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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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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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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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8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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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타통

DUMMY

자신의 숙소로 돌아온 유위진은 상념에 젖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상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계속해 이런저런 생각한 나머지 떠오른 것이 있었다.


스승의 행동의 변화는 그림의 변화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설마하니 지난 생애에는 그림이 전혀 변하지 않았기에 스승은 자신의 대에서는 포기한 채 후대에서 검신을 길러내기를 기대했던 것인가?"


그것 말고는 스승의 변화를 설명할 수 없었다. 게다가 마치 그림 속으로 빨려들었던 그 경험. 그것은 너무나 강렬했기에 지금도 유위진을 심령을 꽉 붙잡고 있었다.


고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다시 돌아온 이후에도 변함이 없었지만, 강호의 별이 되기 위해 지난 생애보다 일찍 강호로 뛰어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본문의 유산이 이렇게 자신과 알 수없는 운명의 끈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이상 무시할 수도 없었다.


"빌어먹을."


머리가 복잡한 나머지 욕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쉽게 가자. 어려운 것부터 풀려고 하다간 죽도 밥도 되지 않았던 경우를 지난 생애에서 너무나 많이 겪었으니.’


일단 지금의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강해지는 것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머지않아 벌어진 정마대전을 위해서도 본문의 유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어 가야했다.


스승이 전과는 달리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상 최대한 얻어 갈 수 있는 것은 얻어가야 했다.


밤을 지새웠음에도 유위진의 눈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



하지만 활활 타오르는 유위진의 위지와 달리 보검문 내에서의 비무는 실질적으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비록 고수가 되진 못했다지만 이십년을 강호에서 굴러먹은 이와 이제 열두 살에서 열네 살 정도를 먹은 아이들의 비무. 큰 의미가 있을 리 없었다.


그 점은 손강도 이미 알고 있는 바, 그렇기에 비무가 끝나자마자 유위진을 전음으로 불러내었다.




“어째 얼굴색이 그다지 좋지 않구나. 혹 잠을 못 이루기라도 한 거냐?”


“예. 뭐...”


“.....이제 막 내공에 입문한 네가 잠을 거르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거늘.....뭐 첫 살인을 겪은 날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만. 뭐 오늘은 돌아가서 쉬도록 하거라.”


‘하. 첫 살인?’


그런 것은 이미 옛날 기억도 나지 않는 망각의 강에 던져버린 것이 유위진이었다.


“.....저를 이렇게 부르신 것은 오늘 수련을 위해서가 아닙니까?”


“그렇기는 한다만 아직 애송이인 네가 하룻밤을 지새운 채 수행을 하는 것은 무리 일터.”


‘하!’


유위진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필사적으로 유지하며, 속으로는 스승의 말을 비웃었다.


“저는 할 수 있습니다.”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은 무인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는 하나, 때와 상황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빌어먹을. 이 늙은이가 또 옛날처럼 구는군.’


유위진의 뇌리 속에서 전생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도 그랬지. 묘하게 달관한 것처럼, 무언가를 포기한 것처럼 그저 잠자코 문파를 유지하는 데에만 신경 쓰고.’


유위진은 그것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미련 없이 보검문을 떠났던 것이고. 헌데 하필이면 제대로 수련을 받으려는 첫날 이렇게 나올 줄이야.


유위진의 생각처럼 손강은 자신의 예전 행동지침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아무리 당대에 보검문에서 일컫는 진정한 후계자가 나왔다고는 하나 반평생 보검문의, 조사의 유훈에 얽매여 살아왔던 이가 한 번에 돌변 할 수는 없었다.


보검(保劍).


검을 보호하라. 그 말은 보검문과 연을 맺은 선인이 준 검을 보호하라는 말임과 동시에 검신지경을 이루어낼 진정한 보검문의 후계자를 보호하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손강은 물론 보검문은 대대로 제자들을 어딘가 모르게 울타리 안에서 방목하듯이, 혹은 어미새처럼 보호하듯이 키우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손강의 그러한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유위진으로선 못마땅할 뿐이었다. 검도 뜨거울 때 쳐야 하는 법이지 않은가. 의욕이 고조되어 불타오르는 지금, 스승의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의지만 사그라지게 할 뿐이었다.


채앵!


유위진이 바로 검을 빼들고 외쳤다.


“제자가 먼저 가겠습니다.”


“뭣?”


설마하니 유위진이 먼저 검을 뽑을 줄은 추호도 생각하지 못한 손강이었기에 더 없이 당황했다.


“그만 두거라!”


손강이 당황해 급히 말했다.


“저는 어미 새가 먹이를 물어다주면 받아먹는 아기 새가 아닙니다!”


“아기...새라고?”


“그럼 아닙니까?”


“......”


유위진의 물음에 손강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은 자신도 모르게 예전처럼 행동하고 있음을.


‘그래. 이제 이것저것 잴 것은 없다. 당대에 보검문이 대대로 기다려온 검신지경의 재목이 나타났으니, 남은 것은 눈앞의 재목을 그저 한 자루의 검처럼 벼려낼 뿐!’


터억!


수련실 벽면에 있던 목검이 떠올라 손강의 손으로 딸려 들어갔다. 고수나 시전할 수 있는 허공섭물(虛空攝物)이었다.


“좋다....!! 네 그 의지. 스승으로서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가 없구나. 오너라!!”


“하!!”


유위진이 웃었다. 지난 생애의 손강은 이제 죽었음을 알았기 때문일까? 참을 수 없었다. 두 번째 생을 맞이하고 나서야 진정한 스승을 얻었음에 기쁘게 달려들었다.


검이 매섭게 공기를 갈랐다. 보검문의 이름도 없이 내려오는 기본 검법이었다. 어떻게 보면 강호에 있어 흔히 볼 수 있는 검법으로 보이기도 했다. 단지 동공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딱히 특출난 점은 없었다.


하지만 이십 년, 생사의 위기를 수없이 겪어온 이에게서 펼쳐지는 검법은 어딘가 모르게 위험한 냄새를 뿌리고 있었다.


가볍게 유위진의 검격들을 피해낸 손강이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


“이 초식들. 네가 마음대로 변용하고 있는 것이냐?”


“부모와도 같은 사부가 산채에 내버리고 간다면 응당 살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크흠...”


유위진이 말로서 비수를 꽂기에 손강은 헛기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빈틈!!’


사삭!


지금까지완 다르게 유위진의 검이 직선으로 찔러왔다. 지금껏 수십 초식을 좌우로만 펼쳐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지난 생애에서 얻은 경험덕택에 나온 초식 운용이었다.


사람의 눈이란 좌우의 변화에 민감하고 거기에 익숙해져 버린다면 다른 방향에서의 공격은 반응이 늦어진다는 것을, 유위진은 알고 있었다.


‘흠!’


손강이 한번 호흡을 내뱉고는 검을 상단으로 들어올렸다.


챙. 스르릉.


매섭게 날아드는 유위진의 검이 한 번의 부딪침만으로 다른 방향으로 흘려졌다. 유위진이 손강에서 선보였던 기예였다. 그 기예를 지금 손강이 그대로 재현해냈다.


‘칫...’


유위진이 혀를 차며 물러났다.


“왜 물러나는 것이냐?”


‘도발’

“.....”


“네가 바란 수련, 아니 비무지 않느냐. 물러나는 자에게 패배는 있어도 승리는 없느니. 이 스승 또한 일성의 내공으로 상대하고 있음이니 겁먹지 말거라. 자! 와랏!”


‘이것도 도발.’


손강이 연달아 자신을 유도하고 있는 것을 바로 눈치챈 유위진이었지만 이미 흥이 올라 머리까지 달아오른 유위진이 뛰어들었다.


자신은 보검문의 무공으로 고수는커녕 이류의 고수도 되지 못하였다. 허나 눈앞의 그는 허공섭물까지 구사하는 고수였다. 눈앞의 그가 자신의 미래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저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 유위진은 도취되어 있었다. 자신에게. 자신의 가능성에. 자신의 두 번째 미래에.


“하아!!”


좁쌀만한 내기가 실개천 같은 다리의 경맥을 지난다.


‘부족해. 아직. 아직. 더. 더! 더!! 더더더더!!’


내기가 우악스럽게 다리의 경맥을 확장하며 지나갔다.


우지직.


거듭하며 밀어 넣는 내기 덕택에 다리의 경맥이 조금씩 찢어지고 늘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경우 마치 생살이 찢어지는 고통이 동반될 테지만 지금의 유위진에겐 그저 개미가 지나가는 간지러움 정도였다.


경맥의 타통. 자신도 모르게 일궈낸 작은 기연에, 유위진의 몸이 가속한다. 보다 빠르게. 보다 강하게.


바람이 불었다. 지금까지 그냥 그저 공기와 어우러졌던 유위진의 몸이 가속하고, 곧 바람이 불었다.


‘이 녀석!’


순간적으로 빨라진 유위진의 몸놀림에 손강이 경악했다.


빡! 파바바밧!


거침없이 치고 들어오는 초식들 탓에 손강의 손놀림 또한 갑작스레 빨라졌다. 순간적으로 연환되어 펼쳐진 세 개의 초식을 막아낸 손강이 목검을 위에서 아래로 쳐올렸다.


채앵!


“크읏.”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손강의 검격이 너무 강한 탓에 유위진의 손은 위로 들려졌고 자연스레 몸통이 훤히 비게 되었다.


그 빈틈을 노리고 손강의 목검이 다시 뒤로 휘둘려졌다가 앞으로 휘둘러졌다.


“젠....장.”


빠아악!!


강력한 일격이 승부의 마지막을 고했다.



***


“정신은 있느냐?”


손강의 목소리에 유위진이 뒤로 나자빠진 채로 답했다.


“있....습니다.”


“그럼 어서 서서 네 발로 돌아가지 못하겠느냐!”


“큿....으으으으.”


유위진이 용연에 의지한 채 간신히 일어섰다.


“후욱....후우......”


“오늘의 수련은 이걸로 끝이다.”


손강의 말에 유위진은 목례를 한번 하고 비틀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손강은 그런 유위진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응시하고 있었다.


손강은 유위진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자신의 팔을 들어올렸다. 손강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팔꿈치 부근의 옷이 베여져 드러난 자신의 팔뚝이었다. 그리고 그 피부에서는 한 줄기 피가 흐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성장한 유위진의 연환 초식을 미처 막아내지 못한 탓이었다. 한순간 위기감을 느낄 정도였기에 자신도 모르게 이성의 공력을 운용했음에도 워낙 절묘한 공격이었기에 부상을 피할 순 없었다.


손강이 손을 내리자 피는 아래로 흘러 떨어질 뿐이었다.


뚝. 뚜욱.


“검신지경. 검신지경이라......하! 하하. 하하하하하.”


참을 수 없는 희열에 손강이 미친 듯이 웃었다.


***


두 사제지간의 수련 겸 비무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보검문에서 물려받은 옷이 헐렁했던 제자들의 옷이 어느덧 꽉 끼게 되었을 때까지. 무려 이 년 동안이나 낮에는 같은 제자들과 비무를 하고 밤에는 손강과 비무를 이어나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같은 제자들도 슬슬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


“불공평해!!”


유위진을 제외한 제자들 중 가장 빼어난 마운괄이 외쳤다.


“무슨 소리야 갑자기.”


목연(木軟)이 넉살좋게 대꾸했다.


“다들 알잖아! 위진 저 녀석만 밤늦게 들어오는 것을.”


“자진해서 수행이라도 했나보지.”


마운괄의 어조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기에 목연은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했다.


“웃기지마. 혼자서 수행을 하는데 얼굴에 저런 자국이 생겨난다고?”


그 말대로 유위진의 얼굴에는 긴 멍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날이 갈수록 격해지는 스승과의 비무에서 얻은 부상이었다.


허나 그것은 마운괄에게 있어 시기의 표상이기도 했다. 머리통이 커지면서 무에 대한 갈망을 알아버린 마운괄로선 차별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도 같은 수련을 받아야지.”


“아니....난 좀 사양하고 싶은데.”


모두가 마운괄에게 동조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어이 위진.”


마운괄이 부르자 그제야 유위진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어떻게 생각해? 우리도 똑같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마운괄이 불타오르는 시선을 던지며 자뭇 도전적으로 말했다.“


“.....그게 필요한가?”


“무슨 말, 아니 무슨 뜻이야.”


“주제넘다고 생각하지 않나? 아니면 분수를 모르는 건가?”


“뭐?”


보검문에도 바람이 불고 있었다. 늦게나마 시작된 사춘기의 바람이.


작가의말

오늘 중으로 또 한편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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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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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공지 [검명환생]-[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24.02.21 74 0 -
21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6 3 11쪽
20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7 4 12쪽
19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4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17 16화 서안혈사(5) 24.03.01 91 5 11쪽
16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3 6 12쪽
15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2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7 4 11쪽
12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49 5 11쪽
11 10화 교토삼굴 24.02.24 161 5 11쪽
10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8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2 5 11쪽
8 7화 검의 울림 24.02.20 201 5 11쪽
7 6화 검보(劍譜) 24.02.19 216 5 11쪽
6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 4화 타통 +2 24.02.18 263 6 12쪽
4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0 7 12쪽
3 2화 실전 24.02.15 317 7 13쪽
2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2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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