을 일으켰다. 그 울림은 마치 울음을 토하는 것처럼 들렸다.


“...뭐...뭐야. 습격인가?”


거리에 모인 중인들이 당황해 어쩔 줄 몰라했다.


“갈!!!!!”


매화린은 내공을 담아 사자후를 터트렸다. 그리고 이어 말을 이어 나갔다.


“구파의 제자들은 모두 사람들이 마교도들의 암습에 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해라!!!!”


“예!!!”


매화린의 중후한 내공이 담긴 말에 공동의 제자는 물론, 삼 파의 제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적량과 호장원이 통제권을 넘긴 탓에 그들의 행동은 신속하기 짝이 없었다.


“두 분, 저쪽이오!”


매화린이 적량과 호장원에게 지시를 내리며 바로 튀어 나갔다. 저 멀리서 흑의를 입고 마교도로 분장한 곽문철이 자리를 떠나고 있기에 매화린은 지체할 틈이 없었다.


유위진 일행 중 가장 경공이 빠른 곽문철이기에 맡은 역할이었다. 곽문철은 기감으로 매화린의 속도를 가늠하고 적당한 속도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자.....무대는 만들어졌다. 슬슬 나와보라고.’


유위진은 곽자명과 함께 마교도의 시체가 있는 곳을 주시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같은 교도의 시체가 어떤 욕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그냥 지켜보는 것은 안 되지. 안 되고 말고.”


유위진은 꼭 마교도에 말을 걸듯이 혼잣말을 했다.


“여기까지는 어찌저찌 자네의 생각대로 흘러왔네만.....과연 마교도가 나타날까?”


유위진은 신경을 온통 마교도의 시체에 집중한 채로 발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며 땅바닥을 살며시 두드렸다.


유위진의 염원이 하늘에 통한 탓일까?


어수선한 거리 속에서 흑의 복장을 한 이가 한 명 나타났다.


유위진은 주먹을 움켜쥐며 발걸음을 옮겼다.


“가시죠.”


유위진의 말에 곽자명을 고개를 끄덕인 채 유위진의 뒤를 따랐다.


나타난 마교도는 말뚝에 매달려 있는 마교도의 시체를 회수해 떠나기 시작했다. 중인들은 물론 정파의 제자들까지 자리를 비워 그것은 너무나도 손쉬운 일이었다.


아무런 방해도 없이 유유히 빠져나가는 마교도의 뒤를 두 개의 그림자가 쫓았다.


한 사람을 업고 계속해서 달리던 마교도가 산세에 이르러서야 속도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교도는 업은 시체를 내려놓고는 시체을 단장하기 시작했다.

“이야.....동료애가 대단하긴 하군.”


흠칫!!


마교도가 시체를 단장하는 사이 삼 장 근처까지 접근한 유위진이 입을 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소리에 마교도가 움찔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


챙!


잠시 고민하던 마교도가 허리춤에서 직도를 뽑았다.


“.....누구냐. 네놈.”


삿갓을 쓴 마교도의 입이 열렸다.


“글쎄. 그게 중요한가?”


“.......정파의 개가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차피 네놈들은 죽는다.”


“그래. 혹은 네가 죽거나.”


유위진의 도발이 신호라도 된 것처럼 마교도가 곧장 뛰어들었다. 눈을 노려오는 도격을 피해 유위진이 뒤로 물러났다.


‘......전의 놈보다는 아랫줄에 있는 놈이군.’


유위진은 상대의 움직임을 보며 품평했다.


‘아쉽군 그래.’


가능하면 전의 놈보다는 강한 이를 바랬던 유위진이기에 조금 낙담했다.


유위진은 허리춤에서 용연을 빼들어 반대쪽 어깨에 걸쳤다. 자세가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일도양단, 그것 외에는 생각할 길이 없는 자세였다.


상대의 공격이 도달하기 전에 먼저 베겠다는 속내였다. 힘과 힘, 혹은 속도 대 속도의 대결을 유도하고 있었다.


마교도는 그러한 유위진을 응시하며 가만히 서있었다.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참이지?”


“빌어먹을. 애송이가.”


지금의 유위진은 인피면구를 쓴 채였지만 인피면구의 얼굴 또한 아직 어린 티가 남아 있는 얼굴이었다.


“하하.....그 애송이가 두려워서 못 들어오고 있는 건가? 그 시체도 어쩐지 겁이 많던데. 마교도는 어떻게 하나같이 그 모양인 건지.”


뿌드득.


‘조금만 더.’


“그건 그렇고 아쉽게 됐어. 조금만 기다렸으면 성난 일반인들이 시체를 불사질렀을 지도 모르는데. 어차피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인생, 시체가 남는 건 세상을 썩게 만들 뿐이지.”


“네놈이!!!!!!”


‘걸렸다!’


마교도가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단 하나의 목적만을 가지고. 그의 목표는 일목요연했다. 그이 시선이 향하고 있는 유위진의 목이었다.


유위진은 마교도가 발을 움츠린 순간 들고 있던 용연을 손에서 내려 놓고 손을 앞으로 향했다. 살심만을 가득 품은 검이 휘둘러 지기 전, 마교도의 팔꿈치를 억눌렀다.


“큭!!!”


마교도는 공격이 막히자 물러나려 했지만 유위진은 이미 다음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다. 손목을 움켜잡은 유위진은 그대로 잡아당겼다. 팔꿈치가 정반대로 꺾이며 검을 놓쳤다.


우드드드득.


“크아아아아아악.”


마교도는 그대로 유위진에게 상반신이 눌려진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거야 원.....너무 싱겁군.”


유위진은 곧장 마교도의 턱 관절을 부여잡고 강제로 열어제꼈다.


“으거거거....끄읔.”


“살벌하군. 어금니에 독약까지 넣어놓고 말이야.”


“으극.”


“혹시나 해서 묻지. 대답하고 싶다면 입이 아니라 발로 바닥을 치라고. 천마는 지금 어디 있지?”


“끄륵. 끄르륵.”


갑작스럽게 마교도의 얼굴이 부풀기 시작했다.


“쳇.”


유위진은 설마하니 천마라는 말을 듣는 것 만으로 대법이 발동할 줄은 몰랐기에 혀를 차며 물러났다.


“끄르르르륵.”


마교도의 입에선 거품이 흘러나왔다. 그리곤 커진 눈동자가 빙그르르 한 바퀴 굴렀다.


‘뭐야....이놈.’


폭사할 것을 대비하고 있는 유위진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거기.... 있었...나.”


오싹!!!


유위진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유위진이 뒤로 물러나며 용연을 집어 들고는 바로 검을 휘둘렀다. 검영이 무섭도록 빠르게 공간을 갈랐다.


화아악!


손에 느껴진 감촉. 베어짐을 확신한 유위진이 뒤로 물러났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크흐흐......흐......흐흐흐. 찾았다. 검선지재(劍仙之材).”


말을 마친 마교도의 몸은 곧 쪼그라들었다. 금세 생기를 잃어버리고 시체가 되어버린 마교도를 지켜보는 유위진의 심정은 뭐라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뭐.....였지.’


유위진은 충격으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오늘 중으로 더 올려보겠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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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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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공지 [검명환생]-[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24.02.21 74 0 -
21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6 3 11쪽
20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8 4 12쪽
»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5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17 16화 서안혈사(5) 24.03.01 92 5 11쪽
16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3 6 12쪽
15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3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8 4 11쪽
12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50 5 11쪽
11 10화 교토삼굴 24.02.24 162 5 11쪽
10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9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2 5 11쪽
8 7화 검의 울림 24.02.20 201 5 11쪽
7 6화 검보(劍譜) 24.02.19 216 5 11쪽
6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5 4화 타통 +2 24.02.18 263 6 12쪽
4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1 7 12쪽
3 2화 실전 24.02.15 317 7 13쪽
2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3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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