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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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최근연재일 :
20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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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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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보검문의 그림

DUMMY





“후우.....”


스승이 말을 하거나 말거나 유위진은 몸을 다스리는데 여념이 없었다.


‘조식(調息)하는데 뭐라고 앞에서 얼쩡거리면서 중얼거리는 거야.’


유위진은 운기조식(運氣調息)을 입공으로서 펼치고 있는 지금, 말을 걸어오는 스승이 걸리적거렸다.


“몸을 다스리고 있는 것이냐?”


‘알면 닥치고 있으라고. 늙은이.’


울컥.


발끈한 덕택인지, 그도 아니면 운기요상이 잘된 탓인지 유위진 스스로도 알지 못했지만 울혈이 입으로 나온 덕택에 상태가 한결 좋아지는 것만은 느꼈다.


“퉷. 후우.....”


검붉은 핏덩이가 땅바닥 위에 토해졌다.


“.......본문의 운기조식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운용하는구나.”


“스승이 죽음의 구렁텅이에 집어던졌는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말의 악의를 담아 유위진이 답했다.


“죽여도 죽지 않을 녀석이 그런 말을 하는구나. 그래. 이 스승을 원망하는 것이냐?”


곤란한 물음이었다. 사실 정말로 원망하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는 않았다. 부모를 잃고 보살펴준 것은 지난 생이나 이번 생에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하지만 지난번 생애와는 전혀 다른 스승의 면모 때문에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일까. 유위진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자칫했으면 죽을 뻔했지 않았습니까.”


“정말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면 스승으로서 사죄하마. 허나 너 또한 무인이기를 선택했지 않느냐. 언제고 닥쳐올 일을 오늘 겪었다고 생각 하거라.”


“......”


“게다가....나는 언제라도 튀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헌데 너는 자연스럽게 싸움을 벌이고 산적들을 참살하더구나. 나는 네가 열 세 살의 내 제자가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제가 비무에 집중하지 못 한다 여겨 이런 짓을 하신 겁니까?”


“그것도 이유 중에 하나다. 하지만 주된 이유는 아니지.”


‘주된 이유? 도대체 무슨 놈의 이유가 있어서....’


그가 지난 생애에서 봐온 손강은 이렇게 성급한 이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제자들 모두를 이 산채에 보낸 것이 아니었던가.


“여기서는 좀 그렇구나. 돌아가서 이야기 하자꾸나.”



***



유위진이 손강과 함께 돌아오자 해는 이미 저물어 있었다. 사방에 어둠이 내려온 심야임에도 사제지간의 둘은 보검문의 본당에서 마주보고 있었다.


제자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에 손강은 손으로 탁자를 더듬기 시작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금세 화섭자를 꺼내들어 등잔에 불을 붙이자 불이 환하게 타올랐다.


“후.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


“그러고 보니 아직 너는 물론이고 제자들에게 본문의 기원을 이야기 한 적은 없구나.”


“본문에 시조(始祖)가 있기는 하군요.”


“당연하지 않느냐. 문파라는 것이 저절로 생겨나겠느냐.”


손강은 이상한 소리 한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아니 그럼 지난 생애 때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던 건 뭔데. 수년 동안 말 한 마디가 없었으니 당연히 기원에 대한 내용은 실전이라도 된 줄 알았지.’


유위진의 의문은 입으로는 나오진 않고, 그의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계속해서 이야기 하마. 본문의 시조께서는 평범한 이였지. 강호와는 일절 연이 없으셨던 분이셨다. 헌데 하필이면 중년이 넘어서 선인과 만나버리고 말았지.”


“선인.....이라구요?”


“그래. 선인. 신선이라고도 불리는 불로불사의 존재 말이다.”


‘미치겠군....’


잠시 속으로 감상을 늘어놓은 유위진이 입을 열어 물었다.


“그런 존재가 실제로 있는 것입니까?”


“......나도 만나본 것은 아니니 모르겠다. 허나 중요한 것은 그런 존재가 실존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얘기가 더 이어지나 보군요.”


“그래, 차라리 설화 속의 이야기라면 차라리 한바탕 웃어버리고 끝날 이야기겠지. 계속 말하마. 그 선인은 무언가를 쫓다 다친 모양이었다. 시조께서는 그 선인이 선인인지조차도 모랐지만 그저 선의로 상처 입은 선인을 정성스레 돌봤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으레, 다른 강호의 전설처럼 시조께서는 선인께 물건과 무공을 얻었다고 하지. 그것이 보검문의 기원이다.”


“......끝입니까?”


유위진은 한껏 기대를 부풀려 놓고는 이야기가 간소하게 끝나버린 탓에 맥이 빠졌기에 물었다.


“.....당연히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러면 다음의 내용은...”


“선인께서는 무언가를 쫓았다고 했다. 그러면 그 선인을 상처 입힌 것은 누구겠느냐.”


“그 무언가겠군요.”


“그래, 사람인지 선인인지 그도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 인지는 몰라도 그럴 것이다. 만약에 말이다. 흉악한 짐승이 인간에게 습격당해 인간을 물었다고 치자. 그럼 그 짐승이 인간을 놓아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느냐?”


“......그래서 그 무언가가 선인은 물론 본문의 시조를 노렸다는 얘기입니까?”


“이해가 빨라서 좋구나. 그래. 그 무언가는 선인은 물론, 본문의 시조도 노렸지.”


“그래서 그 다음은요?”


“전해지는 얘기는 선인께서는 그 무언가와 거의 동귀어진 수준으로 싸워 쓰러졌다고 하는구나. 그 무언가도 부상을 치유하고, 선인께서도 시조의 보살핌으로 일어나 다시 치열하게 격돌을 했다는구나. 하지만 그 때에도 승부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다시금 쓰러진 선인을 시조께서 극진히 모시자 선인께서는 다시금 일어날 수 있었고 떠나기 직전에 무공과 보검, 그림 한 장을 시조에게 주고 떠나셨다는 전설이 본문에 전해져왔지.”


“설마.....”


“그래 너희들에게 나누어준 검들이 바로 그것이다.”


“......”


유위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보물들을 어째서 막 들어온 제자들에게 나누어 준단 말인가?


한참 생각을 하던 유위진의 눈길이 자신의 검, 용연으로 향했다.


“왜 그것을 너희들에게 나누어 준 것인지 궁금하더냐?”


“예.”


유위진이 강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답했다.


“시조께서 유명을 달리할 때 지엄한 문규를 만들었지. 제자들에게 선인의 보검들을 항시 물려주라고.”


‘설마하니 이게 다인가?’


유위진이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라고 생각하느냐?”


잠시 고민하던 유위진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설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설마가 맞을 거다.”


“.....그 선인이 잡지 못한 무언가가 본문을 노릴까봐 그 보검들을 남겨준다는 그런 얘기입니까?”


“네 너의 눈만 눈여겨봤거늘. 머리 회전 또한 뛰어나구나. 그래, 그 이유다.”


“...케케묵은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군요.”


유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괜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래 나 또한 얼마 전까지 너와 똑같은 생각이었지.”


그 말에 유위진이 흠칫 놀랐다.


“이야기는 끝이 아니다. 본문의 무공, 보검은 모두 그 무언가로부터 시조를, 그리고 그 후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선인께서 주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림은?”


“그림. 그림.....그림이라. 어떤 그림입니까?”


유위진 또한 이야기에 흠뻑 몰입한 나머지 그림을 중얼거리며 물었다. 유위진의 물음에 손강이 탁자의 서랍을 열어 그림 한 장을 꺼냈다.


“어떤 그림이냐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


당황스러운 이야기다. 그럼 뭣 때문에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했단 말인가.


“검, 무공, 그림. 그런 것이야 강호를 뒤져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문파의 신물들이다. 네 말대로 어찌 보면 케케묵은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꾸며주는 진위도 알 수 없는 물건에 불과하지. 나 또한 얼마 전에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진지하게 그림에 매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떤 일말입니까?”


“그림이 변했다.”


“예?”


‘그림이 변했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말 그대로다. 그려져 있던 그림이 바뀌고 글귀까지 새로 나타났지.”


“......”


“그 일만 아니었다면 나도 이렇게 본문의 유훈(遺訓)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았을 테지.”


“혹.....뭔가 벗겨지거나, 무언가가 묻어서 안에 있던 그림이 나온 것은 아닐까요?”


“하. 오랜 세월 탁자 안에서만 간직하던 물건이 말이냐? 바스러진 흔적도 없는데 말이다.”


손강이 짧게 웃으며 답했다.


‘뭔 놈의 그림이 튀어 나와서 그러는 거야.’


의아함을 가득 품은 유위진에게 손강이 그림을 내밀었다. 그림을 받아든 유위진이 그림을 살폈다.


그림은 굉장히 특이했다. 마치 도해(圖解)처럼 여러 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맨 오른쪽에는 여러 검이 그려진 것이 딱 보검문의 전해지는 검들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것은 본문의 검들을 뜻하는 거겠군.’


유위진은 그림을 하나하나 살폈다. 검 다음의 왼쪽에는 하나의 검이 그려져 있었다. 마치 검광이 번쩍이는 것을 표현한 것처럼 명암까지 그려져 있었다. 검광이 그려진 왼쪽 그림에는 기괴한 짐승을 누군가가 검으로 잡는 그림이 있었다.


그리고 세 개의 그림 아래에는 손강의 말처럼 글귀가 써 있었다.


검명초현(劍鳴初現) 검주환생(劍主還生) 난세도래(亂世到來)


난세 도래 다음에도 글귀가 있긴 했지만 그것들은 유위진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두 글귀였다.


검명초현(劍鳴初現) 검주환생(劍主還生)


이것은 바로 자신 유위진을 일컫는 말이 아닌가. 이 기괴한 글귀에 유위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유위진은 놀라서 몸이 굳었다. 그렇게 그림을 응시하는 사이 유위진은 자신이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감을 느꼈다.


‘어억??’


“기다렸다. 검주여(劍主).”


그림 속 세계, 그 속 어딘가에서 중후하고 거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주라고? 당신은 누구요.”


유위진이 놀라 외쳤다.


“흠....입을 계속해서 열고 있지만 도통 들리지가 않는군.”


“무슨 소리야. 내가 하는 말이 안 들린단 말이오?”


유위진이 소리 높여 말했다.


“.....아무래도 아직 우리의 만남은 조금 일렀나 보군.”


“이봐!!!”


“서둘러라. 다섯째의 그가 돌아오기 전에. 검을 다시 깨워라.”


“큭!!!”


마치 그림 속 세계를 뒤흔들 듯이 목소리가 울려 퍼진 탓에 유위진은 귀를 부여잡았다.


“다시 한 번 검을 깨운다면 능히 검신지경에 이를 것이니. 그것만이 다섯째의 그를 마주할 유일한 무기이자 방법임을 죽어서도 잊지 말라.”


“으으으으. 귀가.”


귀는 물론이고 머리가 빠개지는 듯한 고통에 유위진이 귀를 부여잡은 채로 바닥을 뒹굴었다.


그렇기 바닥을 뒹굴다 정신을 잃어버린 유위진은 잠시 후 정신을 차렸다.


“헉! 허.....헉...”


“왜 그러느냐.”


갑자기 숨을 몰아쉬는 유위진을 보며 손강이 물었다. 손강의 물음에 유위진은 주변을 둘러보다 말했다.


“허.....헉....제가 계속 여기에 있었습니까?”


“.....너는 계속 내 앞에서 서 있던 채였다.”


“.....스승님의 말을 저도 믿고 싶어지는군요. 아니 믿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보아하니 무언가 있었던 모양이구나.”


“....좀 더 확실해지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도 꿈인가 싶을 정도니까요.”


“그러하더냐.”


“.....헌데 혹시 시조께서 남기신 유훈은 더 없습니까?”


“유훈이라.....유훈이라기 보다는 문규에 가까운 말은 있다. 원래 문주에게만 전해지는 말이지만 지금의 너에겐 전해주어도 될 것 같구나.”


“그게 어떤 말입니까.”


“검신지경에 이르면 능히 흉(凶)을 제압할 수 있음이니. 보검문에 든 자, 검과 함께 죽고 검과 함께 살아라.”


또 다시 마주한 말에 유위진의 다리가 살짝 떨려왔다. 마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마주한 이처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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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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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공지 [검명환생]-[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24.02.21 74 0 -
21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6 3 11쪽
20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8 4 12쪽
19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4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17 16화 서안혈사(5) 24.03.01 91 5 11쪽
16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3 6 12쪽
15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3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8 4 11쪽
12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50 5 11쪽
11 10화 교토삼굴 24.02.24 162 5 11쪽
10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9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2 5 11쪽
8 7화 검의 울림 24.02.20 201 5 11쪽
7 6화 검보(劍譜) 24.02.19 216 5 11쪽
6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5 4화 타통 +2 24.02.18 263 6 12쪽
»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1 7 12쪽
3 2화 실전 24.02.15 317 7 13쪽
2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3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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