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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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최근연재일 :
20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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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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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첩혈삼객

DUMMY

험한 산세에서 두 명의 사내가 걸어가고 있었다.


“이봐, 어서 따라오지 못해?”


앞서 걷던 이가 뒤에서 간신히 따라오는 이를 다그쳤다.


“하아....하아..조금만....조그마...ㄴ...천천히..”


“쯧.”

‘스승님도 참 너무하는군. 하필이면 이런 짐 덩이를 맡기다니.’


어차피 머지않아 벌어질 정마대전을 생각하면 강호를 둘러보는 것도 나쁘진 않았기에 바로 받아들인 제안이었지만, 이래서는 곤란했다.


조금 빠른 산행으로 헐떡이는 마운괄을 보며 유위진은 혀를 찼다.


“.....서둘러라. 이건 여행이 아니야. 스승님도 그렇게 말했을 텐데.”


“......계속해서 걷는 게......하악....뭐라고. 그저 걸을....뿐이잖아!.”


“이봐, 이봐. 그 걷는 것도 못 따라오는 놈이 할 말은 아니지.”


“.......”


‘뭐......그냥 걷는 건 아니지만.’


유위진의 마음 속 말처럼 지금 둘은 그냥 산속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공을 운용해 아주 빠르지도, 아주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산을 거닐고 있었다. 문제라면 산세가 여간 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만.


촉도지난(蜀道之難),난어상청천(難於上青天)


누군가 그랬던가. 촉으로 향하는 길은 하늘로 향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그런 사천 지방의 산세를 헤쳐 나가는 것은 무인이라 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물며 아직 어린 소년에 불과한 마운괄에게 힘든 것이 당연했다. 그런 험한 산세를 그냥 걷는 것도 아니고 내공을 운용해서 걷고 있는 것이다.


지난 밤부터 시작된 산행 속에서 이미 옛적에 내기는 물론, 체력까지 다 깎여나갔다. 정신력도 점차 깎여나가


언제까지지?


언제까지..언제까지..언제까지..

이 미친 짓을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하는 거지?


왜....이 녀석을 따라 나왔던 걸까. 그저 단 한 번. 단 한번 이기고 싶었던 것 뿐인데..


“.....싫어.....이제는 싫어.”


지친 끝에 마침내 입으로 터져 나온 마운괄의 본심이었다.


“한심하긴. 아직 하루도 채 안 지났다.”


“.....못 해. 더 이상.....죽어도 못가.”


“그래서?”


“......”

“엉엉 울 거냐?”


부르르르.


마운괄의 몸이 떨렸다. 게다가 유위진의 조롱에 마운괄의 눈에 잠깐 힘이 들어왔다.


“여기는 보는 눈도 없으니 울기 딱 좋긴 하군. 뭐 알아서 해라.”


“흐아아압!”


마운괄이 기합을 지르며 간신히 일어났다. 그리고 세 발자국을 걷더니 몸이 기울었다. 한계였다. 걷던 그대로 기절한 채 쓰러지는 마운괄을 유위진이 손으로 받쳐들었다.


“뭐.....여기까지인가. 꼬맹이치고는 꽤나 버텼군.”


마운괄보다도 덩치가 작은 유위진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고 있기에 옆에서 보면 어이 없이 느껴질 장면이었다.


유위진은 마운괄을 옆에 누이고 잠잘 준비를 했다. 불을 피우고, 등짐에서 덮을 천을 꺼냈다. 그리고는 불을 쬐며 운기조식을 취했다.


“후우우...”


“으.....으어어어.으으.”


유위진의 운기조식이 끝날 때 쯤 마운괄도 정신을 차렸다. 악몽이라도 꾸는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일어났나?”


“헉!”


유위진이 목소리에 마운괄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쯧. 무인이 되겠다는 놈이 동문의 목소리에 놀라 자빠지겠구나.”


“.......날..”


“응?”


“날... 버리고 가지 않았군.”


“왜 길바닥에서 쓰러져 혼자 남으면 쪼르르 본문으로 돌아가기라도 하려고 했어?”


“......”


“말했을 텐데 날 이기고 싶다면 죽을 만큼 노력하라고. 죽으면 무덤에서 다시 걸어 나오라고 말이야.”


“너.....넌 미쳤어.”


“그래. 무인은 모두 미쳐있지. 미치지 않고선 강호에선 살아갈 수 없거든.”


“.......”


유위진의 말에 담긴 광기를 조금이나가 느낀 마운괄은 입을 열 수 없었다.


“솔직히 나로서도 너 같은 짐 덩이를 떠맡고 싶진 않았어. 스승님이 고개 숙여 부탁하지 않았다면 네 놈이 보검문에서 똥을 싸다 죽든, 강호행을 하다 죽던 알게 뭐야.”


“계속해서 이렇게.....다닐 건가?”


“이렇게? 이렇게고 저렇게고 자시고. 그냥 경공으로 움직이는 것뿐이다. 강호에서 칼을 맞아 어디가 잘려나가지도 않았고, 독을 당해 쓰러진 것도 아냐. 그저 가벼운 수행일 뿐.”


“...가볍다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가볍고 무겁고가 중요한 게 아냐. 강해지지 않는다면 죽는다. 그도 아니면 강호의 밑바닥에서 기어 다니던가.”


누군가의 일생이 담긴 말이었다.


“뭐 네가 따라오다 떨어지든 말든 솔직히 내 알바는 아냐. 단지 내 수행에 방해된다면 죽여버린다.”


유위진의 살기에 마운괄이 몸을 흠칫 떨었다.


‘이 정도 쯤 심신을 밀어붙여 놨으니 적당히 말은 들어 쳐 먹겠지. 짐꾼으로나 써먹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여기까진 왜 온 거야....”


기가 죽은 마운괄이 조용히 물었다.


“뭐.....찾고 있는 것이 있어서.”


말을 마친 유위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맘 때 쯤이라고 들었는데.’


유위진은 단순히 험한 산세를 수행삼아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찾고 있었다.


사천에서 떠들썩했던 사건의 편린을.


지난 생애 자신도 소문으로만 들었던 일이었지만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서촉의 명월협 근처에서 벌어졌던 삼 인조의 소문을.


첩혈삼객.


유위진이 찾고 있는 이들로 강호의 한 축에선 나름대로 유명한 사건을 일으켰던 이들이었다. 강호를 떠돌며 승부를 겨루었던 낭인들로 이들의 이름은 낭인치고는 드물게 강호에서 회자되고 있었다.


‘설마 내가 되돌아왔다고 그들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나름대로 자신의 실력을 시험하기 위해 근방에서 생각나던 이들을 찾아온 것인데, 헛수고라면 그것은 그것대로 시간이 아까웠다. 유위진에겐 시간이 없었다. 앞으로 오 년이면 벌어질 정마대전.


오 년 후 벌어질 지옥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랑이 더없이 중요했다. 그렇기에 스승하고만 싸워온 자신의 실력이 어디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도, 앞으로 누구와 싸워야 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전이었다.


‘이 근방에서 떠오르는 것은 이들밖에 없는데 말이지. 쯧.’


그렇기에 유위진은 계속 그들을 찾으며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수많은 고수들이 존재하는 대문파나 강호의 이름난 고수와의 승부는 피하는 것이 강호 속 낭인들이나 승부사들의 묵계였다. 그런 묵계를 철저히 무시하는 것처럼 강호의 고수들과 승부를 벌여왔던 첩혈삼객이 계속해서 맺은 원한의 고리덕분에 숨어든 곳이 사천이었다.


하지만 너무 날카로운 송곳은 언제든 주머니 밖으로 튀어나오는 법. 그들은 숨어살았던 사천에서도 무협의 거물과 엮여버리고 만다.


‘내가 만난 것이 첩혈삼객 중 막내였던가. 꼬장꼬장한 양반이었는데 말이야.’


“쉴 만큼 쉬었으니 일어서지.”


유위진의 목소리에 마운괄이 그대로 따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잠을 잤다고는 하나 하룻밤 만에 지친 몸이 회복될 리는 없기에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일어난 마운괄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째 다 자란 강아지라도 하나 길들인 기분이군.’


유위진은 묘하게 고분고분한 마운괄을 보며 그리 생각했다.


“뭐야.....연기를 보고 찾아왔더니. 아직 어린 아이들이잖아.”


흠칫!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마운괄이 몸을 떨었다. 허나 그와 반대로 유위진은 담담한 얼굴로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여긴 어쩌다 왔는가?”

낯선 이의 물음에 마운괄은 유위진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잘난 척을 해도 결국은 십 육세의 소년이었다.


그에 반해 유위진은 목소리의 주인이 웃는 얼굴로 묻기는 했지만 그 뒤에는 경계심이 숨어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수행을 하다 길을 잃었습니다만.”


유위진은 넉살스럽게 둘러대었다.


“.......그런가?”


첩혈삼객 중은 둘째, 곽자명은 둘의 허리춤을 슬쩍 보며 대답했다. 산중에 검을 찬 소년 두 명이라, 수상한 일이었다. 유위진 또한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의도하고 있었다.


“산 속에서 수행이라니. 아무래도 무림인들인 것 같군. 난 또 조난이라도 당한 줄 알았지 뭔가.”


“예. 길이 생각보다 험난하더군요. 어디인지도 잘 모르겠고.”


“하하. 이 근처는 잔도들이 대부분이네. 험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곳이지. 이 근처는 명월협이라고 불리는 곳일세. 한중으로 향하는 곳이니 돌아가는 것이 좋을 걸세.”


“헌데 너무 헤매서 그런데 잠시 신세 좀 질 수 있겠습니까?”


“으음....내가 사는 곳은 험한 곳이라 말일세. 혼자 사는 곳도 아니고 비좁기도 하고. 돌아가는 것이 나을 걸세.”


곽자명의 거절에 유위진이 마운괄을 가리키며 말했다.


“동료가 거동이 불편해서 말이죠.”


마운괄은 다리는 거짓말처럼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으음....”


곤란한 기색으로 주저하는 곽자명에게 유위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쩔 수 없구만. 따라오게.”



***



곽자명이 안내한 곳은 정말로 까마득히 위에 있는 절벽이었다.


“이곳 위에 있는 곳인데 정말로 괜찮겠나? 올라가다 떨어질 수도 있네. 나는 차라리 지금이라도 서안으로 올라가는 것이 낫다고 보네. 금우도(金牛道)를 따라가면 그렇게 어렵진 않을 텐데....”


곽자명의 가리키는 곳은 정말로 험하기 그지없는 절벽 위에 솟은 암자였다.


“아무래도 길눈이 어두운 탓에 계속 헤매서 말입니다.”


“정말로 괜찮겠나? 보이지 않는가. 나도 아차하면 미끄러지는 곳인데 저런 절벽 위에 있는 곳보다는 근처에서 머무는 것이...”


곽자명의 말이 들려오는데도 유위진은 마운괄을 업은 채 끈으로 몸 이곳저곳을 묶기 시작했다.


“.....뭐하는 겐가.”


“아무래도 절벽을 붙잡고 올라야 할 것 같아 말이죠.”


“동료를 업은 채로 오를 수 있겠나?”


“뭐.....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만....”


“......후회하지 말게.”


“예 그야 물론.”


그 말을 시작으로 세 명의 사내는 절벽을 붙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밧줄 하나 없이 그저 바위의 틈새와 잔도를 만들기 위해 박아 넣은 말뚝들의 흔적만을 의지해 올랐다. 곽자명이 가끔씩 눈을 아래로 돌려 살폈지만 유위진은 바람이 불어오는 절벽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업혀있는 마운괄이 무서움에 몸을 떨 뿐이었다.


“가만히 있으라고. 죽고 싶지 않다면.”


“아...아아.”


마운괄이 이를 위아래로 떨며 간신히 대답했다.


그렇게 두 시진 가까이 오르자 셋은 마침내 정상에 도달했다.


“휘유....다 올라왔군요.”


“.......대단하군. 사람을 업고 오르다니.”


곽자명은 유위진을 보며 칭찬했다.


“하하. 나름대로 수행을 해서 말이죠.”


“수행이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곽자명이 중얼거렸다.


“읏차.”


유위진이 마운괄을 내려놓는 순간, 곽자명이 움직였다.


파바바밧. 파방!!


순식간에 점혈이 행해졌다. 마운괄은 몸이 굳은 채로 바닥에 쓰러졌지만 유위진은 뒤로 물러나며 곽자명의 기습을 피해냈다.


“무슨 짓입니까.”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네놈들은 누구냐.”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부탁드립니다. 오늘 중으로 한편 더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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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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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공지 [검명환생]-[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24.02.21 74 0 -
21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6 3 11쪽
20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7 4 12쪽
19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4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17 16화 서안혈사(5) 24.03.01 91 5 11쪽
16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3 6 12쪽
15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2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7 4 11쪽
12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49 5 11쪽
11 10화 교토삼굴 24.02.24 161 5 11쪽
»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9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2 5 11쪽
8 7화 검의 울림 24.02.20 201 5 11쪽
7 6화 검보(劍譜) 24.02.19 216 5 11쪽
6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5 4화 타통 +2 24.02.18 263 6 12쪽
4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0 7 12쪽
3 2화 실전 24.02.15 317 7 13쪽
2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2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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