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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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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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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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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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정파와의 거래

DUMMY

서안의 이름 높은 대호상단. 그 이름 높은 곳의 응접실에는 웬일인지 점심이 되기도 전에 손님이 있었다.

그 이름값 때문에 어지간한 이들은 문지기가 알아서 처리할 정도지만 이날은 달랐다.


숨어있던 마교도 일행을 처리한 유위진과 곽씨 형제가 마교도 두 명 시체를 들고 대호상단에 찾아온 탓이었다.


유위진이 잡은 마교도 한 명과 곽문철이 잡아온 또 다른 마교도 한명. 곽문철이 인적이 많은 곳으로 숨 가쁘게 도망가는 척을 하자 튀어나온 다른 마교도를 잡아온 것이었다.


“자네인가?”


“처음 뵙겠습니다. 유위진입니다.”


대화상단의 응접실로 안내된 유위진은 바로 눈앞에 매화린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유위진은 매화린과 정식으로 마주하게 되자 정중하게 포권을 올렸다. 그 태도가 의연하면서도 결코 저자세의 것이 아니었기에 매화린의 안광이 반짝였다.


‘건방....지군. 허나 그럼에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야.’


“자네와 일행이 무림정의를 위해 보여준 활약은 매우 인상 깊었네.


“감사합니다.”


유위진은 상대의 칭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자리에서 지나친 겸손은 결코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여기서는 얻을 것은 다 얻어가야 했다.


“어떻게 그들을 알게 된 건지 참으로 궁금하군.”


“스승님에게 전해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승님이 강호를 행도할 시절 우연히 강호의 암중으로 스며든 마교를 마주한 적이 있었다고.”


유위진은 적당히 둘러대었다.


“흠....그렇군. 숨어있는 그들을 누군가가 만날 수도 있음이니...자네와 곽씨 형제 아니 첩혈삼객 중 둘째와 셋째가 숨어있던 마교도 두 명을 잡아준 것은 정말로 고맙네. 우리가 소득도 없이 뛰어다녔는데 말이야. 그런데 좀 의외로군. 강호의 소문으로는 그럴만한 인물들이라고 생각 못 했는데 말이야.”


“하하, 강호의 소문이야 언제나 그런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진실을, 때로는 거짓을.”


우뚝. 냉막한 미소를 띠었던 매화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러니까 소문이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그보다는 관점의 차이라는 것이 맞겠군요.”


“무슨 소리지.”


“소문이란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말이 전해지면 전해질수록 와전되거나, 혹은 화자의 관점이 개입하게 될 때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이 경우에는?”


“흐음. 세가 쪽에서 조금은 자신들의 주관이 들어가지 않았겠습니까? 허나 구파일방은 강호의 구심점이나 다름없는 곳. 분명 사건의 진실을 똑바로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흠.”


매화린은 의자에 깊이 몸을 묻고는 바로 앞에 있는 찻잔을 들어올렸다.


후르르르륵.


차를 한 모금 들이킨 매화린이 곧 입을 열었다.


“혜안.....혜안이라. 자네의 말이 맞군. 강호에는 왕왕 그런 일들이 있을 수 있지. 있을 수 있어. 그럼 한 가지 묻겠네.”


“예.”


“우리 구파 아니 서안의 화산, 종남, 공동은 어떠하다고 생각하는가?”


“뭇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가 아니겠습니까. 숨어있는 마교도까지 찾아내 무림에 정의가 있음을 보여주는 곳 일진대.”


“하. 하하....좋네. 자네가 말한 이야기. 감명 깊게 들었네. 이래서 강호란 참으로 넓은 곳이야. 자네 같은 이가 불쑥 튀어나오다니. 그래, 혹시 사문은 어디인지 물어도 되겠는가?”


“보검문이라고 합니다.”


“보검....보검문이라. 내 깊이 새겨두겠네.”


“감사합니다.”


“그래. 행선지는 있는가?”


“당분간은 서안에 머물 것 같습니다.”


유위진의 말에 곽자명이 순간 몸을 꿈틀거렸다. 허나 곽문철은 손을 뻗어 곽자명의 허리춤을 잡고 말렸다.


“그런가. 서안은 좋은 곳이니, 좋은 일로 종종 보았으면 좋겠군.”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아. 혹시 서안의 약초매입은 거의 대호상단에서 맡아서 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음.....대호상단이 취급하는 품목이야 너무 많아서 정확히 알지는 못하네만, 취급하지 않는 것이 더 드물다고 들었네. 약초도 취급하지 않겠나? 왜 필요한 것이라도 있는 것인가?”


“예. 독기를 몰아내는데 효과적인 약재가 필요한 상황이라.”


유위진의 대답에 매화린이 곽씨 형제에게 잠시 눈길을 주었다.


“그 정도쯤이야. 대호상단의 셋째 공녀가 우리 화산과 연이 있음이니 내 전해두겠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음.”


매화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위진과 일행은 응접실을 빠져나와 객잔으로 향했다. 응접실의 안쪽에서는 그윽한 차향만이 손님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대호상단에서 나와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자 곽자명이 다급히 말을 꺼냈다.


“이봐 자네. 좀 전의 이야기는 도대체 뭐였나. 강호에서 강골에다 성급하기로 유명한 화산의 집법장로가 그런....덕담인지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얘기만 꺼내다니. 거기다 소문 얘기에서 왜 갑자기 꼬리를 내린 건가? 자네와 그의 대화는 도무지 알 수가 없구만.”


곽자명은 어릴 적에 무공을 입문한 이후 승부사로서 무공을 닦는 것 외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 더해 이런저런 일에 머리를 깊게 쓰는 것을 싫어하는 까닭에 좀 전의 이야기에 담긴 속뜻을 알아 챌 수 없었다.


“하하하하.”


유위진은 살짝 난처한 듯이 웃었다. 그러자 곽문철이 대신 나섰다.


“쉽게 말해 협박과 회유였소.”


“협박? 회유라고? 그 대화의 어디가? 게다가 그들이 걸고넘어져야 할 마교도 이야기는 왜 갑자기 소문으로 넘어간 건데?”


“후우.....”


곽문철은 눈치라곤 쥐뿔도 없는 곽자명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양반이 어떻게 무공을 익혔는지 의문이군.’


곽문철은 그의 둘째형과는 평생을 같이 지냈지만 가끔은 형이 아니라 철부지 동생을 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우리 일인데 그걸 그렇게 대충 듣고 있는 거요?”


“그래 우리 얘기가 나오긴 했지. 헌데 금방 딴 이야기로 넘어갔잖아.”


“한번만 말할 테니 잘 들으시구려. 이 못난 형님아. 처음에 매화린이 무림정의를 위해 보여준 활약이라고 말한 것. 그것이 무엇일 것 같소.”


“그야 우리가 마교도 두 명을 잡았다는 이야기지.”


“.......”

‘그냥 확 패버릴까.....형이고 뭐고.’


유위진은 그저 웃음만이 나왔다. 긴장이 풀어진 곽자명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위인이었다. 실실 웃는 유위진을 곁눈질한 곽문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틀렸소.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을 잡았다는 이야기요.”


“우리가 들고 간 것은 두 명인데? 소형제가 잡은 놈. 너가 도망가는 척을 하면서 끌어낸 놈 한 명.”


“맨 처음에 우리가 잡은 놈도 포함이오. 매화린은 십중팔구 우리가 잡았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소.”


“......거 능구렁이 같은 놈일세.”


‘댁은 멍청하기 짝이 없고. 이 형님아.’


차마 말은 못하는 곽문철이었다. 도대체가 이 형님은 관심이 없으면 도통 눈여겨보는 법이 없었다.


“그 이후에 이어진 문답의 시작이 - 우리가 소득도 없이 뛰어다녔는데 말이야 - 였는데 기억하오?”


“아아..”


“소형제의 대답이 아마.... -하하, 강호의 소문이야 언제나 그런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진실을, 때로는 거짓을 - 이었소. 이 대화 자체가 우리를 걸고넘어진 협박과 소형제의 응수였소. 한 마디로 자신들이 마교도를 잡았다는 건 이미 일반인들이 인정한 상황이니 입도 뻥긋하지 말라는 이야기였소. 헌데 소 형제는 말에 뼈를 담아 그 소문은 거짓이 아닙니까 하고 돌려 물은 거요.”


“...어어. 그래서 소문이 잘못되었냐고 물은 거군.”


“그 후에 소형제가 우리 소문의 관점을 이야기한 것도 그 소문도 어떻게 하느냐 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매화린을 협박 겸 회유한 거요. 동시에 무림맹에서 세가연합의 뜻에 따라 우리 형제를 핍박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지 않냐고 동시에 요구한 것이고. 결국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는 매화린은 그것을 받아들였고 소형제 또한 그들이 마교도 한명을 잡은 것을 인정한 거요. 마지막에 서안에 머물겠다고 한 것은 약초를 요구하기 위해 말했던 것이고.”


“....역시 정파란 것들은 말이 아 다르고 어가 다른 놈들이야. 쯧.”


“......편하게 생각해서 좋겠소.”


“뜻은 그대로 통할 때가 좋은 것이다. 동생아. 그런 의미에서 소형제. 정말로 고맙네.”


“쿡쿡.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헌데 자네 곤륜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 괜히 우리 때문에 서안에 머무는 것 아닌가?”


“아......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잠시 서안에 있을 예정입니다.”


“허면 우리 형제가 자네를 좀 따라다니고 싶은데.”


곽자명이 멋대로 얘기를 꺼냈음에도 곽문철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도 내심 그럴 요량이었던 것이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는 마교도랑 엮인 상황인데.”


“그렇기에 우리가 필요할 수도 있지 않겠나? 자네만 따라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이유도 있고. 오늘도 오만방자한 정파 놈들이 저렇게 저 자세인 것도 보고 말일세.”


“목숨이 위험해도 말입니까?”


“어차피 우리 형제의 목숨은 자네가 구한 것이나 다름없네. 평생을 무공을 쫓아 승부사로 살아온 우리들이지만, 구명지은(救命之恩)이 더없이 무겁다는 것을 모르진 않네.”


“.....그렇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 부탁은 무슨.”


곽자명의 그늘 한 점 없는 웃음에 곽자명은 물론 유위진도 따라 웃었다.



***



후르륵.



대호상단의 응접실에선 유위진이 떠나고도 일다경이 지나는 동안, 매화린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 그가 돌연 입을 열었다.


“어떻더냐?”


“.....무엇을 말인가요.”


응접실의 한 쪽의 칸막이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아이를 어떻게 보았냐고 물었다.”


매화린이 살짝 내기를 담아 말했다.


“왜요? 또 이 조카를 또 이놈 저놈에게 팔아넘기려 구요?”


“......지금 내가 나만 좋자고 이러는 것이냐? 이대로 가면 여 씨 상단에서 네 자리는 하나도 없다. 지금은 본 파의 이름으로 버틴다 해도, 여 씨 문중의 문규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라는 건 영특한 네가 더 잘 알 것 아니냐.”


“그래서 그 염소처럼 생긴 쓰레기를 보내셨군요.”


“...본 파에 남는 일손이라곤 그 놈밖에 없었다. 무림맹주의 행사인데 누가 남아 있겠느냐.”


까득!


여인의 입에서 무언가 깨무는 소리가 들려왔다.


“....효웅이더군요.”


“그래. 그렇지. 그래서 마음에 안 드는 것이냐?”


“영웅보다는 효웅이 낫지요.”


“그럼...”


“헌데 너무 어리군요.”


‘혼기가 가득 찬 녀석이.....내가 미쳤지. 저 놈에게 무공을 배우라고 떠밀었으니...’

“그래서......싫은 게냐?”


매화린은 목구멍까지 튀어나오려는 말을 꾹 참으며 물었다.


“......비무를 해봐야 겠군요.”


매화린은 인상을 찡그렸다.


‘빌어먹을. 처가댁 모두 올곧은 사람들인데 하필이면 어디서 저런 게 굴러들어 와가지고.’


강골 혹은 철혈이라도 불리는 매화린의 속이 그렇게 타들어갔다.



***



객잔의 아침은 보통 조용한 법이다. 그것은 유위진이 머물고 있는 객잔도 똑같았다. 얼마 전까지는 말이다.


“으아아아아악!!”


콰지직!!


내기가 담긴 손 짓에 탁자가 박살이 나 바닥을 나뒹굴었다.


“헉.....헉...헉.”


유위진은 그날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악몽에 시달렸다. 마교도의 커진 눈동자. 어딘가 길쭉한 동공.


꿈속에서 계속해서 그를 응시하는 그 눈빛.


심령이 조여드는, 영혼이 말 그대로 갈리는 듯한 느낌은 그를 좀 먹고 있었다.


“빌어먹을.”


벌써 이 주째의 일이다. 유위진의 눈 주변에는 검게 그늘이 진데다 평소와는 달리 어딘가 날카로운 인상으로 보였다. 계속해서 알 수 없는 눈빛에 시달린 탓이었다.


주전자를 들어 입속에 물을 퍼부은 유위진은 돌연 자신의 짐을 뒤지기 시작했다. 강호에 출도할 당시 스승에게 정식으로 받은 물건들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보검문의 그림.


왠지 모르게 지금 그 그림을 봐야만 할 것 같았다. 떨리는 손으로 그림을 펼쳐든 유위진은 그림을 응시했다.


그 순간, 그의 의식이 어디론가 날아갔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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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6 3 11쪽
»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8 4 12쪽
19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4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17 16화 서안혈사(5) 24.03.01 91 5 11쪽
16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3 6 12쪽
15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3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8 4 11쪽
12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50 5 11쪽
11 10화 교토삼굴 24.02.24 162 5 11쪽
10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9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2 5 11쪽
8 7화 검의 울림 24.02.20 201 5 11쪽
7 6화 검보(劍譜) 24.02.19 216 5 11쪽
6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5 4화 타통 +2 24.02.18 263 6 12쪽
4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0 7 12쪽
3 2화 실전 24.02.15 317 7 13쪽
2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3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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