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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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최근연재일 :
20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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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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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검의 울림

DUMMY


흥분이란 싸움에서 독이다. 그것이 일반적인 관점이었고, 상당수의 무인들은 그 관점에 딱 들어맞았다. 초식의 운용이란 점에서 냉철한 이성이 없으면 그저 힘자랑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이성 없이 본능만으로 싸우는 유형의 인물도 있다지만, 그 경우는 정말 드물었고 마운괄 또한 그런 유형은 아니었다.


‘도발에 내성이 전혀 없군. 이 녀석.’


유위진은 똑같은 수에 또 낚인 녀석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이십 년을 굴러먹은 이와 이제 열여섯 살의 아이가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수치를 견딘다는 것은 그만큼의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당연히 바깥세상을 겪어보지 못한 마운괄로서는 무리였다.


더군다나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마저 있는 이가 같이 지내는 동문 앞에서 망신을 당한다면 더욱 참기 어려운 법이었다.


검날이 세워져 있음에도 검이 목을 노려왔다. 허나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그것이 보검문의 방식이기에.


유위진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훤히 보이는 초식을 방어하기 위해 움직였다. 비스듬히 올라가는 검이 직선으로 날아오는 마운괄의 검의 궤도를 비틀었다.


자신의 검과 팔이 위로 올라가 버렸음에도 마운괄의 머리는 계속 유위진을 쫓고 있었다. 끓어오를 대로 끓어오른 머리가 시키는 대로, 가슴에 치미는 감정을 따라 다음 공격을 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목덜미와 어깨 부근으로 검격이 교차하며 날아들었다.


캉. 캉. 캉. 카아앙!!


순식간에 날아든 네 번의 검격은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운괄에게 동요는 여전히 없었다. 그저 공격할 뿐.


몇 초식이나 지났을까. 마운괄 자신도 모르게 분노에 내맡긴 공격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호?’


‘이건....’


손강과 유위진 둘 모두 눈에서 이채를 발했다.


잠시간 분노에 먹혀버린 것일까? 그도 아니면 동물적인 본능인 것일까?


공격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속도는 물론 초식의 정교함까지 살아나기 시작했다. 마운괄 그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재능에 눈을 뜨고 있었다.


“하. 하핫!”


마운괄의 입에서 웃음이 떠올랐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허나 보이지 않던 상대의 검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인다. 전부.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것처럼.’


공안(空眼)의 경지였다. 자신의 단순한 시야를 초월해 시선이 미치는 전 방위를 파악할 수 있는 경지.


누군가는 공안을 경지로 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감각에 가까운 것으로도 본다. 물론 공안이 어느 쪽이냐가 지금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아직 젖먹이에 불과한 무인이 한 발짝 내디뎠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몸도 가볍고. 막힘없이 움직인다.’


트인 시야를 따라 올라가듯이 마운괄의 속도는 자신의 한계까지 다다르고 있었다.


“지지 않아. 아니 이긴다!!!”


자신감 역시 차오르며 속내가 거리낌 없이 흘러나왔다. 그만큼 지금의 마운괄은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지금 이 순간, 보검문에 무인이 한 명 탄생하고 있었다.


검격은 쉴 새 없이 계속 되었다. 마운괄의 그 자신의 한계까지 달한 검격은 마침내 유위진의 철벽같던 방어에 빈틈을 만들어낼 정도였다.


‘틈!!’


단 한순간의 틈이 발생한 느낀 마운괄이 지금껏 없었던 속도로 검을 찔러 넣었다.


카아아앙!


검과 검이 부딪쳐 귀청이 떨어질 듯한 격렬한 격돌음을 일으켰다. 무인으로서 막 탄생한 마운괄. 그가 펼친 혼신의 일격이었다.


허나,


승부란 언제나 역량만으로 정해지는 비정한 것.


“엌..어...엌.”


격돌에서 밀린 자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자신의 본능에 눈을 떴다곤 하나, 지난 이 년 동안 죽을만큼 수련한 것을 그 정도로 따라잡을 수 있다면 누가 무엇 때문에 수련을 하겠는가.


“뭐. 나름대로 괜찮았다. 노력...상은 받을 만하군.”


유위진의 입에서 나직하게 말이 흘러 나왔다. 게다가 그의 얼굴에서도 시작할 때 존재했던 지루한 표정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으.....으..”


털썩.


모든 힘을 토해낸 마운괄이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말 그대로 마운괄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써린 것이다. 한계까지 다 끌어냈기에 내기는 물론 일어설 힘조차 남지 않았다.


자신에 도취되어 뒤는 생각도 못한 채 모든 것을 쏟아 내버린 결과였다.


유위진의 한쪽 발이 올라갔다.


“제.....엔 장.”


마운괄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혀를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콰직!!!


그대로 내리 꽂힌 일격에 마운괄은 의식을 잃어버렸다.



***



싸움이 끝나자 보검문의 제자들은 모두 숨을 내쉬었다. 그만큼 유위진과 마운괄 그 둘의 일전은 제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계속해서 강해지는 마운괄과 그것을 가볍게 제압한 유위진.


도대체 같은 제자인 유위진은 지금 어디까지 도달한 것일까. 자연스레 그런 궁금증이 제자들에게 생겨날 정도였다.


모두가 흥분한 채 숙소로 돌아갔고, 이 날의 기억은 그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스승인 손강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비무를 마치고 본당으로 유위진을 불러낸 손강은 곧 한숨을 토해냈다.


“운괄이가 자신의 벽을 뚫은 듯 하구나.”


손강의 표정은 어딘가 넋을 잃은 듯 했다.


“벽을 뚫은 것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죠. 뭐....강해질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후는 그 녀석 자신에게 달린 일이겠죠.”


“....오늘만큼 네가 커 보인 적이 없구나. 아니.....네 녀석이 열 여섯 살이 맞긴 한 거냐?”


“그럼 제가 중늙은이라도 보이기라도 하는 겁니까?”

‘속은 늙긴 했지만.’


유위진은 자연스럽게 너스레를 떨었다.


“너는 언제든 싸움을 끝낼 수 있었다. 허나 끝까지 그러지 않았음은 운괄이가 모든 것을 토해낼 수 있도록 배려한 거겠지.”


“.......”


유위진은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물음에 대한 대답은 손강도, 유위진도 알고 있었다.


“운괄이는 오늘의 승부를 밑거름 삼아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 정도의 의지라면 그렇고말고.”


손강은 자신의 제자들이 자랑스러웠다. 사문의 굴레에 묶여만 있던 이가 제자들이 성장하는 기쁨에 눈을 뜨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하나의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다.


그것은 유위진의 강호행이었다. 검령회결의 지도가 끝나는 대로 바로 내보내는 것이 그를 성장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손강이었다.


“자, 그럼 오늘도 시작하겠습니다.”


유위진이 스승의 생각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검을 꺼내들었다.


“....좋다.”


이 날 본당에서의 비무는 유독 뜨거웠다. 사제 양쪽 모두 기합이 들어간 채로 비무를 펼친 결과였다.



***



같은 문파에 지내는 이상 만남은 피할 수 없는 법. 혼절 후 이틀 만에 깨어난 마운괄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유위진과 마주쳤다.


“여어.”


“.......”


“몸은 좀 어때?”


유위진이 가벼이 묻는 것에 비해 마운괄은 얼굴이 굳은 채로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상태가 영 안 좋은가 보군. 들어가 쉬라고.”


마운괄은 발을 멈춘채 부들부들 떨었다.


“으...ㅁ...엔....”


“뭐라는 거야? 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면 얼른 들어가 쉬라고.”


“..긴다...”


“뭐?”


“다음....엔.....내....가.....”


그제야 유위진은 마운괄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해했다.


“날 이기겠다고?”


“......”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말이었지만 그 말을 하는데 모든 심력은 쏟은 것인지 마운괄은 말을 잇지 못했다.


“날 이긴다라....”


유위진은 얼굴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


“날 이기고 싶다면 죽을 만큼 노력해라. 아니지, 설사 죽더라도 다시 살아나서 검을 갈고 닦아라.”


드물게 진지하게 말한 유위진이었다. 물론 받아들이는 이가 그대로 받아들이느냐는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으......”


안타깝게도 마운괄은 유위진의 말을 자신에 대한 비웃음이라 받아들였다. 수치심과 좌절감에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몸을 계속 떨었다. 그러는 사이 유위진의 모습은 마운괄에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보검문 한 구석에서 누군가의 신음과도 같은 음성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것 참. 우는 건지...소리를 지르는 건지.’


멀리서도 들려오는 마운괄의 비명에 숙소로 돌아온 유위진은 혀를 찼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말한 것이지만 전해지진 않았기에 살짝 안타까움을 느꼈다.


환생자이자 회귀자인 자신의 신세를 어떻게 설명할 길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물론 그런 비밀을 말할 생각도 없었지만 나름대로 미운정이 들은 까닭에 느낀 감정이었다.


“뭐 제 놈이 알아서 할 일이지.”


자신은 자신의 일만으로 바쁘기에 유위진은 금세 털어버리고 침상에 누워 스스로에게 닥친 문제만을 생각했다.


어느새 유위진의 머릿속에서 마운괄에 관한 것은 사라지고 조금 전 스승과 있었던 대화만이 가득 찼다.


[검계결(劍啓訣) 말이냐?]


[그렇습니다. 축기(築氣)부분은 나와 있는데, 발기(發氣) 부분은 도해에 안 나와 있지 않습니까.]


유위진의 물음에 손강은 잠시 고민하다 말을 이었다.


[발기(發氣)라....왜 그런 것을 고민하는지 모르겠구나. 기의 흐름이란 자연스러운 것. 기를 모았으면 자연히 흐름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 설사 도해에 없어도 검경(劍勁)을 모았으면 써야 하는 법이지.]


자신의 스승 또한 전생의 자신과 별 다를 바 없는 해석을 내렸지만 무언가 걸렸다. 문답을 주고받다 떠오른 생각에 유위진은 스승과의 대화 도중 어떻게 빠져나왔는지조차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온 지금도 검령회결에 대해 고심하고 있었다.


‘자 다시 생각해보자.’


유위진은 전생을 떠올렸다. 검령회결의 구결 해석은 스승이나 자신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허나 자신은 그렇게 검경으로 사용하지 않은 채 그저 검 또한 신체의 연장선으로 여기며 검령회결을 닦았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때에는 그래야만 했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나 환생 후 그림 속 목소리가 했던 말 때문에 그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한결같은 검계결(劍啓訣)로 검을 깨웠음이니, 검령의 토대는 이미 전생에서 갖추어 졌음이라.]


검을 깨웠다는 그 말, 그 말이 마음에 걸려 참을 수 없었다.


또한 전생의 검계결을 닦을 때 마다 느껴지는 무언가. 그 느낌이 없었다면 유위진은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에 기를 흘려넣을 때 마다 무언가 태동하는 그 느낌.


‘무얼까. 그 느낌은.’


한참을 고민하던 유위진은 직접 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검계결의 도해대로 운기했다.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을 따라 손으로 모인 기가 검으로 향했다.


유위진은 기를 조금씩, 조금씩 검에 밀어 넣었다.


자신의 기를 반절 넘게 집어넣었을 때 이변이 벌어졌다.


웅!!


짧지만 강한 울림.


분명했다. 검명이었다.


‘거.....검명.’


유위진은 전율에 휩싸여 몸을 떨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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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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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공지 [검명환생]-[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24.02.21 74 0 -
21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6 3 11쪽
20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7 4 12쪽
19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4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17 16화 서안혈사(5) 24.03.01 91 5 11쪽
16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2 6 12쪽
15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2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7 4 11쪽
12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49 5 11쪽
11 10화 교토삼굴 24.02.24 161 5 11쪽
10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8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2 5 11쪽
» 7화 검의 울림 24.02.20 201 5 11쪽
7 6화 검보(劍譜) 24.02.19 215 5 11쪽
6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5 4화 타통 +2 24.02.18 262 6 12쪽
4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0 7 12쪽
3 2화 실전 24.02.15 317 7 13쪽
2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2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0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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