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별을 살아가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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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프로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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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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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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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DUMMY

26화

EP1 – 구칠월섬의 하늘


구칠월문학제가 열리기 며칠 전.

여기는 일본.


한국에서 생각지도 못 한 쪽지를 받아든 유리는 벌벌 떨고 있었다.


“아, 아, 아니. 지금 나보고 어디를 오라는 거야?”


타카시로 유리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거렸다.

진도 7.0의 지진이 그녀의 안구 안쪽에서 일고 있었다.


“아, 아니야. 설마 진짜? 진짜라고?”


쪽지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안녕하세요, 스타리포에또님. DongJu입니다.


작성해주셨던 추천글과 쪽지로 보내주신 계약 제안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제안주셨던 출판 계약과 도쿄 출판사로의 방문은 제가 많이 어려울 듯 합니다.


저는 현재 한국의 소년범으로 무진 학교라고 불리는 소년원에 입소해있습니다. 외국 출국이 금지된 상황입니다.


또한, 바깥으로의 입출입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하여, 한 가지 부탁을 드립니다.


제가 한국에서 구칠월문학상이란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어 행사 당일에 잠시 외출이 가능합니다.


구칠월문학제 행사 때 만나 뵙고 계약에 대한 의논도 마무리하면 어떨까요.


초청에 응해주신다면 행사 주최 측에 문의하여 정식 초청창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타카시로 유리는 유동주의 쪽지를 한 자, 한 자 읽어나갔다.


“그러니까 DongJu가 한국인인데 일본어로 시를 썼다는 거야? 게다가 한국의 소년범이라고?”


믿기지 않는 소식에 유리의 머릿 속은 쑥대밭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그녀가 더욱 믿고 싶지 않은 소식은 따로 있었다.


“대체 지금 나보고 어디를 오라는 거야? 구칠월문학제? 한, 한국에 나보고 오라고?”


타카시로 유리.

일본대 졸업후 3년 간 집 바깥으로 외출하지 않은 히키코모리.


그녀의 방구석 인생에 폭풍우가 몰아닥치고 있었다.

유리는 현실부정을 하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 아니야. 설마 진짜 내가 한국을 가야 돼? 아니야, 아니라고.”


불안한 낯으로 손톱만 물어뜯던 유리가 마침내 결심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었다. 직접 전화를 건 것도 도대체 얼마 만의 일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 모시모시. 오니이상?”


유리는 상대방을 향해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유리가 전화를 건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친오빠 타카시로 히즈키였다.


“유리, 웬일이야?”


짐짓 차분한 목소리로 답해 온 히즈키지만 사실 속마음은 완전 감격의 도가니였다.


친동생이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다니.

때로는 연락이 몇 주, 몇 달 씩 두절되는 동생이었다.


그런 동생이 직접 전화를 걸어오다니 히즈키는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불안한 마음이 감돌기까지 했다.

도대체 얼마나 큰일이기에 전화를 다 건단 말인가.


“유리, 혹시 무슨 일 있어?”

“아, 아니. 그냥 상의하고 싶은 일이 좀 있어서.”

“상의? 무슨 일인데?”

“한국에 좀 가줄 수 있어?”


유리가 건넨 황당한 부탁에 히즈키는 반문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 한국을 갑자기 왜?”

“오빠, 내가 최근에 사이트에 올린 추천글 혹시 읽었어?”

“추천글? 나가레보시 리터러시에 올렸던 글? 뭐, 다 읽었지. 최근엔 어떤 시를 추천했던데?”

“응. 어때? 그 시? 엄청 좋지 않아?”

“어, 좋지? 네가 회사에 얘기했다면서? 계약 한 번 해보자고.”


히즈키는 동생이 하는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한국에 가라고 하더니, 갑자기 왜 나가레보시 리터러시 얘기가 나온단 말인가.


물론, 히즈키는 유리와 함께 나가레보시 리터러시를 만든 공동 찹업자 중 한 명이었다.


동생과 자신이 이렇게 일 애기를 따로 논의한 적은 많이 없지만 말이다.


유리가 히즈키에게 자세한 사건의 전말을 비로소 전했다.


“아, 아니. 그래서 내가 DongJu 작가에게 쪽지를 썼단 말이야. 근데 나보고 한국에 와달라고 하네?”

“그게 무슨 얘기야?”

“일본에 올 수 없는 실정이래. 내가 쪽지 지금 라임으로 보냈으니까 봐봐.”


히즈키는 라임 메신저로 유리가건넨 DongJu의 쪽지를 살폈다.


“호오, 재밌는 이력을 가진 작가님이네. 그러면 유리 네가 가면 되는 거잖아.”


히즈키는 능청스럽게 유리에게 바톤을 넘겼다.


타카시로 히즈키는 생각했다.


동생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추진하는 일은 드물다.

어쩌면 이것이 히키코모리가 된 유리를 밖으로 꺼낼 열쇠가 되어줄 지도 몰랐다.


그가 동생을 재차 몰아붙였다.


“쪽지 보니까 이 작가님이 너란 사람에 대해 아주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아.”

“궁금해 한다고?”

“응. 완전 꼭 와달라는 거잖아. 반드시 너를 콕 찝어서 말이야. 네 추천글이 인상적이었나본데?”


히즈키의 몰아붙임에 유리는 점점 초조해졌다.

유리라고 해서 DongJu를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그녀도 DongJu를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런 시를 쓴 사람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모습인지.

간절하게 궁금했다.


한국인인데다가, 10대이고, 게다가 소년범이란 애기를 들으니 더욱 그러했다.


타카시로 유리의 망설임을 히즈키는 놓치지 않았다.


“가. 여행기 티켓이나 작가님에게 제안드릴 계약서는 다 내가 작성할게. 유리 너는 한국 잘 다녀올 준비만 해.”


타카시로 유리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마치 제 몸에 귀신이라도 씐 사람처럼 단호히 대답했다.


“알았어. 나 해볼게!”


타카시로 유리.

히키코모리 3년을 박살내는 여행길의 시작이었다.




26화

EP1 – 구칠월섬의 하늘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시상식을 기다렸다.

문학상이라니.

곧 있으면 내가 구칠월문학상을 받는다니.


게다가 방금 전 벌어진 풍기영이란 사람과의 대화도 믿기지 않았다.


“경덕관, 이 노인네 도대체 뭘 한 거야?”


나는 경덕관이 풍기영이란 자에게 벌인 만행을 떠올렸다.


“그 사람은 무슨 산타인가? 선물이 줄줄이 소세지로 나왔네.”


우리집이 형편이 많이 안 좋다는 얘기는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 3일 전 정도의 형, 누나의 전화를 연달아 받았기 때문이다.


[동주야, 누나가 미안해. 지금 집이 많이 힘들어. 누나가 아르바이트를 뺄 수가 없네. 그래도 상 탄 거 진짜 진짜 축하해!]


[동주야, 우리집 어쩌면 이사 갈 지도 몰라. 물론 돈이 없어서 문제지만 말이다. 어휴, 형도 마음이 안 좋네. 부모님은 가신다니까 문학제 재밌게 보내! 상 탄 거 축하하고!]


애써 밝은 목소리로 나를 축하한 두 사람이었지만, 집안 사정이 많이 안 좋은 건 틀림없었다.


“원래라면 그런 얘기를 나한테 하지도 않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집안의 우환 중 하나가 방금 경덕관이 벌인 기행으로 인해 해결되었다.


“그러니까 풍기영이란 사람이 우리 아파트로 이사 가게 임대로 후원해주고, 임대료도 내준다 이거지······.”


나는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머리만 긁적거렸다.


그래.

생각할 게 무어란 말인가.


이제 우리 가족도 아파트에 간다.

다섯 가족이 방 두 개, 팔 평 반지하에서 살던 생활에서 해방이라 이 말이다.


나는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행사장을 둘러보았다.


“글을 써서 이렇게 좋은 행사도 오고, 가족들에게 좋은 일도 있고······.”


나 혼자 가족 생각에 열중하던 그때, 내 옆으로 다가와 슬며시 앉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 사람이 유난히 큰 목소리로 내게 아는 척을 했다.


“네가 유동주지!?”


대뜸 반말부터 건네는 그 얼굴에 나는 눈초리를 흘겼다.

그가 헛기침을 하며 다시 내게 물었다.


“크, 크흠. 그렇게 쳐다보지 마라. 내가 너를 뽑은 사람이야! 문단의 대선배고 말이다! 아주 어른이라 이 말이야!”


아, 그러셔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당신보다 50살은 많을 것 같은데.

난 1917년 생이라고.


나는 화를 삭히며 그에게 가볍게 대꾸했다.


“네, 안녕하세요.”


그가 불쾌한 눈빛으로 나를 위아래로 쓱쓱 훑었다.


“소년범이라기에 우락부락하고 아주 질 나쁜 녀석을 상상했는데 아니구나.”


아까부터 대체 뭐라는 거야.

이 노친네는.


그는 나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내뱉었다.


“나는 박철민이다. 그나저나 유동주 너는 경덕관이랑은 무슨 상관이냐?”

“경덕관······선생님이요? 그러는 작가님은 경덕관 선생님이랑 무슨 사이신데요?”


박철민은 제 가슴팍을 두들기며 나에게 호통을 쳤다.


“나는 저 경덕관이의 오래된 라이벌이지! 이 박철민이와 경덕관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아주 뿌리깊은 옛날로 돌아가야······.”

“아, 네, 네.”


나는 박철민에게 대충 대답했다.

무언가 말이 많은 늙은이였다.


그는 다시 한 번 내게 경덕관과 어떤 관계인지를 채근하며 물었다.


“그래서 경덕관이랑은 대체 무슨 사이인 게야!?”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경덕관과 나의 사이를 생각했다.


‘내가 경덕관과 대체 어떤 사이냐고?’


잠시간의 고민을 마친 뒤 나는 박철민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아마도 제자요?”

“제, 제, 제자!?”


박철민은 놀란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국대 명퇴하고서 제자는 절대 안 키우겠다고 선언을 하더니만!? 순 거짓부렁이었구먼!?”


박철민은 억울하다는 듯 내 얼굴을 노려보았다.

어찌나 매섭게 보던지 내 얼굴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왜, 왜 그러세요?”

“경덕관 이 요망한 늙은이! 어디서 이런 괴물을 데리고 왔지!? 내가 남의 자식 좋은 일을 해줬군! 어휴.”


박철민은 자신의 가슴을 두어 번 내리치기까지 했다.

어지간히 분통이 안 가시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문학은 언제부터 했어!? 그런 소설을 그냥 바로 쓰진 않았을 거 아니야!”


나는 잠시 고민했다.

문학을 언제부터 했냐니.

1940년대를 얘기하면 필시 더욱 소리를 지르겠지?


“뭐, 일단 시를 먼저 썼고요. 장편 소설은 이번에 수상한 작품이 처음 쓴 거 맞아요.”

“장편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아니, 그렇게 소설을 잘 쓰는 녀석이 시는 왜 써!”


나는 황당한 마음에 박철민을 함께 노려보았다.

남이야 시를 쓰든, 소설을 쓰든, 브레이크 댄스를 추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박철민은 말도 안 되는 어거지를 내게 다시 부리기 시작했다.


“어린 놈이 벌써부터 줏대도 없이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다가는 틀림없이 망하게 될 게다! 이 대작가의 말을 명심하거라!”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미간이 찌푸려질 따름이었다. 원하지도 않은 조언을 도대체 내가 왜 들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박철민의 오지랖은 멈추지 않았다.


“어디 네 시를 누가 사람들이 인정이나 해준단 말이냐?”


그리고 그때.

저 멀리서 한 여자가 쭈뼛거리며 내게로 다가왔다.

그녀가 비지땀을 흘리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시무니까. 저어는 일본의 시인 타카시로 유리입니다. 잘 부탁드리무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초면의 일본인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내 그녀가 무슨 일로 왔는지 깨달았다.


“아, 혹시 나가레보시 리터러시 측에서 오셨나요? 설마 스타리포에또님?”


그녀가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고선 고개를 잠시 돌려 박철민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작가님의 시를 누가 인정해주냐고 호통치셨지요?”


타카시로 유리의 되물음에 박철민이 어색한 미소를 띠었다.


“아, 아, 그건 후학에게 선배로서 가르침을 준 것인데!”


타카시로 유리는 박철민의 말을 무시하고 내게 다시 말을 걸었다.


“일본에서 작가님의 시에 대해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그 말에 박철민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작가의말

26화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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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12 24.07.19 1,379 6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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