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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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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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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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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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형이 준 힘

DUMMY

빛무리는 잠시 일렁이고는 천천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현수의 모습이 나타났다. 지한은 눈앞에 환상이 나타났지만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라도 형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형......’


지한의 머릿속에 현수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말이 떠올랐다.


‘지한아. 너는 절대로 억울하게 살지 마라. 너도 시나리오 작가가 되길 원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하는 말이다. 너는 절대로 네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마라. 권진성이나 백도현 같은 자들은 특히 더.’


지한은 눈앞에 나타난 형을 바라보았다. 형 역시 따뜻한 눈빛으로 지한을 보더니 빛무리처럼 서서히 사라졌다. 형의 모습이 사라진 뒤에도 지한은 한동안 형이 나타났던 곳을 바라보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지한은 눈알을 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대 난간과 링겔 줄과 의료 기기가 보였다. 그것을 보고 지한은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한은 손발을 꿈틀대다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몸 어디에서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침대에 앉은 지한은 마침 병실로 들어오던 양어머니인 미숙이 놀라서 숨을 들이키는 소리를 들었다.


*


트럭에 부딪치는 사고가 났음에도 지한의 몸에 큰 부상은 없었다. 팔과 다리에 입은 찰과상이 다였다. 엑스레이 사진과 CT 사진에서도 손상된 부위가 없었다. 의사와 간호사가 놀랐을 뿐 아니라 미숙도 지한이 멀쩡하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지한이 병원이 갑갑하다고 퇴원하겠다고 하자 미숙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한아. 교통사고는 절대 심각하게 생각 해야 돼. 지금 당장 아프지 않더라도 나중에 심각한 후유증이 있을지 모르니까.”

“FN 컨텐츠 회사에 내기로 한 작품 마감이 다가와서요.”

“돈보다 사람 건강이 더 중요해. 마감 그거 하나 어긴다고 큰일이 나니?”

“꼭 그 회사에 지원하고 싶어서 그래요. 그리고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고 의사도 병원에 오래 있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요.”


미숙은 올드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다. 의사가 하는 말이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한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몸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당장 병원에 올게요.”


지한이 거듭해서 부탁하자 미숙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옛날부터 지한에게는 약한 데가 있었다. 단지 친자식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돈을 벌려고 외지로만 도는 남편을 대신해 지한이 그녀의 곁을 지켜준 일 때문이었다. 친자식인 딸은 당시 기숙사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지한이 중학교에 들어가자 양아버지는 그때까지 모은 돈으로 서울 외곽에 작은 식당을 냈다. 식당의 위치가 좋지 않지만, 미숙의 음식 솜씨가 좋아 단골손님을 꽤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미숙은 식당을 오래 비울 수 없었다.


“그러면 적어도 오늘은 여기 있어도 되지?”


미숙이 묻자 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지한은 형인 서현수를 생각했다. 그는 큰 사고인데도 이토록 멀쩡한 이유는 현수 덕분이라는 생각했다. 그래서 지한은 현수를 위해 그 사람들에게 화를 내지 못한 자신이 싫었다. 현수는 FN 소속 작가와 피디가 만든 영화라며 지한 시사회에 초대했다. 시사회 당일 현수는 시사회가 한창 진행될 때 나타났다. 그는 시사회 내내 신경이 다른 데 가 있었고 안색도 나빴다. 옆에서 지한이 하는 말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정도였다.


시사회가 끝나고 현수는 지한에게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어딘가로 갔다. 이 십여 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지한은 현수가 갔던 곳으로 향했다. 현수는 화장실에 있지 않았다. 극장 입구에서 두 남자와 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관 관계자로 보이는 몇 사람이 그들을 힐금거리고 있었다.


“권 작가님, 이건 이야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현수가 사십 대 중반으로 유난히 얼굴이 흰 남자에게 말했다. 지한은 한눈에 남자가 권진성 작가라는 것을 알았다. 권진성은 작가지만 방송에도 간간이 나올 정도로 유명세를 누리는 사람이었다.


“이 작품은 제 작품입니다. 그런데 왜 제 이름이 빠져 있는 겁니까?”


권진성은 흥분한 현수와 달리 침착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그건 현수 씨가 오해한 겁니다. 이 작품 시나리오 초안은 제가 만든 것이고 우리 팀이 그에 따라 완성한 겁니다. 그건 현수 씨도 찬성한 거지 않나요?”

“아니요. 이 작품으로 데뷔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그동안 제가 쓴 것은 전부 다.......”


현수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키가 크고 날렵하게 생긴 남자가 끼어들었다.


“여기서 이런 소란을 피워서는 안 됩니다. 서 작가도 할 말이 있으면 회사에서 해야지 이곳에서 권 작가님을 곤란하게 만들어서야 되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현수가 항의하려 하자 남자는 현수에게로 몸을 기울인 뒤 현수의 귀에 대고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현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백 실장님. 사람들의 눈이 많군요.”


권진성은 억양의 높낮이 없이 느긋한 목소리로 말한 뒤 자신들을 힐금거리는 극장 관계자를 쳐다보았다. 극장 관계자들은 움찔 몸을 떨더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다행히 극장 관계자 뒤의 지한은 그와 눈이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


“서 작가도 이제 알아들었으니 이만 박 피디를 만나러 갑시다. 연출한다고 고생했다고 칭찬해줘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백 실장이라는 남자는 현수에게서 떨어져 권진성의 옆으로 갔다. 권진성은 현수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준 뒤 백 실장과 함께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극장 관계자도 자리를 떠나자 지한은 몰래 형과 헤어졌던 자리도 돌아갔다. 민감한 장면을 본 사실을 현수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십여 분이 더 지나서야 현수는 벌게진 눈으로 지한에게 돌아왔다. 지한은 아무 것도 모르는 척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현수는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 권진성과 관련된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확히 열흘 뒤에 현수는 자살했다.




*


민우는 지한이 의식을 찾은 다음 날 병원으로 찾아왔다. 민우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지한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괜찮냐? 몸은 좀 어때?”

“어. 사고 났다는 게 실감 안 날 정도로.”


민우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한을 올려다보았다. 지한은 피식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픈 데 하나 없으니까.”

“니가 사고나고 나서 제대로 잠도 못 자겠더라. 니가 사고당한 게 내 탓도 있는 거 같아서. 네 어머니가 톡으로 너 깨어났다고 했을 때 얼마나 가슴 쓸어내렸는지 아냐?”


민우가 말한 지한의 어머니는 그의 양어머니였다. 지한은 민우와 둘도 없는 친구이지만 그가 고아 출신이라는 것은 알리지 않았다.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기에 아직 가슴이 아팠다.


“걱정하지 마. 아픈 곳 전혀 없고 빨리 퇴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야.”


지한이 웃으며 말하자 민우는 안심했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 생각했던 것과 달리 멀쩡해 보인다. 3일 만에 깨어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러게. 잠깐 잔 것 같았는데. 몸도 어디 부러지거나 다친 데 없고 의식만 잃었다더라,”

“진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나도 믿기지 않아...... 아마도 형이......”

“응? 형? 야, 너 괜찮냐? 혹시 헛것이 보여? 교통사고 후유증 아냐?”

“괜찮아. 그냥 해 본 말이야.”

“그냥 해 본 말이라고?”


민우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지한은 일부러 친구의 시선을 모른 척했다. 지한은 꿈속에서는 물론 병원 천장에도 나타났던 형을 떠올렸다. 그는 형 덕분에 그렇게 큰 사고를 당하고도 아무런 이상 없이 깨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형이 나타난 일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다. 지한은 민우를 다시 쳐다보다가 멈칫했다. 민우가 멘 가방에서 종이 뭉치가 삐져나와 있었는데 빛무리가 주위를 감돌았다. 형이 나타났을 때 형 주변을 감싸고 돌던 빛무리와 같았다.


“그 가방 속에 든 거 뭔데?”

“응?”


지한은 여전히 빛이 감도는 종이 뭉치를 가리켰다. 민우는 가방에서 종이 뭉치를 꺼냈다.


“이거? 우리 드라마 시나리오 7화분인데?”

“그거 나 좀 볼 수 있어?”

“웬일이냐? 너 드라마에 관심 없었잖아.”

“아냐, 내 상황이 좋지 않아 신경을 못 썼지.”

“우리 드라마 다음 방영 회차야. 이미 찍은 거지만 공부하려고 가져왔어. 그러니 빨리 읽어.”

“알았어.”


지한은 설레는 얼굴로 민우를 재촉했다. 민우는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시나리오를 지한에게 건넸다. 지한은 시나리오를 펼쳐서 읽었다. 그동안 민우는 휴대전화로 연예 관련 뉴스를 보았다.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서 지한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좀 밋밋한데. 어디서 재미를 느껴야 하는 거야?’


지한은 조금 전 상황을 떠올리려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왜 이 시나리오가 빛난 거지?’


지한은 의문을 느끼며 시나리오를 덮었다. 그러자 눈앞에 이상한 영상이 나타났다.


“어, 저게 뭐지?”


지한이 소리치자 민우가 휴대전화에서 눈을 뗐다.


“왜 그래?”


지한은 tv를 튼 것 같은 눈앞의 영상을 쳐다보았다.


“이, 이거 안 보여? 눈앞에 영상이 나타났잖아. 마치 홀로그램 같아......”


민우는 가볍게 혀를 찼다.


“야, 너 머리 괜찮아? 헛 게 보이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영상이......”


지한은 어이없다는 민우의 얼굴을 보고 영상이 자신에게만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민우는 관심없다는 듯이 다시 휴대전화로 눈을 돌렸다. 지한은 다시 영상으로 눈을 돌렸다. 그것은 홀로그램 드라마였다.


민우가 보조 작가로 참여한 추적의 날개는 국정원 요원들의 액션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였다. 이들이 주로 추적하는 대상은 기술을 중국 등의 국가에 팔아먹는 스파이로 그 스파이를 색출해 잡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들어갔다. 문제는 스파이는 특색 없고 비슷한 사건이 이어져 이야기가 지루하다는 데 있었다. 지한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저건 뭐지?’


지한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내용은 이와 전혀 달랐다. 주인공의 절친으로 나오는 상민은 모범생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영상 속 상민은 상당히 잔인한 악인었다. 몰래 빼돌린 기업 정보를 이용해 주가 조작은 물론 적대적인 기업 인수를 통해 멀쩡한 기업을 파산시키는 인물이었다. 조연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착한 얼굴로 주인공의 친구를 연기했다. 그리고 수십억에 달하는 자금을 세탁하려고 주인공과 그의 연인까지 위험에 빠뜨렸다. 그런 모습이 처음 등장하는 것이 민우가 가져온 7화였다.


영상에서 특이한 점은 악역을 맡은 주인공 친구에게서 빛이 난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지한은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영상 속 드라마가 훨씬 재미있는데.’


악인이 본색을 감춘 조연을 연기하는 배우는 사실 상당한 연기파 배우였다. 그래서 바뀐 내용이어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었다. 문제는 이미 촬영이 들어간 드라마라는 점이었다. 지한은 민우가 참석했던 회의가 궁금했다.


“민우야, 드라마 내용을 바꿔보면 어떨까?”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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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페이퍼 컴퍼니 24.09.16 8 0 12쪽
95 구치소 사건 24.09.14 8 0 12쪽
94 구치소 사건 24.09.13 11 1 12쪽
93 구치소 사건 24.09.11 10 1 11쪽
92 구치소 사건 24.09.10 14 1 11쪽
91 구치소 사건 24.09.09 16 1 12쪽
90 구치소 사건 +2 24.09.07 14 1 12쪽
89 공략 +2 24.09.06 13 1 12쪽
88 공략 24.09.04 15 0 12쪽
87 공략 24.09.03 15 0 12쪽
86 공략 24.09.02 13 0 11쪽
85 공략 +2 24.08.31 17 0 12쪽
84 공략 +2 24.08.30 15 0 11쪽
83 수사 24.08.28 16 0 12쪽
82 수사 시작 +2 24.08.27 18 0 12쪽
81 수사 시작 +3 24.08.26 20 0 12쪽
80 탈출 24.08.24 22 0 12쪽
79 탈출 24.08.23 17 0 11쪽
78 탈출 24.08.21 20 0 12쪽
77 탈출 +2 24.08.20 18 0 12쪽
76 대결 24.08.19 18 0 12쪽
75 대결 24.08.17 23 0 12쪽
74 대결 +3 24.08.16 23 0 13쪽
73 위기 +2 24.08.14 18 0 12쪽
72 위기 24.08.13 19 0 12쪽
71 위기 +2 24.08.12 20 0 13쪽
70 위기 +2 24.08.10 21 0 12쪽
69 위기 24.08.09 20 1 12쪽
68 윤 피디 24.08.07 2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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