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별을 살아가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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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프로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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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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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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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DUMMY

16화

EP0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나와 강정운과 송송태.

어울리지 않은 트리오가 면회실로 이어지는 복도를 걸었다.


송송태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연신 나를 쳐다보았다.


“뭔데? 나를 찾아올 사람이 없어. 유동주 너도 알잖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송송태 네가 찾아올 면회객이 없는지,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아냐.”


송송태는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강정운을 쳐다보았다.


“아니, 저를 누가 찾아오는데요? 원장님, 말씀 좀 해주세요.”


강정운은 재밌다는 표정으로 희미하게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 얼굴에 송송태가 머리를 마구 긁었다.


“으아아, 그리고 왜 면회를 가는데 우리 셋이 이렇게 나란히 가냐고요!”


송송태는 나와 강정운을 마구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거, 뭐 이상한 거 아니야? 그리고 애당초 내가 면회는 갈 수 있는 거예요?”


송송태는 강정운에게 따져 물었다.

강정운은 그저 차분하게 이렇게 답할 뿐이었다.


“원래는 못 가지. 너는 입소 후 벌써 6번을 넘게 싸웠으니까.”


6번이라니.

몰랐는데 송송태 이 새끼 완전 싸움닭이잖아.

나는 녀석의 어깨를 두드렸다.


“착하게 좀 살아라. 어떻게 여기 소년원까지 와서 6번이나 사람을 패냐.”

“그중 한 번은 유동주 너야, 인마!!!”


나는 송송태의 말을 모른 체 했다. 그 녀석은 강정운을 향해 재차 물었다.


“아니, 그런데 징계 중인데 어떻게 면회를 가요.”

“유동주 부탁이었어.”

“부탁이요?”


녀석이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나와 강정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송송태가 말했다.


“아, 아니. 유동주 부탁이면 징계가 막 취소되고, 면회도 막 가고 그런 거예요? 이거 특혜가 심하네!”


강정운은 싸늘한 눈초리로 송송태를 바라보았다.


“특혜라니.”


강정운의 기세에 눌린 송송태가 몸을 움찔했다.

원장은 차분히 설명했다.


“왜 우리 셋이 같이 가느냐면 송송태 네가 면회를 가는 지금 이 순간조차 특별활동인 거야.”

“특별활동이요?”

“그렇지.”

“그래서 우리 셋이 같이 간다고요?”

“그래.”

“그러면 지금 가는 건 엄밀히 따지면 면회가 아니라 활동이고요?”

“옳지. 드디어 알아들었구나.”


강정운의 너스레에 송송태가 한숨을 쉬었다.


“됐어요. 됐어. 뭐, 면회실 가보면 다 알게 되겠죠. 누가 왔는지, 아니면 다 장난인지. 설마 가서 공부하라고 하는 건 아니죠?”


나와 강정운은 둘 다 침묵을 지켰다.

우리의 합동 침묵에 송송태의 안색이 파리하게 질렸다.


“아씨, 특별활동이라고 하는 게 수상하더니만! 설마 가서 진짜 공부해요!?”


강정운은 조용하게 송송태의 팔을 잡아끌었다.

어느새 면회실 앞에 도착한 우리 셋이었다.


“들어가라. 아무래도 네가 문을 먼저 여는 게 맞겠지.”


강정운은 진지한 낯으로 송송태에게 그렇게 일렀다.


그 낮고, 고요한 목소리에 송송태도 무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했다.


“에이, 원장 선생님. 왜 이렇게 무게를 잡으세요.”


송송태는 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면회실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송송태의 얼굴을 똑닮은 한 중년의 여자가 앉아있었다.


‘송송태의 빨간 머리가 유전이었구나?’


송송태의 머리에 희미하게 감도는 붉은색이 그 여자의 머리에도 내려앉아 있었다.


면회실 한편의 창문에서 들어온 햇빛이 붉은빛을 더욱 서늘하게 밝혀주었다.


그 빨간색이 모자(母子)를 알아보게 하는 신호인양 말이다.


나는 천천히 송송태를 쳐다보았다.

그 애는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온몸에 진동이 온 듯 바들바들 떠는 그 애가 간신히 이렇게 말했다.


“엄마······?”


그 소리를 들은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송송태의 엄마가 그에게 다가와 포옹을 건넸다.


“그래. 엄마야.”


그러나 송송태는 차갑게 그 여자를 밀어냈다.


송송태와 그 애의 엄마 사이에 어색한 거리가 생겼다.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이 그 짧은 거리 안에 담겨 있었다.


“왜 왔어요?”


단호한 목소리가 면회실 전체에 퍼져나갔다.

그러나 송송태의 얼굴에선 차갑고, 가는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왜 왔냐고요. 날 버린 주제에 왜 여길 왔냐고요.”


송송태는 낫에 베인 풀잎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그 풀잎에서 떨어진 물이 차갑게 면회실 바닥에 떨어졌다.


송송태에게 다가온 그의 엄마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 손이 풀이파리에 맺힌 이슬을 닦았다.


“자식이 소년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오지 않는 엄마가 어딨니?”


송송태는 그녀의 손길을 굳이 쳐내지 않았다.

그 애가 몸을 떨며 다시 물었다.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어떻게 알고요?”


그녀는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송송태의 엄마는 내게 꾸벅 고개까지 숙였다.


“고맙다. 고마워. 네가 연락을 안 했으면 내 아들이 여기 있는 줄 전혀 몰랐을 거야.”


송송태가 뒤이어 나를 쳐다보았다.


“뭐야. 유동주 네가 우리 엄마를 찾은 거야?”


나는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찾는 게 뭐 어렵다고.


일전에 송송태가 얘기한 식당 이름을 박서완에게 전달했다.

다행히 특이한 식당 이름인지라 찾아내는 게 어렵지 않았다.


나와 박서완이 함께 송송태의 엄마에게 연락했고, 그녀는 순순히 면회 날짜를 잡아주었다.


일의 전모는 그처럼 순순하고, 간단했다.


송송태의 엄마는 다시 한 번 나를 향해 감사인사를 했다.


“정말 고맙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못 할 거야. 아들이 감옥에 있는데 한 번도 오지 않는 엄마가 될 뻔 했구나.”

“아, 아니예요.”


나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를 받고자 한 일이 아니었는데 쑥쓰러울 따름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내게 강정운이 말했다.


“유동주. 우리는 잠시 나가있자. 둘만 있으면서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으니.”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강정운은 송송태를 향해 말을 이었다.


“송송태, 면회 시간은 15분 안쪽으로 마무리해라. 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예,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와 강정운은 면회실 밖 복도로 나가섰다.


송송태의 엄마에게 그렇게 많은 감사 인사를 받을 줄은 몰랐다.

그녀는 어떤 생각이 들까.


아들이 감옥에 갇혔는데 한 번도 오지 않는 엄마.

부모의 죄책감에 대해 생각의 가지가 잇닿아 이어졌다.


‘전생의 내 어머니는, 그리고 지금 생의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어쩌면 나는 송송태를 위해서 그 녀석의 엄마를 찾아준 게 아닌가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나 자신을 송송태에 괜히 비추어보면서.


그 녀석의 엄마를 찾아준 걸지도.


그런 생각이 이어지자 문득 마음 한 편이 쓸쓸해졌다.

이전 생에서부터 긴 눈발이 몰아쳐 가슴을 가득 메우는 것 같았다.


고개를 꾸벅 숙인 나를 향해 강정운이 물었다.


“뭔 생각을 그렇게 진지하게 하고 있느냐.”

“아, 그냥요.”


나는 잠시 망설이다 강정운에게 그냥 솔직한 진심을 꺼냈다.


“그냥 제가 괜한 짓을 했을까 싶어서요. 송송태가 정말 엄마를 만났고 싶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잖아요.”

“그래?”

“네. 그냥 저 혼자 저의 엄마를 떠올리면서 송송태가 원치도 않은 일을 한 건 아닌가 싶어요.”


내 말을 들은 강정운은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괜한 짓을 한 것이긴 하지.”


아니, 이렇게 단호하게 답한다고?


나는 황당한 얼굴로 강정운을 바라보았다.

내 어처구니 없음과 별개로 그는 담담하고, 진중한 표정이었다.


“굳이 자신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그렇게 번거롭게 하는 일은 모두 괜한 짓이지.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요?”

“그런 괜한짓들이 모여야 세상이 잘 굴러가는 거 아니겠느냐. 그리고 말이야.”

“그리고요?”

“사람은 원래 자기 처지에 비춰 남을 돕고 싶은 거야. 누구나 자기 눈으로만 세상을 사는데 뭐. 네가 결정을 내렸고, 그게 옳다 믿으면 된 거야.”


나는 강정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괜한 짓들이 모여야 세상이 잘 굴러간다.


그의 말이 내 쓸쓸한 마음의 눈밭을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래.

괜한 짓이면 어떻고, 괜한 짓이 아니면 어떻겠는가.


나는 그 애가 그 애의 엄마를 만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강정운은 차분히 내 어깨를 두드렸다.

어쩐지 진심이 느껴지는 손동작이었다.


그가 내 어깨에서 손을 떼었을 때, 면회실 문이 마침 열리고 송송태가 걸어나왔다.


“면회 끝났어요.”


강정운이 송송태를 바라보며 물었다.


“할말은 다 끝났고?”

“15분 안에 다 끝나겠어요. 앞으로 천천히 더 해나가야죠.”


송송태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렇게 대답했다.

나는 그 애를 다그치며 물었다.


“그러면 앞으로도 만나기로 한 거야?”


송송태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렸다.


“응. 출소 후에 종종 뵙기로 했어. 그리고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같이 살 수도 있을 것 같아. 함께 살자고 말씀하시더라고.”

“그러면 같이 사는 거네! 왜 살 수도 있을 것 같아야!?”

“내가 고민해보겠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안색은 씁쓸해보였다.

정말 내가 괜한 짓을 한 걸까.

나는 조심스럽게 송송태를 향해 물었다.


“혹시 내가 많이 주제 넘었냐? 미안.”


내 말을 들은 송송태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주제는 넘었지. 하지만 유동주.”

“응?”

“괜찮아. 이런 건 고마운 주제넘기니까. 진짜로 진심으로 고맙다.”


나와 송송태는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강정운이 우리를 향해 말했다.


“그러면 문학실로 돌아가자. 너희는 아직 특별활동 중이다.”


송송태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넌더리를 냈다.


“아, 이제 그냥 방에 돌아가서 쉬면 안 돼요? 기운이 쫙 빠지는 날인데.”

“안 돼. 다른 애들은 교과 중인 시간이잖아. 아니면, 교과를 원하나?”


송송태가 끔찍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니요, 문학실. 문학실로 복귀하겠습니다.”


송송태가 몸을 휙 돌려 문학실을 향했다.

그리고 그때, 송송태가 몸을 돌린 저 건너편에서 한 교도관이 뛰어왔다.


“원, 원장님!”


강정운이 얼굴을 찌푸리며 그 교도관을 다그쳤다.


“뭔가. 왜 직원이 복도를 뛰어다니고 있어? 애들도 아니고!”

“그 유, 유동주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연락이라고?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교도관을 쳐다보았다. 나한테 연락이 왔다고 뛰어오다니.


도대체 무슨 연락이길래.


불길한 예감이 머릿 속으로 번져갔다. 설마 가족 중 누군가에게 일이 생긴 걸까. 대체 무슨 일이지.


그런데 교도관이 전하는 소식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었다.


“그, 무슨 문학상 운영위라는데요!? 유동주가 문학상에서 당선이 됐답니다!”


문학상이라니.

나는 문학상을 낸 적도 없는데?


의아한 표정에 강정운과 교도관을 번갈아쳐다보았다.

강정운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교도관에게 되물었다.


“설마 구칠월문학상 운영위원회라고 하던가?”


구칠월.

일정 때 조선 팔도를 호령한 당대 최고의 소설가이자 시인이었다.


조선 최초의 모더니스트.

별명은 중절모를 쓴 조선의 도스토예프스키.


그 사람 이름이 왜 나오는 거지?


작가의말

16화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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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5 24.07.11 1,526 5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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