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별을 살아가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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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프로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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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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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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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DUMMY

24화

EP1 – 구칠월섬의 하늘


구칠월문학제가 벌어지는 광장.

유동주가 가족들과 재회하기 몇 분 전의 일이다.


광장 한편에 행사 전체를 총괄하는 사무실이 있었고, 그 안에서 경지연과 경덕관이 행사장 전체에 설치된 CCTV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씨, 뭔놈의 사무실이 이렇게 덥다냐.”


경덕관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손부채질을 연신 해댔다.


“그러니까 이 화면이 주차장이고, 여기가 대행사장이고, 요쪽으로 유동주가 들어온다 이거지?”


경덕관이 고갯짓으로 CCTV 화면 이곳저곳을 가리켰다.

덕관의 옆에 서있던 경지연이 대답했다.


“네, 위원장님. 말씀 주신 대로 안내 다 돌렸습니다. 동주 작가님은 대행사장 우측 출구로 오실 거예요.”


경덕관이 제 눈앞에 있는 수박주스를 들어올렸다.

붉은색 과일 주스를 쪽쪽 빨아먹으며 덕관이 너스레를 떨었다.


“위원장님은 무슨! 둘만 있는데 그냥 할아버지라고 하거라!”


경덕관의 호통을 들은 경지연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요. 소리까지 지르실 일이예요?”

“하나 뿐인 손녀를 몇 십 년만에 만났는데, 이 늙은이 마음 좀 알아줘.”


덕관의 억지에 지연은 다시 웃음을 지어보였다.


“하하. 하나 뿐인 손녀보다도 하나 뿐인 제자를 더 아끼시는 것 같으신데요?”

“에에잉. 어디 비교나 되냐. 유동주야 워낙 칠칠치 못하니 내가 신경을 쓰는 거지.”


경지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경덕관을 쳐다보았다.


제자라곤 생전 키우지 않던 경덕관이었다.


그가 한국대에서 가르친 제자들도, 사실 대부분 제자라기보단 수강생에 가까웠다.


늘그막에 감옥에서 만난 한 소년에게 왜 이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것일까.

지연이 덕관에게 물었다.


“이렇게까지 꼭 하셔야 해요? 할아버지가 원고를 대신 내서 문학상까지 탔는데요? 이제 작가로서는 본인이 잘 걸어가야 하지 않겠어요?”


경덕관은 경지연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걱정 어린 눈빛은 여전히 CCTV를 향해 있었다.


“아니야. 내가 지은 죄가 하나는 있지 않느냐.”

“지은 죄가 있으시다고요?”


지연의 의아한 눈빛이 덕관을 향했다. 경덕관이 무심한 투로 답했다.


“그래. 이번에 손은풀이를 통해 동주 녀석의 억울함을 잘 풀었지. 하지만 이득만 취할 수 없는 거야. 뭐, 알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경지연이 경덕관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내 제자란 소문이 저잣거리에 파다하게 퍼질 거라 이 말이야. 앞으로도 더 더 퍼질 거다. 동주 녀석이 감당 못 할 정도로.”


경지연은 경덕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늘 장난기 어린 얼굴에 무언가 걱정이 어려 있었다.


“혹시 걱정되세요?”

“걱정!? 허, 내가 그깟 놈을 왜 걱정하냐.”


경덕관은 버럭 성을 내며 씩씩거렸다. 그러더니 묻지도 않은 말을 중얼거렸다.


“뭐, 글재주 가진 게 한 둘이야! 물론, 소년원에 있고, 가난하고 하니 삐뚤어질 수 있지! 근데 그걸 내가 왜 상관 해야 해!? 그저 이번 일은 나도 책임이 있으니까 상관 하는 거야!”


지연은 시키지도 않은 말을 내뱉는 덕관을 무심히 지켜보았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참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 못 하는 할아버지야.’


경덕관은 미간을 찌푸리며 화면을 다시 쳐다보았다.


“봐라. 이 경덕관이 제자라는 게 벌써 소문이 나지 않았느냐. 에잉, 하여간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야.”


경덕관이 가리킨 화면엔 풍기영과 유동주 가족이 있었다.

경지연이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이 사람 풍영그룹의 풍기영 사장이죠? 엊그제 말씀해주셨던 그 사람이요.”

“그래. 봐봐. 내가 아무리 입단속을 해도 동주 녀석이 내 제자인 건 결국 어디선가 소문이 난다니까.”


그렇다.

사실 경덕관은 풍기영이 문학제에 찾아온다는 사실을 이미 진작에 알고 있었다.


문학나무의 전 팀장이 풍기영에게 정보를 흘릴 때.

사실 문혁수 편집장도 그 사실을 죄다 파악하고 있던 터였다.


전 팀장과 풍기영의 밀회는 문 편집장을 통해 경덕관에게 낱낱이 보고됐다.


[전 팀장이 풍영문고 사람이랑 접촉을 좀 하던데요? 살펴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그쪽 셋째 아들이 영 상태가 안 좋습니다. 유 작가님 통해서 경덕관 선생님께 자리를 만들고자 일을 꾸미는 듯 합니다.]


문혁수의 전화가 온 것은 문학제 얼마 전의 일이었다.

경덕관은 이미 경지연과 함께 이 사태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친 터였다.


경지연은 CCTV 속 유동주 가족과 풍기영의 조우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이 사람 유동주 작가의 가족부터 섭외를 하는 걸까요?”

“글쎄다. 가족의 마음까지 얻는다고? 그렇게 똘똘한 놈으로는 안 보이는데.”


경덕관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가 경지연을 향해 물었다.


“유동주 집 사정이 그렇게 많이 안 좋아? 다 조사했지?”

“네, 말씀 드린 것처럼요. 최근에는 집이 이사를 가야 하는 처지에 있고, 유동주 군의 아버지는 실직을 했다고 합니다.”

“집안에 우환이 들면 글 쓰는 데 방해 될 텐데.”


경덕관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되뇌였다.

경지연은 질린다는 얼굴로 경덕관을 쳐다보았다.


“유동주군 가정 형편이 걱정되는 게 아니라 가족이 글을 방해할까봐 걱정이신 거죠?”


경덕관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연하지! 뭘 그런 걸 묻고 있냐!


경지연은 잠시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경덕관에게 다시 물었다.


“그런데도 이 부모들이 아들 돈은 한사코 받지 않겠다 거절했다고?”

“네, 대충 사정을 살폈는데 상금엔 일절 손을 안 대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내 돈도 안 받겠지?”


경지연은 놀란 토끼눈으로 경덕관에게 반문했다.


“돈을 직접 주시려고요?”

“그건 좀 그렇지? 명분도 없고? ‘아들놈 글 쓰는데 방해하지 마시오’ 이러면서 주면 안 되나?”

“안 돼죠.”


지연의 단호한 대답에 덕관은 입맛만 다셨다. 그러고선 다시 CCTV로 시선을 돌렸다.


화질이 좋지 않은 화면에 유상식과 민주현이 있었다.

선하지만, 고집 센 얼굴들은 유동주의 낯을 많이 닮아있었다.


덕관은 화면을 쳐다보며 열심히머리를 굴렸다.

마침내 고민을 마친 그가 유상식 부부 옆에 선 풍기영을 노려보았다.


“어쩌면 이 똘똘치 못한 놈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경지연은 덕관의 말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듯 반문했다.


“풍기영을 이용하신다고요?”

“그래. 이놈이 유동주를 이용해서 결국 나에게 자리 하나 만들어보고 싶다는 거 아니야?”

“그렇······지요.”

“발등에 불 떨어진 놈을 살살 긁으면 돈이 나오지 않겠어?”

“돈이 나온다고요?”

“그렇지.”

“무슨 말씀인지 잘 이해가 안 가는데요.”

“날 이용하려는 괘씸한 놈을 도리어 이용해 먹자는 거다!”


무언가 계획을 꾸미는 경덕관에게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띠링-!


덕관이 웃음을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제자놈에게 신호가 왔군. 나가보자고!”


경덕관이 경지연을 재촉했다.

여기까지가 강정운에게 문자를 받기 전, 경덕관의 상황이다.




24화

EP1 – 구칠월섬의 하늘





경덕관은 인파를 헤치며 유동주 가족을 향해 달려갔다.

칠순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우렁찬 발걸음이었다.


어찌나 빠른지 경지연은 경덕관의 뒤를 따라잡지도 못했다.

덕관은 손녀도 버린 채 제 갈길을 향해 직진했다.


“동주! 유동주!!”


그렇다.

그의 목적은 이산가족의 현장처럼 눈물로 껴안고 있는 세 가족의 중심.

유동주였다.


“여어, 애송아! 잘 지냈느냐!?”


덕관의 걸걸한 목청에 동주가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어, 어, 덕관 선생님이 여기는 웬일이세요!?”


경덕관은 유동주의 머리를 쓸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이놈아! 내가 여기 후원위원장인 것도 몰랐단 말이냐! 껄꺼껄껄!”


동주 곁에 서있던 상식과 주현이 그 모습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유동주가 부모님에게 경덕관을 소개했다.


“어, 엄마, 아빠. 여기 경덕관 선생님이라고 소년원에서 만난 선생님인데······.”


유동주의 소개를 경덕관이 끊어버렸다. 그가 가슴을 두들기며 자기소개를 다시했다.


“허허헣. 제가 바로 경덕관이란 사람입니다! 뭐, 내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한국의 카프카란 얘기를 듣고 있소! 껄꺼껄! 노벨상 후보도 몇 번 오르긴 했지! 허허허헣!”


전혀 쑥스럽지 않은 얼굴로 경덕관은 자기자랑을 했다.

유상식이 반신반의한 얼굴로 경덕관에게 목례를 했다.


“아, 네. 네. 저, 저희 동주 글을 가르쳐주신 거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촌극을 멀지 않은 곳에서 경악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아닌 풍기영이었다.


‘아, 아니, 저 늙은이가 직접 이 시장 바닥에 나온다고!?’


풍기영은 믿기지 않았다.

온갖 유력가들이 빌고, 사정을 해도 만나주지 않는 경덕관이었다.


오죽하면 풍기영이 고작 제자 하나 보겠다고 이 섬까지 내려왔겠는가.


그런데 경덕관 본인이 직접 강림한 것이다. 시키지도 않은 자기자랑까지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풍기영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돼!’


풍기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경덕관과 유동주 사이에 난입했다.

체면 따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경덕관 선생님!”


풍기영의 난입에 경덕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사실 유동주와 애기하는 도중에도 멀찍이 서있는 풍기영을 곁눈질 하던 그였다.


도대체 풍기영이란 물고기가 언제 떡밥을 물지 기다리면서 말이다.


경덕관이 풍기영을 향해 아무 것도 모르는 듯 능청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아, 누구신가? 초면인 듯 한데?”


풍기영은 경덕관의 너스레에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가 경덕관에게 황급히 인사했다.


“아, 아, 저는 풍영문고의 사장 풍기영이라고 합니다. 존경하는 경덕관 선생님이 계셔서 급한 마음에 이렇게 대뜸 인사드렸습니다.”


경덕관은 풍기영의 아부가 우스울 따름이었다.


‘속이 훤히 보이는 아부구먼.’


덕관은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풍기영에게 대답했다.


“그래? 그 바쁜 사람이 이 문학제는 무슨 일이신가?”


경덕관의 질문에 풍기영은 비질땀을 흘렸다. 무슨 일이냐니.


당신의 제자인 유동주의 호의를 얻어, 당신에게 접촉하려했다.

그래서 KH가 벌이는 미디어시티 조성 사업에 한 다리 걸치려 했다.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경덕관의 매서운 눈빛 앞에 풍기영은 대지도 않는 핑계를 내뱉었다.


“아, 아, 그 이번 구칠월문학상을 수상하신 작가님이 정말 훌륭한 인재라고 하셔서 직접 뵙고자 달려왔습니다!”


경덕관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띠어졌다. 정말이지 아무 것도 모르는 월척이었다.

대화의 흐름이 점점 덕관이 바라는 대로 흐르고 있었다.


“아, 그러셔? 뭐, 그냥 얼굴만 보려고 오진 않았을 거 아닌가?”


덕관의 질문에 기영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덕관은 이 정도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냥 이 섬까지 문학제 구경하러 온 건 아닐 거 아닌가? 그 풍영문고 사장이 말이야!?”

“그, 그렇죠!?”

“우리 유 작가를 후원하러 왔구먼!?”


경덕관은 호탕한 목소리로 풍기영을 압박해 들어왔다.

쏜살같은 압박에 풍기영은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아, 아, 아, 그렇죠.”


풍기영은 이제 자신의 입이 무슨 말을 뱉는지 잘 모르는 단계까지 갔다.

대화의 모든 주도권을 덕관에게 빼앗긴 탓이었다.


경덕관은 쐐기를 박듯이 유동주와 그 부모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안 그래도 지금 유 작가의 가족분들이 힘든 상황인데 풍영그룹이 좀 도와줄 수 있겠구먼! 허허허!”

“힘든 상황이요!?”

“그래! 당장 이사를 가야하는 형편인데 풍영건설이 여기저기 재개발 공사를 맡아 하지 않나!?”


경덕관의 말에 풍기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작가의말

24화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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