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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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2.1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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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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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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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검보(劍譜)

DUMMY


보검문의 이년 전 어느 날.


비무 형식의 겨루기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스승과 제자일지라도 지도가 아닌 비무. 그것이 보검문의 전통이었다.

그렇기에 마땅히 실력이 약한 자는 밀릴 수밖에 없는 법.


“크으으으으윽.”


손강의 검 놀림 한 번에 유위진은 땅을 뒹굴고 있었다.


“확실히 너는 눈은 빠르다. 눈이 빠르다는 것은 남들보다 반응도 빠를 수 있다는 이야기지. 다행히도 너는 눈도, 그것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육신도 지녔지. 하지만 거기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 허초인지 실초인지 구분도 못하고 섣불리 움직인다면 지금처럼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흐름을 읽어라. 보다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일수록 수 싸움이 복잡하기 마련. 상대의 노림수를 모르고 무작정 덤벼든다면 이렇게 되는 것 이다.”


“......”



***



이 때부터였다. 유위진이 지금 순간을 써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그리고 이 년 전의 이 일은 오늘의 비무로 돌아온 것이다.


“집요한 놈.”


“칭찬의 말 치고는 거칠군요.”


유위진의 말 대로였다. 손강은 입으로는 거칠게 말해도 속으로는 경악하고 있었다. 아직 이십도 안 된 제자 놈의 심계와 인내심이 무서울 정도였다.


“후우. 한번 뿐의 승리다. 알고는 있겠지.”


“알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정식으로 보검문의 무공에 입문한다면 그 승리가 좀 더 많아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유위진은 혹시나 싶어 찔러보았다. 스승이 아직까지 전수하고 있지 않은 보검문의 진짜 무공. 전생의 자신이 대성은커녕 삼성 이후로 도무지 진전이 없었던 무공이지만, 지금의 스승과 함께라면 다를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 유위진은 그 무공에 대해 넌지시 언급하고 있는 것이었다. 슬슬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되지 않느냐는 속뜻에 손강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곧 입을 열었다.


“그래.”


“....보검문의 무공을 익히게 해주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리 한다고 말한 것이다.”


유위진의 주먹이 저절로 쥐어졌다.


“농담은 아니시겠죠.”


“....네놈은 스승의 말을 무엇으로 여기는 것이냐. 본당으로 따라 오너라.”


본당으로 자리를 옮긴 손강은 어둠속에서 익숙하게 손을 놀려 상자 안에서 서책을 하나 꺼냈다.


서책에는 고풍스러운 서체로 이름이 적혀 있었다.


검령회결(劍靈懷訣)


손강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서책을 천천히 들어 올리더니 유위진에게 내밀었다.


“이제 네 것이다.”


“......이걸 저에게 맡기시는 겁니까?”


구결만 알려준 지난 생애와는 다른 스승의 행동에 유위진이 의문을 품고 물었다.


“어차피 내용이야 이 스승이 다 암기하고 있음이니 상관없다. 익힐 때까지 몇 번이고 봐야 할 터이니 건네주는 것이다.”


“혹시 그러면 그 그림도 같이 가능하겠습니까?”


“......”


손강은 아무 말 없이 그림을 꺼내 유위진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내가 왜 너에게 이렇게 다 맡기는 것인지 알고는 있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너를 믿기 때문이다. 너라면 본문의 숙원을 풀어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맡기는 것이다. 난.....너를 믿는다.”


“........”


유위진은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누군가의 전폭적인 믿음을 얻는다는 것. 지난 생애에서는 결코 없었던 일이었다.


“검령회결(劍靈懷訣)은 지극히 어려운 무공이다. 이 사부도 수십 년을 노력해왔지만 다 깨닫지 못했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오너라.”


“예.”


그 말을 끝으로 유위진은 인사를 한 후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본당의 문이 닫히기 직전 유위진의 입에서 한 마디 말이 흘러나왔다.


“감사합니다.”


타앙!


그 말을 끝으로 본당의 문이 닫혔다. 본당 안의 손강은 그저 자신의 검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하핫. 후련하기도 하지만 섭섭하기도 하군. 아니.....질투인가?”


본문이 기다려왔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님을 깨달았던 것이 언제였던가.


아직 어렸던 시절, 자신은 어디든 갈 수 있을 꺼라 믿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믿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자신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보인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포기해버린 것뿐인 것일지도.


“부럽구나. 자신의 성장을 믿어 의심치 않는 네 그 기백과 열정이.”


손강이 마음 속 여러 가지 상념을 지우기 위해 검을 빼들고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이 찾아올 때까지.



***



‘검령회결(劍靈懷訣)’


구결로만 전해 들었던 무공이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 유위진은 우선 대략적으로 어떤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검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그렇지만 검보의 팔 할 이상이 이해되지 않는 구절들로 가득 차 있기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가 이렇게 많은지.’


유위진의 첫 인상은 무공이라기보다는 숫제 도(道)를 논하는 경전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저번 생애 때도 구결의 초반부를 듣고 실망감이 가득했던 것이 이 때문이었던 것이 기억났다.


‘하아...’


그나마 이해 가능한 구결은 초반부의 구결이었다. 지난 생애 죽을 때까지 죽자 사자 매달렸지만 결국 자신은 고수는커녕 일류조차 되지 못했다.


일류와 이류 사이의 어딘가. 그것이 지난 생애의 자신이었다. 결코 다시는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검보를 다시금 들여다보았다.


축기검신(築氣劍身) 검령양신(劍靈養身) 영비고원(靈非高遠) 일체검비(一切備劍)


도해까지 명확히 나와 있는 부분이었다. 전생에서 설명을 들었던 때도 비슷한 내용이니 확실했다.


단전에서 뻗어 나온 기가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의 혈 자리를 타고 흘러 검까지 이르니 이는 즉 검령의 태동이니라.


뭐랄까. 지금 다시 봐도 굉장히 뜬 그름을 잡는 구결이었다.


검령이라.


전생의 자신은 그저 검경의 다른 말로 이해했었다. 그도 아니면 검경(劍勁)을 지나 검기(劍氣), 검사(劍絲), 검강(劍罡)을 이루라는 뜻이거나.


허나 지난 생에 도통 진보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분명 어딘가 잘못 이해했을 터.


‘잠깐 그러고 보니 축기(築氣)부분은 이렇게 명확히 나와 있는데, 발기(發氣) 부분은 어디 있는 거야?’


유위진은 전생의 자신이 어떻게 검을 썼었나를 떠올렸다. 분명 검에서 검경 주입까지는 문제없이 되었지만 그 후엔 그저 그대로 검식을 운용했던 것이 떠올랐다.


전생의 자신이 펼치는 것은 그저 약간의 날카로운 검으로 휘두르는 검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빌어먹을 모르겠군..’


스승에게 다시 돌아가 물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던 유위진은 뜨거운 머리를 식히기 위해 잠시 달을 쳐다보다 이내 손강에게 받은 그림을 쳐다보았다.


‘엇.’


잠시 그림을 응시하고 있자 유위진은 다시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젠장...’


유위진은 한동안 기묘한 부유감과 허탈감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간신히 몸의 감각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눈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또 다시 그곳이었다. 마치 수묵화 안의 세계처럼 새하얀 곳.


“왔는가 검주(劍主)여.”


“크으으으으윽.”

‘빌어먹을. 목청은 여전하군.’


유위진은 몸을 숙이며 고통을 견뎠다.


“축기하라.”


귀를 막고 있음에도 막고있는 손을 지나 귀에까지 목소리가 울렸다.


“무슨 소리요!!!!!!”


유위진이 벌떡 일어서서 외쳤다.


“아직도 멀었군. 검주여. 축기하고 또 축기하라.”


“크으으으윽.”

‘지난번 보다 덜하기는 한데....괴롭기는 매한가지군.’


“한결같은 검계결(劍啓訣)로 검을 깨웠음이니, 검령의 토대는 이미 전생에서 갖추어 졌음이라. 검령을 다시 만나기 위해 다시 검계결을 익힐지어다.”


그림 속 세계를 뒤흔들던 목소리가 잠시 끊기고는 다시 말이 이어졌다.


“허나 명심하라. 다섯째의 그는 검령만으로 상대할 수 없음이니.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고, 검령을 들고, 검신지경에 달한다. 이 때 비로소 검주를 칭할 수 있음이니. 참고 또 참고 기다려라.”


의문의 소리가 끝도 없이 메아리 쳤다. 유위진은 그 메아리가 멀어져가는 것을 느끼며 자신이 잠에서 깨어남을 느꼈다.


“아....젠장.”

‘언제 잠이 들은 거야.’


저번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림 속에 들어갔다 나온다니. 이야기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하지만 유위진에겐 엄연한 현실이었다.


‘검계결이라고? 빌어먹을 그래 다시 익혀주마. 검령이든 뭐든 고수가 될 수 있다면 뭐든 해주겠어.’


그렇게 단단히 마음먹은 순간 숙소의 문이 열렸다.


“뭘하고 있어?”


목연이었다.


“응?”


갑작스런 목연의 방문에 유위진이 반문했다.


“비무시간이 지났다고.”


“아....”

‘꽤나 곤하게 잠들었었나 보군.’


“곧 나갈게.”


“어어.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운괄이가 아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으니까.”


“나를?”


“응. 스승님이 약조한 내용을 듣고 아주 흥분해서 말이야.”


‘아!’


유위진은 지난밤의 일이 생각났다. 자신이 꺼낸 이야기도 같이.


“위진 너를 이기면 스승님 자신께서 대련을 해주신다는 얘기였지.”


“아아. 알만하군.”


“그럼 얼른 준비하고 나와. 비무장에서 먼저 가 있을게.”


목연의 서둘러 비무장으로 달아가고 곧 이어 유위진이 숙소에서 나왔다.



***



“겁이라도 먹었나? 이제야 튀어나오고.”


마운괄은 비무장에 유위진이 나타나자마자 신경을 긁어왔다.


‘후우....몸이 완전히 달아올랐군.’


유위진은 일어나면서부터 몸이 무겁기에 착 가라앉은 기분이었다. 그 탓에 당연히 마운괄의 얘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정도였다.


“그래그래.”


유위진은 귀찮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마운괄은 그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 어디 언제까지 그럴 수 있나 보자.’


마운괄은 속으로 그리 생각했다. 마운괄 그 스스로의 생각으로는 유위진과 자신 사이에 있는 것은 강함의 차가 아니었다. 있는 것이라곤 그저 스승과의 비무. 그 경험밖에 없다, 라는 것이 마운괄의 생각이었다.


계속해서 유위진과 비무를 한다면 머지않아 자신이 이길 터. 그런 계산이었다. 허나 그렇다곤 지금 바로는 이긴다고 여기지도 않았기에 신중히 유위진의 주변을 돌며 살폈다.


‘하아....귀찮군.’


“뭐하는 거야? 노려보다 끝낼 셈이냐?”


유위진은 찌뿌둥한 몸과 귀찮은 마음에 심리전을 걸기 시작했다.


“......”


‘안 넘어와? 이걸로는 부족한가?’


유위진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스승님과 비무하고 싶다며? 그 소망, 이루고 싶지 않아? 그럼 냉큼 덤비라고.”


신랄한 도발에 누군가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러쿵저러쿵. 언제까지 계집처럼 떠들 거야? 그렇게 자신 있다면 개처럼 빙빙 돌지 말고 덤비면 된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마침내 소년이 혈기를 이기지 못하고 움직였다. 전날의 패배도, 오늘의 계획도 머리의 열이 오른 것으로 모두 사라졌기에.



작가의말

잘못 올라간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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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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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공지 [검명환생]-[전생 후 검신이 되는 법] 24.02.21 74 0 -
21 20화 내기 비무 (1) 24.03.05 66 3 11쪽
20 19화 정파와의 거래 24.03.03 87 4 12쪽
19 18화 운명의 그림자(2) +2 24.03.03 94 4 12쪽
18 17화 운명의 그림자(1) 24.03.02 97 4 11쪽
17 16화 서안혈사(5) 24.03.01 91 5 11쪽
16 15화 서안혈사(4) 24.02.29 112 6 12쪽
15 14화 서안혈사(3) 24.02.28 122 5 12쪽
14 13화 서안혈사(2) 24.02.27 133 5 13쪽
13 12화 서안혈사(1) 24.02.26 147 4 11쪽
12 11화 혈투의 결말 24.02.25 149 5 11쪽
11 10화 교토삼굴 24.02.24 161 5 11쪽
10 9화 첩혈삼객 +2 24.02.24 178 5 11쪽
9 8화 검심초현(劍心初現) 24.02.22 192 5 11쪽
8 7화 검의 울림 24.02.20 201 5 11쪽
» 6화 검보(劍譜) 24.02.19 216 5 11쪽
6 5화 겨루어 이기다 24.02.18 231 5 12쪽
5 4화 타통 +2 24.02.18 262 6 12쪽
4 3화 보검문의 그림 24.02.16 300 7 12쪽
3 2화 실전 24.02.15 317 7 13쪽
2 1화 되돌아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24.02.15 382 8 12쪽
1 서(序)-누구나 별이 될 순 없다 +2 24.02.15 461 8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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