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고라니가 집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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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대순
그림/삽화
프레첼존맛
작품등록일 :
2024.07.03 08:57
최근연재일 :
2024.07.22 00:0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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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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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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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9화

DUMMY

“뭐, 뭐라구요?”


들키면 안되는 비밀을 들킨 것 같은 기분에 라희가 몸을 움찔거리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말했다.


”보아하니 무속인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신을 얹고 있는거지?“


망했다. 라희 머릿 속엔 이 생각으로 가득찼다. 설마 이 힘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을 내비치고 있었다,


”뭐라는지 저는 잘···“

”그럼 저 할멈한테 물어볼까? 손녀없어진 거 아냐고?”

“자, 잠깐···!”


할머니한테 향하는 시늉을 하는 남자를 라희가 다급하게 잡아챘다. 남자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돈 것을 라희는 알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 속은 그저 지금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로 가득했다.


“여긴 좀 그렇고 자리를 옮겨서 대화하죠···”


라희는 이 곳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할머니가 신경이 쓰여 자리를 옮기고 싶었다. 더군다나 할머니가 들으면 안되는 이야기이기도 했고.


“그러지.”


남자를 따라 시내에 위치한 한 카페로 향했다. 남자 앞에는 얼그레이 티가 라희 앞에는 레몬에이드를 둔 채로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자신의 비밀을 아는 듯한 그의 반응 때문에 어ᄍᅠᆯ 수 없이 따라왔지만 막상 앉아있자니 어색해 미칠 것만 같았다.


“궁금한가본데?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라희가 자신도 모르게 자꾸 그를 흘끗 흘끗 염탐하는 걸 느꼈는지 말없이 차를 홀짝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카페에 온 지 장장 20분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내가 절실한 사람들 등쳐먹는 가짜 무속인은 아니거든. 내가 모시는 신령님께서 보여주신 것 뿐이고.”

“아...”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진 거지?”


그는 돌려말하는 법이 없는 듯 했다. 직설적으로 파고들어 라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요즘들어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데 하나같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하며 라희는 생각했다. 물어보지도 않은 정보를 술술 내뱉던 제임스가 떠올랐지만 그는 머릿 속에서 지워버리고 앞에 앉은 남자의 말에 집중했다.


“어, 음. 솔직히 말하자면 그 쪽한테 말해도 되는지를 모르겠어요. 저도 이 힘이란 걸 가진 지 며칠 안됐고 어떻게 보게 된 건지도 모르거든요.”


사실 고라니 산신때문이라는 말이 목구멍ᄁᆞ지 차올랐지만 왜인지 그 말은 삼켜버렸다. 라희는 앞에놓인 레몬에이드를 한모금 마시고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사실 죽은 지민이가 보였어요. 그래서 죽었단 것도 남들보다 먼저 알게 되었고요. 그리고 지민이가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고요.”


라희는 교묘히 사실을 섞어서 중요한 진실은 빼놓고 말했다. 남자는 말없이 라희를 바라보며 얼그레이 티를 마셨다.


“그 친구 말고 다른 넋들도 보이는 건가?”

“네. 막 일상생활 내내 보이진 않는데 여태까진 지민이까지 해서 두 번 봤어요.”

“힘들지?”

“네?”


갑작스런 그의 질문에 라희가 당황했다.


힘드냐고? 뭐가?


귀신을 보는 게 힘드냐는 건 지, 그냥 나 자신이 힘드냐는 건 지 알아듣지 못 했지만 라희는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유도 모른 채 모르는 사람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아 참아냈다.


“신을 받을 준비도 안 된 몸으로 신의 힘에 가까운 힘을 받게 되었으니 몸이 성할 수가 없지.”

“몸이요? 몸은 별 이상 없는데요?”


라희의 말에 남자가 그녀의 몸을 탐색하듯 아래위로 살폈다.


“아직은 못 느끼겠지만 그렇게 계속해서 힘을 대응 없이 놔둔다면 몸이 망가질 거야.”

“음...”


남자의 목소리가 묘하게 걱정하는 듯한 뉘앙스로 바뀌었지만 라희는 느끼지 못했다. 남자는 라희의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테이블에 몸을 기댔다.


“내가 도와줄게. 그 힘을 운용하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네?”


이제야 라희도 그의 말투가 바뀐 것을 알아차렸다.


‘뭐야, 갑자기 왜 친한 척이야?’


“아, 오해는 하지 마. 나도 그 힘이 어디서 온 건 지, 아님 자연적으로 생긴 건 지 뭐 이것저것 궁금해서 그런거니까.”


라희의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읽은 남자가 다시 허리를 세우며 말했다.


“근데 그 쪽 몇 살이에요?”

“뭐?”


라희가 톡 쏘듯이 말했다.


“아니, 그렇잖아요. 아까 지민이네서 본 게 전부인데 자꾸 반말 툭툭 내뱉잖아요.”

“흠, 고3이라 그랬나?”

“네.”

“동갑이야.”

“아, 글쿠나... 에에?”


그의 태평한 반응에 아무생각 없이 수긍하던 라희가 놀라며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갑자기 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서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제야 주변 눈치가 보닝 라희가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아 그를 쏘아보았다.


“아니, 근데 내가 존댓말 하는데 왜 그냥 놔뒀어요? 아니 놔뒀어? 내가 지민이 친구라 햇으면 동갑인 거 알았을 거 아냐!”

“직업 특성상 존대 받는 게 버릇이 됐거든.”

“이씨..!”


라희는 더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의 당당한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뭐 저렇게 당당해?’


분했지만 일단 더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해야했다.


“그래서 힘을 운용한다는 게 뭔데?”

“그거야 나도 모르지?”

“뭐?”


라희의 말문이 또 다시 막혔다. 이게 무슨 개떡 같은 대화인지 라희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을 남자가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하... 그래 그쪽, 아니 너 이름이 뭐야?”

“주성현.”

“주성현? 그래 주성현 너. 어떻게 하겠단 건데. 이 빌어먹을 귀안, 아니 귀신보는 힘.”


하마터면 귀안력이란 단어를 내뱉을 뻔 했지만 그랬다간 그 단어를 알게된 출처를 캐물을 것 같아서 황급히 말을 바꿨다.


“일단은 나도 아는 게 없어.”

“...이젠 놀랍지도 않다.”


라희가 짜게 식은 듯한 눈빛으로 성현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빛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신내림을 받고 스승님을 따라 수련을 다닐 때 들은 이야기인데.”

“응?”


드디어 말다운 말을 하나 싶어 라희가 귀를 쫑긋 기울였다.


“신을 받을 준비가 안 된 몸으로 신의 능력을 받은 사람은 몸과 힘이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매우 위험할 수 있다더군.”

“뭐? 그럼 나는 어떡해?”

“그건 모르지. 근데 그런 일이 있다고 했으니 조심을 하면서 진행을 하자는 거지.”



라희의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빌어먹을 차기 산신놈이 지 힘 하나 제대로 관리 못 해서 이 마음 고생을 해야 한다니. 복장이 터졌다.


“그럼 말만 하지 말고 방법을 좀 찾아봐!”

“흐음, 일단 나도 이런 진귀한 광경을 본 게 재미있으니 최선을 다해서 도와는 줄게. 아마도 매일 내 신당에 와서 몸을 체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는데.”

“매일? 나 공부해야 되는데? 야자도 해야하고 이제부턴 학원도 다닐건데...”


라희가 낭패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학원을 왜 다녀?”

“뭐? 공부를 잘하고 싶으니까 다니지. 내가 다른 건 혼자서도 다 잘하는데 수학은 혼자선 무리더라고”

“수학 못 해?”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귀안력에 대한 이야기에서 입시 얘기로 흘러들어갔다, 아무리 신의 능력이 위험하고 뭐 어쩐다 해도 고3인 라희에게는 입시만큼 가깝게 느껴지진 않았다.


“응, 이번에 모의고사 봤는데 수학이 6등급 나온 거 있지? 그래도 작년 모의고사에선 3등급이었는데 점점 떨어지더니. 하...”

“심각한데?”


성현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으며 말했다.


“놀리냐? 넌 얼마나 잘하는데!”

“나? 수학은 1등급.”

“거짓말 아냐?”


라희의 의심에 성현이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찾더니 라희에게 보여주었다. 폰 화면 속에는 모든 과목이 1 등급이 찍혀있는 모의고사 성적표가 있었다. 라희의 입이 쩍 벌어졌다.


“너 학원 어디다녀? 아니 인강들어? 누구 꺼 들어?”


라희의 눈빛이 반짝였다.


“학원 안 다니고 인강도 안 들어. 그냥 혼자 공부 한거야.”

“그게 가능해?”

“가능하던데?”


라희의 표정이 또 한 번 짜게 식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고 피식 웃은 성현이 입을 열었다.


“내가 힘에 대해 연구 할 수 있도록 협조할 때마다 과외 한 번 해줄게. 어때?”

“과외..? 공짜로?”


라희가 이게 웬 떡이냐는 듯이 성현을 바라보았다.


“공짜는 아니지 너가 나한테 협조해 주는 게 조건이니까”

“협조할게! 할 수 있어! 할게!”


라희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성현의 손을 맞잡았다. 성현이 약간 질색하며 손을 빼낼라 했지만 강력한 그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그렇게 반 강제로 라희에게 전화번호를 빼앗긴 성현은 그녀와 더는 같이 있기 싫은 듯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라희는 폰에 저장된 성현의 번호를 보며 싱글벙글 웃으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가던 도중 지민이의 집과 갈림길이 나오자 고민을 하다 지민의 집으로 향했다. 아까 나올 때 할머니와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못 하고 나온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지민의 집 대문 앞에 도착한 라희가 심호흡을 하고는 철제 대문을 두들겼다.


“할머니.”


라희가 할머니를 부르자 안에서 대답이 들여왔다.


“어, 왔니?”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오며 라희를 아주 살갑게 반겼다. 기분이 좋지 않으실텐데 이렇게까지 반겨 주시니 라희의 기분이 묘했다.


“네, 아까는 제가...”

“아이구, 우리 지민이. 학교는 잘 다녀왔어요?”

“네?”


할머니가 라희를 지민이라고 칭했다. 라희는 실수일 것이라고 치부했다.


“우리 지민이, 이 할미가 밥 줄게. 가방 내려놓고 씻고 와~”


그제야 라희는 이상함을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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