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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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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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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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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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화 실전

DUMMY




보검문(保劍門)


검을 지킨다?


유위진은 저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검을 지킨다니 휘두르라고 있는 검을 소중히 아껴서 어디다 쓴단 말인가?


분명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지금도 딱히 그 생각이 변한 것은 아니다.


단지.....죽기 전의 나이가 삼십 팔. 그 중에서 이십 년은 넘게 동고동락한 검을 가벼이 여길 수만도 없었다. 특히나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검에 이름까지 붙여줬지 않은가.


‘잘 부탁한다. 용연.’


마음속으로 말을 걸어도 역시나 대답이 들려오진 않았다. 딱히 내공을 흘려봐도 검명을 토해내는 기색은커녕 검기도 발현되지 않았다.


‘역시나 그건 죽기 전의 환상이었을까?’


삼류와 이류의 어딘가에 머물던 자신이 검을 깨우쳤을 리도 없을 텐데. 검명이라니. 검경(劍勁)부터 시작해 검사(劍絲).검강(劍罡)을 거쳐 신검합일에 이르러서야 얻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던가.


“뭘 그렇게 뚫어지게 보고 있어?”


“아아.”


옆에 있던 목연이 유위진에게 말을 걸어왔다. 유위진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이름이 바로 기억날 정도였고, 그 탓에 친화력이 대단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지금의 유위진으로서는 그저 어린아이처럼 느껴지는 점도 있었지만....


“검에 홀리기라도 한 거야?”


“하하. 그럴지도.”


‘아닌 게 아니라 그럴지도 모르겠군. 검에 홀린 게 아니고서야....’


“좀 있으면 비무 시간이니 정신을 차려두라고.”


“벌써 그런 시간인가?”


손강은 계속해서 비무만을 시켰다. 나름대로 경험을 쌓으면서 개개인의 소질과 특성을 살피려는 것이었다.


‘뭐 실전경험을 쌓게 해주려는 의도도 있을 테고. 허나 그런 것만으로 만족할 순 없지. 앞으로 칠년. 칠 년 후 정마대전이 터져버릴 테니 말이야.’


그 지옥같은 나날을 알고 있는 유위진으로선 몸이 달아 견딜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좀이 쑤셨다.


한번 지옥을 맛보고 온 이에게 지금의 환경은 미지근한 찻물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한참 전에 다 익혀버린, 이름도 없는 기본검식만으로 싸우자니, 마치 어린아이들과 장난치는 듯한 기분이었다. 실제로도 그러했고.


‘죽었을 때가 거의 사십이 다 되었을 때니까.....자식뻘들이랑 싸우는 것과 다름없군.’


“하아.”


도통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는 비무 속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캉. 카앙!


검과 검이 부딪쳤다. 한껏 집중해 초식을 펼치는 상대와 대조적으로 유위진은 적당히 상대에게 맞춰주고 있었다.


기본검식만을 의존해 날아오는 초식 따윈 유위진으로선 눈감고도 피할 수 있었다. 너무나 지루한 나머지 유위진은 비무를 하는 동시에 벌어지는 다른 싸움에도 눈을 돌려가며 살피고 있을 정도.


‘지루하군.’


시간은 계속 흘러 오늘의 비무도 그렇게 여느 때와 똑같이 아무 일 없이 끝났다. 아직 어린 아이들의 비무 따윈 결국 거기서 거기였으니까.


[오늘도 내 뒤를 따라 오거라.]


‘읔.’


갑작스레 울리는 전음에 몸도 마음도 놀랐다.


‘이게 고수나 펼치는 전음이었지. 그나저나 이 양반. 이럴 양반이 아닌데 왜 자꾸 불러 싸는거야?’


스승의 발걸음이 멈춘 것은 지난번과 똑같은 곳이었다.


‘제자들을 한사코 부르지 않던 본당에는 왜 또 부른 거고? 하아..’


적당히 지내다 빠져나갈 생각인 유위진에겐 달갑지 않는 관심이었다.


“지루하더냐?”


“네?”


“싸움 내내 어딘가 집중하지 못하고 있더구나.”


“아....그것이. 아무래도 여러 명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보니 다들 어떻게 펼치는지 궁금해서.”


어린 아이의 변명치고는 매끄러웠다. 물론 속이 늙은 유위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


문제는 그런 변명 따위 손강이 꿰뚫어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분명 자신이 상대를 살피라고 했으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그런 짓을 하라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거기다 손강이 계속 살펴 보건데 유위진의 마음은 지금 이곳에 있지 않았다.


‘하긴 너무나 수준차이가 나니 그럴 만도 하군.’


마치 강호 밥을 먹어본 이처럼 구는 것 또한 나쁘지는 않았다. 강호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분명 그런 기질 또한 필요한 법이었으니까. 다만.....


수련을 위해 행하고 있는 비무가 유위진에게 시간낭비라는 것이 손강에겐 못마땅했다. 강호를 돌아다니며 모아온 제자들 중 이런 원석이 있는 것은 기쁜 일이었으나, 이대로는 좋지 못했다.


수준 차이나는 상대들과의 싸움 속에서 무공에 흥미를 잃어버리거나, 재능에 도취되어버리는 것은 결코 손강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그렇군. 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수련을 시켜선 안 되겠어.’


손강이 머릿속 작은 밀실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밖으로 나가자꾸나.”


“....예.”


‘.....이 양반이 우리를 밖에 내보냈던 것은 일이년 후였던 것 같은데...’


아직 해가 떨어지진 않았는지 앞에서 흔들리는 스승의 그림자. 유위진은 불길했다.


‘잠깐.....이쪽 방향은....설마?’


“걸음이 좀 느리구나. 내일 돌아오려면 서둘러야겠군.”


손강을 그렇게 말하고는 뒤를 돌아 유위진의 목 뒤 옷깃을 낚아채 경공을 전개했다.


“읔.”


손강이 유위진을 들고 쏜살같이 달려 나가는 탓에 공기가 유위진의 얼굴을 마구 때렸다.


‘젠장....여기는 아무래도 거기 같은데...’


산봉우리 몇 개를 금세 넘은 손강은 목표로 한 곳에 도달하자 유위진을 내려 놓았다.


‘숨 하나 헐떡이지 않는군. 젠장. 그나저나 이 양반, 설마하니 저 산채에 나 혼자 던져놓을 셈인가?’


분명히 지난 생애에도 이런 일이 있기는 했다. 단지 그 때에는 제자들 모두의 실전 경험을 위해 제자들 모두에게 산채 토벌을 명을 했다는 것이 다를 뿐.


“저기는 산적들이 터를 잡고 사는 산채다.”


‘알아, 이 양반아. 아는데....도대체 왜 나만 여기 데려온 거냐고. 설마? 아니지?’


“강호에 적을 둔 이로서 그냥 좌시할 수만은 없는 법.”


‘아니...아니잖아. 당신. 그런 양반 아니잖아....시발. 여태까지 제자들 수행을 위해 남겨둔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빨리 제자들 모두-’


“저기를 토벌해 보거라.”


“예?!”


자신의 생각마저 자르고 훅 들어오는 스승의 말에 유위진이 언성을 높였다.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 좋지 않을 텐데.”


“읍.”


유위진이 당황하며 입을 다물었다.


“설마 제자 혼자서 저기를...? 아니겠죠? 스승님도 같이 토벌-”

유위진이 소리를 죽인 채 물었다.


“아니. 네가 한다. 혼자서.”


“무슨.....제가 어떻게.”


“못 한다면 죽어야지. 어쩌겠느냐.”


“제자를 죽이실 셈이십니까?”


유위진이 격앙한 채 물었다.


“글쎄....죽는다면 네 그릇이 거기까지겠지.”


‘이 미친 양반이.’


“자, 그럼 수행 시작이다.”


“무슨 수행-”


유위진이 말을 하거나 말거나, 손강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습격이다!!!”


“뭐? 습격?”

“언 놈이야.”

“어디어디?”

“이런 시발 관군새끼들인가?”


온간 군상의 소리가 밖까지 들려왔다.


“자. 시작이다.”


“읍.”


손강은 유위진의 입을 막으며, 번쩍 들어 올리더니 산채 입구로 집어던졌다.


쾅!!! 후드드득


엉성하게 만들어진 산채 입구가 인간포탄으로 그대로 부셔졌다. 나무 잔해들이 바닥에 떨어져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듯 했다.


“스승- 읔.”


[큰 소리 내지 말거라. 아직 어린데 죽고 싶은 건 아닐 테지? 그곳에서 살아남아 보거라.]


입을 봉하듯이 손강의 전음이 바로 유위진의 귀를 쑤시듯이 파고들었다.


‘빌어먹을. 이 양반아 큰소리는 이미 당신이 다 냈어. 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빌어먹을 늙탱이. 지난 생애에 무게 잡던 모습은 다 가식이었어.’


자신의 몸에 내공을 주입해 산채의 입구를 부수고, 자신의 입을 막기 위해 전음을 이음상인으로 부리다니.... 자신이 알던 손강, 그가 맞는지조차 의문이었다.


하지만 생각도 잠시였다. 위기에 쳐한 것을 안 유위진은 금세 산채의 그림자로 스며들었다.


“저기다. 저쪽. 처음 보는 놈이었어.”

“시발 저 한 놈이 우리 산채를 쳐들어 온 거야?”


산적들이 바로 유위진의 꽁무니를 쫒았다.


“자......네게 주어진 재능을 네가 과연 소화할 수 있는지 없는지 한 번 보자꾸나. 널 위해 주어진 것이라면 능히 헤쳐 나올 수 있을 터.”


소란스러운 산채 안과 달리 산채 옆 작은 바위 위에 서있는 손강은 그저 평온할 따름이었다.



***


“죽여.”


“저 앞쪽을 막아. 저놈이 가지 못하게.”


‘빌어먹을. 한낱 산적들이 왜 이렇게 조직적으로 덤벼드는 건데.’


유위진은 몰랐지만 이 산채는 이 근방에서도 소문난 곳이었다. 원체 조직적으로 날뛰고 그 흉험함이 이루 말할 수 없어, 어지간한 표국들조차 좋게 좋게 통행료를 지불하고 지나갈 정도였다.


손강이 괜히 이 곳을 제자들의 수행지로 점찍어놓은 것이 아니었다. 물론 애초에 손강도 제자 한명을 이곳에 던져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말이다.


‘빌어먹을. 어디 숨을만한 곳도 없고, 숨돌릴만한 곳도 없군.’


애초에 모르는 지역에 내던져진 것이다. 그렇게 쉽게 자신의 생각대로 굴러갈 리가 없었다. 하지만 당황은 당황이고, 몸에 새겨진 경험은 유위진의 몸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서걱.


유위진의 보검, 용연이 한번 번쩍이더니 산적의 상반신이 넘어갔다. 유위진의 겉모습에 내심 방심하던 산적 한명이 순식간에 검하고혼(劍下孤魂)이 된 것이다.


“저놈이!!”


피를 보고 흥분한 다른 산적들이 기를 쓰고 덤벼들었다.


‘쳇. 머릿수를 일단 줄이긴 했는데, 오히려 더 덤벼드는군.’


어지간한 산적 떼라면 분명 신중히 덤벼왔을 텐데. 이놈들이 이렇게 사나웠던지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었지만, 유위진에겐 그럴 여유는 없었다.


홱. 파악!


활이 유위진이 있던 곳에 박혔다. 유위진이 몸을 옮기지 않았다면 분명 몸 어딘가에 박혔을 터.


산적떼들은 계속해서 유위진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놈들.....나를 계속해서 어딘가로 몰아붙이는데.’


유위진은 놈들의 목적지가 어딘인지 대충 눈으로 살폈다.


‘저기인가?.....저놈들이 유인하려는 곳은. 나쁘지 않군.’


유위진 또한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며 상대의 유인에 적당히 넘어가 주었다. 쉬지 않고 몰아붙이던 놈들이 한 구역에 도달하자 점차 공격이 줄어들었다.


‘좁군.’


유위진이 도달한 곳은 한 면만 제외하고 삼면이 막힌 곳이었다. 뒤쪽과 왼쪽은 거대한 암반이 수직으로 솟아있어 달아나는 것은 당연히 무리였고, 오른쪽은 산채의 건물이었다. 그저 정면만이 뻥 뚫려있지만 그곳에는 산적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크흐흐흐흐. 놈 제법 재빠르긴 하지만 이곳까지 내몰린 이상 네놈도 끝이다.”


“킥....하하하.”


유위진이 갑자기 정신이 나가버리기라도 했는지 웃기 시작했다.


“클.....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모양인가? 그도 아니면 미친 척인가. 어느 쪽이던 아무래도 좋아. 네놈이 이 산채에서 피를 본 이상 네놈을 그냥 보낼 순 없다.”


“....흐흐.....하....실수다.”


“뭐?”


“여기로 몰고 온건 실수라고.”


“뭔 개소리를....”


“아아...말로는 이해하기 힘들겠지? 덤벼.”


“......이 건방진 애송이가!!! 쳐랏!!”


“우와와아아아아아”


수십 명의 목소리가 산채를 진동시켰다.


“끄아아아악.”


검광이 번쩍일 때마다 누군가의 사지가 달아났다. 피가 흐르고, 주인을 잃은 사지가 바닥을 뒹굴었다.


촤촥!!


산적들이 정규군과의 싸움 때나 쓰던 쇠사슬이 하늘을 수놓고, 창대가 하늘을 날았다.


카앙. 캉! 태앵.


나무로 된 창대가 잘려 바닥을 뒹굴었다.


격전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피가 흐르고 흘러, 작은 강이라도 된 것처럼 낮은 곳으로 흘렀다.


“하아......하아...”


수십 명의 산적들을 대부분 몰살시킨 유위진 또한 성한 몸은 아니었다. 숨은 어깨까지 차올랐고, 어깨에는 화살까지 박혀 있었다.


“이.......이 괴물같은 놈.”


“크흐...말했잖아. 실수라고. 좁은 곳에 몰아넣고 다수로 친다는 것은 수적 우위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짓이지. 뭐. 차륜전이라도 펼치기라도 했으면 또 모를까.”


유위진이 검을 치켜올렸다.


“자...잠깐. 혀...협상하자. 이 산채에는 막대한 재물이-”


“필요없어.”


파악!!! 푸샤아아아앗.


산채 두목의 목이 달아나며 피를 바닥에 흩뿌렸다. 그리고 곧 그것은 싸움의 종말이었다.


“후우우우우욱...”


유위진이 숨을 들이켜고 이내 내뱉었다.


“놀랍구나. 설마하니....”


손강의 목소리가 유위진의 귓가를 때렸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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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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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공지 [검명환생]-[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24.02.21 75 0 -
21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7 3 11쪽
20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8 4 12쪽
19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5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17 16화 서안혈사(5) 24.03.01 92 5 11쪽
16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3 6 12쪽
15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3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8 4 11쪽
12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50 5 11쪽
11 10화 교토삼굴 24.02.24 162 5 11쪽
10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9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2 5 11쪽
8 7화 검의 울림 24.02.20 201 5 11쪽
7 6화 검보(劍譜) 24.02.19 216 5 11쪽
6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5 4화 타통 +2 24.02.18 263 6 12쪽
4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1 7 12쪽
» 2화 실전 24.02.15 318 7 13쪽
2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3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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