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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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최근연재일 :
20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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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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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겨루어 이기다

DUMMY



마운괄은 재능이 없지 않았다. 아니 같은 또래를 놓고 보면 그를 능가할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경우엔 오히려 그것이 문제였다.


아직 완전히 성숙치 않은 아이에게 재능인 자신감을 주었고, 자신감은 곧 시기로 이어졌다. 분명 자신이 졌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보다 어릴 때였다.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자신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긴다.


이년 남짓한 사이에 그의 몸은 쑥쑥 자랐고, 기경팔맥 또한 고루 발달했다. 보검문의 기본 검술을 이년이나 수련한 까닭에.


보검문에서 비무는 실전경험만을 위해 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동공인 기본 검식을 펼치면 펼칠수록 몸이 잘 닦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패배를 동기의 밑거름으로 삼은 마운괄에게 있어 더없는 성장을 안겨주었다. 자신이야말로 보검문 제자들 중 가장 강한 이 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그에게 있어 유위진은 넘어가야 할 계단에 지나지 않았다. 한 번은 넘으려다가 넘어졌지만 지금이라면 충분하다.


‘최근 일 년 간의 모습을 보면 확실해. 내가 진 것은 그저 아직 어렸기 때문이다.’


물론 옆에서 보면 열여섯 살의 마운괄도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든 그렇게 유위진을 벼르고 있는 마운괄에게 지금의 도발은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너......”


처음으로 맞이한 머리까지 삼켜버린 분노.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마운괄의 얼굴이 지금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유위진은 유위진 나름대로 성가셨기에 짜증이 났다. 전생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의 녀석은 아무래도 좋았다. 사실 그때에도 안중에도 없었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유위진에게 있어 마운괄이란 우물 안 개구리 정도였다.


이번 생이야 나름대로 수련을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예전에는 그만큼 치열하게 하지도 않았었다. 그런 주제에 자그만 문파의 제자들 중 제일 강하다고 으스대는 모습은 지난 생애에서도 정이 가진 않았다.


최근 일 년 간 저녁이 되면 한계까지 겨루는 것이 일상인 유위진에게 이런 시비 따위는 정말로 귀찮을 뿐이었다. 단지 더 없이 귀찮았기에 이번 기회에 다시는 건들지 못하도록 밟아놓을 생각이었다.


지금도 한계까지 쥐어짜내고 짧게 잠을 청하고 온 상태였지만 자신이 지리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서로가 자신의 패배를 생각지도 않는 이들의 충돌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말 해. 말. 벙어리야?”


“너어어어!!!”


유위진이 달려들었다. 끓어오를 대로 끓어오른 머리로는 복잡한 생각 따위는 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은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안 그래도 단순한 보검문의 기본 검술이 아무런 기교도, 아무런 계획도 없이 펼쳐졌다.


“하!!!”


그나마 지난 이년 동안 열심히 수련했던 탓인지 제법 힘이 실린 일격이 유위진의 머리위로 떨어졌다.


카앙!!


마운괄의 검이 목표를 놓친 채 바닥에 떨어져 불꽃을 만들었다.


‘헛.’


대지의 반탄력을 손의 감촉으로 느낀 마운괄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어디로 갔지.’


마운괄이 그렇게 생각한 찰나였다.


콰직!


깔끔한 장타가 옆에서 마운괄의 턱을 꿰뚫었다. 순식간에 옆으로 빠졌다가 나타난 유위진의 일격이었다.


제대로 얻어맞은 탓에 마운괄의 정신이 잠시 몸과 이별한 채 바닥을 뒹굴었다.


쿠웅!


“무슨 일이더냐!!!”


비무 시간이 되었음에도 모이지 않는 제자들을 보기 위해 찾아온 손강의 입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



“그래서....싸웠다고?”


자초지종을 들은 손강이 지끈거리는 이마를 한손으로 붙잡았다.


“후우.....”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에 당면한 손강은 곤혹스러웠다. 설마 하니 다른 아이가 유위진과 하는 비무를 눈치 챈데다 그것을 질투해 올 줄이야.


“운괄이를 보살피도록 해라”


손강은 다른 제자들에게 명을 내리고는 유위진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의 발길은 본당 근처의 수련실 안에 들어오고 나서야 멈추었다.


“후우....꼭 싸울 필요가 있었느냐.”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 아이와 너의 실력 차를 모르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손강은 이유를 알 수 없어 그리 말했다.


“허나 그 녀석은 모르죠.”


“그러니 잘 받아넘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이니라.”


위지혁은 손강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무딘 성격 탓에 어딘지 세심함이 부족하다고 여겨야 할까. 좋게 말하면 천생 무인이라고도 하겠지만....이 경우엔 오히려 독이였다.


“그러면 운괄, 그것이 그 녀석에게 도움이 되겠습니까?”


“.....무슨 소리냐.”


의아함에 손강이 얼굴을 찌푸렸다.


“운괄이가 왜 저렇게 나왔겠습니까? 최근에 몸이 자라며 힘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매를 맞았을 겁니다. 오히려 보검문 안에서의 일만으로 교훈을 얻는다면 다행이겠죠.”


자신의 속내를 듣기 좋게 포장한 유위진이었다. 사실 싸움의 주된 원인은 그저 귀찮았기 때문이지만 듣기에는 좋은 말이었다.


게다가 실제로도 과거, 마운괄은 그러한 경향을 보였고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넘어왔다. 유위진이 듣기 좋게 말한 내용에 귀를 기울이려 하는 손강이었다. 스스로도 내심 좋은 생각이 나지도 않아 우선 유위진에 말을 들어보고자 했다.


“요는 그 녀석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됩니다.”


“원하는 대로라니....그 아이도 너처럼 같이 수행을 시키려고? 그 아이의 그릇으로는 무리인 이야기다.”


손강의 말 대로였다. 낮에는 동년배의 아이들과 비무를, 저녁 무렵에는 다시 손강과 비무하며 밤을 지새우는 수행의 나날. 육체적으로 버티냐 버티지 못하느냐를 논하기 전에 정신적으로 견디지 못할 것이 뻔했다.


육체가 버티지 못하든, 정신이 버티지 못하든 잘해봐야 폐인으로 끝날 것이다 라는 것이 손강의 예상이었다. 그만큼 유위진은 자신을 혹독하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뭐 저처럼 스승님과 싸우는 것은 무리겠죠. 허나 제가 오후의 휴식시간에 적당히 상대한다면 괜찮지 않겠습니까? 저를 이긴다면 스승님의 수행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을 걸어서 말이죠.”


‘합법적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생기는데 마다할리 있겠어?’


유위진은 이 기회에 다시는 까불지 못하도록 철처히 교육하려는 속셈이었다.


“.....허나 그러면 네가 괜찮겠느냐? 지금도 충분히 강행군이거늘.”


“그러면 어찌하겠습니까. 사문에서 강해져라, 강해져라 닦달하고 있는데.”


“......”


그 말에 손강은 자신이 너무 그를 혹독하게 몰아붙인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사실 처음 하는 것도 아니었다. 허나 수행할 때마다 생기 있는 유위진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런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의 입이 몇 번이나 작게 열렸다 닫혔다. 손강이 좀처럼 말을 하지 못하는 사이 유위진이 먼저 선수를 쳤다.


“그런 얼굴 하실 것 없습니다.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 제가 선택한 길이란 말입니다.”


강해지고 싶다. 그 욕망에 몸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유위진에게 지금은 오히려 행복한 시간이었다.


강하지 못한 무인의 말로야 본인이 스스로 겪은 일이 아니던가. 강호에서도 수많은 하류 무사들의 삶이 어떠한지를 봐온 유위진에게 있어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더없이 즐거운 일이었다.


“오늘 수행이 너무 늦어졌군요.”


“아니....”


스승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유위진이 검을 허리에서 빼내었다.


“후.....좋다.”


말려도 듣지 않을 것임을 느낀 손강 또한 목검을 꺼내들었다. 지난 이년 동안 수 천, 아니 수 만 번을 싸워온 둘이었다. 손강 또한 이미 질리다 못해 토가 나올 지경이었지만, 저런 눈빛을 하고 달려드는 제자를 밀쳐낼 순 없었다.


“오늘은 다를 겁니다.”


“...와라.”


유위진이 왼손으로 용연을 꺼내들었다. 강호의 밑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의 왼손 또한 자연스레 검을 쥐게 되었고, 오른손과 큰 차이 없이 초식을 펼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좌수검이라고?’


물론 유위진이 좌수검을 처음 펼친 것은 아니었다. 지난 이년 동안 손강과 싸우면서 여러 번 구사했으니 당연히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다만 처음부터 좌수검을 꺼내든 적은 처음이긴 했지만.


‘......뭘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한번 볼까.’


언제나 제자의 성장을 기다리는 스승의 입장으로 상대하는 손강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미 알고 있는 유위진은 거기에 승부를 걸었다.


상대가 뭘 보여줄 것인지 기다리고만 있다.


유위진은 그것이 자신에게 있는 유일한 승기라고 여겼다. 어차피 지난 이 년은 포석에 불과했다. 오늘 일격을 성공시키기 위한 준비 작업.


한발자국 걸어 나오며 검을 오른손으로 고쳐잡았다.


‘......흐음....오른손으로 올지 왼손으로 올지 고민하고 있는 것인가? 그게 다라면 실망인데.’


허나 손강의 이런 생각조차도 유위진의 계산 아래 들어있었다.


‘자. 제자가 이렇게 고민하는 듯이 공격을 하려 하는데 가만히 있을 것이오?’


유위진이 속으로 말하자 그것을 들었다는 듯이 손강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이다!’


선(先)의 선(先). 상대방의 심리를 철처히 읽은 유위진이 손강이 나서려는 순간 발을 내디디며 좌수검으로 바꾸었다.


‘큭.’


찰나의 순간 다시 상대와의 간합(間合)이 바뀌었다. 간합이란 곧 상대방과의 시공간. 순간적으로 뒤틀린 간합의 차 때문에 손강의 대응은 한 발짝 느렸고, 그 사이 유위진의 검은 공간을 갈랐다.


터억.


유위진의 검이 손강의 어깨 위에 떡하니 올려진 채 멈춰 있었다. 검이 그대로 휘둘러진다면 분명 목에 상처를 입었을 터.


“아무래도 제 첫 승리인 것 같군요.”


“.......후.”


손강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제야 손강은 자신이 철저하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훤히 뚫어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비록 자신이 내공을 제한하고 싸우고 있으나, 패배는 패배였다.


“그래. 네 승리다.”


“하! 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유위진은 폭소했다. 이년 만에 처음으로 승리했다. 비록 상대가 내공을 쓰지 않는다는 제약이 있긴 했으나, 엄연히 자신의 윗줄의 상대에게 승리한 것이다.


마음껏 좋아하는 유위진을 지켜보던 손강은 깨달았다. 이제 확연히 날개 짓하는 새를 자신이라는 새장 안에서만 키울 수는 없다고.


보검문의 제자에게 바깥세상을 구경시켜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처음부터 노린 것이었느냐?”


“하하...처음이라....어느 처음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간신히 폭소를 멈춘 유위진이 물었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어느 처음이라니. 나는 당연히 오늘-”


손강은 말하던 중간 깨달았다. 유위진이 좌수검을 선보였던 것은 모두 이 순간을 위한 포석이었음을.


‘이....교활한 녀석.’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열여섯밖에 안된 놈이 자신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내려다보며 한방 먹일 줄이야.


‘기본 검식의 다음 단계를 가르칠 때가 왔군.’


한참 수련과정을 생각하는 손강의 귓가에 제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그러셨지 않습니까. 분명 이년 전. 비무를 막 시작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만. 싸움 속에서 흐름을 읽으라고. 이런 기특한 제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스승의 명을 그대로 따르는 이런 제자가.”


그 말에 두 사제의 머릿속에서는 과거의 일이 떠오르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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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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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공지 [검명환생]-[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24.02.21 74 0 -
21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6 3 11쪽
20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7 4 12쪽
19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4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17 16화 서안혈사(5) 24.03.01 91 5 11쪽
16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2 6 12쪽
15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2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7 4 11쪽
12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49 5 11쪽
11 10화 교토삼굴 24.02.24 161 5 11쪽
10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8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1 5 11쪽
8 7화 검의 울림 24.02.20 200 5 11쪽
7 6화 검보(劍譜) 24.02.19 215 5 11쪽
»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5 4화 타통 +2 24.02.18 262 6 12쪽
4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0 7 12쪽
3 2화 실전 24.02.15 317 7 13쪽
2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2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0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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